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30년 적자 리조트가 1년 만에 살아난 기적, 네스타 리조트 코베

2022.04.29 09:00:00

 

신오사카역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효고현 미키시에는 우거진 숲 속에서 둘러싸인 테마파크가 있다. ‘대자연 속의 모험’을 콘셉트로 한 이 테마파크는 바로 지금 서일본 지역에서 가장 인기있는 리조트, ‘네스타 리조트 코베(Nesta Resort Kobe)’다. 

 

최악의 리조트


네스트 리조트는 지금은 전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지만, 수년 전만해도 손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황폐한 리조트였다. 네스타 리조트 코베를 알기 위해서는 그 전신인 ‘그린 피아미키(グリーンピア三木)’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초 버블 경기에 힘입어 리조트 개발이 한창이던 때, 한국의 국민연금관리공단에 해당하는 일본의 연금복지사업단은 전국에 국민연금가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휴양 시설을 오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린 피아미키도 그중 하나였는데, 이 시설이 다른 시설에 비해 특이했던 것은 야구장 90개에 달하는 광대한 부지에 호텔, 테니스장, 수영장, 그리고 야구장 등을 갖춘 압도적인 규모를 가졌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거대한 시설에 비해 이용객은 초기부터 너무 적었다. 때문에 개업 초기부터 매년 적자를 기록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파산 직전에 놓였다. 언론으로부터는 국민연금 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로 국민의 소중한 연금을 낭비한 최악의 리조트라는 오명을 입고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 


그러다 2016년 오사카 지역을 중심으로 파친코 및 골프장 사업을 운영하는 노부타 그룹이 그린 피아미키를 매수할 의사를 보였고, 연금복지사업단은 그린 피아미키를 이들에게 헐값에 매각했다. 파친코 기업인 노부타 그룹은 그린 피아미키를 인수한 후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네스타 리조트 코베’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하지만 노부타 그룹이 인수한 이후에도 리조트를 재생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자 노부타 그룹은 일본의 재생 전문 마케팅 전략 집단인 주식회사 카타나(刀)의 모리오카 츠요시(森岡毅) 대표에게 네스타 리조트 코베의 재생을 의뢰했다.

 

 

USJ를 살려낸 모리오카 츠요시


모리오카 츠요시는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마케팅 전략가 중의 한명이다. 모리오카는 1996년 P&G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를 역임하며 마케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당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던 USJ로부터 마케팅을 통한 고객 확보의 의뢰를 받고 스카우트 됐다. 당시  USJ는 연간 이용자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고, 경영진은 어떻게 이용객을 증가시킬지 매일같이 회의를 하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 때 USJ에 부임한 모리오카는 USJ의 약점을 찾기 시작했고, 그 약점 가운데 ‘패밀리층의 이용객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모리오카는 경영진에게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USJ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할리우드 영화를 고집한 테마파크’에서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모은 테마파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애기를 들은 USJ의 임원진들은 모리오카의 제안에 반발했다. 그 이유는 영화는 USJ의 존재의 상징이자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임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모리오카는 자신만의 마케팅 수법인 고도의 수학 이론에 근거한 수요예측 분석을 이뤄냈고 USJ는 오사카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특성상 고객층이 도쿄의 디즈니 리조트에 비해 한정적이라는 점, 그리고 영화를 모티브로 할 경우 끌어들일 수 있는 고객층은 리조트 시장의 수요의 10%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설득했다.

 

 

임원들을 설득한 후, 모리오카는 과감하게 ‘할리우드 영화를 고집한 테마파크’에서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를 모은 테마파크’로 브랜드 콘셉트를 바꿨다. 그리고  이러한 브랜드 전략의 대전환은 불과 2년 만에 USJ의 이용자를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USJ에서 성공을 이룬 모리오카는 2017년 회사를 그만 둔 후 ‘마케팅과 엔터테인먼트로 일본을 성장시킨다’는 비전을 내걸고, 소수정예의 마케팅 전략가 집단인 주식회사 카타나(刀)를 창업했다. 그 후 모리오카는 고도의 수학 이론을 기반으로 한 시장구조의 해석 및 수요 예측 모델 개발 및 운용을 통해 기업의 재생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바로 이 타이밍에 노부타 그룹은 모리오카에게 구원의 손을 내밀게 됐다. 

