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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3 (토)

투어리즘&마이스

[Inbound Strategy] 어쩌면 시장 다변화의 첫 번째 챌린지, 미국 - 이제야 알아버린 한국의 맛,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어필해야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이제는 글로벌 그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BTS를 비롯해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등 한류 붐이 일고 있는 것. 여기에 지난 코로나 2년 동안 쌓은 방역 선진국의 이미지까지 더해져 기존에 한국을 몰랐던 이들에게는 호기심을, 방문 경험이 있는 이들에겐 재방문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한류 붐으로 높아진 한국관광의 관심과 수요를 실제 방한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특히 기존에 크게 집중하지 못했던 미국 시장의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인바운드의 핵심 시장이었던 중국과 일본, 베트남의 유입은 당분간 어려워 보일뿐더러, 동남아시아는 어느 정도 시장파악이 돼 있는 상태인 것에 비해, 비교적 백신접종률이 빨라 해외 이동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미국에 대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방한 관광객의 비중이 미국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 미국인들의 방한 관광 니즈는 어떨까?

 

 

K-콘텐츠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관광


세계에서 가장 큰 문화산업 시장을 가진 미국에서 한류가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발간한 ‘2021 지구촌 한류현황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K-POP 열풍은 패러디, 리액션, 립싱크 등 K-POP을 매개로 한 동영상 제작이 붐을 이루면서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2021년 11월 28일, 2년 만에 LA에서 열린 BTS 오프라인 콘서트는 4일간 32만 석이 전부 매진, 2000만 원이 넘는 암표가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LA로 들어오는 비행기 좌석의 과반 이상이 BTS의 팬인 ‘아미(A.R.M.Y)’였다고 한다. 보고서에서 한류 영향력의 지표로 삼고 있는 한류관련 동호회 수와 동호인 수는 2020년 대비 약 2배 증가했고, 그 이유가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음식, 뷰티 및 패션 제품, 웹툰 등 전반적인 K-콘텐츠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미국에서 한류는 이제 일시적인 유행 단계를 지나 미국 문화의 일부분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팬데믹 기간 중 K-콘텐츠의 활약은 미지의 국가였던 한국을 매력적인 나라로 주목받게 한 가운데, 한국관광공사는 미국에서 한국관광에 보이는 관심을 실제 관광 수요로 돌리고자 코로나19 기간 동안 다방면의 노력을 진행해왔다. 공사가 미국을 겨냥한 마케팅으로는 2020년 8월, 국내 거주 구미주 출신 인플루언서로 구성된 SNS 기자단 ‘헬로 코리아(Hello Korea)’의 발족이 시초였다. 이후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명소를 파워 인플루언서와 영상물 제작을 통해 알렸으며,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에서는 한국문화 및 온라인 라이브 쇼인 ‘Discover Korea Live 2020’을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백신 접종 선진국을 중심으로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체계 전환이 이뤄짐에 따라 미국의 여행업 주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팸 투어를 진행했다. 당시 팸 투어는 그동안 온라인에만 집중하던 마케팅 방식에서 오프라인 마케팅이 재개된 첫 사례로 본격적인 한미 여행업계 협력에 물꼬를 텄다. 팸 투어는 미국여행업협회(USTOA) 회장을 비롯해 미국 주요 도매여행사 관계자 14명이 방문, 서울, 부산, 경주 등 주요 관광지를 답사하고 ‘2021 KOR-US 트래블마트’에도 참가해 세미나 및 국내 여행업계와의 상담을 진행해 그 의미를 더했다.

 

 


이후로는 방한 관광객으로서 가능성이 높은 MZ세대를 겨냥해 메타버스를 활용한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MZ세대의 주요 소통 창구이자 새로운 마케팅 채널로 메타버스가 파급력을 확장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의 대표 메타버스 게임플랫폼 ‘로블록스’에 론칭한 강릉 배경의 오징어게임은 누적 방문자수가 10만에 육박했으며, 로블록스 다음으로 유저가 많은 네이버 ‘제페토(ZEPETO)’에는 관광거점도시인 부산, 목포, 안동, 강릉, 전주의 신규 맵들을 구현, 각 도시의 다양한 관광지와 핫 플레이스를 미리 둘러볼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을 구사하기도 했다.

