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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_ 노아윤 기자의 생각 모으기] 당신의 개똥철학은 무엇입니까?

노아윤 기자 기자  2018.11.19 09: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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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에이스 호텔'과 일본의 '트렁크 호텔', '호텔 코에'.


호텔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호텔들이다. 이번 호텔쇼 컨퍼런스에서도 에이스 호텔과 트렁크 호텔이 각기 다른 강좌에서 4차례나 언급된 것을 보면 그만큼 국내에서 꽤나 주목하고 있는 호텔이지 않나 싶다. 세 호텔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호텔이다. 혹자는 에이스 호텔에 가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다하고, 트렁크 호텔을 다녀온 이들은 입을 모아 칭찬한다.

 
무엇이 이렇게 많은 이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비교하고 싶지 않아도 일본을 예로 들 수밖에 없다. 일본 긴자의 'AKOMEYA'는 쌀집이다. 쌀 파는 집이 유명하다니,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이유를 듣고 납득이 갔다. AKOMEYA는 일본 각지에서 유명한 약 25여 종의 쌀을 모아 판매하는 쌀의 '편집숍'이다. 이곳의 특징은 일반적으로 포대자루에 담겨있는 대량의 쌀이 아닌 450g의 소포장된 쌀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제품들은 일반 쌀에 비해 4~5배 높은 가격의 브랜드 제품들이지만 AKOMEYA는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 이유는 ‘밥은 한 끼로 때우는 것이 아닌 채우는 것’이라는 AKOMEYA만의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쌀을 중요시 생각하는 일본인들에게 개인 쌀 취향을 존중해주고, 그 쌀과 함께 곁들이면 좋을만한 식료품들을 비치해놓아 근사한 한 끼를 제안한 것이 소비자들이 AKOMEYA를 찾는 이유가 됐다.


비슷한 예로 도쿄의 'solco'는 전 세계 40여 종의 소금을 뷰티 숍같은 매장에 진열해놓고 소금의 맛을 볼 수 있도록 맨밥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를 100엔에 제공하고 있다. 소금에 맛이 있으랴 싶지만 맨밥에 뿌려먹는 소금의 맛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그리고 식빵을 판매하는 'Centre the Bakery'는 식빵을 위해 무려 20여 종의 토스터를 구비해 놨다.


소비자들이 이들을 찾는 이유, 바로 각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철학 때문이다. 에이스 호텔은 힙한 디지털 노마드들의 성지가 됐다. 그리고 트렁크 호텔은 새로운 스타일의 사회공헌을 선보이는 소셜라이징 호텔로, 호텔 코에 도쿄는 'Fashion', 'Music&Food', 'Stay'를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각자 그들만의 운영 철학을 소비자들 마음 깊숙한 곳에 심어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호텔 코에 도쿄의 경우에는 국내 OTA 기준 3성급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1박 요금이 무려 50만 원부터 시작하지만 시부야에 가면 꼭 방문해야할 호텔로 꼽히고 있다.


철학이 없으면 콘텐츠가 없다. 콘텐츠 없으면 브랜드가 가질 수 있는 스토리도 없어지고, 스토리가 없으면 고객은 쉽게 감동받지 않는다. 버튼 누르면 나오는 친절은 그저 기계같이 느껴질 뿐이다. 나는 개똥철학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개똥이든 소똥이든 본인이 믿고 따르는 신념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철학이 있으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중심은 흔들리지 않게 돼 있다.


언제나 우리 호텔 옆에는 다른 호텔이 있고, 힘든 순간은 예고 없이 빨리도 찾아온다. 불어오는 바람에 갈대같이 흔들리고 있다면 스스로 자문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 호텔의 철학은 무엇인가? 질적 성장을 위한 과도기에 놓인 호텔업계. 성장통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꼭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