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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목)

정성연

[정성연의 Hospitality Brand Talk] 139년된 감옥이 호텔로 재탄생하다, 보스턴의 리버티 호텔, 럭셔리 컬렉션

 

미국 보스턴은 “Spirit of America”로 불리는 곳이다. 이 도시는 미국의 정신적 지주로 여겨지는 만큼 역사와 전통을 중요시한다. 특히, 식민지 시대부터 사용하던 건물들의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구도심의 건축 외관 변경을 위해서는 시의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로 까다롭게 관리된다. 기존 건물을 확장하거나 옆에 새로운 건물을 신축할 때도 주변 건물과의 조화를 고려해 설계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시대에 따라 건축한 건물들은 도시 전반에 다양성과 조화로움을 동시에 제공한다. 그리고 이는 보스턴만의 도시 정체성, 독특한 분위기와 품격을 만들어 가는데 일조한다.


이런 특성을 가진 도시기에, 오래된 건물의 외관을 유지한 채 새로운 용도로 리디자인(re-design)해 사용하는 건물을 도시 곳곳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두 조합을 선보인 사례가 있다. 바로 139년된 감옥을 럭셔리 호텔로 탈바꿈한 리버티 호텔의 리브랜딩 케이스다. 이번 브랜드 토크에서는 필자가 리버티 호텔에서 투숙하며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어떻게 감옥이 호텔로 변신할 수 있었는지, 감옥의 콘셉트를 호텔에 어떻게 녹여냈는지, 그리고 이 호텔에는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브랜드의 역사에 더해지고 있는지에 대해 다룬다. 

 

죄수들의 인권을 고려해 설계한 감옥


19세기에 완공된 보스턴의 찰스 스트리트 감옥은 범죄로 기소된 사람들이 재판을 기다리며 머무는 수용소였다. 건물의 외관은 감옥이라기보다는 교회당을 닮은 모습이다. 이는 당시 보스턴의 유명 건축가 그리들리 브라이언트(Gridley Bryant)와 루이스 드와이트(Louis Dwight) 목사의 합작품이다. 브라이언트는 보스턴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가로 평가받는 사람이다. 1872년 보스턴 대화재로 소실된 그의 건물은 152개였고, 그중 110개를 재건토록 임명됐다. 드와이트 목사는 예일대학교 출신의 형법학자이자 교도소 개혁 운동가였다. 보스턴의 찰스 스트리트 감옥은 수감자들이 겪는 비인간적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브라이언트와 드와이트의 개혁 운동의 일환이었다. 


1851년 완공된 감옥은 당대 보스턴 화강암 양식의 가장 좋은 건축물 중 하나로 언급된다(그림 1). 220개의 화강암 벽에는 33ft(약 10m) 높이의 아치형 창문이 30개가 부착돼 있다. 이는 당시의 일반 감옥에 비해 4배 이상의 자연 채광이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90ft(약 27m) 높이의 팔각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십자가 형태로 된 방사형 날개에는 성별과 범죄에 따라 죄수를 분리해 수감했다. 중앙 아트리움에는 더 많은 채광을 위해 큐폴라(Cupola_ 작은 건물의 돔 형태의 둥근 천장)를 설계했다. 아쉽게도 당시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브라이언트의 원안 스케치에서 줄인 형태로 완공됐다고 한다. 1902년에 북측 날개를 확장했고, 여기에는 수감자들을 위한 병원시설, 새로운 주방과 강당이 신설됐다. 주방에서는 매일 신선한 빵을 구웠고, 강당에서는 영화 상영과 예배 및 종교 행사가 열렸다. 


인권을 고려해 설계한 감옥은 시간이 지날수록 붐비고 황폐해졌다. 1인용으로 설계된 감방에 두 명의 수감자 배치, 일주일에 1번만 허용되는 목욕, 시설의 위생관리 미흡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죄수 폭동과 탈옥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1971년 수감자들은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1990년에 폐쇄된 감옥은 1991년 매사추세츠 종합 병원(MGH_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에 인수됐으나, 10년간 폐허로 남아 있었다. 


