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Grandes Serres

2022.12.24 08:48:06

✽본 글의 외국어 표기는 기고자의 표기에 따릅니다.

 

필자가 국산 와인 생산을 조언하는 충북 영동군은 감으로도 유명하다. 옛부터 감골이라 불렸으며, 도로 가로수까지 모두 감나무라서 11월이 되면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가도를 걷는 느낌이 정겹다. 감을 따 그대로 익히면 홍시가 되고, 껍질을 깎아 처마에 널어 두면 곶감이 된다. 둘 다 꿀처럼 달콤하니, 겨울을 앞 둔 늦가을에 겨울 간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와인 세계도 마찬가지다. 뜨거운 남도의 태양을 간직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추운 겨울에 몸을 덥힌다. 고향의 감처럼 프랑스 남불의 따스한 와인이 그리운 겨울의 초입에 독자 여러분을 론 와인의 세계로 초대한다. 

 

정겨운 와인들이 주렁주렁 열리는 곳, 프랑스 론 산지


프랑스의 론(Rhone) 강은 알프스의 빙하에서 발원해, 레만(Leman) 호수와 리용(Lyon) 시를 지나, 남으로 흘러내려 비엔느(Vienne), 뚜르농(Tournon), 아비뇽(Avignon), 아를르(Arles) 등 유명한 유적 도시를 거쳐 까마르그(Camargue) 삼각지를 형성하며 지중해로 유입되는 큰 강이다. 수위 조절을 통해 유량이 풍부해, 물류 선박들이 오가는 상용 하천이다. 서력 기원을 전후해 지중해를 통해 이 강의 입구를 발견하고 거슬러 온 로마인들이 님(Nimes), 오랑쥬(Oranges) 등지에 거점 도시를 건설하고 주변에 포도밭을 조성했을 것이다.

 

이때 로마인들에 의해 개발된 곳이 현재 유명한 에르미따주(Hermitage)와 꼬뜨 로띠(Côte Rôtie)였다고 전해진다. 12세기에 오면 부르고뉴와 마찬가지로 론 지방도 수도원을 중심으로 소박하게 와인을 생산하게 되며, 본격적인 와인 산지로의 발전은 14세기 교황청이 아비뇽 시에 건립되면서 부터다. 로마 교황청이 아비뇽으로 옮기게 되는 역사적 사건을 계기로 론 지방의 와인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됐다. 갑자기 유럽의 종교와 정치 활동 중심지가 되면서, 와인의 소비가 증가했고, 늘어나는 수요에 맞추어 주변 구릉지대에 포도밭이 대규모로 조성됐다. 론 산지는 리용에서 남부 프로방스(Provence)에 이르며, 포도밭들이 론 강을 중심으로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크게 북부 론과 남부 론으로 나누는데, 이는 위치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지리적 특색, 기후 그리고 재배 품종의 차이 때문이다. 론 지방은 필록세라가 휩쓸고 간 포도밭을 재건하며 지역 와인을 보호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처음 원산지 명칭(AOC) 규정을 받아들인 와인 생산 지역이다. 특히 남부 론 지역은 수십 종의 지중해 원산 포도로부터 생산되며, 일조량이 풍부한 남불 지역에서 포도가 익어가기에, 감미롭고 향긋한 뉘앙스를 가진 ‘따뜻한’ 성향의 와인들이 만들어진다. 이 달에는 필자가 겨울에 즐겨 마시는 남부 론의 대표 와인들을 소개해 본다.   