 

방문율은 압도적 1위이나 
관광 수요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


미국 내의 한국 관심도 증가와 이를 관광수요로 전환시키기 위한 한국관광공사의 적극적인 활동이 맞물리면서 미국 인바운드 유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관광통계에 집계된 미국 입국자 수가 타 국가에 비해 높은 수치로 상승세를 기록함에 따라 기대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5월, 한국관광공사의 ‘2022년 5월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방한 외래관광객이 전년 동월(7만 4463명) 대비 136.3% 증가한 17만 5922명이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국가별로는 미국(4만 2490명)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유입됐다. 이어 필리핀이 두 번째로 많은 입국 수치를 기록했으나 그 수는 1만 4199명으로 미국의 입국자 수에 비해 한참 떨어져 있었다. 지난 1~5월 누적 방한 외래관광객 수도 미국이 12만 1755명으로, 미국 다음으로 많았던 중국(6만 2450명), 필리핀(5만 6055명)에 비해 거의 두 배 가량 차이가 났다. 물론 입국객의 방문 목적이 상용이나 친구/친지방문 등 단순관광이 아닐 수 있는 이들이 포함돼 있지만 국내 인바운드 시장의 주축이었던 중국과 일본에서 벗어나 시장 다변화의 목소리가 컸던 만큼, 새롭게 떠오르는 미주 시장 수요에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안관광컨설팅 프로젝트 수 정란수 대표(이하 정 대표)는 “지난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30대의 미국인을 중심으로 한국의 이미지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고, 당시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50%대에 육박,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터라 당장 재개 가능한 여행 시장으로 전망했었다. 특히 기존 인바운드 상위 시장이었던 중국, 일본, 대만 등의 국가보다 대내외적으로 여행에 대한 긍정적인 기조를 보였기 때문에 미국 인바운드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라고 이야기하며 “하지만 치솟은 유가에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항공권 가격이 여행객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장 저렴한 한국행 항공권이 300만 원에서부터 시작하는 형국이다. 게다가 미국 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어 경제가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이라 자체적으로도 여행을 자제 시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오미크론 하위변이인 BA.5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BA.5는 전파력이 강하면서도 기존 면역을 회피하는 특성이 있어 돌파감염과 재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다시금 조성, 기대했던 만큼 당장의 수요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VIP를 중심으로 한 럭셔리 투어
공략해볼만한 니치마켓으로 떠올라


이처럼 당분간 미국 전반에 걸친 인바운드 유치는 힘들어 보이지만 전체 미국 시장에 대한 기회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경제적 제약과 심리적인 부담이 크지 않은 럭셔리 관광의 영역에서는 올해 상반기부터 유의미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미주를 전문으로 인·아웃바운드 럭셔리 투어를 운영하고 있는 ㈜트래블디퍼런트 홍윤하 대표(이하 홍 대표)는 “지난 4월 1일,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제한이 풀리자마자 미주를 중심으로 예약 문의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이후 방한한 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물어보니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한 인식이 방한계획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게다가 이전까지 한국은 중국과 일본 여행에 밀려있던 ‘차선(Secondary Choice)’의 여행지였는데 현재 두 국가의 폐쇄적인 코로나 정책으로 이 기회에 한번 한국을 경험해보자는 니즈가 생긴 듯 보인다.”고 귀띔했다. 중국, 일본에 비해 인지도가 낮았던 한국이 K-콘텐츠의 영향력으로 주목을 받게 된 데다 주변 국가들의 불안정한 현지 사정으로 전에 없던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한편 정 대표도 “VIP, 럭셔리 관광객들은 항공권에 저항이 없기 때문에 현 상황이 여행을 떠나는 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워낙 코로나19 팬데믹 중에도 프라이빗하게 여행을 다녔던 이들”이라고 이야기하며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 입국이 자유로운 곳이 한국과 싱가포르밖에 없는 터라 제한적이지만 미국 VIP를 대상으로 인바운드 시장을 넓히기에는 충분한 기회다. 이러한 기조를 예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의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구미대양주 인바운드 유치 전략을 보면 단순히 한국을 둘러보는 것에서 나아가 심층적인 한국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고품격 관광 콘텐츠를 선호하고 있다. 이를테면 템플스테이를 하며 명상을 하거나, 사찰음식을 배우고 만들어보는 류의 관광 상품을 특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야기처럼 지난 10월 한국관광공사 LA지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는 여행 테마로 치유여행을 홍보하기 위한 ‘Pause in Korea’ 캠페인을 추진, 이를 알리고자 고급문화 향유층을 대상으로 한국 미술작품 관람과 다도명상이 어우러진 이색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공사는 국내 명상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다도, 템플스테이, 한옥스테이, 걷기명상 등을 주제로 하는 11개 영상을 제작하고, 캠페인 사이트(www.kmeditation.org)를 통해 적극 소개하고 있다.