한 때 보스턴 레드삭스에 몸을 담았던 야구의 거장 베이브 루스(Babe Ruth)가 1926년 이 감옥을 방문했다. 그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찰스 스트리트 감옥에 대해 “감옥이라기보다는 호텔 같은 느낌”이라고 했단다. 그의 평에서 영감을 받았을까? 2001년 MGH는 이 건물에 새로운 역사를 입히기 위해 카펜터 앤 컴퍼니(Carpenter & Company)를 프로젝트 개발자로 지정했다. 그렇게 1억 5000만 달러를 들여 감옥을 호텔로 변경하는 거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역사성을 살려 감옥의 콘셉트를 반영한 독특한 호텔


리브랜딩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 어렵듯이, 역사적인 건물의 용도를 변경해 재건하는 것이었기에 건물을 새로 짓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한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2007년 우울했던 폐허는 건물의 역사와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담은 아이코닉한 럭셔리 호텔로 재탄생했다(그림 3). 리버티 호텔은 감옥의 콘셉트를 곳곳에 어떻게 표현했을까? 


중앙 아트리움은 로비 및 리버티 바(The Liberty Bar)로, 감방은 객실로, 그 외 부대시설은 식당과 바(Bar)로 탈바꿈했다. 비용문제로 1851년 건축가의 원안에서 축소된 형태로 지어졌다가 1948년 소실됐던 중앙 아트리움의 큐폴라는 브라이언트의 원안 스케치를 반영한 모습으로 새롭게 세워졌다. 298개의 객실 중 18개는 십자 방사형 날개의 죄수들이 사용하던 감방을 개조해서 만들었고, 나머지는 원 건물 바로 옆에 신축한 16층 건물에 만들었다. 죄수들의 운동장이던 곳은 The Yard라는 이름으로 투숙객 및 호텔 방문객이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다.

 

호텔의 레스토랑 및 바 이름도 범죄 혹은 감옥과 관련된 것이다. 로비가 내려다보이는 2층의 바 Catwalk(좁은 보행자용 통로)는 감옥에서 죄수들이 오가던 통로로 사용됐던 곳이다. 한 때 감옥에 도착한 죄수들이 마차에서 내리던 입구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Scampo(이탈리아어로 ‘탈출’)의 입구로 활용된다. 그 맞은편에는 호텔 바인 Alibi(알리바이)가 있다. 이곳은 감옥의 옛 술 탱크가 있던 곳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로비로 올라오면 Alibi 바로 위에 아메리칸 레스토랑인 Clink(감옥, 감방)가 있다. 이곳의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는 죄수 번호가 적힌 셔츠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다. Alibi와 Clink는 감옥의 창살을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로 눈길을 끈다. 특히 Clink의 테이블 의자는 의도한 것처럼 감옥 의자를 연상시키는 무척 딱딱하고 불편한 나무 의자였다.


2007년 오픈 이래 8년 후, 스타우드 호텔 앤 리조트(현재는 메리어트 호텔 앤 리조트)에 인수되며 럭셔리 컬렉션(The Luxury Collection) 브랜드에 속하게 된다. 2016년 초 1100만 달러(약 140억 원)를 들인 리노베이션 결과물은 기존 인테리어 디자인에 비해 섬세함이 느껴진다. 호텔 곳곳에 활용한 모티프는 크게 4가지로 정리된다(그림 4). 감옥을 상징하는 철창, 기존 감옥의 벽면에 있던 원형 유리창의 모양, 죄수에게 자유를 상징하는 열쇠, 그리고 감옥 안에서 느리게만 가는 시간이다. 그림 4의 상단 사진은 감방의 쇠창살을 복원한 로비의 장식과 객실 복도의 쇠창살을 모던하게 재해석한 카펫이다. 중앙의 사진은 감옥 벽면의 원형 유리창의 디자인을 적용한 벽지, 공용부의 사이니지와 DJ 테이블이다. 하단의 사진은 시계와 열쇠로 수놓은 객실 카펫, 벽면의 열쇠 액자, 교도관들이 소지하고 다녔던 열쇠뭉치에서 영감을 받은 DND(Do Not Disturb) 사인이다. 특히 ‘방해금지(DND)’ 대신 적힌 위트 넘치는 ‘독방(Solitary)’ 문구는 웃음을 자아낸다.