 

지중해 론 와인 명가, Grandes Serres와 Picard Family


론 지방의 네고시앙 명가 그랑드 세르는 1977년 까미으 세르(Camille Serres)에 의해 설립됐다. 당시 그는 최고급 테루아를 찾아 샤또뇌프 뒤 빠쁘에 포도밭을 마련했으며, 애착을 가지며 도멘느 와인을 생산해 왔다. 그 후 30여 년간 조용히 커온 작은 농장의 본격적인 발전과 명성은 2001년에 회사를 인수한 부르고뉴의 삐꺄르 패밀리(Picard Familly)의 열정과 노하우 덕분이다. 삐꺄르 패밀리의 설립자 루이 펠릭스 삐꺄르(Louis-Félix Picard)는 아내와 함께 1951년 부르고뉴 지방의 심장부, 샤니(Chagny)에서 와인 생산 및 유통 회사를 설립했다. 작은 규모의 포도밭을 경작하며, 본(Beaunes)과 샤싼느 몽하셰(Chassagnes-Montrachet) 마을을 잇는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58년 그들의 아들 미셸(Michel)이 합류하며 사업을 확장하게 되는데, 샤니 마을의 식당과 개인 고객에게 와인을 배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보급망을 점차 넓혀, 프랑스 내 타 지역은 물론 해외까지 확장해갔다. 이후 1968년 미셸의 아내 릴리안느(Liliane)도 합류하며 가족 경영의 근간을 더욱 강화했다. 2대 경영주 미셸 내외는 1980년대 중반부터, 떼루아에 기반을 둔 와인 생산을 위해 주요 지역의 와인 농장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1986년 꼬뜨 샬로네즈 남부 몽타니(Montagny)에 위치한 샤또 드 다브네(Chateau de Davenay) 인수를 시작으로, 1991년에는 메르뀌레(Mercurey)에 위치한 도멘느 보아릭(Domaine Voarick), 1993년 휘이(Rully)의 샹 뻬르드릭스(Champs-Perdrix)를, 1997년에는 메르뀌레의 르베르 바로(Levert-Barault)를 인수했다. 또한 1998년 샤또 샤싼느 몽하셰(Chateau Chassagne-Montrachet)를 인수해,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삼고 부르고뉴 지방 내에 위치한 약 140ha의 포도밭과 양조장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부르고뉴를 넘어 프랑스 내 다른 지방으로까지 진출했으니, 1994년에는 루아르 지방의  상세르(Sancerre) 초입에 위치한 메종 푸셰(Maison Foucher)를 인수했으며, 2001년에는 남부 론의 샤또뇌프 뒤 빠쁘에 위치한 레 그랑드 세르(Les Grandes Serres)를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회사는 1990년대부터 여러 곳의 증류소(Distillerie)를 인수하기 시작해 증류주 생산 라인(Terroirs Distillers)까지 갖춰, 종합 주류 생산 회사로 발돋음했다. 1997년부터는 미셸의 자녀인 가브리엘(Gabriel)과 프랑신(Francine)이 순차적으로 합류하며, 3대 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펩시콜라와 나이키 등 국제적 그룹에서 능력을 쌓은 뒤 함께한 가브리엘은 1997년부터 약 10여년간 유럽 수출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했으며 이후 총책임자로 취임했다.

 

여동생 프랑신은 2004년부터 부르고뉴에 있는 14ha의 포도밭의 운영을 담당하며 전체 포도밭을 유기 농법과 비오디나미 농법을 도입해 관리하고 있다. 회사의 각 도멘느 농장들은 그들 본연의 개성을 유지하며 개별적으로 운영되며, 지역 테루아와 문화적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피카르 패밀리는 약 600여 명의 근로자들이 속해있는 대형 그룹으로 성장했으며, 2022년에 ‘Vignobles & Vins Picard’로 회사 이름을 바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따뜻하고 푸근한 테루아 와인, ‘Grandes Serres’


현재 삐꺄르 모 회사의 관리 총 책임을 맡고 있는 경영자는 사무엘 몽제르몽(Samuel Montgermont)이다.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지방 출신으로 젊었을 때 록 음악에 심취하기도 했건 법학도 출신의 사무엘은 와인에 빠져 양조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2011년 회사의 성장 동력을 재동하기 위한 삐꺄르 패밀리 오너 부자의 강한 의지 속에 품질 향상을 위한 전권을 위임받고 경영 총 책임자로 취임한 사무엘은 마케팅 전략이나 와인 스타일, 원산지 명칭 선정, 양조 등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 속에서 그랑드 세르 와인을 리모델링 했다. 이전까지는 샤또뇌프 뒤 빠쁘에 치중했다면, 최근에는 남부 론 지역의 다양한 크뤼 와인들로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전략을 구상한다.

