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ng Story] 용인시 막걸리의 맛과 멋

2024.06.26 08:36:47

✽본 지면은 한국음식평론가협회와 함께합니다.


용인특례시는 대한민국 경기도 동남부에 있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의 경기도에서 2번째로 큰 도시다. 동쪽으로 이천시, 서쪽으로 수원시·의왕시·화성시, 남쪽으로 평택시·안성시, 북쪽은 성남시·광주시와 접하며, 3개의 행정구역으로 처인구, 기흥구, 수지구가 있다. 필자도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약 20년간 수지구에 살고 있는 용인 시민이다.


대분분의 사람들은 유명한 에버랜드, 캐리비안 베이, 호암미술관, 한국민속촌 등 관광레저 도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GC녹십자 등 산업도시로 아는 경우가 많지만, 그 속에는 역사에 따라 같이 성장한 특산물과 전통주가 많다.


용인을 대표하는 특산물인 백옥쌀은 팔당 상수원의 깨끗한 물과 기름진 땅에서 생산돼 GAP 인증과 경기도 지사 인증을 획득한 고품질 쌀이며, 주요 특산물로 백암면에는 백암순대·백옥쌀·장류·장아찌·백암 막걸리 등이 있다. 남사면에는 순지오이, 이동읍에는 백송상, 모현읍에는 크리스탈 퀸, 원삼면에는 흑마늘과 배, 처인구 고림동에는 양계가 있으며, 용인 전역에서 용인 벌꿀이 생산되고 있다. 


필자는 아이가 어렸을 적에 자연을 벗삼아 전통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한국민속촌에 자주 방문하곤 했다. 가족들과 함께 과거 선조들의 삶과 생활문화를 경험하고 잠시 쉬기 위해 장터에서 국밥, 파전과 동동주 한잔은 과거로 돌아가는 마법같은 기분이었다, 우리의 오랜 술 맛인 동동주 한잔을 마시면서 ‘우리나라 전통주는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한국민속촌 양조장에서 1974년 개장 이후 전통방식 그대로 국내산 찹쌀로 빚어내는 동동주, 우리 멥쌀로 빚어내는 막걸리를 빚기 시작했으며, 경기도 무형문화재 부의주(浮蟻酒·동동주의 한문 표현) 기능보유자 권오수 씨 밑에서 술을 배운 분이 시작해 현재는 농업회사법인 한민(주)의 한국민속촌 찹쌀 동동주가 상품화돼 유통되고 있다. 
내가 사는 용인시에는 어떤 막걸리와 전통주가 있고 어떠한 맛과 향을 간직하고 있을까?

 

용인시 막걸리의 맛 


지금부터 100년 전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초상이나 잔치, 명절날 등에 필요한 술은 그때그때 직접 빚어 사용했다. 또 사람이 많이 다니는 동네 어귀 주막에서는 음식과 함께 막걸리를 담가 지나가는 여행객들의 지친 몸에 활력을 넣어주곤 했다. 그러나 1907년 일제에 의해 술에 주세를 부과하고, 1920년대 와서 각 지역마다 주류 제조업자를 지정해 관리하다 보니 수많은 전통주는 사라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양조장 주인은 정미소 주인과 함께 그 지역 부자의 대명사로 인식될 정도로 권세는 대단했다. 


용인 지역에서 대규모로 막걸리를 담그는 양조장은 모두 1920년대 이후 생겨났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용인에는 면 단위에 거의 하나씩 양조장이 있었지만 나중에 5개의 양조장으로 통폐합됐다. 김량장의 해동양조장과 둔전·포곡·모현의 용인합동양조장, 신갈·수지의 신갈합동양조장, 원삼양조장, 백암양조장 등 5개의 양조장이 그것이다. 현재까지 같은 장소에서 막걸리를 양조하고 있는 곳은 백암양조장 뿐이다. 지역에서 운영하는 양조장에서 나오는 그 술맛은 다 각기 다른 재료와 방식으로 정서와 문화가 다르다. 술이 뭐 거창하냐고 물으신다면야 할말 없지만 술에는 술을 다루는 사장님의 인생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도 정말 착한 술! 또 다른 문화를 알 수 있는 재미이다.

