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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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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 사케 소믈리에의 All about Sake] 미요키쿠(御代菊) _ 나라현 키다 주조(奈良県, 喜多酒造)

297년 역사의 나라현 대표 술 도가

나라현, 사케 탄생의 메카
일본 간사이(関西) 지역은 오사(大阪)를 중심으로 한 9개 현(県이 있는 곳을 말한다. 간사이 지역의 9개 현 중에 오사카부(大阪府)의 동남쪽에 나라현이 자리를 잡고 있다. ‘나라’라는 말은 순수 한국어로 ‘나라’(国)를 뜻한다. 나라현은 한반도 삼국시대의 백제로부터 불교, 문화 등이 많이 건너간 지역으로 우리와 친근한 지역이기도 하다. 필자는 일본 여러 현들의 술 도가를 소개하고 있는데 나라현은 일본 사케가 탄생한 메카 지역이다.
일본의 술 역사를 보면 원래 사원에서는 술을 만들지 못하게 돼 있었는데 일본 무로마치 시대에 불교가 번성해 사원이 많아지며 시대에 변화가 생겼다. 신년이 시작될 쯤 신불 조화(神仏習合) 형태의 제를 지내는 의식에서 쌀로 승려가 술을 만들어 제단에 올렸고, 그 사원이 바로 나라현에 있는 쇼락구지(正暦寺)이다. 승려가 술을 만들었기 때문에 승방주(僧坊酒)라고 불렸다. 쇼락구 사원은 창건 당초 86명의 승려들이 술을 빚었는데 사원과 승려들의 힘이 커지면서 120명의 승려들이 술을 빚는, 대사원으로 번창해 승방주 사원의 대명사가 됐다. 사원의 승방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3번 발효 과정을 거치는 삼단시고미(三段仕込み)라는 제조법, 누룩과 초기 발효균을 만드는 법, 술의 부패를 막기 위한 열처리(火入れ) 작업 등 근대 양조법의 기초가 되는 주조 기술이 확립됐다. 이 주조 기술은 무로마치 시대를 대표하는 혁신적 주조법으로 일본 고문서인 술지일기(御酒之日記), 에도(江戶)시대 초기의 도가슈조기(童蒙酒造記)에도 나와 있다.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은 쇼라구지 사원을 일본 청주 발상지라고 일컫는 원인이다. 술을 빚는 초기 발효균을 ‘보다이 모도(菩提酛)’라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나라현 보다이 모도 청주 제조 연구회’에서 초기 발효균을 자체 관리하고 있으며 매년 1월에 이 발효균을 보급해 나라현 술 도가들이 맛 좋은 술을 빚고 있다.


