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수의 세계음식여행] 태국 방콕의 음식문화

2024.08.30 08:47:21

 
태국 방콕의 음식문화인도차이나 반도에는 필자가 살고 있는 베트남과 함께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의 나라가 인접해 있으며 중국과는 북쪽으로 국경을 접하고 있다. 남쪽의 말레이 반도까지 포함하면 말레이시아와 그 말레이 반도 끝 바다 사이로 싱가포르, 그리고 말레이 반도 건너편의 인도네시아와 근접해 있다.


베트남 하노이의 거주하면서 베트남 음식이 어떻게 주변국가들의 음식문화와 교류됐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차근차근 주변국들을 둘러보고자 한다. 그 여정의 시작은 바로 태국의 수도 방콕이다. 

 

 

태국의 수도, 방콕


태국의 수도이자 태국에서 가장 큰 도시인 방콕은 1782년 라마 1세가 이곳에 세운 이래 쭉 태국의 수도였다. 방콕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약 3000여 년간 독립을 지속해 온 독립왕국으로 태국의 문화유적과 풍물 등 각종 관광자원이 많으며 동서양을 잇는 아시아의 관문이다.

 

 

태국의 음식 문화


태국의 음식문화는 주변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다양성의 조화’를 선뵈고 있는데 다양한 재료, 향신료, 외국요리 등을 활용해 하나의 요리로 선뵈는 것이 특징이다.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태국요리 중에는 특히 중국 요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태국의 튀김, 볶음과 같은 요리 기술뿐만 아니라 국수(또는 Kuay Tiew)와 강철 웍 등이 중국에서 전해졌다고 한다. 

 

 

또 다른 대표적인 중국의 영향은 젓가락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태국 음식은 대부분 한 입 크기의 먹기 좋아 나이프가 필요 없고 젓가락과 함께 포크와 스푼이 함께 제공된다.
이곳 역시 쌀 문화권으로 주로 쌀밥 위에 단백질과 채소를 얹어 같이 먹으며 각각의 음식을 따로 즐긴다. 아침, 점심, 저녁 메뉴의 뚜렷한 차이가 없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태국식 오믈렛과 쌀밥(Khao Kai Jeow)을 갈은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함께 먹는 음식이 가장 흔한 아침 식사 중 하나며 태국 쌀 스프(Khao Tom) 역시 흔하게 먹는 아침 식사인데 고기, 허브, 채소, 계란과 함께 제공되는 쌀은 우리의 죽과 비슷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아침 메뉴들이 있는데 서민들은 BTS나 MRT역 근처의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을 테이크아웃해서 많이들 먹는다. 이는 더운 날씨에 집에서 요리를 하기 매우 힘들고 길거리 음식의 가격이 합리적이기 때문인 듯하다.


태국음식을 처음 접하는 한국 어르신들은 태국 음식이 가지고 있는 오묘한 신맛, 단맛, 짠맛, 쓴맛, 매운맛의 조화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고수 등의 향신료가 듬뿍 들어간 요리는 매우 익숙해지기 쉽지 않다.

 


필자 또한 요리를 처음 시작할 즈음 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의 충격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여행 내내 태국 음식을 즐기지 못한 것은 당연하고 뒷골목에서 풍기는 로컬 향에 속이 불편함을 느낄 정도여서 호텔에서 주는 빵으로 허기를 달랜 기억이 선명하다.  


태국 요리에서 가장 낯선 맛은 시큼함일 것이다. 이 시큼함은 주로 라임 주스나 레몬그라스, 타마린드 등에서 온다. 전 세계에서 가장 더운 도시로 손꼽히는 방콕에서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면서 다니다 보면 저절로 입맛이 없어지는데 이 시큼함은 식욕을 더해주므로 조금은 이해가 되는 맛이다.