 

 

 

오감 만족, 극한의 여행 경험에 
즐거움 배가되는 미국 관광객들


그렇다면 올해 상반기 통계에서 확인된 방한 미국 관광객들은 어떤 국내 여행을 즐겼을까? 홍 대표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트렌드지만 한국으로 들어오는 미국 관광객들의 예약 리드타임이 굉장히 짧아졌다. 일례로 4월 1일에 예약 문의를 한 고객이 4월 7일에 입국했다. 이는 코로나19의 불안정한 상황에 생겨난 새로운 패턴으로, 이전까지 구미주 인바운드의 경우 장거리 비행이다 보니 적어도 6개월 전의 예약이 많았다면 이제 짧게는 일주일을 남겨두고 연락을 주기도 한다.”면서 “물론 트래블디퍼런트 고객이 주로 경제적 여건보다 시간에 쫓기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은터라 시간이 있을 때 바로 떠나는 여행행태가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 짧아진 리드타임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 대한 관심 증가로 출장객들의 여행 일정도 기존에 비해 기간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전의 출장객들은 비즈니스가 끝나면 곧바로 자국으로 돌아가는 패턴이었는데, 이왕 온 김에 여행까지 즐기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에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데, 홍 대표는 그간 트래블디퍼런트를 통해 한국을 방문했던 미국 관광객들의 키워드는 ‘경험’이라고 이야기한다. 지적 호기심이 많고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성향이 짙기 때문에 그저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보다, 직접 먹어보고, 만져보고, 느껴보는 경험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한 경험 중에서도 ‘극한(Extreme)’ 경험을 좋아한다고. 홍 대표는 “대개 외국인들이 한국 사람들이 산낙지를 먹는 모습에 기겁하거나 혐오스러움을 갖고, 위생적이지 않은 곳들은 보여주기 싫다는 이유로 산낙지나 재래시장을 소개하기 꺼려하지만, 생각보다 미국인들은 주위 시선이나 여건들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스스로의 경험을 더욱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일단 경험해보는 것에 의의를 두는 편”이라고 귀띔하며 “특히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에서만 해볼 수 있는 체험에 만족도가 높다. 이에 미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 기획 시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는 유니크한 포인트 노출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전 세계 어느 지역마다 미쉐린 레스토랑은 있어도 어머니의 손맛이 버무러진 나물이라든지, 아무렇지 않게 입에 젓갈을 넣어주는 시골 할머니들의 인심은 그 어디에도 없는 우리네 삶 속의 한국만의 문화”라고 강조했다.

 

 

만족할만한 콘텐츠 제공으로 
재방문 가능성 놓치지 말아야


한국의 국가적 위상 제고로 미국에서의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 미국은 중국, 일본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바운드 시장의 가능성이 충분한 곳이었다. 일찍이 한국관광공사 LA지사에서는 평창올림픽때부터 시작해 라스베이거스 소재의 고등학교 한국 수학여행을 유치하는 등의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이에 2020년에는 미국 관광객 1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주기적인 대형 로드쇼 진행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을 시장 다변화를 위한 핵심 국가로 봐야 할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3억 3480만 명의 세계 3위 인구를 자랑하는 거대 마켓이기도 하고, 거리가 있는 터라 일단 들어오면 장기체류하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창출될 수 있는 소비가 많다는 점도 인바운드 관광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다. 

 

한편 지난 5월 한국관광공사에서 한국문화에 관심 있는 미국인 30~40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진행 결과, 팬데믹 이후 국제관광 재개 시 가장 먼저 방문하고 싶은 아시아 국가로 한국(66.5%)이 1위로 꼽혔으며, 그중 53%가 1년 내 방한을 희망한다고 답해 실수요로 전환될 수 있는 기대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게다가 한국관광공사의 ‘2021 잠재 방한여행객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를 제외한 구미주 및 중동 국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먼 거리로 인해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활동적인 중장년층이 주요 방한계층이나, 잠재계층으로 ‘한류에 관심이 많은 10~20대와 그의 가족들’이 꼽히기도 하는 등 방한 니즈가 점점 다양하게 드러나는 추세다. 


