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의 Law Mentoring] 호텔 및 그 주요 임직원의 책임 범위에 대한 고찰

2021.09.29 09:00:00

- 양벌규정을 중심으로

 

여러분이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러분이 아닌, 여러분이 고용한 지배인이 평소 친분을 가지고 있던 유흥업소 대표와 공모해 해당 유흥업소에서 성매매 장소로 여러분의 호텔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속적으로 그 대가를 취득해 왔다면, 호텔의 대표자인 여러분도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처벌법”)에 따라 처벌받게 될 수도 있을까?

 

정답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매매 처벌법 제 27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성매매처벌법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법 안에는 수많은 양벌규정이 있다. 성매매처벌법 뿐만 아니라, 식품위생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호텔을 규율하는 수많은 법률들은 구체적 규정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나, 양벌규정을 두고 있다.

 

대부분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해 (해당 법률에서 정한) 죄를 범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해 각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내용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자신이 하지 않은 일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억울한 일이다. 이렇게 억울한(?) 규정임에도 불구하고, 양벌규정을 그렇게 수많은 법률에 두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양벌규정의 의의와 필요성


양벌규정이란 어떤 범죄가 이뤄진 경우에 행위자를 벌할 뿐만 아니라 그 행위자와 일정한 관계가 있는 타인(자연인 또는 법인) 에 대해서도 형을 과하도록 정한 규정을 말한다. 양벌규정은 벌칙규정에 행위자만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형벌의 목적을 달성 하기 어렵다는 전제에서 비롯한다.

 

어떤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용인·종업원이 위법행위를 한 경우, 해당 벌칙 규정 자체를 적용받아 처벌되는 것은 실제 행위를 한 자다. 그런데 해당 행위자의 위반행위로 인해 이익을 얻고 있는 자가 그 법인 또는 사용주라면, 법인 또는 사용주가 이와 같은 위반행위를 방지하고 장래에 대한 예방 조치를 강구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바로 양벌규정의 입법취지다. 행위자가 위법행위를 저지른 이유가 회사를 위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로 인해 실제로 이익을 얻은 법인이나 사용주는 처벌받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면, 해당 법인이나 사용주는 처벌을 받게 될 직원에게 다른 형태의 혜택을 주면서 범죄를 유도하거나 방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런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추가적인 비용이 지출돼야 하는 경우라면, 법인이나 사용주 입장에서는 이윤 증대를 위해서 비용을 줄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법인이나 사용주에 대한 엄한 책임을 부과해 이러한 비용을 지출할 유인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벌규정에 대한 쓴소리도 늘 존재해왔다. 법인이나 사용주가 파악하지 못한 일부 직원의 일탈이나 실수에 대한 책임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혹자는 양벌규정을 두고 기업연좌제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종업원의 범죄행위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없는 법인이나 사용주를 처벌하는 것은 책임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00년대 중반, 의료행위를 규제하는 법률인 보건범죄단속법의 당시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해당 조항은 종업원의 범죄 행위에 대한 영업주의 가담 여부, 종업원에 대한 영업주의 지도, 감독 소홀 등과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영업주도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라고 하고,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책임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사법의 기본 원리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책임 없는 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양벌규정은 허용될 수 없음을 전격적으로 확인해준 것이다.

 

당시 여러 다양한 법률의 양벌규정이 비슷한 취지로 위헌으로 결정되고, 기소된 사례의 상당수가 무죄로 판단되면서, 형사사 건의 무죄율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해프닝 아닌 해프닝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별개 의견이기는 하나, “헌법재판소 2010. 10. 28. 2010헌가55 결정”에서 개진된 의견의 아래 내용을 살펴보면, 양벌규정의 취지와 그 한계에 대해 보다 분명히 이해할 수 있다.

 

 

“법적으로 구성된 가상의 실체로서 현실적으로는 자신의 종업원을 통해 행위하므로, 공공의 이익을 해할 수 있는 위험이 내재돼 있거나 부당한 경제력 행사에 의해 사회에 막대한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 법인에게 형사책임을 귀속시키려면 문제되는 종업원의 행위를 법인의 행위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법인의 행위로 볼 수 없는 종업원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그 법인의 관여나 선임감독상의 과실 등과 같은 잘못이 없음에도 그 법인에게 형사책임을 귀속시킨다면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돼 책임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인의 위계 구조상 어떤 지위에 있는 종업원의 행위까지 법인의 행위로 볼 것인지 문제되는데, 법인의 경영방침이나 주요의사를 결정하거나 그 법인의 전체 업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기관이나 종업원 혹은 그와 같은 지위에 있는 자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이 그의 권한 범위 내에서 한 행위는 그 법인의 행위와 동일시할 수 있을 것이다.”

