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지속되는 미세먼지, 이제 겨울이 되면서 미세먼지는 더 심각해 질것으로 예상된다. 여름에는 폭염, 겨울에는 한파로 50도까지 벌어지는 연교차를 견뎌내고 또한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심각성 등 환경 문제가 이제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임을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제는 친환경이 아니라, 필(必)환경 시대로, 그동안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를 하거나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필히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필환경 시대라는 것이다. 재활용 플라스틱, 미세 플라스틱 대란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에 관한 다양한 정책들과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와 프리사이클링(Precycling) 운동이 펼쳐지며 사람들과 기업들이 자발적인 참여와 친환경 캠페인도 확대되는 추세다. 패션에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 운동이 거세며, 동식물에 대해서도 보호해야 한다는 시선은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제품으로 이어진다.
동물복지는 인간과 동물의 건강한 생태적 공존을 위한 필수사항이 됐다. 이러한 환경을 중시하는 필환경 시대에 사람들은 살인적인 외부환경을 피해 사람들이 모두 안전한 실내로 모여들면서 실내공간이 점점 거대화되고 24시간 모든 활동을 실내공간에서 즐길 수 있도록 몰(Mall) 형태의 공간들이 형성되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실내로 모여들면서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실내 공간에 담으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여 지며 쾌적함과 재충전을 선사하고 자연에 대한 사람들의 동경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들이 요구되고 있다.
바이오필리아(Biophilia)
‘바이오필라’는 Bio(생물)+Philla(애착)라는 어원으로 인간은 본디 나무, 물과 같은 자연에 애착을 느끼며 자연과 함께 할 때 심리적 안정과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즉, 살아 숨 쉬는 생명과 자연을 사랑하는 인간 본성을 의미한다. 1984년 하버드대 생물학 교수인 에드워드 오 윌슨(Edward O. Wilson)에 의해 정립된 ‘바이오필라’는 과학의 발전으로부터 빠르고 편리한 세상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기도 하지만 사람은 그런 발전에도 본질은 자연에 대해 동경이 항상 존재한다고 한다. 가끔은 복잡하고 발달된 도심을 벗어나, 산과 바다로 향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쩌면 사람으로서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이라 할 수 있다. 흙으로 덮여 있는 산길을 달리면 마음이 편안해지며,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 답답한 마음 한구석이 뚫리는 듯한 기분과 상쾌한 마음이 든다. 자연과 함께하는 곳에 있게 되면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돼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마음에 위로가 되고 안정된 기분이 든다. 또한 자연과 함께하면 복잡한 원인으로 생기는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효과와 집중력이 향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바이오필라’는 직접 자연환경에 가지 않더라도 자연과 같은 이미지로 조성된 곳에 있거나 살아있는 동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간접 효과를 볼 수 있다. 바이오필리아 효과를 위해 요즘 실내로 자연을 끌어들이는 공간 디자인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 환경오염, 1회용 플라스틱,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가 우리생존과 직결되면서 사람들은 외부 활동보다 실내에 머무는 쪽을 택하고 더욱더 외부의 자연을 실내로 끌어들인다. 또한 1인, 2인 가구의 증가로 소형 공간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식물을 기를 수 있는 공간적 여유도 점차 사라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의 식물 디스플레이가 선보이고 있다. 플랜트 월(Plant Wall)을 활용해 공간에 설치하는 아이디어라든지 천장에 매다는 행잉 디스플레이(Hanging Display) 등이 등장하고 있다. 이전의 자연물이 주로 무난하고 소박하게 표현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천혜의 자연이 풍부한 태양빛이 강한 이국적인 남쪽 나라들의 열대 동식물을 모티브가 부상하고 있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풍자와 교훈을 담아낸 우화, 친근하고 익살스럽게 연출된 동물 모티브로 기분 좋은 자연을 표현하는 디자인이 등장하고 있다.
자연 햇살을 닮은 오브제들
태양이 선사하는 긍정성으로 스페인 바로셀로나 사람들이 항상 밝고 생기가 넘친다. 그에 반해 시애틀에는 평균 강수일이 15일로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으로 우울증 환자가 많다고 한다. 이는 바로 자연광, 햇빛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정 파장과 강도의 햇빛에서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햇빛, 자연광은 태양을 근원으로 하는 빛으로서 모든 생물체의 에너지의 원천으로 인간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삶의 요소다. 실내 공간에서 자연광의 유입은 자연의 기후와 시간, 계절의 변화의 경험을 제공하며 이는 공간의 성격과 분위기를 변화시켜주고 더불어 우리의 감정과 정서를 풍요롭게 한다. 햇빛은 인간의 신체 리듬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을 구연할 수 있다. 자연광 특성인 빛의 밝기, 색, 높이는 시간성에 의해 변화하고 그에 대한 활용은 사람들의 시선을 유도하고 감성을 변화시키는 요소로 활용할 수 있으며 시간에 따른 그림자 변화는 공간의 다양성을 제공한다.
