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상의 Hotel Architectural Design Guide] 호텔 전시기획의 세계

2020.04.15 09:30:26


전 세계적으로 업종을 불문하고 ‘기획의 시대’가 도래한지는 오래됐다. 국내 역시 오랜 세월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가 서비스 기반으로 옮겨가면서 이러한 흐름은 어디에서 일을 하던 간에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일례로 건축설계 분야를 살펴보면 과거에는 건축물에 대한 디자인을 어떻게 하면 경쟁력 있게 구현할지를 고민했다면, 최근에는 어떠한 사회적인 이슈가 시장에 필요로 하고 그 이슈를 어떻게 하면 선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모색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간삼건축은 그 고민의 결과물 중 하나로 호텔산업에 대한 다양한 리서치 및 스터디를 통해 미래를 선도하는 이슈나 콘셉트 등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려는 작업들을 몇 해에 걸쳐 지속하고 있다. 건축의 여러 용도 중에서도 유독 호텔분야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호텔은 단순히 잠을 자거나 며칠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액티비티와 이벤트가 펼쳐지는 복합적인 성격을 띈 장소로 변모하고 있고, 이를 통해 일상과 다른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호텔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24시간을 압축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많은 건축가들이 디자인해보고 싶어 하는 무대기도 하다.




호텔과 연관된 전시 기획행사는 단발성으로 진행되는 기획전시회 외에도 해마다 열리는 호텔 관련 전시회들이 있는데 이 전시 행사들의 기본구조는 호텔개발, 건축자재, 인테리어 마감재부터 운영상에 필요한 비품, 서비스,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기업들의 신기술 및 제품소개를 통해 최근의 트렌드를 선보이고, 관련업계 종사자 및 경영자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B2B 간의 비즈니스를 엮는 방식이다. 이런 기본구조에 더해 인테리어, 가구, 아트 디자이너 등 다양한 디자이너들과의 컬래버레이션를 통해 일반 대중들이 흥미 있어 할 디자인쇼룸을 전시장에 선보이기도 하고 전문 컨퍼런스나 포럼 등도 같이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2월, 한 호텔 전시회에서는 과거 인테리어 디자인회사들과의 협업해 객실 쇼룸을 만들어 인테리어 디자인의 트렌드를 선보였다면, 올해는 건축 디자인 회사와의 컬래버를 통해 전체 호텔시장에 좀 더 큰 화두를 던지고 싶어 했고 필자가 전시 디자인 디렉터로 참여를 하게 됐다.

많은 고민 끝에 선정한 디자인쇼룸의 주제는 MORE LOCALITY ; FLAT HOTEL이었는데 작년 12월에 ‘지역과 상생하는 수평적인 호텔’이란 내용으로 본지에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던 콘셉트였다. 그 당시에는 해외에서 구현됐던 사례들에 대한 언급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전시장에 참여하는 수백 개의 업체들이 하나의 지역(혹은 마을)이라고 가정하고 여기에 하나의 호텔 프로그램들을 분산해 배치하면 어떤 식으로 지역(전시업체들)과 상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질적인 실험이었다. 이러한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통상적으로 만들어지는 한 개의 디자인쇼룸 방식에서 벗어나 호텔의 부대시설 중 Reception, Cafe, Lounge, Gallery 등 4개의 프로그램을 전체 전시장에 분산해 구성해야 하고, 전시장의 부스 배치형식 역시 참여하는 업체들의 용도에 따른 Sector 구성에서 벗어나 수평적으로 분산된 4개 부대시설들을 중심으로 한 선형 방식의 배치형식으로 바뀌어야 하는 큰 변화였다. 다행히도 전시 주관사에서 이러한 대대적인 변화에 흔쾌히 동의했고 전시회 오픈하기 전 이틀이라는 시간동안 전시장 공사가 진행됐다. 



전시장 내에서 예상했던 콘셉트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디자인쇼룸 제작 외에도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이 뒷받침 돼야 했는데 일례로 전시장 투어맵을 제작해 방문객들에게 제공하는 것 외에도 관람하는 동안 방향성을 인지시키기 위해 바닥에 사인을 설치하기도 했다. 또한, 인스타그램에 4개의 디자인쇼룸을 관람하고 촬영해 올리면, 소정의 상품을 제공하는 행사를 기획해 좀 더 많은 방문객들이 금번 전시의 콘셉트를 좀 더 인지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 4개의 디자인쇼룸 중 메인이라 할 수 있는 Reception 부스에는 전시 참여업체들의 상품들을 진열해 개별적으로 구매도 가능하게 했고 오픈세미나를 상시적으로 개최해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준비 기간 동안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시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기도 했고 외국연사들이 참여하는 컨퍼런스는 막판에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 예정대로 행사는 진행됐고 마스크를 쓴 방문객들로 들어찬 낮선 풍경을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의 이러한 시도들이 새로운 호텔을 계획할 때 지역상권과의 공존을 고민해야 하고 이용자들의 예상하지 못했던 패턴들을 감안해 디자인해야 한다는 큰 경험을 줬다는 점에서 필자에서는 정말 큰 소득이었다.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상무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간삼건축의 호텔설계를 전담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홍천 블루마운틴 CC 클럽하우스, 알로프트 서울 강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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