 


다음은 짠맛으로 최근 필자가 근무하는 인터콘티넨탈 랜드마크 72 하노이 62층에 위치한 3 스푼 식당에서 태국 음식 프로모션을 방콕 Kimpton Maa Lai 셰프를 초대해 진행했는데 전체적으로 짠맛과 매운맛이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태국 요리의 짠맛은 소금이 아니고 간장과 생선 소스에서 나오며 이는 베트남 음식과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단맛은 야자 설탕, 코코넛 설탕, 흑설탕으로 맛을 내며 단맛은 태국 요리의 핵심이라고 한다. 매운맛은 고추, 갈랑갈, 생강, 후추에서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스프, 카레, 고기 및 해산물 볶음에 많이 사용한다. 쓴맛은 다양한 식물의 생잎이나 쓴 멜론에서 나오는데 이 5가지 맛 이외에 많은 태국 음식의 스프나 카레에 코코넛 크림을 이용해 부드럽고 크리미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방콕 음식 문화의 특징


태국 역시 지역별로 개성을 가지고 있는데 중부, 남부, 북부 그리고 Issan(북동부) 이렇게 4개 지역으로 나뉜다. 각 지역의 재료, 현지 관습, 문화, 기후 및 주변 국가의 영향으로 태국 음식은 각 지역별로 개성을 띠고 있다.


우선 방콕이 위치한 중부지역부터 살펴보면 중부지역의 전통요리는 짠맛, 신맛, 단맛, 매운맛의 조화가 잘 이뤄져있으며 중앙에 위치하다 보니 북쪽과 남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태국의 젖줄인 차오프라야 강을 따라 형성된 세계 최대의 곡창지대 덕분에 북부지역과는 다르게 맵쌀을 주로 먹고, 코코넛 밀크, 고추, 박하를 이용한 걸쭉한 음식과 중국식 음식이 다수 존재하며 칠리, 고수, 라임, 남플라(생선간장)를 많이 사용한다.


대표적인 요리로는 Hor Mok Pla(생선 카레 커스타드), Pad Kra Pao(바질볶음), Tom Kha Gai(코코넛 치킨 스프), Yhong Yod(황금계란 노른자) 등이 있으며 돼지고기 바질 볶음에 태국 쌀밥, 튀긴 계란은 필자의 최애 태국 음식이다.

 

 

팟 타이(Pad Thai)


태국 음식은 정말 다양해서 처음 태국 식당에서 메뉴판을 받게 되면 결정장애가 오기 마련이다. 그래도 누구나 인정하는 태국 대표 음식은 음식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팟 타이일 것이다.


쌀국수에 타마린드로 만든 소스와 달걀, 남쁠라, 고추, 새우, 닭고기 등을 넣고 볶아 두부, 고수, 라임, 땅콩가루를 고명으로 올려먹는 이 음식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즐기는 태국 음식일 것이다. 필자도 방콕에 머무르는 동안 길거리, 쇼핑몰 푸드코트, 공항 푸드코트, 미쉐린이 선정한 팟 타이 레스토랑 등에서 일일이 팟 타이를 즐겼다.

 

 

‘팟’은 ‘저으면서 익힌다’라는 뜻이고, ‘타이’는 태국을 의미한다. 이번 호를 준비하면서 놀랍게도 팟 타이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팟 타이가 탄생한 건 1930년대로 당시 태국의 총리였던 쁠랙 피분송크람(Plaek Phibunsongkhram)이 주도한 민족주의 캠페인의 일환으로 정부가 만들어 낸 요리였다. 쌀 수출에 의존하던 태국의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남는 쌀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니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팟 타이가 완전한 새로운 요리는 아니였다. 팟 타이의 뿌리를 아유타야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아유타야 왕국이 번성하던 시기에 아유타야를 오가던 베트남 상인들이 쌀국수를 들여온 곳으로 그 시발점이 됐고 거기에 중국의 조리법이 조합돼 이어지면서 지금의 팟 타이로 발전했다고 하는 설과 중국에서 쌀국수 화교들이 가지고 들어와서 지금의 팟 타이로 발전했다는 설이 있는데 뭐가 됐든 베트남에 거주하는 필자에게는 더욱 팟 타이가 가깝게 느껴졌다. 

 


팟 타이도 지역별로 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방콕의 경우는 가장 기본적인 ‘팟 타이 끄룽텝’과 고기가 없는 ‘팟 타이망사위랏’이 있으며 아유타야의 ‘팟 타이 아유타야’와 코랏 지역의 매운 팟 타이인 ‘팟미코랏’, 짠타부리의 ‘팟미짠타부리’가 있다.


태국음식이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는 데에는 국가적인 노력이 큰 역할을 했으며 서울에도 태국정부가 인증한 태국식당이 여러 군데 있으니 한 번 도전해보기 바란다. 

 

 

앞으로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의 음식 문화와 요리에 대해 하나하나 경험해 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니 기대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