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_ 노아윤 기자의 생각 모으기]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

2021.06.04 08:50:39

 

기사를 쓰다 보면 종종 멘탈 붕괴의 순간을 맞이하곤 한다. 매달 다른 주제를 접하고, 한 번에 다양한 아이템을 다루다 보니 달마다 정신이 해이해지는 타이밍도 제각각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제대로 전달을 못할 것 같을 때, 너무 많은 내용들이 뒤죽박죽으로 엉켜있을 때, 당최 결론이 뭔지 모르겠을 때.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어려운 순간은 당연한 이야기를 거창하게 하고 있을 때다.


OTA는 사실 그간 아이템거리가 많았음에도 선뜻 손을 대기(?)가 어려운 분야였다. 국내 토종 OTA가 글로벌 OTA에 비해 불공정한 규제 적용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을 때부터 OTA와 연관된 검색어들이 죄다 부정적인 단어들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OTA’, ‘플랫폼’과 같이 정체성이 모호한 친구들을 정의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다.

 

지난 달, 30주년을 맞아 매달 연재하고 있는 전문가 좌담회 주제를 OTA로 잡고, 25년간 최저가 노출 비즈니스로만 성장해온 OTA업계가 뛰어넘어야 할 다음 단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당시 참석한 패널들은 OTA업계의 전문가들이었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OTA 체질 개선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한 목소리를 모았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호텔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코로나19 발발 이후 호텔과 OTA업계의 이슈들을 정리, 위기와 기회 요인에 대해 살펴봤다.


막연히 얽히고설켜 있던 호텔과 OTA의 관계는 생각보다 단순한 이유로 어긋나 있었다. 호텔의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인 OTA는 호텔로부터 매력적인 상품을 공급받고, 더 아름답게 포장, 소비자들을 현혹시켜 매출을 발생시킨다. 그리고 애초에 매력적인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호텔은 OTA와 함께 플랫폼에 자주 드나드는 소비자들을 분석하고,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것들을 우리 호텔에서는 어떻게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 치열히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고안된 호텔 상품이 OTA의 마케팅 파워에 따라 매출로 발생되면 그 대가로 호텔은 수수료를 지불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플랫폼과 공급자의 거래 구조라면 당연한 권리와 의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면서 단추가 잘못 꿰졌다. 그리고 지난달부터 이어온 취재로 많은 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모두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연해야 하는 현상이 당연치 못해 당연한 이야기를 거창하게 해야 할 때, 그 순간이 가장 어려워진다. 더욱이 쓰는 것도 어렵지만 어렵게 쓴 만큼의 임팩트가 기사를 읽는 이들로 하여금 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가 장황하게 늘어져 있으면 ‘다 아는 그저 이상적인 이야기’가 돼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상적이고도 원론적인 이야기가 잊히지 않도록 계속해 끄집어내는 것이 업계 전문지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이번 달에도 몇몇 당연한 이야기들을 담아봤다. 그동안 너무도 당연해 잊고 있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알고도 잠시 덮어뒀던 숙제가 있다면 나 혼자 실천은 못해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는 시간을 <호텔앤레스토랑>을 통해 가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노아윤 기자 hrdini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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