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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엽

[남기엽의 Hotel Notes] 아난티 남해와 여수 히든베이호텔, 특별한 서사가 필요 없는 공간

사진_ 남기엽

 

와인과 호텔의 셀링포인트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는 요즘 이런 말이 돈다. “오늘 사는 와인이 가장 싸다.” 와인이 점점 대중화되고 자본이 몰리면서 와인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한다. 처음엔 5대 샤또니 슈퍼투스칸이니 하는 유명제품에 골몰하다 포므롤, 부르고뉴 와인을 거쳐 미국 컬트와인에 이르다 보면 병당 수백 만 원은 우습다. 좀 유명하다는 와인의 히스토리를 보면 무슨 표트르 대제가 수입을 지시했다느니 루이 14세가 사랑했다느니 하는 따위의 복잡한 서사를 셀링포인트로 하는데 큰 의미가 있는지는 글쎄다. 우리가 먹는 이천 쌀도 임금에게 진상되던 것인데[금양잡록(1491), 중보산림경제(1776) 참조]...

 


그런데 호텔 관련 히스토리는 생각보다 드물다. 역사가 와인보다 짧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공간의 특수성 탓도 있을 것이다. 어느 호텔에 얽인 일화가 있을 때마다 ‘한가로이’, ‘누구랑’, ‘그렇게 사치했는지’ 의문부호가 따라붙거니와 호텔은 순간을 선물할 뿐, 낭만으로 전승(傳承)되는 공간은 아닌 것이다. 그래도 찾아보면 제법 많다. 마이클 잭슨이 투숙했던 서울신라호텔,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롯데 뉴욕 팰리스, 그리고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카펠라 싱가포르까지. 여기에 포시즌스호텔의 임원은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


“우리도 많은 왕족과 유명인사가 투숙하는 호텔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소재로 홍보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울트라 퍼스널라이즈(Ultra-personalized)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어메니티는 환경을 이유로 1회용이 아닌 대용량 리필 어메니티를 준비하다니... Ultra-personalized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번 호의 호텔을 소개한다(포시즌스 서울은 지난 글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최고의 호텔 중 하나다. 1회용품 관련 환경부 권고를 감안한다 해도 나에겐 의외로 느껴진다.)


이제 해외에 눈 좀 돌릴 수 있게 됐지만 아직은 여전히 자유롭지만은 않다. 무슨 변수가 있을지 모르고 항공노선도 모두 회복이 덜 됐기 때문. 그래서 갈만한 국내 리조트는 없을까 싶다면, 오늘 소개할 두 호텔이 참고가 될 것이다.

 

주변 경관과의 공존
아난티 남해 


아난티 남해는 2006년 힐튼 남해 골프 & 스파 리조트로 시작했다. 힐튼 오키나와, 힐튼 다낭이 각 지역의 도시구조에 접합된 설계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듯 힐튼 남해 역시 남해 섬 외딴 곳이 장점이 되도록 설계됐다. 해변이 보이는 씨사이드를 기점으로, 독채 빌라, 펜트하우스급의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에 다다랐다. 아름다운 객실의 토대가 된 수십 만 평의 넓은 땅이 실은 트럭으로 퍼나른 흙으로 건설됐다는 것은 호텔의 또 다른 서사가 되기에 충분하다.

 


