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verage Issue] 원소주가 불러일으킨 주류업계 나비효과, 해묵은 전통주의 모호한 개념 재정립이 시작되다

2022.08.24 09:00:00

 

 

원스피리츠 주식회사 농업회사법인의 ‘원소주(Won Soju)’가 2009년에 전통주산업법 제정 이후 꾸준한 지적이 있었던 전통주 개념 및 분류기준 재정립의 물꼬를 텄다. 지난 3월 말에 출시된 원소주는 온라인 판매 시작 26분 만에 6만 병이 판매되면서 주류의 온라인 통신판매에 관심이 쏠렸고, 전통주산업법상 전통주에 해당하는 술만 예외로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다는 사실에 원소주가 전통주인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혼란을 틈타 타 주류업계에서는 주류의 온라인 통신판매를 모든 주류에 대해 전면으로 허용해줄 것을 요구, 전반적인 주류업계에서도 전통주의 개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국세청과 농림축산식품부는 전통주 관련 전문가와 함께 간담회 및 포럼을 개최하는 등 전통주 개념 재정립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 확대로 
심화되고 있는 법률상 전통성과 정서상 전통성의 괴리


2009년에 제정된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통주산업법’과 ‘주세법’에 따르면 전통주는 크게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로 분류된다. △주류부문의 무형문화재가 제조하는 술 △주류부문의 대한민국 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술의 ‘민속주’와 △농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와 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제조장 소재지 관할 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시·군·구 및 그 인접 지역에서 발생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된 술, 즉 ‘지역특산주’의 항목 중 하나에 해당하면 전통주에 포함되는 것이다. 한편 3가지 전통주 요건을 갖추진 못했으나 예로부터 전승돼 오는 원리를 계승 및 발전시켜 진흥이 필요하다고 인정,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정한 술(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 증류식소주, 일반증류주, 리큐르, 기타주류 정책대상의 8개 주종 국내산 술=한국 술)은 ‘전통주 등’으로 불린다.


이러한 개념에 따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주류를 분류해보면 강원도 원주에 양조장을 두고 강원도 원주 농작물 ‘토토미’를 증류해 만든 원소주는 전통주 중 지역특산주에 속한다. 또한 충청남도 예산에서 농업회사법인 예산사과와인이 만드는 과일증류주 ‘추사 白’과 한국와인 ‘추사’도 직접 농장에서 생산한 예산 사과로 빚은 술이라 지역특산주다. 그런데 서울탁주제조협회에서 만드는 막걸리 업계 1위이자 60년 전통의 ‘장수생막걸리’는 원재료에 수입산 쌀이 포함돼 있어 법적으로 전통주로 분류되지 않는다. 반면 같은 막걸리지만 배상면주가에서 만든 ‘느린마을’은 전통주다. 경기도 포천시 양조장에서 포천 지역 쌀로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요의 ‘화요’는 전통 방식으로 쌀을 증류한 술이지만 생산 주체인 광주요가 농업회사법인이 아니라서 전통주가 아니다. 고려시대 명주인 ‘백하주’의 생쌀 발효법을 복원해 만들고 있는 백세주도 대량 생산과 원재료 조달의 안정성을 위해 수입산 재료를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장수생막걸리와 화요, 백세주와 같은 술은 ‘전통주 등’으로 분류된다. 

 

2. “전통주”란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술을 말한다.
가.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주류부문의 국가무형문화재와 시·도 무형문화재의 보유자가 「주세법」 제6조에 따라 면허를 받아 제조한 술(민속주)

 

나.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라 지정된 주류부문의 식품명인이 「주세법」 제6조에 따라 면허를 받아 제조한 술(민속주)

 

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3조에 따른 농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와 「수산업·어촌 발전 기본법」 제3조에 따른 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가 직접 생산하거나 제조장 소재지 관할 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시·군·구 및 인접 특별자치시·시·군·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로서 제8조에 따라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의 제조면허 추천을 받아 「주세법」 제6조에 따라 면허를 받아 제조한 술(지역특산주, 농민주)

 

자료 출처_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이와 같이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과 괴리가 있는 전통주의 개념에 대한 지적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원소주가 전통주 개념 재정립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게 된 이유는 온라인 통신판매에 있다. 코로나19로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량이 늘고, MZ세대를 중심으로 혼술, 홈술 등의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일반주류업계에서 전통주 개념의 모호함과 형평성을 이유로 주류의 온라인 통신판매 전면 허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방안 모색 이뤄져


전통주의 모호한 개념을 중심으로 주류업계에 잡음이 계속되자 국세청과 농림축산식품부는 ‘제3차 전통주 산업발전 기본계획(2023~2027년)’ 준비와 함께 전통주 개념 재정립 및 산업육성 방안에 대해 전통주업계 관계자들과 다방면의 논의에 착수했다.