 

 

·생막걸리 - 공세동에 위치한 신갈수지 양조장


팽화미를 사용해 걸죽한 손맛이 느껴지는 정겨운 술맛을 가지고 있고 부드러운 맛을 시작으로 새콤한 맛으로 숙성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매력적인 술이다. 직접 방문해 1병(0.75 L)부터 아직도 말통으로 구입가능한 양조장이다. 돼지고기 수육, 미나리 회무침 등이 잘 어울린다.

 

 

·원삼막걸리 - 처인구에 위치한 원삼양조장 


100년이 넘은 양조장에서 만든 용인의 대표 생막걸리!
원삼 막걸리의 주인장은 6대를 거슬러 내려온 차현우 대표다.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그동안 대를 잇거나 주인을 바꿔 가면서도 전통의 맛을 꾸준히 이어오면서 작년 가을, 양조장을 인수해 ‘공빙우리술주식회사’라는 현판을 하나 더 달았다. 단일 양조장으로 용인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밀가루 막걸리를 만들고 있는 원삼 막걸리는 원재료가 밀가루인 순수한 밀주로 쌀이 부족했던 지난 시절 텁텁한 막걸리에 익숙했던 농부와 노년층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술이다. 대부분의 양조장이 흐르는 세월 속에 바뀐 소비자들의 입맛을 따라잡기 위해 쌀을 주재료로 배합했으나 원삼 막걸리는 고유 제조방식을 유지하면서 밀가루 막걸리의 오랜 입맛에 길들여진 주민들이 마니아층을 이루고 있다.

 

 


더운 여름날에 땀 흘리고 시원하게 마시는 막걸리는 시원하게 담은 열무김치와 슥슥 비벼먹는 열무비빔밥과도 잘 어울린다.

 

·백암막걸리 - 처인구 백암면 백암리에 위치한 백암양조장


백암양조장은 1903년부터 시작돼 김영기 대표가 집안의 가업으로 1950년대 말까지 운영하다가 광주로 양조장을 옮기면서 1959년 김명환 대표가 이 양조장을 인수하게 됐다. 김명환 대표는 백암양조장 인수 전에도 옥천군에서 충일양조장과 음성군 감곡에서 삼성양조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후 김명환 대표의 아들인 김기홍 대표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양조장 운영을 가업으로 이어받아 운영하다가 2006년부터는 성남합동양조장이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성남합동양조장은 성남의 양조장들을 통합해서 성남과 분당 지역의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던 곳인데, 백암양조장을 인수하게 되면서 양조 시설을 백암양조장 근처로 이전했다. 


백암 막걸리는 밀가루와 쌀을 70:30의 비율로 함께 섞어 제조하는 것이 특징이며, ‘백옥쌀로빚은 생막걸리’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용인시 백암지역을 대표하는 백암 순대국과 백암 막걸리는 환상 궁합이지 않을까 싶다.

 

·처인성 생막걸리- 처인성주조 


처인성 막걸리는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 있는 토성인 처인성 지역에서 제조되는 술이다. 찌지 않은 생쌀을 발효해 살아있는 영양분을 최대한 살린 것이 특징으로 파네졸이나 스쿠알렌 등 항암성분이 살아있는 술이다. 지하 200m 천연암반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청량하고 깔끔한 뒷맛을 자랑하며 향긋한 쌀 향과 함께 막걸리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지난 2014년 출시한 처인성 막걸리는 출시 1년 반 만에 지역에서 알아주는 막걸리로 부상했다


비오는 날에 청량한 처인성 막걸리와 김치 부침개는 진리다.

