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etworks_ 미국] 새로운 배달의 민족

2020.10.07 08:50:00


2020년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삶의 많은 부분이 변화됐고, 아직도 많은 이들이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실 무방비상태로 맞닥뜨린 팬데믹은 관광업계와 외식업계에 특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필자는 오늘 그 영향 중 하나인 배달문화에 대해 나누고자 한다. 우스갯소리로 배달의 민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오래 전부터 배달 문화가 발달됐다는 한국에 비해 미국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한정적이었던 배달 문화가 최근 여러 상황들과 맞물려 새로운 문화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배달문화
한국인에게 배달이란 택배부터 음식까지 삶의 많은 부분에 뗄레야 뗄 수 없는 문화로 정착됐다. 이사하는 날 식기가 아무것도 없을 때도 든든한 한 끼가 돼주던 자장면 배달, 정말 신기하게도 주소도 없는 한강둔치로 배달되는 치킨과 피자 등은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일상이다.


또한 최근 스마트폰 어플 등의 발달과 1인가구의 확대로 인해 과거 어느 시기보다 배달의 범위가 넓어졌고, 그 결과 단순히 배달음식 메뉴의 확대뿐 아니라 식재료 새벽배송, 당일 배송 등의 새로운 패러다임도 등장하게 됐다.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다중이용시설 및 레스토랑 이용을 주저하는 이 때, 한국의 많은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들은 테이크아웃 혹은 배달이 가능한 여러 메뉴와 프로모션을 출시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밝지만은 않다. 최근 회, 해물찜 등 비교적 고가 메뉴까지도 범위가 확대되기는 했으나, 흔히 사람들의 인식 속의 ‘배달음식’은 치킨, 피자, 자장면, 족발 등으로 시야가 한정돼있기 때문에 파스타나 스테이크를 배달해먹는다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종전에 피자나 샌드위치 외에는 배달되는 음식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미국에서는 최근 수백 달러나 되는 스테이크나 로브스터도 배달해 먹는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 과연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미국 배달 문화의 급격한 성장
필자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 중 한 가지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 한 조각쯤 남은 음식을 포장해가겠냐는 식당직원의 질문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남은 음식들을 다음날 점심으로 먹겠다며 포장하고 있었다(사실 그 전에 에피타이저 포함 인당 1.5개의 메뉴를 아무렇지도 않게 주문한 것이며, 무시무시하게 큰 사이즈의 메인메뉴에도 충격을 받으며 음식이 낭비되는 것을 걱정했으나, 감자튀김 한 톨까지도 싹싹 긁어서 포장하는 것을 보며 아! 이래서 사이즈가 커도 상관이 없겠구나 라고 깨달았다). 이렇게 자리잡은 미국의 포장 문화는 최근 코로나 사태의 새로운 돌파구를 맞이하는 중요한 초석이 돼줬다.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의 대 도시를 중심으로 배달대행 사이트 및 어플이 발달하고 있었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배달이 새로운 외식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한 배달대행 사이트들은 다양한 인수, 합병 등을 통해 사업이 다각화 되던 중, 올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대부분의 사무직 근로자들은 여전히 재택근무를 하고,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코로나 사태와 레스토랑을 향한 정부의 각종 규제로, 사람들이 집에서 식사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젊은 층으로만 국한됐던 배달문화가 중장년층으로까지도 넓혀지고, 도시 혹은 레스토랑 근처에만 집중됐던 배달가능지역도 더 넓은 범위 그리고 근교까지도 확장됐다. 사실 문화적으로 이미 테이크아웃에 익숙해져있던 고객들의 고급음식 배달에 대한 진입장벽도 낮은 편이었지만 레스토랑의 입장에서도 포장 용기, 포장 프로세스 등이 이미 구축돼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뛰어들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배달이나 테이크아웃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은 고급 호텔 레스토랑이나 미쉐린 레스토랑에서의 배달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 또한, 평소에 몇 달 전에 예약을 미리 해야만 맛 볼 수 있는 맛집들도 정부규제로 몇 달간 실내에서의 식사가 금지됐을 때, 배달과 테이크아웃을 시작해 큰 인기를 얻었다.


대표적인 일화 중 하나는 시카고에 위치한 미쉐린 3성 레스토랑인 알리니아(Alinea)다. 평소 예약이 어렵거니와 일인당 200달러부터 300달러(주류, 세금, 팁 제외)의 코스 메뉴만을 판매하기로 유명한 이 최고급 레스토랑은 인기있는 메뉴 몇 종류를 조금 더 저렴한 가격의 패키지로 만들어 포장 판매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Park Hyatt Washington D.C.의 Blue Duck Tavern 레스토랑도 최근 온라인으로 들어오는 테이크아웃 및 배달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배달과 테이크아웃은 새로운 중요한 수입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같이 미국에서는 많은 고급 레스토랑들이 배달과 포장 가능한 메뉴를 더 홍보하고 있으며 실내에서 제한된 인원만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이 때에 중요한 돌파구가 되고 있다. 하지만 2020년에는 전 해와 같은 매출을 올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점차적으로 배달문화가 개발됨에 따라 여러 문제에 대한 보완을 통해 새로운 외식문화로 잘 자리 잡은 한국에 비해 단기간에 급하게 성장한 미국의 배달문화는 아직도 많은 보안점이 필요해 보인다.


언택트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이 시점, 미국에서는 배달문화가 얼마나 더 발전해 정착할 수 있을지, 한국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의 테이크아웃 및 배달문화가 어떻게 발전될지 내일이 더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Kyle Cho
파크하얏트 워싱턴
Senior Food and Beverage Manager
레로쉬 국제 호텔경영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 뉴욕, 서울 등을 거쳐 현재 파크하얏트 워싱턴 DC에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