 

지공다스(Gigondas AOC), 바께라스(Vacqueyras AOC) 그리고 무엇보다 꼬뜨 뒤 론 빌라주(Côtes-du-Rhône-Villages AOC) 와인들을 재해석하고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작업에 심혈을 쏟고 있다. 특히 께란느(Cairanne AOC) 같은 마을에서는 현지 생산 조합의 포도를 구매하고 현지에서 양조하기 위한 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그의 양조 철학은 비개입주의(Non-interventionist  winemaking)다. 기계 수확을 배제하고, 화학 물질의 사용을 최소화하며, 기계식 여과를 없애는 등 양조가의 개입을 최소화해 최대한 자연적이고 순수한 와인 생산에 주력한다. 이러한 사무엘의 철학은 그가 선임한 그랑드 세르 농장의 와인메이커인 로맹 르후아(Romain Leroy)의 양조 방향과 일맥상통한다.

 

필자는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랑드 세르 와인의 생산 철학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됐다. “좋은 와인은 포도밭에서 만들어집니다. 풍요로운 토양에서 자란 건강한 포도나무, 다양한 생태 생물군이 살아 있는 건강한 포도밭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하늘의 은혜를 입고 잘 자란 포도를 제 때에 수확하는 것은 우리들 몫입니다. 너무 일찍 수확하면 풋내 나는 와인이 될 것이고, 너무 늦으면 농익어 생기를 잃은 와인이 되죠. 그랑드 세르 와인은 신선하고도 풍요롭고, 가볍고 순수하며 우아한 타닌이 있는 와인입니다. 양조할 때 어떤 화학 물질도 사용하지 않으며, 포도로 하여금 지중해의 공기와 태양을 그대로 표현하게 내버려두죠. 그렇게 하면 일상의 음식들과 편하게 어울리는 자연스런 와인이 나옵답니다.” 그렇다. 필자가 시음한 그랑드 세르의 와인들은 홍시처럼 부드럽고 곶감처럼 자연스런 와인들이었다. 

 

꼬뜨 뒤 론, 뽀르뜨 뒤 까스텔라스 Côtes-du-Rhône, ‘Les Portes du Castelas’ 

 

 

Côtes-du-Rhône AOC 와인은 프랑스 AOC급 와인 중에서는 가장 가성비가 뛰어난 와인으로 정평이 있다. 리용시에서 아를르시까지 총 171개 마을의 3만여 ha 이상의 광대한 포도밭에서 생산되며, 레드, 화이트, 로제 모두 만들어진다. 오랜 지중해 전통의 21개 품종들로부터 나오며, 매우 다채롭고 풍요롭고 개성이 있으면서도, 푸근한 스타일의 와인이다. 그래서 다양한 음식들과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수더분함이 큰 장점이다. 그랑드 세르의 꼬뜨 뒤 론 와인은 ‘Les Portes du Castelas’라는 뀌베 이름을 달고 있는데, ‘성의 문’이라는 뜻이다. 성문은 성에 들어가는 입구이니, 옛 교황의 성이 있었던 샤또뇌프 뒤 빠쁘의 ‘주변 밭’에서 생산된 ‘입문급’ 와인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석해 본다. 필자가 시음한 2016년 빈티지 레드 와인은 그르나슈, 시라, 꺄리냥, 생쏘 등 4개 품종을 블렌딩했으니, 가장 토착적이고 가장 모범적인 블렌딩이다. 3주간의 중장기 침용을 거쳐, 안정감과 섬세함을 겸비한 멋진 론 와인으로 탄생했다.