 

양벌규정의 규정 방식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영업주에 대한 면책 가능성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는 양벌규정도 존재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몇 차례에 걸친 위헌결정 이후, 양벌규정의 내용은 대폭 손질됐다. 법무부는 2007년 양벌규정에 의한 법인처벌 건수가 3만 6929건, 벌금액은 493억 원에 달하며 양벌규정 개선에 따른 국민편의 증진 효과가 연간 22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 자료를 내놨고,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392개 양벌규정 개정, 151개 행정형벌의 과태료 전환 등을 골자로 한 ‘행정형벌 합리화 방안’을 보고했다. 손질 작업은 최근까지 이어져 2007년 헌법재판소에서 양벌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최근까지 약 500개의 양벌규정에 대한 개정이 이뤄졌다고 한다. 현재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양벌규정은 아래와 같다.

 

책임주의에 위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양벌규정은 조금 더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기도 했다. 이를테면 (i) 양벌규정의 적용 대상을 특수한 업무에 관한 주체에 한정하거나, (ii) 양벌규정의 적용 대상이 되는 단체의 범위(이를테면 법인격 없는 단체까지 포함시키는 경우)를 보다 분명히 하거나 하는 것이 그것이다.

 

양벌규정에서 면책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양벌규정의 가장 핵심은 결국 책임주의에 위반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수범자인 우리는, 과연 양벌규정에서 면책되려면 즉 양벌규정의 문언 중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려면 해당 업무에 관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가장 큰 관심을 두게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서는 비록 오래된 판결이나, 아래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을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 판결을 정리하면, (i) 행위자가 처벌되지 않더라도 법인 또는 사용주의 감독행태가 인정되면 처벌이 가능하고, (ii) 행위자는 객관적 외형상으로 법인 또는 사용주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범죄를 범해야 하는데, 이때 행위자의 위법행위 동기는 법인 또는 사용주의 선임감독상 책임과 무관하고, (iii) 법인 또는 영업주가 스스로 고용한 자가 아니고 타인의 고용인으로서 타인으로부터 보수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 외형상으로 법인 또는 사용주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면 해당 법인 또는 사용주는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즉 원칙적으로 선임감독상 책임이 인정돼야 양벌규정의 적용대상이 되는 것이기는 하나, 선임감독상 책임을 다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양벌규정의 적용을 최소한으로 하고자 한다면, 평소에도 각종 구체적인 지침 및 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종업원들을 감독하면서, 각 행위마다 법인의 책임이 없음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나 사진, 동영상 등의 자료를 남겨두는 등의 조치를 해둬야 할 것이다.

 

엄격한 주의감독 필요

 

오비이락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유명한 사자성어로, 아무런 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도 때가 같아 억울하게 의심을 받거나 난처한 위치에 서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때때로는 위와 같은 의미에서 좀 더 나아가, 애당초 오해를 살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수위인 4단계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 정부 당국은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이 개정됐음을 알렸다. 이제는 코로나19 핵심 방역수칙을 단 한 차례라도 위반한 시설이나 업체는 10일 간의 운영중단 처분을 받게 된다. 감염병예방법상 다중이용시설에서 출입자 명단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거나 마스크 착용 지침을 따르지 않았을 경우, 소독 환기 등 시설 관리에 필요한 방역지침을 따르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을 경우에는 시설이나 관리자, 운영자가 행정처분을 받도록 돼 있다. 지금까지는 이를 위반한 업소에 1차 적발 시 경고 처분을 내린 후, 반복해서 위반 할 경우에는 10일, 20일, 3개월 등의 순으로 기간을 확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왔으나, 2021년 7월 8일부터 시행된 시행규칙에 따르면 경고 없이 곧바로 열흘간 운영이 중단된다. 법률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매우 엄격한 규제라고 할 수 있겠다.

 

사회가 복잡해지는 만큼 법인의 역할과 영향력은 증대될 수밖에 없고, 법인이 맞닥뜨리게 되는 사고 역시 다양해질 수밖에 없으며, 사회가 법인에게 요구하는 주의감독의무는 점점 더 무거워지게 될 것이다. 사회의 오해를 피하려면, 그리고 이러한 오해에서 벗어나 좀 더 안전하게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종업원을 비롯한 법인의 관계자들에 대한 보다 엄격한 주의감독이 필요하므로 매사 전문가와의 상의를 통해 사업상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겠다.

 

 

법무법인 (유)율촌 한수연 변호사
syhan@yulchon.com / tskim@yulchon.com

법무법인(유) 율촌은 '정도를 걸으며 혁신을 지향하는 최고 전문가의 공동체'를 비전으로 삼고 있으며,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 등을 자산으로 삼아 다양한 업무 분야에 대해 원스톱 법률서비스를 활발하게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