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연의 Hospitality BrandTalk] 스위스의 혁신, 프랑스의 우아함, 미국의 상상력을 담은 초콜릿 브랜드, L.A. Burdick

2021.11.02 09:00:40

 

16세기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쓴 맛의 건강 음료로 소비되던 초콜릿은 스위스 쇼콜라티에(Chocolatier)의 혁신을 통해 입에서 사르르 녹는 달콤한 간식으로 발전했다. 초콜릿하면 두 종류의 것이 떠오른다. 우아한 찻잔의 커피와 곁들여 먹는 적당한 당도의 고급스러운 맛의 초콜릿. 그리고 설탕, 캐러멜 범벅인 마트에서 판매되는 불량식품 같은 초콜릿. 질 낮은 카카오와 다량의 설탕이 함유된 후자와 같은 초콜릿이 상당수였던 미국에 고급 수제 초콜릿을 선보이고 싶었던 래리 버딕(Larry Burdick)은 초콜릿 전문가를 뜻하는 쇼콜라티에가 되기 위해 스위스로 떠난다. 그리고 1987년 스위스 초콜릿 제작 도구 1세트와 유럽에서의 경험, 명확한 비전을 갖고 귀국해 자신의 이름을 건 고급 수제 초콜릿 전문점을 오픈한다. 


이 초콜릿 브랜드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추운 겨울, 따뜻하게 몸을 녹이는 핫 초콜릿이 생각나는 계절, 11월의 브랜드 토크는 자신의 경험을 브랜드 곳곳에 녹여낸 미국의 초콜릿 브랜드 L.A. Burdick의 사례를 소개한다.

 

건강을 위한 음료였던 핫 초콜릿


감미로운 맛과 향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선물로 대표되는 초콜릿. 그러나 과거의 초콜릿은 오늘날과는 사뭇 다르게 활용됐다. 달게 먹을 수 있는 간식용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마시는 쓴 맛의 음료였다. 중남미의 카카오 열매가 주원료인 초콜릿은 16세기에 스페인에 전파된 후,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을 거쳐 북미의 뉴잉글랜드 지역에까지 넘어 왔다. 카카오 특유의 씁쓸한 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사람들은 적정량의 설탕, 바닐라, 꿀 등을 넣어 고체 형태의 초콜릿을 녹여서 부드럽고 기름기가 풍부한 따뜻한 음료로 즐겼다고 한다.

 

17~18세기에는 위장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소화를 돕기 위한 식이요법으로 활용되는 좋은 약으로 간주됐다. 따뜻한 초콜릿은 식사를 할 때 곁들이는 인기 음료로 등극했고, 이를 제작하고 서빙할 때 활용하는 특수 형태의 은 냄비와 은 주전자 또한 부유한 소비층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필자가 거주하는 미국 보스턴에도 1680년대 전후로 초콜릿이 전파돼 초콜릿 하우스가 생겼고, 가정에서도 아침을 시작하는 음료로 따뜻한 초콜릿 한 잔을 마시는 문화가 자리잡았다고 한다.


당시 거칠고 쓴 맛의 먹기 힘든 고체 초콜릿을 부드럽고 달콤한 맛으로 탈바꿈하고 대량생산을 통해 전 세계로 확신시킨 나라는 바로 스위스다. 초콜릿 음료가 유럽에서 인기가 높아지자 스위스는 유럽으로 수입되는 상품의 경유지로서의 전략적 위치를 활용해 초콜릿 가공을 시작했다.

 

1819년 스위스의 첫 초콜릿 공장이 오픈했고, 뒤이어 스위스 전역에 초콜릿 공장이 생겨났다. 스위스의 초콜릿 제조업자들은 다양한 제품 생산을 위해 창의적인 메뉴 개발을 시도해 전 세계 초콜릿 산업 전반을 혁신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스위스 초콜릿의 첫 대량 생산을 시작한 프랑소아 루이 카이예(François-Louis Cailler)를 필두로 대량의 우유, 설탕, 카카오의 독특한 배합 방법으로 부드러운 초콜릿 ‘밀카(Milka_우유를 의미하는 Milch와 Kakao의 합성어)’를 만든 필립 수샤드(Philip Suchard), 초콜릿과 헤이즐넛을 최초로 배합한 샤를 아마디 콜레(Charles-Amadeé Kohler)로 인해 초콜릿에 풍미가 더해졌다.