9대 가업 장인이 맡고 있는 키다 주조
오늘 소개하는 키다 주조도 특별한 ‘청주 제조 연구소’의 초기 발효균으로 술을 빚고 있다. 키다 주조(喜多酒造) 도가는 1718년 창업해 29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현의 대표적인 술 도가이며 가업 장인으로 현재 키다 히도시(喜多整)가 9대이다. 키다 히도시(喜多整)는 8대 가업 장인 키다 카즈요시(喜多和義)의 사위이다. 카즈요시에게는 아들이 없고 딸만 있어 술 도가의 가업을 잇기 위해 데릴사위를 맞이했다. 일본은 많은 기술 장인들이 가업을 잇기 위해 아들이 없는 집안에서는 사위를 맞아 본래의 성을 바꿔 자신들의 전통 가업을 잇도록 하고 있다. 히도시는 올해 41세의 젊은 청년으로 필자가 만난 순간, 술에 대한 열정과 애착, 사명감 등 사케에 혼심을 다하는 모습을 느낄 수가 있었다. 후쿠이현(福井県) 술 도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동경 농업 대학의 주조학과를 졸업한 그는 졸업 후 니혼슈 주종 종합 연구소(日本酒類総合研究所)에서 근무하다가 이 연구소에 연수를 나온 지금의 부인을 만나 결혼했다고 한다. 소설같은 러브 스토리로 술이 맺어준 부부이다. 이 부부의 대화 주제는 주로 술에 대한 개발, 연구, 새로운 상품 출시 등에 관한 것으로 잉꼬 술 부부이다. 현재 8세의 아들을 두고 있는데 벌써 술 교육을 시키며 가업 승계 정신의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사케 시장의 위기, 기회로 극복 위해 신제품 개발
키다 히도시가 키다 주조의 사위로 들어와 2가지의 새로운 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리헤에(利兵衛)술이다. 리헤에 술은 일본 최초로 알코올 도수 20%의 준마이 긴조(純米吟醸)술을 만들어 냈다. 언뜻 듣기에는 준마이 긴조가 알코올 도수를 20% 내는 것이 어렵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시판하는 청주 알코올 도수는 15% 전후로 빚고 있다. 하지만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는 순미(純米)일 경우 쌀 자체로 20% 도수를 내는 방법은 아주 어렵다. 특히 긴조슈처럼 쌀의 도정율이 높을 경우 더욱 어려운 공정이다. 공정 과정에서 알코올 도수에 따른 효모균의 선택, 누룩의 발효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효소력이 강한 누룩의 제조와 조절, 발효기간에 견딜 수 있는 온도 관리 제조를 거쳐 리헤에(利兵衛)가 출시됐다. 역시 대학에서 주조학과를 졸업하고 술 도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토대가 됐다. 하지만 히도시도 20%의 리헤에 맛이 나올 때까지 많은 테스트와 실패를 거듭하면서 결국 고농도의 실험에 성공해 리헤에를 탄생시켰다. 20% 알코올 도수의 준마이 긴조슈를 개발한 이유는 다양한 고객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15% 정도의 순한 니혼슈 고객 이외에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나 양주를 선호하는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라는 것이 히도시의 설명이다. 리헤에는 강하게 스트레이트로 마실 수도 있고, 얼음을 넣은 언더 락으로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 제조에서 영업 판매로 이어지도록 고민하고 연구 개발하는 젊은 히도시의 집념과 열정이 리헤에에 표현됐다고 볼 수 있다. 리헤에의 이름은 297년 전 창업자의 이름인 키다 리헤에에서 따서 지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제품은 부부의 술 사랑의 토대로 만든 하쓰코이(初恋)라는 술이다. 일본어로 하쓰코이는 ‘첫사랑’이란 뜻이다. 술 이름 그대로 두 사람의 술 사랑이 그대로 술 맛에 표현 됐다고 부부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있게 말한다. 첫사랑이라는 술 이름도 나라 현의 대학생들에게서 힌트를 얻어 붙였다고 한다. 첫사랑 술은 사케가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술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제조된 술로 알코올 도수는 낮고 달콤하며 발포성으로 상큼한 맛을 더해 대학생,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술을 담은 병 또한 300㎖의 작고 흰 병에 분홍색 레이블을 붙여 술이라기 보다 음료수 같은 느낌을 준다.
또 하나 여름 상품으로 사케 샤베트를 테스트 중이다. 고급 호텔에서 코스요리의 중간에 나가는 샤베트 대용인데 일반적 샤베트보다 사케 샤베트는 휠씬 음식과 잘 어울리고 입맛을 개운하게 해주며 식욕을 촉진시키는 새로운 개발품이다. 이것을 통해 일본 술 시장의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저렴한 쌀로 좋은 술 만들어내
키다 주조 술의 특징으로는 우선 쌀이다. 모든 도가들은 쌀을 엄선해서 선택한다. 술을 만들기 좋은 쌀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선택의 기준이 된다. 특히 술 전용 쌀인 야마다 니시키(山田錦)품종의 쌀을 술도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쌀알이 굵어 술의 양이 많이 나오고 쌀이 단단해 발효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마다 니시키는 쌀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키다 주조의 일부 술들은 오백만석(五百万石)이라는 품종의 쌀을 사용 한다. 그 이유는 역시 일본 술도 시장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판매 단가를 줄여야 하는데 야마다 니시키 보다는 오백만석의 품종이 값이 저렴해 시장성에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백만석의 품종으로 어떻게 야마다 니시키처럼 좋은 술을 만들어 낼 것인가. 이것이 바로 키다 주조의 강점이다. 오백만석 품종의 쌀은 야마다 니시키 품종의 쌀에 비해 쌀알이 작고 수분이 많아 물의 흡수력이 다르다. 따라서 쌀을 처음에 씻는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 야마다 니시키 품종의 쌀보다 1~2% 물을 적게 맞춰야 한다. 이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필자는 직접 찾아가 현장을 견학했다. 술 도가이지만 공기 좋고 물 맑은 시골, 오래된 일본식 적산 가옥 안에 우물이 있고 우물을 지나 작은 정원에 오래된 소나무들이 마치 옛 시골집에 방문한 것 같았다. 집 뒤뜰이 나오자 바로 술 기술 장인 3~4명이 쌀을 씻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쌀을 씻는 선미 작업이 우선 중요하다. 쌀을 깨끗이 씻되 수분이 적게 스며들도록 빨리 씻어야 한다. 따라서 쌀을 같은 양으로 단단한 망으로 된 자루에 담아 조금씩 씻는다. 하지만 많은 양의 쌀이 똑같은 수분량을 함유해야 하기 때문에 똑같은 시간 공정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히도시는 초시계를 가지고 쌀 씻는 작업에 직접 참여해 3초 전, 2초 전, 1초 전…. 하면서 단 1초까지도 오차가 없도록 쌀을 씻는다. 쌀의 선미, 정미뿐만이 아니라 전 공정의 작업을 기술 장인들과 직접 만들며 쌀알, 밥알 한 톨, 한 톨을 히도시의 손끝을 거쳐 빚어진다.