 
이 외에도 객실 곳곳에는 호텔의 역사와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소품으로 가득하다. 보스턴의 명소가 한눈에 보이는 창문 앞의 가죽 의자에 놓인 쿠션 디자인에서 자유의 몸이 되는 날을 손꼽아 세는 죄수의 염원이 느껴진다(그림 5). 또한 침대 옆에 놓인 캐비닛을 여닫을 때 나는 ‘끼익 철컹’ 소리는 실제 감방 문을 닫을 때 나는 소리를 연상케 한다. 객실 데스크 앞 벽에는 전구, 편지, 다양한 디자인의 열쇠, 흑백 사진 등이 액자에 담긴 채 걸려있다. 평범해 보일 수 있는 객실에서 감옥의 콘셉트를 드러내는 요소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흥미로운 스토리와 액티비티로 가득한 호텔
찰스 스트리트 감옥을 거쳐간 사람들의 스토리


찰스 스트리트 감옥은 형량이 짧은 경범죄자, 청문회 또는 재판을 기다리는 피고인 및 중범죄자들을 위한 임시수용소였기에 많은 수감자들이 이곳을 거쳤다. 여성 참정권 및 인권을 지지한 수많은 운동가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인권 및 시민권 운동을 위해 투쟁한 말콤 X(Malcom X),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역할을 맡았던 희대의 사기꾼 프랑크 애비그네일 주니어(Frank Abagnale Jr.)도 이곳을 거쳐 갔다고 한다.

 

보스턴 시장으로 4번의 임기를 수행한 화려한 정치 이력을 가진 제임스 컬리(James Curley)도 이곳의 수감자였다. 그는 1904년 친구의 공무원 시험을 대신 치른 후 사기 혐의로 찰스 스트리트 감옥에 복역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이곳에 수감돼 있는 동안 보스턴 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것이다. 당시 그의 선거 슬로건 “그는 친구를 위해 한 일”은 노동계급과 빈민자들에게 어필했고 그는 이로 인해 불법을 저지르고도 정치계에 입문하게 됐다고 한다.

 

 

판결을 내리기 위해 감옥의 열악함을 몸소 체험한 연방 판사


1971년 수감자들이 감옥의 열악한 환경으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을 때, 당시 연방 판사였던 아서 개리티(W. Arthur Garrity)는 1973년 감옥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죄수들의 삶을 직접 경험했다. 감옥의 열악한 환경을 몸소 체험한 그는 감옥에 위헌 판결을 내리고 폐쇄를 명령했다. 그러나 실제 감옥이 문을 완전히 닫을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감옥이 폐쇄된 것은 그로부터 17년 후인 1990년이었다. 

 

유령 출몰 지역으로 유명해


139년간 감옥으로 사용됐던 사연 깊은 건물인 만큼 이곳에 대한 소문도 무성하다. 필자가 이 호텔에서 1박을 하며 보스턴의 야경을 구경할 때, 5분마다 1대 꼴로 관광버스가 호텔 앞을 지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보스턴에서 유령이 가장 많이 나오는 장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보스턴의 악명 높은 죄수들이 거쳐 갔던 곳이라 그들의 원혼이 떠돌아 호텔에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아무리 콘셉트와 아이덴티티가 흥미로워도, 감옥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약점이 될 수 있다. 집처럼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껴야 하는 호텔에서 원치 않는 기분 나쁜 느낌과 잡생각으로 밤잠을 설치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것일까? 2007년 리모델링을 마치고 호텔 오픈 일주일 전, 불교의 승려들을 초대해 호텔 곳곳에서 퇴마 의식을 했다고 한다. 호텔에 투숙하는 것을 거리낄 수 있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혹시나 있을지 모를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제스처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령에 대한 이야기는 입소문을 타며 호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역 주민과 투숙객을 위한 사교 행사 
Liberty Affairs


