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의 Law Mentoring] 제주도를 중심으로 달라질 국내 여행의 모습

2020.12.03 08:50:00


1997년 항공사업법에 따라 항공권에 출국납부금이 포함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국내 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하는 모든 사람들은 출국납부금을 부담하게 됐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출국납부금과는 별도로, 

제주도에 대한 입도세가 부과된다면 어떨까? 아마 수많은 이해관계인들이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도 관광객의 항공요금에 입도세를 부과하는 방법을 택하는 대신, 올 10월 25일 환경 보전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 수단으로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머지않은 미래에는 제주도 여행시 환경보전기여금(가칭)을 추가로 납부해야 할 것이다.


물론, 관광객 증가에 따른 생활폐기물 처리비용을 원인제공자에 부담시키는 내용의 환경보전기여금 제도가 갑자기 등장한 것은 결코 아니다. 2013년 환경보전기여금에 대한 논의가 처음 대두됐고, 2017년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의 타당성’에 관한 연구용역까지 진행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는듯 했으나, 이후 타 지역과의 형평성, 위헌 논란 및 관광업계의 반발 등으로 인해 진행이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그로부터 3년 뒤인 지금, ESG 경영, 전기차 등과 같이 환경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아젠다로 부상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환경보전기여금 제도도 함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환경보전기여금과 유사한 해외 사례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해외 각국의 관광지는 각 지역의 환경보전 및 관광진흥을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세금 등의 형식으로 금전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이러한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 한발 늦었다고도 볼 수 있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는 신혼 여행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몰디브의 경우, 2015년 11월부터 관광객들에게 폐기물 처리비용을 부과하고 있고, 미국은 1946년 호텔 숙박세를 처음으로 도입, 현재 48개 주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그 세율 또한 숙박비의 1%에서 12.5%로 지역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제주도와 같이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생활폐기물, 공해, 전력부족 등의 환경문제를 겪었던 스페인의 발레아레스도 2016년 7월 1일부터는 Eco Tax(환경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와 같이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해외 국가들의 정책을 보더라도, 제주도 관광객에 대한 환경보전기여금 제도의 도입이 시기상조라고 보는 견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현 시대에 더 이상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환경보전기여금의 도입 배경 및 주요 내용

보다 구체적으로 제주도는, 2010년 이후 방문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자연환경의 수요 용량이 한계에 달했고,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급증했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는 거주민 1인당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타 지역의 배출량의 약 2배에 달하고, 하수처리 비용 또한 원가 대비 원인자가 부담하는 비율은 16%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즉, 거주민 이외의 요인(외부 방문객들)에 의해 생활폐기물과 하수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을 제주도민이 납부한 지방세로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제주도는 관광객들이 유발하는 생활폐기물 배출, 하수 배출, 대기오염 및 교통 혼잡 유발, 자연경관 훼손 행위에 대해, 오염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연간 1600만 명의 관광객에게 이러한 비용에 대한 금전적 부담을 부과하고자 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환경보전기여금 제도다.


이렇게 징수된 환경보전기여금은 제주도의 환경보전 및 환경개선사업, 자연환경 및 생태계 보전·복원 사업, 폐기물 처리사업, 대기 및 수질환경개선사업에 소요되는 사업비, 보조금, 융자금, 환경기술개발연구비 및 그 밖에 조례로 정하는 용도 등에 운용될 계획이다.


아직 환경보전기여금의 구체적인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1) 생활 폐기물 및 하수처리 배출행위에 대해서는 호텔 및 숙박시설 사업자가 납부의무자가 되고, 2) 자동차 이용으로 인한 대기오염 행위에 대해서는 렌터카 및 전세버스 사업자가 납부의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가령, 영화표 입장권 앞면에 ‘영화발전기금 3% 포함’이라는 문구가 표기돼 있는 것을 생각하면 보다 쉽게 이해될 것이다.


관광객으로부터 징수할 것으로 추정되는 부과금은, 숙박시설 객실 이용자의 경우 1박당 1500원, 렌터카 이용자의 경우 1일 5000원(승용자동차), 1만 원(승합자동차), 전세버스 이용자의 경우 버스 이용 금액의 5%로서, 2021년을 기준으로 숙박시설 이용자로부터 약 537억 600만 원, 렌터카 및 전세버스 이용자로부터 약 940억 600만 원을 합해, 총 1477억 원 상당의 부담금을 징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보전기여금의 문제점