여기에 2019년에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델타항공이 아시아거점 공항을 나리타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전, 미국-한국 간 노선이 다양해졌다는 점도 호재다. 늘어난 항공편으로 그동안 한인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는 뉴욕, LA, 샌프란시스코를 위주로 유입되던 방한관광객이 지역 구분 없이 다양한 목적으로 한국을 찾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홍 대표는 “지난 4월 7일에 방한한 고객 중 여행 도중 10월 프로그램을 예약한 이도 있었다. 그는 학회로 일본에는 여러 차례 방문한 반면,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그동안 한국을 몰랐던 것이 부끄러울 정도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면서 “물론 어떻게 보면 현재 중국과 일본의 입국이 막혀있기 때문에 한국이 대체재로서 잠시 떠오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요즘 직원들에게 거듭 이야기하는 부분이 ‘This is the moment’, 지금이 기회라는 것이다. 이유가 어떻게 됐든 한국을 찾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이 만족할 만한 콘텐츠를 통해 좋은 피드백을 현지 여행사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현지 여행사 직원이 다른 고객들에게 자신 있게 한국 여행상품을 소개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의 이야기에 따라 구체적으로 미국인들이 한국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를 살펴보면 우선 중국인, 일본인들과는 또 다른 한국인들만의 활기찬 텐션에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사람들은 물론, 찬 문화가 발달된 한국 식문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한 메뉴들에 상당한 흥미를 느낀다고 한다. 또한 지적 호기심이 많은 미국인들에게 K-콘텐츠로 주목받기 시작한 한국의 역사와 문화는 새로운 자극이 되고 있다. 게다가 안팎으로 시끄러운 미국인만큼 한국의 ‘안전함’은 큰 메리트다. 엔데믹 시대에 K-방역은 기본이고, 좋은 치안으로 범죄로부터 노출될 일이 거의 없어 타지에 있지만 크게 불안하지 않은 여행지라는 것이다. 

 

 

소구력 부족한 콘텐츠
경험에 가치 더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요구돼


그렇다면 미국 관광객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여행 콘텐츠는 무엇일까? 홍 대표는 미국인들의 경험에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일본의 료칸은 좌식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인들에게 불편하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불편함을 알면서도 그들이 료칸을 찾는 이유는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의 료칸은 저마다의 스토리가 달라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들이 많다.”고 설명하며 “한편 국내의 경우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들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살리거나 기존의 것들을 엮는 노력이 부족했다. 미국 관광객들과 여행하다 보면 그들이 발견한 한국의 아름다움은 우리의 시선으로 봤을 때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다. 일상에 가지고 있는 자원들은 많은데 그동안 우리 스스로 그 매력을 들여다보지 못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앞으로 우리와 같은 DMC(Destination Management Company)의 과제도 스토리텔링이자 브랜딩”이라고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의 예전 궁이나 가옥들이 목재로 지어진 것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많다고 한다. 석재 건물이 대부분인 그들의 국가에선 보기 힘든 건축양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홍 대표는 아시아의 주요 건축 자재가 목재일 수밖에 없는 이유와, 경복궁과 덕수궁 등의 건축 배경, 그 속에 품고 있는 역사, 처마 밑에 공간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와 같은 스토리를 풀고, 우리의 것이 왜 아름답고 고귀한 가치가 있는지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알고 나면 더 귀해 보이는 법이다. 특히 럭셔리 투어는 ‘Deep Learning’이 중요하다. 사물 하나를 보더라도 깊이 있게 보고 성찰할 수 있는 콘텐츠와 그 속의 스토리가 소구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 인바운드, 시장 다변화의 첫 걸음 되나


엔데믹 전환과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등의 기조에 따라 2년 만에 인바운드 유치 전략이 모색되고 있다. 그런데 각 지역의 호텔, 관광관련 협·단체, 이외 관광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 나눠보면 여전히 중국과 일본의 동아줄만 잡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워낙 비중이 컸던 시장인데다 팬데믹으로 제로베이스로 돌아간 것과 다름이 없는 상황이라 시장 다변화의 과제보다 집중하던 시장부터 재정비하는 것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공항 재개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일터. 