 

다니엘 피터(Daniel Peter)는 친구인 앙리 네슬레(Henri Nestlé)의 분유를 자신의 초콜릿 제품에 첨가해 밀크 초콜릿을 탄생시켰고, 이는 초콜릿 업계의 혁신에 일조했다. 또한 콘치(Conche_ 카카오, 우유, 버터 등을 반죽하는 기계) 방식으로 당대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초콜릿을 개발한 로돌프 린트(Rodolphe Lindt), 밀크 초콜릿, 누가, 아몬드, 꿀을 섞어 만든 삼각형 바 형태의 초콜릿 바 ‘토블러론(Toblerone)’의 제작자 티어도어 토블러(Theodore Tobler) 등의 스위스 쇼콜라티에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명확한 비전에서 탄생한 유럽의 느낌을 담은 
미국의 고급 수제 초콜릿 브랜드


1980년대까지 미국의 초콜릿의 상당수는 질 낮은 카카오와 다량의 설탕이 함유된 재료로 몰드를 이용해 대량 생산된 캔디류였다. 이런 초콜릿 시장에 안타까움을 느낀 래리 버딕(Larry Burdick)은 좋은 품질의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고자 하는 비전을 세웠다. 일찍이 프랑스를 동경하던 버딕은 1970년대에 프랑스로 넘어가 미식문화를 경험한다. 뒤이어 그는 스위스 초콜릿 혁신의 본고장 격인 베른에서 쇼콜라티에의 여정을 시작한다. 

 

1987년 미국에 귀국한 버딕은 뉴욕에 자신의 이름을 딴 L.A. Burdick이라는 브랜드 명으로 첫 지점을 오픈했다. 그가 살아온 삶과 경험이 반영된 프랑스의 미식 문화, 스위스의 초콜릿 제조 노하우, 미국의 창의력을 결합한 브랜드가 탄생했다. 버딕의 아내이자 공동 창업자인 폴라 버딕(Paula Burdick)은 파리에서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고 뉴욕의 예술 학교인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수학한 전공을 살려 매장 디자인과 제품 포장 디자인을 담당했다. 덕분에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파리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L.A. Burdick의 브랜드 철학은 사람들에게 좋은 품질의 초콜릿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후 30여 년에 걸쳐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과 케임브리지, 일리노이 주의 시카고, 뉴햄프셔 주의 월폴, 워싱턴 DC까지 5개 지점으로 확장했으며, 이 정신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고급 초콜릿을 제공하기 위해 중남미 및 캐리비안(볼리비아, 브라질, 베네수엘라, 마다카스카르, 그레나다, 페루, 에콰도르 등)에서 수확한 양질의 카카오 빈을 주 원료로 한다. 

 

고체 초콜릿은 수제 초콜릿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모든 작업은 몰드 없이 손으로 이뤄진다. 이곳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쥐모양 초콜릿은 3일에 걸친 12단계의 수제 공정으로 만들어진다(그림 2).

 

이 귀여운 쥐 모양의 초콜릿은 버딕이 스위스의 초콜릿 가게에서 일할 때 남은 가나슈와 실을 활용해 아이들을 위한 사랑스러운 간식으로 만들면서 탄생했던 것이다. 아기쥐 초콜렛은 2013년 세계 최고의 고급 초콜릿을 시상하는 국제 초콜릿 어워드(International Chocolate Awards)의 ‘혼합 다크, 밀크, 화이트 가나슈 및 트러플’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는 펭귄, 꿀벌, 코끼리 모양으로까지 확장된 라인으로 판매되고있다.

 

L.A. Burdick은 귀여운 고체 초콜릿 외에도 초콜릿 음료와 집에서 직접 코코아를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코코아 세트(드링킹 초콜릿)도 판매한다. 코코아의 경우, 다양한 빈을 블렌드해서 만든 다크, 밀크, 화이트 초콜릿 외에 중남미 국가에서 직수입한 카카오 빈을 단일 재료로 한 코코아 분말이 판매된다. 단일 재료의 경우, 봉투 겉면에 어느 지역의 빈을 사용했고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색깔 스티커로 표시해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다. 모든 코코아 제품에는 카카오 함유량이 표시돼 있어, 취향껏 선택할 수 있다. 코코아 세트는 코코아 분말이 담긴 봉투와 함께 아담한 크기의 블렌더도 제공돼 세심한 상품 구성이 돋보인다(그림 3). 

 

 

제품 프로모션, 시즌 별 메뉴로 재미를 더하는 마케팅


L.A. Burdick은 매 시즌별 메뉴 프로모션으로 구매욕을 자극한다. 새해를 맞이하는 1월에는 건강하고 따뜻한 드링킹 초콜릿을, 설날에는 올해 흰 소띠 해를 맞이해 귀여운 황소 모양의 초콜릿을 선보였다. 발렌타인 데이에는 시그니처 쥐돌이 초콜릿과 함께 하트 초콜릿을, 성 패트릭스 데이에는 복실복실 하얀 양, 부활절에는 달걀과 이스터 버니(Easter Bunny), 어머니의 날에는 꿀벌, 아버지의 날에는 시가 모양, 할로윈에는 유령 초콜릿이 관모양의 케이스에 담겨 제공된다. 추수감사절에는 칠면조 모양, 그리고 크리스마스에는 눈사람 초콜릿을 선보인다(그림 4). 


