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NOT A HOTEL - 별장처럼 살고, 호텔처럼 운영한다

2022.03.24 08:46:06

 

최근 호텔 테크에 기반을 둔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호텔 테크는 투자, 운영 그리고 수익 관리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테크놀로지에 기반을 둔 형태를 말한다. 마치 아마존이 주문, 물류 그리고 배송에 이르는 과정을 인공지능, 로봇 그리고 플랫폼으로 처리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호텔 테크에 주목한 비즈니스 모델의 선구자로 ‘호텔 아닌 호텔’을 지향하는 ‘NOT A HOTEL’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테크놀로지의 미개척 분야, 호텔업계

 

‘NOT A HOTEL’을 설립한 하마우즈 신지(濱渦伸次)는 고등전문학교(한국에서는 고등학교와 대학 2학년 과정을 합친 기술인재 양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의류업계에 최적화된 EC 시스템과 WEB 마케팅, 물류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그 후 하마우즈는 순조롭게 사업을 확대해 나갔고, 그러던 가운데 의류업계의 EC분야의 리더를 꿈꾸던 ZOZO그룹의 마에자와 대표의 러브콜을 받고 ZOZO 그룹에 인수합병됐다. 이후 ZOZO 그룹에서 EC분야를 총괄하며 이사로 일하던 하마우즈는 마에자와 대표가 회사를 매각한 2년 전까지 ZOZO에서 일했다. 회사를 그만둔 후 하마우즈는 자신의 가장 좋아하는 분야를 일로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마에자와 대표의 말을 되씹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그는 호텔과 테크놀로지를 융합하는 비즈니스를 만들고 싶다고 결심했다. 왜냐하면 호텔은 10년 전의 의류업계처럼 여전히 테크놀로지의 불모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이유로 첫째, 호텔은 사람의 시간과 능력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숙박객들은 “체크아웃은 몇 시에 해야 하지?”, “헤어 드라이어는 어디에 있지?”와 같은 비슷한 질문을 자주하는데, 이럴 경우 직원들은 ”11시 체크아웃입니다.”, ”드라이기는 세면대 옆의 옷장에 있습니다.”와 같은 대답을 고객이 바뀔 때 마다 무한반복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프런트에 24시간 누군가가 대기하는 것과 같은 일도 일상적이다. 이를 오모테나시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지만 하마우즈의 관점에서 이것은 일하는 사람의 부담을 전제로 하고 있는 비즈니스 형태로 인건비 낭비일 뿐이었다. 그래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DT(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와 D2C를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둘째, 많은 호텔들이 예약의 대부분을 자사 사이트로부터가 아니라, OTA를 경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마우즈는 호텔의 이익률은 평균 10% 정도인데 OTA에서 매출의 15%가 수수료로 가져가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부분을 호텔 테크를 활용해 D2C의 자사 직판 형태로 전환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파악했다.

 

이러한 기존의 호텔들이 가진 문제를 테크놀로지로 해결하고자 하마우즈는 호텔의 D2C 사업을 전개하는 NOT A HOTEL을 설립했고, 지금까지의 호텔과는 다른, ‘호텔 아닌 호텔’을 전개해 호텔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에어비앤비와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NOT A HOTEL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것일까? NOT A HOTEL이란 별장이나 자택으로서 구입한 주거를 여행이나 출장 등으로 집을 비울 때에 다른 사람에게 이를 호텔로서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언뜻 보면 에어비앤비와 같은 플랫폼과 비슷해 보인다. 하마우즈는 에어비앤비와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NOT A HOTEL이 기존의 호텔이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호텔을 직접 지어서 판매하고 그리고 판매한 호텔을 오너가 이용하지 않을 경우 사용하지 않는 기간 동안 예약, 운영 및 회계에 관한 모든 부분을 도맡아 한다는 것이다.

 

 

모든 건물이 NOT A HOTEL의 계획에 따라 설계되고 운영된다는 점에서 호텔로서의 서비스와 공간 가치를 보장하고 있다는 점은, 에어비앤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과 다른 숙박 시설과의 만남이 이뤄질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측면에서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NOT A HOTEL이 운영되는 과정을 보다 상세히 설명하면, 먼저 NOT A HOTEL은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잘나가는 건축가와 작업한 건축 플랜을 판매한다. 호텔의 건축 계획을 보고 마음에 든 고객은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 물건을 카트에 담아 구매하듯이 사이트에서 이를 결제한다. NOT A HOTEL는 고객이 결제한 자금으로 건축을 시작한다. 그렇게 고객이 구매해서 지불한 자금을 바탕으로 호텔을 세운 후에는 오너가 호텔을 별장으로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NOT A HOTEL이 호텔처럼 운영해서 얻은 수익을 오너에게 돌려주는 시스템이다.

