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의 Tea Master 30] 향기롭고 우아한 향미로 세계인들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은 타이완 우롱차의 가공 과정 #1

2020.04.06 09:40:48

우롱차는 부분산화차로서 완전산화차인 홍차와 비산화차인 녹차의 특징을 동시에 지닌다.
산화도가 높으면 홍차, 낮으면 녹차의 특징을 지니면서 놀라운 맛과 향을 사람들에게 선사한다.
또한 타이완은 ‘고산차(高山茶)’를 중심으로 고급 우롱차들이 많이 생산되는데,
이번 호에서는 타이완 우롱차의 가공 과정을 간략히 살펴본다.



산화도에 따른 우롱차의 분류


우롱차(烏龍茶)는 알다시피 ‘부분산화차’다. 참고로 우롱(烏龍)은 ‘검은 용(Black Dragon)’이란 뜻이다. 이 우롱차는 산화도가 낮으면 녹차, 높으면 홍차에 가까운 특징이 나타난다. 영어권에서는 전자를 ‘그린우롱차(Green Wulong Tea)’, 후자를 ‘블랙우롱차(Black Wulong Tea)’라고 한다. 보통 그린우롱차의 산화도는 30~50% 정도, 블랙우롱차는 약 70% 정도에 이른다.


두 유형의 우롱차는 산화도가 다르기 때문에 맛과 향도 엄연히 다르다. 그린우롱차의 경우에는 야채 향과 향긋한 꽃 향이 풍부하면서 감미로운 맛이 나고, 블랙우롱차의 경우에는 중후한 목재 향이 강하게 풍기면서 단맛에 뒤이어 쓴맛이 난다.


오늘날에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타이완의 젊은 세대들은 가볍고 산뜻한 향미의 그린우롱차를 더 선호하는 추세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 중국에서는 그린우롱차를 ‘청향형(淸香形) 우롱차’, 블랙우롱차는 ‘농향형(濃香形) 우롱차’라고 분류하는데, 중국의 젊은 세대들도 청향형 우롱차를 더 선호하는 것이다.


그린 우롱차의 가공 과정


이와 같이 타이완과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향미가 향긋하고 산뜻한 그린우롱차를 진하고 중후하면서 개성이 강한 블랙우롱차보다 더 선호하는 추세다. 따라서 여기서는 그린우롱차의 가공 과정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


-채엽(採葉, Picking)






우롱차는 일반적으로 녹차나 백차보다도 비교적 성숙한 찻잎을 수확해 만드는 경우가 많다. 타이완에서는 보통 녹차의 수확기보다 약간 뒤늦은 4월에 찻잎을 딴다. 물론 해발고도가 약 100m 정도로 낮은 평지에서는 2월 중순에 찻잎을 일부 수확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찻잎이 어느 정도 성숙해 있어야만 한다. 백차가 ‘일아일엽(一芽一葉)’, 녹차가 ‘일아일엽(一芽一葉)’이나 ‘일아이엽(一芽二葉)’, 홍차가 ‘일아이엽(一芽二葉)’의 채엽 과정을 일반적으로 거치지만, 우롱차는 보통 새싹과 그 아래의 세 잎을 따는 ‘일아삼엽(一芽三葉)’의 채엽 과정을 거친다.


한편, 타이완은 산악지대가 많은 도서 국가기 때문에 고산 지대에서 찻잎을 많이 수확한다. 그리고 맛과 향이 월등히 우수한 ‘고산차(高山茶)’도 많이 생산된다. 험준한 산지에서는 기계의 작동이 어려워 오늘날에 여성들이 섬세한 손으로 수확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평지에서는 기계로 주로 수확하지만, 대신에 품질은 고산차보다 떨어진다. 한마디로 채엽은 티의 품질을 결정하는 셈이다.


-위조(萎凋, Withering)





우롱차도 다른 분류의 티와 마찬가지로 찻잎을 수확하면 곧바로 가공 공장으로 운송해 위조 과정에 들어간다. 이 위조 과정은 찻잎을 그늘에서 건조시키면서 시들게 하는 과정으로 일부 산화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수분 함량도 줄어든다.


-요청(搖靑)과 산화(酸化)





위조 과정을 거친 찻잎은 요청과 산화 과정에 들어간다. 요청(搖靑)이란 한마디로 찻잎에 상처를 내 산화 과정을 촉발시키는 작업이다.

찻잎은 산화 과정에서 방향성 성분이 배어 나온다. 보통 대나무 광주리에 찻잎을 고르게 펴 놓고 산화시키는데, 이때 대나무 광주리를 주기적으로 흔들어서 교반 작업을 일으킨다. 이 작업이 요청 작업으로서 대나무에 찻잎을 마찰시켜 상처를 내고 세포 구조를 파괴해 방향성 성분과 산화 효소가 나오도록 하고, 그 결과 산화 과정이 촉발되는 것이다. 타이완 우롱차는 이 요청 및 산화 작업을 10~18시간 정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요청 작업은 오직 우롱차 가공 과정에서만 볼 수 있는 과정으로서 우롱차의 향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최종 향미를 거의 결정할 정도로 매우 섬세한 작업에 속한다. 그리고 산화도와 향미는 우롱차 전문가들이 손으로 만져 보면서 숙련된 경험적 지식을 바탕으로 중단시키거나 진행시킨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겨냥하는 향미에 따라 산화 과정을 중단시킬 시점도 전문가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문가 숙련도에 따라서 우롱차의 향미도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다.


-살청(殺靑, Firing)




요청과 산화 과정을 거쳐 향미가 생성된 찻잎은 그 향미를 고착시키기 위해 녹차의 한 가공 작업인 살청 과정에 들어간다. 이 살청 과정은 열로 단백질인 산화 효소를 변성시켜 산화 과정을 중단시키는 작업이다. 보통은 온도 약 300도의 회전식 실린더에 넣고 찻잎을 가열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산화도가 고정되고, 맛과 향이 어느 정도 고착된다고 볼 수 있다.


-유념(揉捻)




살청 작업을 거친 찻잎은 회전식 실린더에서 꺼내 유념 작업에 들어간다. 유념 작업은 찻잎을 비비고 휘말면서 세포벽을 파괴하고 모양을 만들어 주는 성형 작업이기도 하다.

옴폭 파인 팬에 빗살이 나 있는 유념기에 넣으면 상부가 회전해 팬에 놓인 찻잎을 비비고 휘말아 방향성 물질이 배어 나오도록 한다. 보통 이 유념 및 성형 작업은 약 3~5분간 진행된다.


-건조(乾燥)




건조 과정은 유념 과정에서 방향성 물질들을 안정화해 맛과 향을 최종적으로 고정시키고, 수분 함량도 줄여 저장성을 높여 주는 작업이다. 그린 우롱차의 경우에는 보통 건조 과정을 2회에 걸쳐 진행하는데, 첫 번째는 약 70도의 온도로 5~6시간 동안 진행하고, 두 번째는 약 100도의 온도에서 20~30분간 진행한다. 그 뒤 찻잎을 대나무 광주리에 펴 놓은 뒤 6~8시간 동안 그대로 둔다. 


정승호
(사)한국티(TEA)협회 회장, 한국 티소믈리에 연구원 원장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은 국내 최초의 티(TEA) 전문가 양성 교육기관 및 연구 기관이다.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식 음료 산업의 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백차, 녹차, 우롱차, 홍차, 보이차, 허브차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티를 시음하며 향미를 감별하는 훈련과정(Tea Tasting & Cupping)과 티 산지 연수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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