리버티 호텔 투숙객들에게는 체크인 시 웰컴 드링크로 로제 샴페인이, 매일 오전에는 모닝커피가 제공된다. 호텔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보트 하우스에서 무료 카약을 2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특전도 포함돼 있다. 또한, 투숙객과 지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무료 사교 행사도 진행된다. 리버티 어페어스라 불리는 이 행사는 요일 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아이코닉한 블루스 밴드의 라이브 음악과 버번(Bourbon) 시음회가 열리는 월요일의 Major Monday, 보스턴의 유명 예술가와 갤러리의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화요일의 Gallery Night Tuesday, 다양한 장르의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수요일의 Whole Note Wednesday, 중앙 아트리움이 패션 디자이너의 의상을 선보이는 런웨이로 변신하는 목요일의 Fashionable Late Thursdays. 이 날 모델들은 에스컬레이터, 캣위크바와 로비를 거닐며 테이블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주말인 금요일과 토요일의 Beat Weekends에는 보스턴 최고의 DJ들이 선사하는 음악에 맞춰 호텔의 분위기 있는 밤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리버티 호텔은 두 개의 이질적인 느낌과 이미지를 갖는 용도의 건물을 현명하게 리디자인하고 리브랜딩한 사례다. 이것이 가능했던 첫 번째 이유는, 찰스 스트리트 감옥의 원 디자인이 혁신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선보인 파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감옥을 그저 죄수들을 수용하는 용도에서 확장해 그들도 하나의 인간으로 존중하고 제한된 환경에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빛, 쾌적함을 위해 설계했기에 가능했다. 이런 정신을 반영한 건물이었기에 시대를 넘어 현재까지도 건축의 기본 골자는 물론 아름다운 이야기로 이어갈 수 있는 것 아닐까? 


두 번째는 건물의 역사와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수 있는 모티프를 설정해 호텔 곳곳에 적절히 녹여 냈다는 것이다. 이를 시각적인 요소는 물론이고 청각과 촉각 등 감각적인 요소 전반에서 흥미는 끌되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드러나도록 설계했다. 기분 나쁨과 흥미를 끄는 정도의 경계를 넘지 않는 것은 매우 어렵고도 중요한 작업이다. 정말 많은 조사와 노력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브랜드 경험을 디자인했을 것이다. 


세 번째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며 브랜드 스토리를 쌓아간다는 점이다. 과거 감옥에서 활용했던 용도를 반영해 현재의 레스토랑 및 바를 설계하고, 네이밍에도 그 의미를 담아 활용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며 스토리에 흥미를 더한다. 또한, 호텔에 방문했던 사람들이 이곳에 수감됐던 사람들의 스토리를 통해 보스턴과 미국 역사의 흐름을 찾아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과거와 현재를 이으며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한다. 


마지막으로 투숙객과 지역주민을 참여시키는 다양한 행사 기획으로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요일별로 개최되는 다양한 무료 이벤트는 참여한 사람들에게 호텔을 알리는 좋은 방식이다. 특히, 리버티 호텔에서 개최하는 행사들은 중앙 아트리움과 캣워크의 디자인을 십분 활용할 수 있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으로 기획한 것 또한 주목할 점이다. 호텔에서의 좋은 추억으로 호텔 전반의 이미지도 덩달아 좋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좋은 경험을 갖게 된 사람들은 주변에 호텔의 경험을 얘기하며 자발적인 브랜드 홍보 대사로도 활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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