 

 

지형적 특성을 활용한 액티비티로 승부수


노부타 그룹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모리오카는 2018년 봄, 네스타 리조트 코베를 방문했다. 모리오카가 본 것은 야구장 90개 크기의 광대한 부지와 필요 이상으로 호화로운 숙박시설, 테니스 코트 그리고 체육관 등이었다. 이용객은 기업 연수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동반으로 오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지켜 본 모리오카는 네스타 리조트 코베의 전신인 그린 피아미키의 파산 원인을 책임 의식을 가진 경영자의 부재 및 마케팅의 노하우의 부재로 분석했다. 

 


모리오카는 총 공사비 300~400억 엔(3000~4000억 원)을 들여서 만든 대규모의 시설을 버리는 것은 지역사회에 너무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네스타 리조트 코베가 위치한 미키시는 산림으로 둘러싸인 인구 8만 명의 소도시인데, 이 시설이 사라지면 지역 주민의 고용 및 지자체의 세수입에 큰 타격을 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산도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제한적 조건에 부딪히면서 모리오카는 네스타 리조트 코베의 의뢰를 수용해야 할지 말지 고민했지만 그는 이들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는 USJ와는 정반대의 콘셉트로 재생시키는 것을 결정한다. 즉,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자연을 활용한 콘셉트였다. 

 


모리오카는 콘셉트를 실현하기 위한 첫 시도로 리조트의 기복이 심한 대지를 그대로 살려 오프로드 코스를 만들고 버기로 숲 속을 질주하는 ‘와일드버기’라는 액티비티를 선보였다. 모리오카는 운전에 익숙한 어른이라고 하더라도 오프로드를 스스로 운전해 폭주하는 스릴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봤고, 특히 자연 속에서 질주하는 쾌감은 디지털 세계에서 느끼지 못하는 활력을 제공할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오프로드 코스는 포장하지 않고 비오면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그러면 시설 내의 온천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시설 활용면에서도 큰 효과가 있었다. 

 

 

모리오카는 와일드버기의 성공을 통해 자신을 얻었고, 구체적인 전략 마련에 뛰어들었다. 즉, 숙박 서비스 기반의 리조트가 아니라 당일 이용을 주목적으로 한 콘셉트로의 전환이었다. 이것은 숙박시설에 기반을 둔 대부분의 리조트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모리오카는 시설에 투자할 돈이 없고 숙박객은 자신들이 돈을 내고 묵고 싶은 욕구가 없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어, 무리하게 고객을 숙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고객 만족도를 떨어트린다면 오히려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당일 이용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이어서 모리오카는 두 번째 액티비티로 카누와 하베스트를 도입했다. 연못에 카누를 띄워서 봄, 여름, 가을에는 사계절의 녹색 숲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고, 농장에서 수확해 직접 요리를 하는, 예전에는 볼 수 없는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이 외에도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506m 길이의 짚라인 ‘스카이 이글’, 투명한 공안에 들어갈 비탈에서 굴러 떨어지는 ‘캐니언 드롭’과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숲 속에서 즐기는 서바이벌 게임 ‘건 배틀 더 리얼’을 만들었다. 이렇게 리조트에 새롭게 등장한 액티비티들은 아이들과 같이 온 어른들을 더욱더 흥분하도록 했고, 어른들이 더욱더 흥분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30년의 적자를 1년 만에 흑자로


이렇게 기존에 있는 자연을 활용해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를 선보인 후의 결과는 1년도 지나지 않아 이용객 200%, 매출 260% 증가라는 믿기 힘든 수치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30년의 연속 적자에 종지부를 찍고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그렇다면 모리오카가 네스타 리조트 코베의 재생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면 리조트의 콘셉트를 숙박서비스 기반의 리조트에서 당일 이용 서비스 기반으로 전환한 것이다. 투자할 예산이 없는 것을 이유로 핑계 대지 않고, ‘없는 것은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며 숙박시설에 대한 투자를 포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그것은 모리오카는 단순히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리조트의 지리적 특성에 맞는 액티비티를 도입했고, 모든 액티비티에 ‘흥분’이라는 한 가지 콘셉트에 집중했다. 즉, 자연 속에서의 ‘흥분’을 키워드로 삼아, 백화점식으로 액티비티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세계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흥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을 테마로 한 액티비티를 새롭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액티비티는 네스타 리조트 코베의 중요한 특징이 됐다.

 


한때는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기 힘들었던 테마파크가 지금은 주말이면 아이들과 어른들로 북적인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에 주민들도 놀람을 감추지 못한다. 30년 동안 없던 일이 갑자기 1년 사이에 일어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적같은 것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않았다. 바로 모리오카의 수학적 그리고 객관적인 판단에 근거한 마케팅 전략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전복선 칼럼니스트 jbsjbs7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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