지난 5월 6일 국세청은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사단법인 한국 전통 민속주 협회 등 전통주 제조업계 관계자를 만나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서는 전통주에 대한 각종 세제, 세정 지원방안부터 전통주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 주류 통신판매 확대 논의가 업계에 미치게 될 영향 등 정책과 실무를 아우르는 폭넓은 주제들이 논의됐다. 당일 간담회에 참석한 국세청 임광현 차장은 “주류의 무역수지 적자가 한 해 무려 1조 2000억 원에 이르렀고 점차 심화되고 있다. 와인, 위스키, 사케 등을 대신할 우리술, 특히 전통주 육성 및 활성화에 노력해야 하며 국세청이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면서 “전통주가 전체 소주, 맥주, 탁주, 수입주류를 포함한 주류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45%밖에 못 미치고 있다. 이에 국세청은 국내 항공사, 호텔,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에도 전통주의 판로를 넓힐 수 있도록 거래선을 주선하고, 품질인증제도 도입을 통해 프리미엄 전통주의 개발을 지원하면서 주요 수출국 시장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다각적인 영세주류 제조자의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함께 전통주 진흥을 위한 주요 현안과 중장기 발전방안 논의에 나섰다. 총 6회에 걸쳐 개최되고 있는 ‘2022 전통주 산업발전 포럼’에서는 1차 주제로 ‘전통주 개념 재정립,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정하고 주제발표와 전문가 토론을 진행했다. 주제발표를 한 경기도농업기술원 이대형 박사는 예로부터 전승돼 오는 주조원리의 ‘전통성’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전통주를 대체할 적절한 단어 모색과 상위의 개념인 ‘한국술’에 대한 정의 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통’이라 불리는 것의 방점을 역사성에 둘지, 대중에 인식에 둘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역사성에 초점을 둘 경우 어느 시점을 역사의 시작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이슈가 있다. 막걸리는 1963년에 입국을 처음으로 허용했고, 포도주는 경북 포항 미츠와 농장에서 1918년 제조가 시작됐다. 또한 제조 방식에 초점을 맞추면 이보다 더 이전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문제가 생겨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의문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 박사는 “가장 이상적으로는 기존에 전통주에 포함돼 있던 지역특산주를 전통주의 개념에서 분리하는 방법이 있다. 새로운 개념의 전통주에는 민속주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지정하는 술만 포함시키는 것이다. 다만 장관이 지정할 수 있는 전통주의 경우 일반 주류에서 편입될 주류를 주종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제품에 따를 것인지, 이외의 방법을 강구할 것인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여기에 전통주와 함께 거론되는 한국술의 개념도 대기업이 대량으로 생산하는 맥주와 희석식 소주를 한국술로 봐야 하는지도 고민이 생긴다. 따라서 수입 원료를 사용하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술을 한국술이라 칭하되, 정책 방향에서는 국산 농산물을 사용할 때 일반 맥주나 희석식 소주에 대한 진흥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통주의 대표성과 혜택의 방향성이 논의의 핵심


전통주 개념의 재정립은 크게는 대중의 주류 소비에 있어 민간의 인식 개선이라는 제1의 목표가 있지만, 주류업계의 시선에서 접근해보면 ‘전통주’라는 대표성과 이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세금 감면, 온라인 통신판매의 허용)의 범위에 이슈가 화두다. 개념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재정립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엔 동일한 의견으로 귀결되고 있지만, 혜택에 대해서는 업계의 관점이 조금씩 다른 상황이다.


막걸리의 경우 전통주인 막걸리도 ‘전통주 등’으로 분류되는 대기업 막걸리도 포함돼 있어 막걸리업계는 대한 전통성을 부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 막걸리는 현재 오프라인 유통의 규모가 어느 정도 확보돼 있고, 막걸리의 특성상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어 지역 기반으로 유통, 온라인 유통이 크게 의미가 없는 만큼 혜택보단 전통성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통주산업법의 취지인 ‘전통주 복원’과 ‘우리 술 세계화’의 목표에 따라 전통적 기법의 방식을 계승 및 발전, 전통주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전통주 개념은 바로 세워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국막걸리협회는 “지역 농가 진흥의 취지로 보면 지역특산주에서 사용하는 국산 쌀의 양보다 규모의 면에서 국순당이나 장수막걸리가 쓰는 국산 쌀의 양이 몇 곱절은 많다. 따라서 지역특산주는 현행대로 혜택을 유지하고 민속주 범위를 넓힌다면 전통주에 대한 오해가 해결되는 것은 물론, 농가 진흥에도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한국와인생산협회 정제민 회장(이하 정 회장)은 전통주의 카테고리에 포함돼 있는 지역특산주가 농민주라는 측면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전통주의 개념에 대한 논란은 전통주에 포함돼 있는 주류의 대부분이 지역특산주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지역특산주가 아닌 전통주, 즉 민속주는 주류부문 식품명인이거나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하는 주류로 그 수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반면 지역특산주는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농민주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지역특산주가 전통주에 포함된 이유는 전통주산업법의 목적 중 하나가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여 농가와 농민을 보호하고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와인생산협회의 경우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술을 빚는다. 때문에 경영은 물론 유통이나 홍보에 어려움이 많은 영세업자들이 대부분이고, 실제로 국세청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류시장에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0.45%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이에 이들이 성장할 동안 보호 및 지원 육성해줄 필요가 있어 국세청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전통주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수입 와인업계에서 국제관계에 있어 한국와인에만 혜택을 주는 것이 공정경쟁에 위반된다고 하지만 프랑스도 자국 와인의 경우 영세율 등 세금 감면의 혜택을 주고 있는터라 크게 문제제기가 되고 있지 않는 것이다. 단순히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늘자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누리려는 목적으로 언론과 여론을 호도하는 식의 접근은 다소 아쉬울 따름”이라고 이야기했다.