처음 들어가면 친절한 프런트의 체크인을 받고, 도어맨의 안내를 받아 객실로 이동한다. 동남아의 인터컨티넨탈 다낭이 떠오르는 버기카 경험은 소소한 여행의 재미를 주고 이윽고 도착한 객실은 넓은 거실 및 테라스, 푹신한 베딩으로 안락한 환경을 준다. 샴페인과 프렌치 토스트가 조화되는 조식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워터하우스’로 명명된 수영장은 메인풀, 노천탕, 키즈풀, 베이커리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아난티 힐튼 부산과는 비교도 안 되게 작아 실망스럽지만, 나름의 수영은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색감이 예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헬스장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새로운 복합문화공간 모비딕, 그리고 새로 오픈된 새로운 콘셉트의 서점, 이터널 저니는 신선한 감흥을 줄 것이다. 국내 최초 해안 코스 골프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아난티 남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주변 경관이다. 바다로 둘러싸인 남해의 절경을 직접 발로 느껴보고 싶다면, 그 앞의 바다 산책길로 나가 보자. 세찬 바람과 관리된 잔디가 곳곳에서 전투하는 길 위의 끝에 다다르면 햇빛이 바람에 날려 수면에 뿌리내린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샹그릴라 라사리아 리조트에 있는 듯 자연합일의 바람 끝을 느낄 수 있고, 유채꽃의 향을 만끽 가능하며, 약간의 봄비마저 허락하게 된다. 문제는, 비가 내리면 방 안에도 새곤 하는데 호텔의 사후대처가 놀랍도록 프로페셔널해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다. 호텔의 가치는, 문제발생 여부가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애티튜드에 있음을 아난티 남해는 보여줬다.

 

 

바다를 품은 곳
여수 히든베이호텔


남해에서 차를 타고 약 1시간 남짓 바다를 따라 달려 소호 해변의 물살을 즐긴 뒤 다다를 수 있는 여수 히든베이호텔은 이 지역의 랜드마크다. 신월동 해안에 위치해 거의 모든 객실에서 아름다운 바다 조망이 가능하며, 여기에서 보는 ‘오션뷰’는 오션 그 자체. 객실의 큰 통창은 전체가 푸른색 물결에 담겨 멀리서 온 투숙객의 심신을 달랜다. 이런 바다뷰는 아난티 힐튼 부산,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부산 송도 비치 정도에서야 가능한데 영호남의 각기 다른 색채가 인상적이다. 때론 거칠게, 때론 부드럽게 출렁이는 바다의 격랑과 잔물결을 보고 있으면 가지고 간 블루투스 스피커로 드뷔시의 <바다(La mer, 1905)>를 어느새 찾게 된다.

 


헬스장 역시 모든 필요한 기구가 완비돼 있고 스트레칭 룸 역시 충분히 넓다. 바다를 보며 런닝머신을, 그리고 벤치프레스를 하다 물을 마시고 다다르게 되는 사우나는 역시 바다를 조망하고 있어 또 다른 상념의 공간을 만든다. 오후 햇살과 반짝거리는 바다 물결, 그 사이 하얗게 파쇄되는 물보라의 격랑을 지켜보노라면 어느새 스트레스를 잊게 된다. 그리고 애초 들어설 때부터 개성적인 어법으로 바다에 집착한 이 호텔의 철학을 어느정도 가늠하게 된다. 

 

 

같은 바다, 다른 문법 


바다에 대한 도취적 환상, 탐닉에 대한 시선은 두 호텔이 모두 다르다. 어느 바다에선 잔뜩 둥그런 달이 떠올라 조용히 바다를 비추다 마침내 중천에 올라 태양이 없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웅변하기도 하고 또 다른 바다에서는 파도와 잔물결 사이의 통통배 망망대해 사이로 열심히 조업하는 어부의 살아있는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그 다른 문법이 서로 다른 ‘호텔’로 표현된 아난티 남해와 여수 히든베이호텔은, 이 지역에 들를 때 함께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굳이 서두에 언급한 서사를 하나 얹고 싶다면 호텔 밖에 나가 조선 왕의 수라상에 오른 서대회 한 점 먹는 것으로 충분하다. 

 

 

Nick Nam Hotel Advocate Theme #11 

ANANTI NAMHAE   Yeosu Hidden Bay Hotel  
뷰 ★★★★
객실 ★★★★
서비스 ★★★★☆
부대시설 ★★★★
총점 ★★★★☆
뷰 ★★★★★
객실 ★★★
서비스 ★★★★
부대시설 ★★★☆
총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