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무지호텔의 기획, 디자인, 설계, 운영 회사 UDS 카지와라 후미오(梶原文生) 대표를 만나다 - ①

2020.04.14 09:30:07


UDS는 요즘 일본에서 잘나가는 기획, 디자인, 설계 회사다. 공동 주택부터 호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국내는 물론 한국, 중국에 이르기까지 활동 무대도 국제적이다. 특히 호텔의 경우 기획부터 디자인, 설계 그리고 운영까지 직접 맡고 있다는 부분이 상당히 흥미롭다. UDS의 대표적인 호텔로는 무지호텔(중국, 일본), 하마쵸 호텔, 호텔 칸라 교토, 호텔 안테룸 교토, 분카 호스텔 도쿄, 그란베르 호텔, 클라스카호텔, 호텔 카푸치노(한국) 등이 있다. 객실 가격이 3000엔인 저가의 호스텔부터 3만 엔에 이르는 고급 호텔까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뭔가 따뜻하면서도 생기가 흐르는 느낌이 든다. 


UDS에 관해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최근 일본의 호텔 중 ‘느낌이 있다’, ‘콘셉트가 있다’ 싶은 곳을 찾다보면 꾸준히 입에 오르는 회사 이름 중의 하나가 UDS였다. 알고 보니 필자가 그간 <호텔앤레스토랑>의 지면을 통해 소개한 UDS의 호텔들도 벌써 꽤 여럿이 있었다. 이러한 회사를 소개한다면 한국의 관련 업종 종사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던 차에 지인을 통해 카지와라 후미오 대표를 직접 만나 인터뷰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얻게 됐다.




인터뷰는 지난 2월 초 도쿄 하라주쿠에 위치한 UDS의 본사에서 이뤄졌다. 본사 건물은 번잡한 하라주쿠의 대로 뒤편의 비교적 한적한 주택가에 있었다. 건물은 지하 1층의 스페셜리티 커피전문점, 1층의 사원식당을 겸한 레스토랑과 UDS 리셉션, 2층의 사무실로 이뤄져있는데 사원식당의 경우 일반 고객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열린 곳이다. 인터뷰 전 미리 도착해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면서 살펴보니, 직원들이 식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클라이언트와의 미팅도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카페 같은 분위기에서 건강한 식사를 하고, 업무 미팅 역시 자유롭게 이뤄지는 이곳의 생기 넘치는 분위기는 기존 UDS의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봐온 이미지와 닮아 있었다. 이러한 UDS는 과연 어떤 전략과 철학을 갖고 있는지 카지와라 후미오 대표를 만나 직접 들어봤다. 


*본 인터뷰는 코로나19 심각 단계 이전에 진행됐습니다.




2003년 오픈한 클라스카 호텔은 34년된 평범한 오피스 건물을 성공적으로 리노베이션한 호텔로 꼽힌다. 당시만 해도 일본은 리노베이션이 유행하지 않았던 시기였는데, 호텔 리노베이션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첫 번째로, 원래 학생시절부터 각종 통계를 보고 장래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 중 특히 인구 동향 통계를 항상 챙겨봤는데, 통계 분석을 통해 앞으로 인구가 줄어들 것은 명확하다고 판단했고 그 때 건축을 하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건물의 수명은 50년 이상 유지되므로 인구가 감소하면 당연히 가격이 떨어질 텐데, 특히 오래되고 낡은 오피스 빌딩들은 어떻게 될까하고 생각하게 됐다. 

두 번째, 이탈리아에 출장을 가서 그 곳의 건축가에게 우리의 코포라티브 하우스(UDS의 공동주택)를 보였을 때 젊은 건축가들이 이렇게 많은 건물을 짓는다는 사실을 놀라워했다.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계속 신축건물이 지어지는 이런 현상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그 때 깨달았다. 이탈리아 건축가들은 주로 리노베이션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일본에서도 오래된 건물을 리노베이션 하는 사업을 전개하면 건물의 가치도 재생시킬 수 있고, 이 사업에서 다른 경쟁사보다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 환경문제도 하나의 테마였다. 20년 전 당시는 지금처럼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때였지만 우리는 환경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건축가의 입장에서 무엇이 가능할지 생각한 결과, 오랜 건물을 부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신축을 하면 또 그만큼 환경에 부담을 주게 되므로 시대의 니즈에 맞춰 리노베이션을 함으로써 경제적 가치와 사회공헌적 가치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미국, 유럽에서는 이미 이러한 움직임이 있었고, 일본은 다소 늦었기 때문에 그때 바로 시작해서 공감을 얻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호텔은 ‘오래된 것을 리노베이션 하는 일은 멋있고, 세련된 것’이라는 가치를 만들어 내기에 적당한 장소라고 생각했다. 호텔의 경우는 오래된 호텔들도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고, 오래된 건물을 소중히 다루는 문화가 있다. 그리고 주택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보러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쉽다고 생각했다. 



UDS가 디자인한 공간은 굉장히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따뜻하고 생기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공간을 기획하고 디자인할 때 어떤 원칙이 있나?

소비자 시점에서 생각하는 것과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것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리쿠르트’라는 회사에 입사하면서 이미 3년 후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신입사원으로서 내가 가진 가장 큰 무기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니 지식과 경험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무기였다. 이는 곧 소비자 즉, 엔드 유저의 시점에서 보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경험을 쌓으면 프로의 시점에서 모든 걸 보게 되지만 지식과 경험이 없으니 이것이야말로 소비자의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적기였다. 그렇다면 다른 신입사원과 다른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했다. 당시 리쿠르트에서 내가 맡은 부문은 맨션을 개발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진정한 소비자 시점을 가지기 위해서는 맨션을 구입해 보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아직 입사 1년 차 신입사원이었기에 연말정산을 한 적도 없고, 저축도 당연히 없으니 은행에서 주택 대출을 받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에서 선배들이 받는 급여를 증명하고, 이 회사는 이정도 수입이 보장된다고 설명해 어렵게 대출이 통과돼서 맨션을 살 수 있었다. 

   

이렇게 맨션을 사서 살아보니 보니 그동안 알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보였다. 나는 대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해서 커뮤니티의 교류를 중요시 하고 있었는데 맨션에서는 그런 부분은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 공동주택은 프라이버시를 중시해서 오히려 커뮤니티의 연결 같은 걸 회피하는 분위기도 했다. 그래서 당시 일본에서는 없었던 커뮤니티를 중시하면서, 건설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맨션이 있으면 어떨까 하고 제시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코포라티브 하우스인데, 나도 조합원의 한사람으로서 참가했다. 그런데 처음에 코포라티브 하우스에 사람들이 참가한 사람들 모두가 커뮤니티를 중시한 것은 아니었다. 가격이 싸니까 일단 참가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막상 살면서 1년 뒤에 파티를 열어보니 커뮤니티에 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일본사람들은 커뮤니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참여하면서 바뀌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클라스카 호텔의 경우도 해외에서 오는 투숙객과 일본의 지역주민 및 투숙객을 어떻게 연결할 지가 중요한 테마였다. 그리하여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었던 코워킹 스페이스를 호텔에 넣음으로써 지역과의 교류를 만들어내는 장치로 뒀다.

   


*인터뷰 2편은 5월호에서 이어집니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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