시즌별 메뉴는 종류별로 하나씩 컬렉션으로 소장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게 한다. 일부 초콜릿 디자인은 시즌별 프로모션은 해당 시즌에만 구입할 수 있는 한정 상품으로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심리를 자극한다. 여기에 시즌별로 맞춤형 디자인을 제공함으로 상황에 맞는 의미 있는 소비라는 인식을 더한다. 이렇게 다양한 시즌별로 맞춤형 모양 제작이 가능한 것은 원하는 디자인으로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수제 초콜릿의 특징 덕이다. 몰드를 활용하지 않고 손으로 빚어 만들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모양이 아니다. 덕분에 초콜릿 하나하나가 개성을 담고 있어 고르는 구경하는 재미도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내년 검은 호랑이 해를 맞이해 어떤 모양의 초콜릿이 탄생한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내부 브랜딩, 직원의 생생한 설명으로 전해지는 브랜드 정신


<호텔 앤 레스토랑> 2021년 1월에 게재된 필자의 칼럼에서 직원에게 브랜드 정신을 공유하고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는 내부 브랜딩 및 브랜드 코-크리에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정성연, 「직원과 함께 만들어가는 브랜드 코-크리에이션」, <호텔앤레스토랑> 2021년 1월호). 필자가 L.A. Burdick의 브랜딩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바람직한 내부 브랜딩이 이뤄지고 있음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버드 스퀘어 근처 케임브리지 지점의 L.A. Burdick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매장에 들어서자 직원이 환한 웃음으로 반기며 “이미 초콜릿이 많이 팔려서 디스플레이가 예쁘지 않은 점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무슨 이야기인가 했는데, 늦은 오후 시간이라 이미 많은 초콜릿이 소진됐다는 표현이었다. 이곳의 주인공은 매장 곳곳을 가득하게 채운 초콜릿이기 때문에, 초콜릿이 많이 빠지면 매장 전반이 비어 보여 예쁘지 않다는 의미로 한 이야기다.

 

살짝 어리둥절한 대화의 시작이었지만,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이어졌다. 워낙 단골손님이 많아서 코로나 기간에도 별 문제없이 운영이 됐다는 이야기부터 브랜드 창업자인 래리 버딕이 스위스에서 초콜릿을 배워 온 이야기, 뉴욕 지점을 오픈하고 뉴햄프셔, 케임브리지, 보스턴, 시카고, 워싱턴 DC 지점까지 확장한 역사, 현재 본사는 뉴햄프셔로 옮겼고 모든 초콜릿은 그곳에서 수제로 만들어서 배포한다는 이야기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열정에 반짝이는 직원의 눈을 보니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전해졌고, 브랜드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냥 커피와 초콜릿 케이크를 맛보러 들른 곳이었는데, 직원을 통해 전해진 브랜드 정신으로 인해 해당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보스턴 지점은 어떨까 궁금해져 그 이후 보스턴 지점에도 두 번이나 방문해서 시그니처 초콜릿과 핫 초콜릿 메뉴까지 경험했다. 10월에 보스턴 지점에 방문했을 때는 케임브리지 지점에 있던 열정에 찬 직원이 매니저로 승진해서 매장 관리를 하고 있었다. 브랜드 정신을 내재화한 직원이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는 모습을 확인하니 뿌듯했다.


브랜딩의 시작점은 명확한 비전을 설정하는 것이다. 비전 설정은 브랜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중심을 잡고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서 브랜드 정신을 표현하며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 있게 하는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한다. 래리 버딕이 미국에서 고급 수제 초콜릿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데에도 미국 사람들이 즐길 수 양질의 맛있는 초콜릿을 제공하겠다는 확고한 비전의 역할이 컸다. 명확한 비전이 있었기에 스위스에서 3년간 초콜릿을 배우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30여 년간 이 정신을 유지하며 운영한 결과 브랜드 정신이 제품, 매장, 마케팅 활동, 직원의 서비스에까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삶에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한 영감, 열정과 재능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녹인 L.A. Burdick. 미국인의 감성으로 만든 유럽식 고급 수제 초콜릿을 맛보고 싶다면 들러볼 만한 곳이다. 

 



정성연 칼럼니스트 sy.ashley.ch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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