술에 스토리텔링 담아 인기
雪星(유키보시_ 눈의 별), 柏原(무스메_ 카시와라 절의 딸), 御代菊(미요기쿠_ 깨끗한 국화) 등이 있다. 이 술들은 초대부터 80년간을 제조, 판매해 오다 71년 전 7대 키다 장인의 딸이 당시 디프테리아라는 병에 결려 죽고 만다. 딸의 죽음을 슬퍼하던 7대 키다 장인은 딸을 상징하는 카시와라 무스메라는 술과 눈의 별이라는 술의 이름이 너무 슬퍼 이 두 가지의 술 제조를 중지했다고 한다. 지금은 하쿠주(白寿), 야마토(大和), 야마토노 가오리(大和の香り), 아스카가와(飛鳥川), 미요기쿠(御代菊)등이 있다.
이중 미요키쿠(御代菊)라는 술이 유일하게 지금까지 키다 주조의 대명사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미요키쿠라는 술 이름의 어원은 일본 문학의 문헌에 나오는데 하이쿠俳句(시조)에 술 이름으로 유명한 승방이 노래에 실을 정도로 유명한 술에서 따왔다고 한다.
현재 키다 주조에서 빚는 술 중에 다이긴조 고급 술이 두가지 있다. 하구주白寿(백주)라는 다이긴조 술과 백주보다 한 단계 더 고급 술인 고주皇酒(황주)가 있다. 두 가지 술 모두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이 된다. 백주는 ‘白寿’라고 쓰며, 일본에서는 99세를 뜻한다. 100은 ‘百’이라고 쓰는데 위의 1자가 모자라면 99가 되므로 1자를 떼어 99라고 읽는다. 또한 고주는 ‘皇酒’라고 쓰며 ‘白(99)+一(1)+十(10)+一(1)=111’로 111살을 뜻한다. 백주는 720㎖ 한병에 4200엔이고 고주는 같은 양에 8400엔으로 두배 비싸다. 고주는 1년에 50병만 빚어내고 주문에 의해 한정 판매하고 있다. 고주는 히로시마에서 1년에 한번씩 있는 사케 품평회에 출품하기 위해 더욱 심혈을 기울여 빚는 키다 주조의 자존심이자 예술작품이기도 하다. 키다 주조 8대 장인은 9대 장인의 사위에게 말한다. 295년의 키다 주조는 기업으로 키우기 보다는 가업을 지키는 장인으로 남아 주길 바란다고. 따라서 가업을 이어가기 위해 중요한 점은 고객에 대한 신뢰성과 품질,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술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오랜 경험과 세월의 흐름 속에서 터득한 장인의 노장 기술과 정확하고 치밀하며 수학적 데이터에 입각한 젊은 사위의 열정적 기술의 조화가 키다 주조의 장래를 밝게하며 굳건하게 가업을 지켜 가는 모습에 찬사를 보낸다.

<2015년 6월 게재>



이용숙
니혼슈 키키사케시(사케 소믈리에)
(주)린카이 이용숙 대표는 오랫동안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오사카경제대학 객원교수 및 니혼슈 홍보 한국사무국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사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을 매년 개최, 사케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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