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etworks_ 중국] 유에차이의 본고장 광둥지방

2019.12.29 09:20:15

필자가 이곳 중국에 온 이후 근무하게 된 곳은 선전에 위치한 호텔로 선전은 중국남부의 광둥지역을 대표하는 대도시다. 그래서 첫 번째로 광둥요리를 다루고자 한다.


광둥요리는 덥고 습한 환경적인 요인에서 기인해 자연과 일치를 이루는 고급음식문화라고 표현할 수 있다. 중국에서도 가장 무더운 것으로 유명한 이곳은 ‘부시불식’, 즉 제철에 난 것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는 뜻으로 자연의 흐름에 따라 자란 제철음식을 먹으면 몸과 자연이 일체가 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긴 세월을 이뤄온 음식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쓰촨요리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두 가지 요리 중 하나인, ’유에차이’는 광둥요리의 중국식 표현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요리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딤섬’이 있다. 딤섬은 원래 아침에 차와 함께 먹던 대표적인 조식으로 반달모양을 띄고 있다. 안의 내용물로 보이는 것은 ‘자오’, 피가 두툼하고 푹신한 ‘빠오’, 윗부분이 뚫려 속이 보이는 ‘마이’, 쌀과 계란을 이용해 만든 ‘까오’, 전병처럼 부쳐 속을 넣어 돌돌 말아낸 ‘펀’, 동글동글 앙금을 넣어 빚은 ‘퇀’, 과자처럼 바삭한 것은 ‘쑤’라고 해 기록에 의한 것만 해도 800여 가지가 넘을 정도니 이 지역에서 가장 인기있는 음식임을 알 수가 있다. 이중에서도 차사오, 샤자오, 샤오마이 등이 현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딤섬이다. 두 번째는 ‘라오훠량탕’으로 이는 우리나라의 갈비탕과 닭백숙을 합쳐놓은 것과 유사하다. 보양탕의 일종으로 연중 덥고 습한 이곳에서 따뜻하고 개운한 탕을 먹음으로써 습한 기운과 노폐물을 배출할 수 있게 해주는 요리다. 오리, 닭, 돼지내장 등의 재료를 넣어 약 4시간 여 동안 푹 끓인 이것은 왠만한 처방전보다 더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고기 본연의 향만으로 조미료 이상의 맛을 낸다. 세 번째로는 ‘구루러우’라고 해 우리가 흔히 먹는 탕수육과 흡사한 요리인데 이것은 청나라 때 문호가 개방되면서 외국인들이 들어오자 그들의 입맛에 맞춰져 만들어진 요리로 튀긴 돼지등심조각을 새콤달콤한 소스에 야채와 버무린 것이다. 그리고 네 번째 ‘사오라’는 소스를 바른 새끼돼지, 닭, 거위, 비둘기 등을 굽고 건조해서 숙성시켜 썰어먹는 요리로, 상당한 조리기술이 요구되는 광둥을 대표하는 요리다. 다섯 번째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원툰면’으로 우리에게 완탕면으로도 알려져 있는 요리다. 면을 만들 때 물을 전혀 섞지 않고 오리 알과 밀가루만을 이용해 만들며, 다랑어와 새우껍질로 우려낸 맑고 개운한 국물에 통새우와 다진 돼지고기가 들어간 원툰이 면 위에 구름처럼 떠있는 모습은 광동인의 마음 속에 자리한 대표적인 소울 푸드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로는 ‘칭정루위’로 중국의 연회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생선찜요리인데, 손질한 생선에 얇게 슬라이스한 생강을 올려 찜기에 찐 다음, 파채와 실고추를 얹은 후, 간장과 참기름을 뿌려 먹는 요리다.



담백함의 극치라 할 수 있으며, 쉬워 보이지만 야들야들한 생선살을 맛보기 위해서는 셰프의 상당한 기술이 요구되는 요리기도 하다.


이렇게 알아본 광둥요리의 특징 중 대표적인 것은 재료 본연의 영양과 풍미를 잃지 않기 위해 기름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 담백, 깔끔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중국요리에는 튀김이 많은데 광둥지방의 요리는 다른 지역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편이며, 향신료의 사용 또한 적다. 지형적인 위치로 인해 광둥지방의 요리는 남쪽의 베트남에도 영향을 주기도 했으며, 예로부터 외국과의 교류가 활발했던 곳이라 외국인이 많이 유입, 식문화가 그들의 입맛과 결합돼 발전해 왔다. 그래서 구루러우 같은 돼지고기에 그들의 입맛에 맞게 새콤달콤한 맛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교류가 워낙 활발한 지역이다 보니,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져 상업과 무역의 발달로 부르주아계층의 형성 및 이들로 인해 광둥음식은 고급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생겨나게 됐다. 정리하자면, 광둥요리는 단지 허기를 채우기 위함이 아닌 자연에서부터 얻게 된 재료들을 가지고 왜, 어떻게, 언제 먹을지를 고민하는, 진중하고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고민에서 발전된 그들의 성향이 토대가 돼 긴 시간을 흘러왔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 또한 이곳 선전에서 근무하며 독자여러분들께 다양한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흥미진진한 중국생활이 기대되며,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고자 한다.


이용승
더 웨스틴 선전 난샨 셰프

중동 라스알 카이마와 도하의 호텔에서 중동 요리와 문화를 익히고, 이들에게 한식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현재는 호주 쉐라톤 시드니 그랜드 하이드 파크의 셰프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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