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일본 최초, 고층 목조 호텔의 등장, 더 로얄 캔버스 삿포로 오도리 공원

2022.06.21 09:00:21

 

 

필자가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호텔을 고를 때, 대부분 ‘서비스의 내용이나 운영 콘셉트가 얼마나 특별한가’라는 질문이 기준이 된다. 하지만, 이번 호에 소개할 ‘더 로얄 캔버스 삿포로 오도리 공원(ザ ロイヤルパーク キャンバス 札幌大通公園)’은 호텔을 짓는데 사용된 재료가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호텔이다. 사실 이 호텔의 서비스나 운영 콘셉트가 특이할 것은 없지만 건축 형태가 그야말로 일본의 건축 역사를 새롭게 쓴다고 할 정도로 커다란 도전이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지진 대국 일본에서 고층 목조 호텔이 탄생한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왜 목조 고층 건물이 주목받고 있는가?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고층 건축물은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어져 왔다. 그 이유는 건물을 높게 지었을 때 필요한 강도를 갖추고 있는 유일한 재료가 철근과 콘크리트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인류의 오랜 세월동안 건축 자재로 사용돼 왔던 목재는 저층 주택을 비롯한 비교적 소형 건물의 재료로만 사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환경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철근과 콘크리트로 건물을 지을 경우 대량의 이산화탄소(CO2)가 대기 중에 배출된다는 사실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례로 <Nature Sustainability>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생활 수준이 계속 향상되는 가운데, 만약에 앞으로도 사람들이 콘크리트와 철로 건물을 계속 사용한다면 건설과정에서 배출되는 CO2는 2050년에는 연간 6억 톤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철근 및 콘크리트 대신에 목재로 건축물을 세우면 연간 최대 6억 8000만 톤의 CO2를 흡수할 수 있으며, 목조건축을 세우면 세울수록 CO2는 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처럼 목조 건축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는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면서 일본에서도 세계적인 건축가인 쿠마 켄고를 중심으로 건축가들이 나서서 다양한 목조 건축물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목조 건물은 저층의 건축물로만 세워졌고, 10층 이상의 고층 건물을 목조로 짓는 사례는 거의 전무했다. 아무래도 목조로 고층 건물로 짓는 것에 대해서는 법적 규제와 건축 공법상의 어려움 즉 내진성이나 내화성이 약하다는 문제가 목조 고층 건물의 등장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목조 건축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건축 재료인 CLT가 등장했다. 

 


CLT는 목재 판자를 세로와 가로로 교차 시켜서 만들어진 목재로 강도와 내구성이 강한 새로운 건축자재다. 실제로 CLT가 등장하자마자 지진이 거의 없는 유럽 국가에서는 이를 중/고층 건축물에 부분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CLT의 강도는 점점 더 향상됐고, 최근에는 진도 7의 지진과 장시간의 화재 실험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성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도 CLT 목재를 활용한 내진 공법으로 건축할 경우에는 중, 고층의 건축물도 목재로 건설할 수 있도록 법적 규제를 완화했고, 이러한 규제 완화는 일본의 목조 고층 건축물이 등장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일본 최초의 고층 목조 호텔 프로젝트


그렇다면 어떤 경위로 홋카이도의 삿포로에 일본 최초의 고층 목조 호텔이 세워지게 된 것일까? 이 프로젝트를 주관한 미츠비시지소(三菱地所)의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일본 국토의 약 3분의 2가 삼림입니다. 그리고 산림 중에 40%는 인공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인공림의 대부분은 전후에 심어져 지금이 사용하기에 최적의 시기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재를 활용한 건축을 추진하면 일본 국내의 임업의 진흥뿐만이 아니라 숲의 재생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목재를 활용한 건축에 힘을 기울이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첫 프로젝트가 바로 홋카이도 지역의 목재를 활용한 고층 호텔의 건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미츠비시지소의 야심찬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최초의 고층 목조호텔 더 로열 파크 캔버스 삿포로 오도리 공원에 대해서 살펴보자. 더 로열 파크 캔버스 삿포로 오도리 공원은 건물의 내장재와 외장재 그리고 구조에 들어간 재료 모두를 홋카이도산 목재를 이용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내장재로는 삿포로가 오래전에는 타모의 숲이었던 점을 고려해 타모 목재를 사용해서 삿포로시의 풍경을 표현해 냈다. 외장재로는 1897년부터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나무였던 낙엽송을 사용했다. 그리고 구조재로는 홋카이도의 고유종으로 고강도면서 가벼운 토도마츠를 활용했다.