 

용인시 전통주의 맛


전통주는 법적으로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및 주세법 등에 따라 주류부문의 무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면허를 받아 제조하거나, 대한민국식품명인이 면허를 받아 제조한 술이거나 그 지역의 농수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로서 지역특산주로 제조면허를 받아야 전통주로 인정받는다. 


전통주에서는 그 지역의 풍토, 문화와 생활을 엿볼 수 있으며 한국 음식과 어울리는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용인시에도 여러 개의 전통주 양조장이 있다.

 

 

·술취한 원숭이- ㈜술샘


술취한 원숭이는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술샘 양조장에서 제조되는 술이다. ㈜술샘은 ‘전통주는 고루하다’라는 선입견에 맞서 세련되고 힙한 패키징을 통해 현대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전통과 현대를 잇는 술도가로 주목 받고 있다.


경기도 특산물로 술을 빚는 전통주 양조장이며. 전통주 제조에 필요한 누룩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이화곡 등의 누룩도 생산 중이다. 약주인 “감사”, 증류식 소주 “미르”, 생탁주 “술취한 원숭이” 등 다양한 술의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술취한 원숭이는 경기도 농업기술원에서 기술 이전한 홍국발효주 제조기술을 상용화한 전통주로서, 새콤달콤한 맛으로 견과류나 크래커, 케이크, 한과, 약과 등의 디저트 종류와 어울리는 맛이다. 

 

·동림청주 -동림주조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동림주조에서 제조되는 청주다.  
정미소를 직접 운영하는 양조장에서 갓 도정한 용인쌀로 빚어 술맛의 깊이와 풍미를 더한 삼양주와 쌀을 20번 도정해 만드는 청주를 제조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청주 전용 효모를 지원받아 365일 저온 발효 숙성으로 삼영주 기법을 거쳐 빚어지는 술이다. 

 

 

단맛이 있는 술이므로 맛을 해치지 않는 한우 육회 같은 가벼운 안주와 페어링하면 좋다.

 

 

·청혼 시리즈 - 제이앤제이브루어리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위치한 제이앤제이 브루어리(대표 배경미)에는 사람과 사랑, 자연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있다.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이주휘 씨가 설립 3년 만에 용인시에서 각광받는 전통주로 자리매김했고, 지역생산 농산물과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며, 현대적인 양조기술을 이용해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우리 술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청혼 시리즈 4종 화이트(탁주), 블루(약주), 골드(과하주), 레드25(증류소주)를 출시했고, 탁주는 화이트인데 진한 울림이 있는 맛이라 어울리는 음식은 술을 침범하지 않는 맛을 가진 육전이나 삼색나물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묘주, 랑주 - 정수와인


정수와인은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와인 양조장이다. 
봉도월포도원에서 최고농업기술명인이 생산하는 포도를 가지고 풍부한 향과 섬세한 맛을 보여주는 백포도주인 랑주, 고도수 브랜디인 묘주를 제조한다. 
부드럽고 세련된 맛을 자랑하는 샤인 머스켓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으로 우리나라 포도농장에서 수확한 포도를 활용한 찐. 국내산 포도주다. 묘주는 7년, 량주는 1년의 숙성과정을 거쳐 시간과 정성으로 빚어낸 술이다.  

 

오늘 저녁은 지역의 토양과 정서가 녹아져 있는 우리나라 막걸리와 전통주, 그리고 어린시절 추억의 음식을 맛보는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멀리서나마 필자와 함꼐 한잔 술에 인생의 즐거움을 얘기해 보는 밤이 되길 바란다.

 

석잔 술이면 큰 도를 깨달을 수 있고
한말 술이면 자연과 하나 되니
술 마시는 즐거움을 홀로 지닐 뿐
깨어있는 자에게는 전하지 말게

 

三杯通大道, 一斗合自然. / 但得酒中趣, 勿爲醒者傳.


 - 이백, 월하독작 2(달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추은정

한식미각연구소장, KICC 대회심사위원, 한국음식평론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