 

보호돼야 하는 영세사업자의 온라인 판로


이처럼 전통주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문제가 비단 전통주업계뿐만 아니라 전 주류업계로 퍼진 것은 결국 온라인 통신판매가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통주업계 관계자들은 주류 온라인 판매가 수제맥주 및 수입주류 등 주류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이라는 이유로 이번 원소주의 전통주 논란을 형평성의 이슈로 몰아가는 현실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지역 농산물 혜택을 주기 위한 전통주법이 마치 온라인 판매의 지름길로 여겨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전통민속주협회 최성호 회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전통주 개념과 범위가 개정돼야 하고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마땅히 그렇게 돼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통주 혜택에 대해서는 기존의 영세사업자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유지돼야 한다. 전통주의 개념을 확대하되 중견업체들이 전통주로 편입됐을 때 온라인상의 불필요한 경쟁 조장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아무리 기존 중견업체들이 온라인 통신판매에 대한 욕심이 크게 없다지만 몸집이 큰 일반 주류가 전통주에 포함돼 주류시장 내의 비중이 확대된다면, 다른 주류업계의 온라인 유통 진입 주장에 힘을 싣는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된다. 그렇게 되면 온라인 판로밖에 없던 기존의 소규모 업체들이 전통주의 다양성과 개성을 살리며 열심히 성장시켜왔던 시장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포럼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안 중 하나가 전통주를 기존에 혜택을 받던 농업생산자단체의 전통주 군과 일반기업의 전통주 군으로 나누는 방안이라고.

 

전통주와 지역특산주 특성에 맞는 진흥 방안 요구돼


결국 원소주로 급물살을 탄 전통주 논란은 전통주업계의 관점과 전 주류업계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판단해봐야 할 문제다. 2009년에 전통주산업법을 제정하고, 2017년부터 전통주 온라인 통신판매를 허용한 목적과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지 제대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법적 전통주의 개념과 문화적 전통주의 개념이 더 이상 괴리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 앞으로 전통주의 진흥에도 영향을 미칠 상황을 고려해 올바른 방향성 필요한 때인 것이다.


정 회장은 “전체 주류업계의 온라인 통신판매가 허용되는 것은 비단 주류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간 오프라인 주류 유통 시장의 주도권을 가진 종합주류회사들의 설 자리뿐만 아니라 편의점이나 도소매 소상공인들도 타격이 심할 것”이라며 “게다가 극히 일부의 전통주가 아닌 전체 주류로 접근할 수 있는 상품 수가 많아지면 청소년들이 주류에 노출되기도 쉬워진다.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 시장 확대에 대한 부분으로 바라보면 안 되는 이유”라고 전했다. 


원소주의 활약과 코로나19로 인한 홈술, 혼술 트렌드, 이에 따른 온라인 전통주 시장의 활성화로 그동안 해묵었던 전통주 정의 논란이 해소될 기조가 보이고 있다. 다만 이를 계기로 시장의 혼란이 야기된다면 개정의 노력이 무의미해질 것이다. ‘2022 전통주 산업발전 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와인생산협회 최정욱 총무이사는 “현재 포럼을 통해 전통주에서 지역특산주를 분리하고 전통주의 범위는 확대시키되 혜택은 기존의 취지에 맞게 유지하자는 의견으로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주는 정서적 용어로 풀고 법적인 혜택은 현행대로 한정하자는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고 귀띔하며 “남은 포럼을 통해 내용들이 구체화 되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전통주와 지역특산주의 영역, 그리고 앞으로 각자의 방향성에 맞는 진흥 방향이 모색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많은 상황이지만 업계와의 긴밀한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전통주 시장의 흐름을 변화시킬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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