하지만 요즘 환경 오염 등으로 외부 활동보다 내부 활동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충분히 햇빛을 즐기지 못한다. 따라서 대안책으로 이러한 자연광, 햇빛을 닮은 오브제들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디자인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의 실내 생활이 늘어나고 24시간 활동이 실내에서 이뤄지면서 행복한 태양빛을 흉내 내는 다양한 효과인 스테인드 글라스(Stained Glass)와 이리디센트(Iridescent) 효과의 오브제들이 공간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필자가 좋아하는 디자이너 톰딕스(Tom Dixon)가 지난해 런던에 위치한 아파트를 디자인했는데(<그림 1> 주방, 욕실, 거실 등의 다양한 공간에 햇빛을 흉내 내는 이리디센트 효과를 활용한 오브제들이 공간의 하이라이트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그림 2>의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25 아워즈 호텔 비키니 베를린의 레스토랑은 무지갯빛 영롱한 색깔의 컬러 글라스를 활용, 공간에 다채로운 햇빛을 담은 패턴을 만들어 냈다. 이를 옴브레(Ombre) 효과라고 하는데, 마치 저녁의 노을이나 무지개의 레인보우 컬러(Rainbow-Colored)로 하여금 사람들의 기분을 잠시마나 정화시키거나 그 빛을 통해 잠시 멍 때리며 감정 정화를 시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볼 때 신체에서 엔도르핀 분비가 활성화된다는 연구로 입증됐다. 마치 뇌에 다량의 모르핀을 투여한 것처럼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의 장면을 봤을 때 잠시마나 기분이 정화된다. 따라서 공간에 이러한 햇빛을 닮은 오브제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휴식 공간을 만들어 준다.
이국적인 태초의 자연
자연을 공간에 담는 다른 방법으로는 어반 가드닝(Urban Gardening)이 있는데 이 또한 이국적인 태초 자연의 모습으로 진화되고 있다. 이제는 초현실적이면서 자연적인 표현을 선호한다. 이전의 자연물은 주로 무난하고 소박하게 표현됐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천혜의 자연을 풍부한 태양빛이 강한 이국적인 남쪽 나라들의 열대 동식물의 모티브가 부상하고 있다.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컬러감의 패턴으로 화려하고 크기를 비대하게 키운다던가, 서로 다른 시대, 다른 지역에 분포하는 동식물을 한 공간에 배치해 무디(Moody)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이국적인 열대 동식물의 프린트를 통해 마치 자연 속에 들어온 것과 같은 공간감을 표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또한 그에 반해 모던한 형태의 식물인 남쪽의 정서가 느껴지는 선인장이나 다육식물, 커다란 잎을 가진 원시적 무드의 느낌의 밀림 무드로 다양한 공간 속에 이러한 자연들을 채우고 있다. 식물뿐만 아니라, 맑은 공기, 깨끗한 물에서 느껴지는 청명한 컬러들과 동화적인 밝고 행복한 무드가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현실도피의 종착지로 종종 등장하는 남국의 모티브들이 인테리어에도 등장한다. 홍학, 파인애플, 선인장과 같은 열대 동식물군이 프린트, 소품 등으로 사용되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극대화 시킨다.
패턴은 자연에서 오는 동식물 패턴의 모티브를 중심으로 봄날처럼 맑고 꿈처럼 기분 좋은 무드가 강세다. 이미 우리에게 깨끗한 자연 속에서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하는 삶은 좀처럼 누리기 힘든 시대 우화처럼 친근하고 익살스럽게 연출된 동물, 그리고 형형색색 깃털 패턴들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공간이 각광받고 있다. 그외 코지(Cozy)하고 퀄트 소재가 많이 보여지며 여러 겹의 플리츠, 접히는 폴딩 소재들이 인테리어 소품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그림 4>의 25 아워즈 호텔 비키니 베를린 10층에 있는 레스토랑은 가장 유명하고 요즘 가장 핫한 공간으로 일반적인 레스토랑에서 보기 어려운 공간 전체를 감싸는 플랜테리어(Planterior, 식물을 활용한 실내 인테리어)와 360도 조망이 가능한 숨 막힐 듯한 풍경을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커다란 잎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으로 배치하면서 마치 태초의 자연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든가, 밀림과 같은 원시적인 느낌으로 구성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향은 기괴한 식물을 뜻하는 몬스테리어 트렌드(Monstera Trend)라고 부르기도 한다. 투숙객들과 방문객들은 이 자연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충분한 마음의 휴식과 피로 회복을 누릴 수 있으며 여행의 피로에 지친 투숙객들에게 마치 집에서 쉬는 것 같은 감성적인 휴식을 제공한다. 레스토랑 창문 너머로 푸르른 동물원의 풍경을 바라보고, 레스트룸의 긴 의자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근사한 휴식의 순간이 될 것이다. 이곳에 투숙하는 누구든지 한 번쯤 경험하길 바라는 비키니만의 쉼의 공간이며 자연의 컬러에서 영감을 받은 좀 더 싱그럽고 따뜻한 느낌의 색채 조합을 사용했다.
공간에 자연을 담는 것
공간에 자연을 담는 것은 오늘날의 추세는 아니다. 자연은 디자인의 항상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요소다. 사람들은 그들이 속하고 있는 지역과 문화에 상관없이 자연을 선호하며 많은 공간에서 자연요소를 접하고 그 아름다움과 자연의 본질적인 요소를 즐기려는 마음은 본능적인 욕구다. 디자이너들은 실내에서의 자연요소 도입을 통해 이용자에게 편안함과 휴식, 조망 등의 기회를 제공, 육체적, 심리적인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심각한 환경문제에 맞서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되살려 인간의 본원적 욕구를 만족하게 해주는 디자인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자연적 요소를 공간 특성에 맞게 적용해 인간과 공간, 자연요소의 상호작용으로 더욱 쾌적한 인간 중심적인 공간으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외부 환경에 맞서는 진정한 자연이 구현돼 새로운 의미의 공간이 제시가 더욱더 절실한 때다.
이규홍
ASC Studio 대표
지난 13년 동안 LG하우시스에서 공간디자인 컨설팅 등 책임연구원을 맡아오다 올 4월 독립해 ASC Studio를 설립하고 현재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