 

6년의 병입 숙성이 지난 이 와인은, 적벽돌빛 뉘앙스를 가진 암적색 레드 색상이 부드럽게 느껴지며, 블랙 베리와 제비꽃, 볏짚단, 말린 꽃 등 황야의 드라이한 공기가 체감되는 여유있는 부께를 풍긴다. 잘 익은 포도의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드라이 미감에 적절한 산미가 균형을 이루며, 14%vol의 알코올이 안정감을 주는 미감이다. 벨벳 타닌감에 미디엄 보디로서, 그랑드 세르가 추구하는 가벼운 무게감의 전형을 보여 준다. 빨간 리본과 성을 상징하는 문장이 문화적 고급스러움을 주는 레이블을 감상하며 한 잔 마시는 기분이 좋은 와인이다. Price 4만 원대

 

지공다스, 꽁브 데 마썅 Gigondas, ‘La Combe des Marchands’

 

 

지공다스 와인 산지는 사람 치아 모양으로 하얗게 삐쭉삐쭉 솟아 있는 멋진 당텔 드 몽미라이(Dentelles de Montmirail) 산의 산자락에 펼쳐진 훌륭한 테루아다.  석회 점토질 토양에 깨진 석회석 조각돌이 많은 토질로서, 다소 토속적이며 강한 뉘앙스의 레드 와인을 만든다. 남부 론 와인의 대장 격인 샤또뇌프 뒤 빠쁘(C-d-P)와 거의 동일한 품종 비율로 만들어지기에 ‘Little C-d-P’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랑드 세르의 지공다스는 ‘La Combe des Marchands’라는 뀌베 이름을 가지는데, 프랑스어 ‘Combe’는 주변 여러 골짜기가 한 곳으로 모이는 지점을 의미하는 지형 명칭으로서, 여기서는 지공다스 마을이 주변 산간 지대에서 생산된 와인들이 집결되는 상업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데 착안해 지어진 이름인 듯하다.

 

품종은 그르나슈 70%, 시라 20%, 무르베드르 10%를 블렌딩해, 정온 효과가 뛰어난 콘크리트 탱크에서 자연 효모와 함께 발효시켰다. 3주간의 긴 침용 과정을 거쳐 완성된 와인은 80%는 콘크리트 탱크에서, 나머지 20%는 중고 오크 배럴에서 18개월 간 숙성한다. 필자가 시음한 2019년 빈티지 와인은 짙은 흑적색에 보랏빛 톤이 선명한 아름다운 색상으로서, 산딸기, 레드 체리, 블루베리 등 검붉은 베리향과 함께 특히 후추와 정향 등 향신료향이 매우 풍부하고, 로즈마리, 라벤더, 제비꽃, 곶감내음 등이 간간히 복합미를 돋우는 특성을 지닌 와인이다. 살집이 씹히는 듯한 부드러운 타닌과 진한 농축미가 14.5%vol의 힘찬 알코올 보디감과 조화를 이뤄 근사한 식감을 준다. 이 우아한 와인에 <Wine Advocator> 평가지는 91~93점의 점수를 줬다. 약간의 노린내가 정통성을 주는 양갈비 집에서 로즈마리 허브와 함께 구어낸 갈빗대를 뜯으며 마시는 지공다스 와인은 필자를 지중해 산골로 인도했다. Price 11만 원대

 

따벨, 라 로즈 데메 Tavel, ‘La Rose d'Aimée’

 

 