 

 

별장을 사이트에서 구매하고 관리는 원격으로

 

사실 NOT A HOTEL의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현재 완성된 건축물도 없는 상황에서 가격이 8억 엔(80억 원)이 넘는 상품을 마치 온라인에서 라면 한 박스 구매하듯 간단하게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카트에 담아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NOT A HOTEL이 온라인으로 판매한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미야자키(宮崎)에 있는 아오시마(青島)의 별장. 미야자키의 아오시마는 도쿄로부터 비행기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다. 이곳에 NOT A HOTEL은 첫 번째 별장의 마스터플랜을 세워 고객에게 판매했다. 하마우즈는 이곳에서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미야자키가 겨울에도 따뜻해 오키나와처럼 유명하지는 않아도 숨겨진 좋은 장소로 매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두 번째로 선택한 곳은 도쿄에서 차로 2시간 반 거리에 있는 나스(那須)다. 일본의 유명한 별장지인 카루이자와와 비슷한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지의 가격은 카루이자와의 10분의 1이어서 그만큼 건축에 투자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즉 싸게 땅을 매입해서, 좋은 건축가와 함께 좋은 소프트웨어를 담아 판매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지역을 고른 후 NOT A HOTEL은 건축물의 열쇠부터, 온도, 조명, 음악, 청소 등 모든 것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조작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즉, 원격으로 모든 실내시스템이 관리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야말로 현재 호텔 테크로 구현이 가능한 모든 것을 공간 안에 담았다.

 

 

호텔과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NOT A HOTEL을 기존의 호텔 사업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첫째로,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하마우즈는 기존의 호텔들은 평균 객실 가동률이 연간 50%를 넘는 경우가 드문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초기 투자를 해서 호텔을 짓게 되면, 손익분기선을 넘기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요구되며 이것이 결국 호텔 경영의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잡는다고 봤다. 실제로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자신이 예전에 몸 담았던 의류업계에서 플랫폼 비즈니스가 정착되기 이전에 재고를 안을 것을 각오하고 제품을 생산한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하마우즈는 의류업계의 플랫폼 기업인 ZOZO를 통해 지금은 재고 없이 의류를 판매하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잡은 경험이 있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호텔 분야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둘째로, NOT A HOTEL은 기본적으로 오너가 자신이 머물고 싶은 공간의 가치를 충분히 향유하고 그에 대한 만족도를 기저에 두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호텔로 운영되지만 원래 자신의 별장으로 건설했기 때문에, 설사 아무도 묵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호텔들과는 달리 자산 가치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오너 입장에서 손해를 볼 것이 없다.

 

 

NOT A HOTEL,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NOT A HOTEL은 오너가 시설을 소유하고 향유하며 수익을 배분 받는다는 점에서 호텔, 별장, 분양제 콘도미니엄과는 모두 차이가 있다. NOT A HOTEL이 기존의 호텔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존의 호텔과는 차별화된 호텔 아닌 호텔을 꿈꾸고는 있지만, 이 비즈니스 모델에 걱정되는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이유는 첫째 초기에 NOT A HOTEL이 기획한 건물 건축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물론 12명까지 공유할 수 있어 초기 투자 비용을 분담할 수 있지만) 투자하는데, 도면만 보고 구매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토지, 건축, 운영 등에 관해 오너가 자신의 의견을 반영시킬 수도 없다.

 

 

둘째, NOT A HOTEL을 공동으로 소유했을 때 오너간 원하는 이용 시기가 겹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그리고 호텔의 운영을 전부 원격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편리해 보이기도 하지만, 최소한 NOT A HOTEL의 숙박 요금이 1인 1박 10만 엔(100만 원) 이상 책정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객이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 서비스 없이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NOT A HOTEL이 내세우는 호텔 테크를 기반으로 본인이 사용하지 않는 동안 호텔로 운영한다는 방식은 다분히 설득력이 있으며,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제 아오시마, 나스를 시작으로 한 이들의 비즈니스 방식이 어떤 식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https://notahotel.com

 

 










8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