방한 미국인의 대부분은 상용, 친구/친지방문이 주목적인 이들이고, 여가/위락/휴식을 목적으로 들어오는 지역도 한정돼 있어 절대적인 입국자 수가 곧 순수관광 목적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방문 목적이 무엇이든 간단한 일정이라도 구미에 당기는 콘텐츠를 통해 한국에 대해 몰랐던 이면을 보여주는 것으로부터 시장 다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듯 보인다. 


알고 보면 미국은 많고 많은 매력의 유럽 국가 중 유독 이탈리아에 꽂혀있는 나라로 유명하다고 한다. 거리가 가까운 편도 아니라 왕래가 쉽지 않을 텐데 위아래로 독일,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등 여러 나라보다 이탈리아로 재방문하는 이들이 많단다. 그렇다면 이제야 한국을 알아버린 미국 관광객에게 더 이상 헤어 나오지 못할 매력을 어필함으로써 아시아 중에서는 한국이 최고인 관광지로 포지셔닝 해보면 어떨까?

 

 

 

트래블디퍼런트에서 구미주 시장을 중심으로 여행 상품을 제공하게 된 배경과 주력하고 있는 ‘럭셔리 투어’는 어떤 콘텐츠인지 궁금하다.
트래블디퍼런트는 원래 구미주를 대상의 아웃바운드 여행사였다. 아웃바운드 여행사다보니 해외에 다양한 네트워킹이 있고, 유관된 행사라면 여러 모임에 참석하면서 현지 ‘트래블 디자이너(Travel Designer)’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미국의 경우 VIP 여행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들의 여행 컨디션은 물론, 일정, 여행지 상황 등을 기획 및 관리하는 이들을 트래블 디자이너라고 하는데,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 간의 관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돈독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디자이너가 송출한 고객을 현지에서 잘 케어해줄 수 있는 DMC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던 디자이너로부터 의뢰가 와 DMC 역할을 도맡으면서 인바운드 상품도 다루게 됐다.


트래블디퍼런트에서 주력으로 하는 럭셔리 투어는 ‘직접 경험’하는 것에 방점을 둔다. 길거리나 시장의 음식을 사먹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지만, 쿠킹 클래스를 통해 직접 요리 과정에 동참하는 것에서 더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래블디퍼런트에서 미국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
두말할 것 없이 ‘하이킹(Hiking)’이다. 특히 북한산 백운대 하이킹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서울이라는 대도시 한복판에 멋진 산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이유에서다. 운동화만 신어도 쉽게 오를 수 있고 산책하듯 오르는 길에는 오이로 목을 축이는 사람,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 삼삼오오 모여 시원하게 막걸리를 들이키는 사람들 등 로컬 사람들의 생활, 혹은 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을 굉장한 매력으로 느낀다. 그렇게 로컬 사람들 한국의 식생, 토양, 환경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한마디로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활동의 집약체인 것이다. 그리고 하이킹에서 그들에게 무엇보다 하이라이트인 것은 정상에서의 도심지 풍경이다. 산 밑에 바삐 움직이는 도심이 있고, 한 켠에는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가 보이는 이색적인 광경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같은 맥락에서 하이킹 다음으로 미국 관광객이 좋아하는 액티비티가 한강 ‘바이킹(Biking)’이다. 한강만 가로질러도 이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충분하다.


호기심 많고 활동적인 액티비티한 성향, 경험을 중시하는 여행 행태를 제외하고 미국 관광객들의 주목해볼만한 특징이 있다면?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특히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데 니즈가 굉장히 높다. 일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다리 휘어질 듯한’ 밥상은 이제 더 이상 이들에게 한국의 푸짐한 인심으로 통하지 않는다. 분명 다 먹지 못하고 남겨질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변화에 능동적으로 잘 대처한 사례로 경주 한정식 전문점 ‘요석궁’은 ‘한상차림’으로 나오던 차림새를 코스로 변형했다. 이에 운치 있는 한옥 고택에서의 정통 한식을 관광객이 불편함 없이 즐기도록 할 수 있어 고객들과 경주에 가게 되면 꼭 찾게 되는 곳이 됐다. 