환경보전기여금 제도의 도입이 불가피한 것과 마찬가지로, 도입에 따른 문제점도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환경보전기여금과 관련해 크게 경제적 문제, 입법적 문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누구나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경제적 문제는, 숙박시설로부터 약 540억 원, 렌터카 및 전세버스로부터 약 940억 원을 합한 총 1480억 원을 부담금으로 징수할 경우, 이는 관광객 및 관광 사업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이고, 그로 인해 관광업계가 위축될 수도 있어 제도 도입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여행비용에 환경보전기여금까지 추가될 경우, 제주도는 더 이상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보전기여금에 관한 입법적 문제로서 1) 제주도는 위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법령에 부담금의 부과 근거와 부과 요건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2) 부과 및 징수한 부담금을 사용하는 목적과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할 것이다. 전자와 관련해 부과금액, 납부방법, 위탁수수료의 지급 등을 정하고, 후자에 관해서는, 기금의 용도, 기금운용심의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계획안 수립, 감독 등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를 구체화하는 방안과 관련해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제·개정할지, 아니면 폐기물관리법, 대기환경보전법 등 관련 법령을 개별적으로 규정할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환경보전기여금에 대한 사회적 문제, 즉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그들의 인식을 전환시켜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환경보전기여금의 법적 성격을, 재화 또는 용역의 제공과 관계없이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해 관련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하는 부담금이라고 규정하더라도, 그 실질은 입도세와 유사하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조세 저항을 지닌 관광객과 생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관광 사업자의 의견을 반영하고 그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


환경보전기여금이 호텔산업에 미치는 영향

제주도는 급증하는 쓰레기 배출과 이를 처리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므로, 환경보전기여금 제도의 도입을 그 누구보다도 앞당기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환경보전기여금 제도는 제주도에 위치한 호텔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호텔업계는 이 제도를 단순하게만 여겨 일차원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록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가 제주도에서 시작됐다고 할지라도, 만약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이는 제주도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속초, 전주 등 국내 여행지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제주도에 위치한 호텔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 위치한 호텔 또한 추후에 다가올 상황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현재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관광업계,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환경보전기여금 제도가 도입된다면, 호텔의 매출 규모는 상당히 감소할 수 있다. 연간 약 1500억 원이 부담금으로 징수될 경우, 관광객들은 경제적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이는 호텔업계를 포함한 관광업계의 수입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환경보전기여금의 부담금 납부의무자가 확정된 것은 아니나, 숙박업자가 부담금을 징수해야 할 경우, 호텔업계는 이 제도의 직접적인 수범자가 된다. 즉, 호텔업계는 1) 관광객으로부터 어떠한 방식으로 징수해야 하는지, 2) 관할 행정청에 어떠한 신고 절차를 거쳐서 납부해야 하는지, 3) 만약 고의 또는 과실로 환경보전기여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어떠한 행정상 제재를 받게 되는지 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숙박시설 객실 이용자의 경우 1박당 1500원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되나, 위 부담금을 산정하는 기준을 숙박세에 비례하는 방안으로 바뀔 수도 있으므로, 호텔업계는 소비자들의 가격 탄력성을 고려해 이용 요금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까지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로서는 관광객에게만 부담금을 부과한다고 하나, 추후에 정책이 변경될 경우 숙박업자에게도 그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바, 그에 따라 영업비용이 증가하는 상황도 염두해야 한다.


요컨대 호텔업계는 환경보전기여금 제도의 도입에 대해, 관광수요 위축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넘어서, 관련 법령 준수 및 위반에 따른 법적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호텔업계는 호텔업계가 처한 상황 및 그에 대한 대비 방법 등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한 후, 관광협회 간담회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다. 




호텔업,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관련 법률 분쟁 미리 대비해야

유비무환(有備無患)은 미리 준비가 돼 있으면 근심이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하수처리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건축물과 관광객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로 인해 세계적인 휴양지인 보라카이 섬이 오염되자, 2018년 4월경 약 6개월 동안 환경 정화를 위해 섬 출입을 전면 금지한 채 하수처리시설을 정비하고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는 등 다소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전면 폐쇄 덕분에 보라카이는 수질검사 결과 대장균 검출량이 기준치의 5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깨끗해졌다.


제주도 또한 보라카이를 반면교사 삼아, 환경보전기여금 제도의 도입을 서두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 제도의 직접적인 수범자인 호텔업계로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환경보전기여금 제도는 관광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호텔업계에 대해 법령에 따른 징수의무를 부과할 것이기 때문에,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각종 행정제재를 받을 수 있고, 이와 같은 제재는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이미지 실추 등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악순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호텔업계들은 환경보전기여금 제도의 입법적 절차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부담하게 되는 법적 의무에는 무엇이 있는지, 위반시 어떠한 제재들이 부과되는지를 미리 숙지해 법률상 분재에 대비함으로써, 유비무환의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유)율촌 김민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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