 

 

실제로, 더 로열 파크 캔버스 삿포로 오도리 공원의 건설에 사용된 목재의 비율은 호텔 전체 면적인 1200㎥ 중 약 80%를 차지하고 이 모두는 홋카이도 목재를 활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목재를 사용한 결과 더 로열 파크 캔버스 삿포로 오도리 공원은 약 1383톤의 CO2의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창출해 내는데 성공했다. 

 

홋카이도와 나무의 느낌을 조화시킨 공간


더 로열 파크 캔버스 삿포로 오도리 공원 지하 1층, 지상 11층으로 이뤄져 있다. 호텔 현관을 들어서면 1층에는 로비와 레스토랑 HOKKAIDO CUISINE KAMUY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호텔 로비는 홋카이도산 타모 목재를 사용해 만들어진 나무 계단과 낙엽송으로 만들어진 입구가 잘 어우러져 아늑함을 자아낸다. 또한, 레스토랑인 HOKKAIDO CUISINE KAMUY에서는 홋카이도산 식재료를 이용한 요리를 중심으로 제공하고 있다. 

 


레스토랑을 지나 나무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겸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캔버스 라운지 KOKAGE가 있다. 특히, KOKAGE는 홋카이도산의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들로 인테리어돼 있어서 홋카이도 자연의 정취를 느끼며 리모트 워크를 즐기기 좋다. 


3층부터 11층은 객실 공간이다. 특히 객실은 외장재를 내구성이 높은 서모우드나무를 사용해 세월의 변화에 따라 색깔이 바뀌도록 인테리어했다. 또한 3층에서 6층 까지는 미츠비지지소가 특허를 얻은 MI 데크를 사용해 천정의 내구성을 갖추는데 주력했다. 그리고 9층과 11층 사이는 기둥이 없는 목조층의 구조를 살려 캐빈을 이미지한 디자인으로 나무의 질감과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완성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라, 더 로열 파크 캔버스 삿포로 오도리 공원은 오랜 기간 목조의 단점으로 지적돼 왔던 방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화 보드를 2장 붙인 내화 피복과 프레임 벽 공법으로 방음 효과를 갖추도록 했다. 이외에도 옥상 부분은 철근콘크리트 건물과 달리 목조 건축 나름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에어컨 등의 설비기기를 지하에 둬 옥상 정원을 만들었다. 

 

 

호텔업계 모쿠이쿠(木育)의 파이오니아


더 로열 파크 캔버스 삿포로 오도리 공원은 이처럼 최초의 목조 고층 건물이라는 점에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슈가 될 만하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숙박객들도 잘 모르는 중요한 가치가 내재돼 있다. 그 숨겨진 가치란 바로 최근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모쿠이쿠(木育)’을 구현하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다. 

 


‘모쿠이쿠(木育)’란 아이들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나무와 교류하고, 나무를 통해 배우고 그리고 나무와 같이 살아가는 것을 지향하는 삶의 형태를 구현하는 것을 뜻한다. 즉, 모쿠이쿠는 사람들이 단순히 나무를 좋아하거나, 나무를 생활 속에서 옆에 두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나아가 나무와 함께 살아가면서 목재의 원천인 숲을 소중하게 여기고 가꾸기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 지금 지자체나 각종 사회봉사단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숲을 지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하는 각종 모쿠이쿠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미츠비시지소 역시 더 로열 파크 캔버스 삿포로 오도리 공원을 건설함으로써 숙박객들에게 모쿠이쿠의 체험을 통해 숲에 대한 관심과 소중함을 느끼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런 점을 보면 목재로 새로운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CO2를 줄이는 환경적 가치 구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숲을 보존하고 소중히 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호텔업은 그 특성상 유행에 따라 멀쩡한 시설을 주기적으로최신 시설로 리노베이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비용의 낭비는 물론, 환경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형태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건축부터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번 사례를 통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사진 출처_ www.the-royalpark.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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