포시즌(캐나다), 하얏트, 메리어트와 같이 미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체인 호텔들이 각종 친환경 캠페인에 적극적인 이유도 일맥상통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같은 호텔이라면 친환경 호텔이 미국인들에게는 보다 소구력이 높은 편이니, 호텔에서 친환경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면 이를 적극 어필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인바운드업계에 있어 미주 시장에 관심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일본 시장에만 너무 매몰돼 있었던 것이 컸던 것 같다. 동남아시아와 구미주 국가의 국내 여행 행태는 다를 수밖에 없다. 동남아시아인들의 여행은 쇼핑이나 한류에 대한 키워드가 주를 이루는데 비해 구미주는 체험이나 전통 문화에 여행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개발된 여행 상품들이 전부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의 기준으로 기획된 것들이다 보니 미국인들이 한국에 왔어도 이렇다 할 매력을 못 느꼈을 테다.


일본 관광객의 수요가 물밀 듯이 밀려들어왔을 당시 국내 DMC들은 너도나도 일본을 위한 상품 기획에 혈안이 돼 있었다. 기존 마켓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던 데다 새로운 시장 발굴이나 개척에 대해서도 큰 의지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 현지 에이전시에서는 한국 DMC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물론 아직 국내에는 활성화되지 않은 시장이라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현지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는 해외 박람회나, 네트워킹 이벤트 참여를 통해 얼마든 해소 가능한 부분이다. 그런데 여전히 기존 마켓에만 주력하는 모양새라 DMC로서 아쉬울 따름이다.

 

앞으로 겨냥할 미국 인바운드 고객들에 접근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들에 소구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핫한 키워드고, 이를 통해 한국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K-콘텐츠가 한국을 찾는 궁극적인 이유는 아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K-콘텐츠의 활약은 그들의 성공이지 우리나라 관광의 성공은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K-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상품 개발도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럭셔리 투어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입장으로 ‘지속가능한’ 상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서 말하는 지속가능성은 친환경적인 가치보다 상품의 영속성에 가치를 둔 지속가능성이다.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유산과 자산, 생활방식 등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에 상품 개발의 주안점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콘텐츠 개발의 핵심은 그들의 시선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관광객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다보면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것들이 그들의 관점에선 신선하고도 경이로운 광경이자 경험이 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는 모든 것들이 여행 자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관광객을 비롯해 앞으로 인바운드 시장의 다변화를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요구 및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업계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직 미국은 물론, 중국을 포함한 주요 몇 개 국가를 제외하고는 개척해 나가야 할 아주 작은 시장이다. 시장 자체가 작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업계 내의 경쟁보다 먼저 연대를 통해 파이를 키워놓아야 한다. 작은 시장에서 경쟁을 하게 되면 결국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게 되고, 이는 제살 깎아먹기 식의 악순환을 야기한다. 일단 미국인들이 관광 목적지로 한국으로 와야 한국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어필이 잘 돼야 다음을 재방문 기약이 가능하다. 여행사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익구조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경쟁보다는 연대, 네트워킹이 필요한 때다. 

 

마지막으로 미국 인바운드를 준비하는 호텔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인바운드 DMC 자격으로 이야기해보자면, 럭셔리 투어에 있어 호텔은 여행 여정 중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때문에 VIP들은 현지 DMC들과 반드시 연결돼 있을 수밖에 없다. 예약은 현지 에이전시에서 했을지 몰라도, 그 외 핸들링은 한국에 있는 DMC들이 도맡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호텔은 투숙객이 어떤 여행사와 컨택하고 있는지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하다. 오히려 DMC쪽에서 연락을 해도 시큰둥한 반응이라 아쉬움이 많다. 


미국뿐만 아니라 DMC를 두고 여행하는 VIP들은 DMC의 조언과 추천은 전적으로 신뢰하는 경향이 많다. 호텔에 대한 컴플레인도 DMC에게 하는 이들이다. 그만큼 DMC를 통하면 같은 고객이더라도 추가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방안이 여러모로 모색 가능하다는 의미다. 여전히 호텔을 포함한 국내 전반적인 관광시장이 머릿수로만 그 규모가 책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시장 다변화는 업계가 연대해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갈 다양한 공급자들과의 유의미한 협업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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