프랑스가 자랑하는 3대 로제 와인은 루아르의 로제 당주, 프로방스 로제 그리고 남부 론의 따벨 로제다. 이 중에서 가장 품질이 좋고 유명한 것이 따벨의 로제다. 옛부터 프랑스 왕들이 특별히 애호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는데, 프랑수와 1세, 필립 4세 등이 이 와인을 즐겼다고 해서 ‘왕들의 로제’라는 별칭이 있다. 병 윗부분에 왕관과 방패 문장, 그리고 앞글자 ‘T’가 양각돼어 있어 위용을 더한다. 그랑드 세르의 따벨 로제는 색상이 진한 무르베드르 품종 10%, 향이 좋은 시라 품종 20% 그리고 알코올의 힘과 단내음을 주는 그르나슈 품종 70%를 블렌딩해, 양조 과정에서 껍질과 24시간 정도로 짧게 침용시킨 후, 바로 분리시켜 주스만으로 발효를 이어간다. 발효 및 숙성 모두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이뤄지며,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일찍 병입했다. 


필자가 시음한 2020년 빈티지 로제 와인은 맑고 연한 석류씨 색상이 투명하게 아름다운 멋진 자태를 보이며, 로제 와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예쁜 색깔을 한껏 자랑하고 있다. 산딸기와 크랜베리, 레드 체리 등 상쾌한 붉은 색 베리류 향과 연한 후추와 광물질 미네랄 풍미가 따벨 만의 고유한 색깔을 심어주며, 14%vol의 알코올이 주는 강한 힘과 구조감이 잡혀서 그야말로 ‘왕들의 로제’라는 별칭에 걸맞는 응축미를 보여 준다. <Wine Advocator> 평가지 93점에 빛나는 이 로제 와인은 뷔페 식당의 다양한 음식들이나 아시안, 멕시코 등 3세계 음식들과 함께 즐기기에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뀌베명 ‘La Rose d'Aimée’처럼 사랑하는 연인들의 식탁에 늘 함께할 사랑스런 로제다. Price 6만 원대

 

샤또뇌프 뒤 빠쁘, 꾸르 데 빠쁘 Châteauneuf-du-Pape, ‘La Cour des Papes’

 

 

중세 가톨릭 교회에 얽힌 이야기로 유명한 샤또뇌프 뒤 빠쁘 와인이다. 앞서 로제 와인 설명에서 등장한 12~13세기 프랑스 왕 필립 4세가 교황권과의 힘겨루기에서 승리해 프랑스인 교황이 선출됐고, 이탈리아 로마가 아닌 프랑스 아비뇽에 교황청이 건립되면서, 약 80여 년간 유럽 종교 정치의 중심지가 된 남부 론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는 와인이다. 아비뇽 시 북쪽 근교에 위치한 이 마을은 특이하게도 엄청나게 큰 돌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어, 포도의 완벽한 성숙을 도와주며, 동시에 다채로운 품종들이 섞인 포도밭을 그대로 수확하면서 자연스러운 블렌딩이 이뤄지게 된다. 그랑드 세르의 C-d-P는 40년 이상 수령의 그르나슈 70%, 시라 20%, 무르베드르 10%가 블렌딩됐으며, 발효 후 70%는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에서, 나머지 30%는 중고 오크 배럴에서 18~24개월 숙성된다. 


필자가 시음한 2016년 빈티지 레드 와인은 짙은 루비색에 보랏빛 톤과 벽돌빛 뉘앙스가 교차된 미묘한 색상을 보이며 맑고 순수하다. 딸기잼, 검은 체리, 사탕의 감미로운 향이 행복감을 주는 첫 인상 저변에는 바닐라, 토스트, 감초, 아니스, 볏짚단, 블랙베리 향이 연결되며, 식사의 말미에는 버섯과 숲의 부엽토 흙내음이 기분 좋은 복합미를 연출한다. 입에서는 드라이하지만 달큰한 사탕 내음과 신선한 산미가 입안에 한껏 침을 고이게 하며, 무려 15.5%vol의 알코올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뜨겁거나 받치지 않고 풍만한 볼륨감과 매끈한 보디감으로 입안 점막을 채워주는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미디엄으로 잘 구워진 T본 스테이크의 안심 부분과 등심 부분을 즐기며 함께 마시니, 교황님 부럽지 않았다. Price 14만 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