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앤레스토랑 뉴스레터 신청하기 3일 동안 보지 않기 닫기

2024.04.20 (토)

노아윤

[노아윤 기자의 생각 모으기] 1회용의 맹점

 

11월 24일부터 1회용품 사용규제가 확대 시행된다. 2019년 11월, 환경부에서 1회용품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매장 내 1회용품 규제가 한시적으로 유예된 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복원에 나선 것이다. 아무리 3년간의 유예 아닌 유예기간이 있었다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의 편의성에 위생이라는 측면까지 더해져 1회용품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을지, 당장 사용규제에 나서야 하는 업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런데 다행히도(?) 호텔은 1회용품 사용규제 업종에서 배재됐다. 그동안 호텔이 관련 시행령의 시행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이유는 어메니티 때문이었는데, 지난 8월에 배포된 환경부 가이드에 따르면 호텔 어메니티를 의미하는 1회용 위생용품의 무상금지 업종에 ‘숙박업 영업소에 부설된 욕실’은 제외돼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마 이도 ‘당분간’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입법 예고된 관련법의 개정안에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숙박업(객실 50개 이상)’이 추가 규제대상으로 리스트업돼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당초 숙박업 종류에 관계없이 ‘50실 이상 규모의 숙박업’을 포함했던 것을 보면, 이번 개정안은 일반숙박업을 추가하는 정도지만, 주요 호텔 체인이 자발적 협약을 통해 다회용 위생용품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관광숙박업을 포함할 공산이 크다. 이에 어메니티 업체들은 이제 더이상 시행령 시행의 여부가 중요한 시기는 지났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호텔은 어떻게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환경부가 정의하는 1회용품은 ‘같은 용도에 한 번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다. 그 속에는 10가지 1회용품이 있고, 호텔 어메니티는 그중 1회용 면도기·칫솔·치약·샴푸·린스에 해당한다. 이를 바탕으로 규제를 풀어보면 어메니티에 있어 호텔이 집중해야 할 키워드는 ‘1회용’과 ‘무상제공’이다. 그런데 기존에 무상으로 제공되던 어메니티였던지라 이를 유상으로 고객에게 전가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1회용’을 해결해야 하는데 환경부가 정의하는 1회용에 의문이 드는 점이 많다. 샴푸면 샴푸, 면도기면 면도기로 사용하는 ‘같은 용도’는 알겠는데 ‘한 번 사용하도록’은 어떤 의미일까. 대개 어메니티는 객실 하나 당 2인을 기준으로 봤을 때 둘이 써도 하루에 용기 내 제품을 다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그마저도 남으면 집으로 가져오기도 한다. 만약 용기 내 제품을 다 쓴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이 한 번인지, 하루에 한 번인지, 한 번 제공됐을 때 한 번인지 해석이 모호하다.


애초에 호텔 어메니티가 일반숙박업, 즉 모텔에서 단순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비품인 ‘1회용 위생용품’과 동일선상에서 규제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혹자는 가성비를 포기한 극도의 럭셔리 추구가 목적인 사치재에 왜 친환경의 프레임을 씌워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어메니티를 대용량으로 갈음하는 와중에도 비효율적인 룸서비스, 뷔페에서 낭비되는 막대한 음식물쓰레기, 가뭄으로 괴로운 하루하루에도 수영장의 물은 허비되고 있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친환경인지 말이다.


지난해 씨마크 호텔은 2년간의 개발 작업을 거쳐 자체 어메니티를 제작했다. 자체적으로 어메니티를 개발한 호텔은 종종 있었지만 씨마크 호텔의 어메니티가 흥미로운 점은 환경부가 기존 어메니티를 1회용품으로 ‘간주’했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해 어메니티 용량을 기존 용량대비 많은 양으로 제작했다는 점이다. 어차피 모호한 가이드고, 여태까지 환경부의 움직임과 사회적인 분위기로 봤을 때 1회용품 규제가 누구에게나 명백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계속 정부의 시행령만을 기다리고 있기엔 소비자들이 점점 환경이란 키워드에 노출되는 일이 잦아졌다. 언제까지고 정부가 정확한 잣대 없이 내놓는 정책에 휩쓸려 다닐 순 없는 노릇. 씨마크 호텔처럼 1회용품의 정의의 허점을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를테면 기존의 어메니티에 이를 들고 갈 수 있는 파우치 하나를 추가로 제공하고, 쓰고 남은 어메니티는 집으로 가져가도 좋다는 메시지를 공공연하게 전달하거나, 직관적으로 1회용이 아닌 2회, 3회용의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것이다. 디스펜서가 대용량이라 위생상의 문제가 있고, 재고의 품질관리가 어렵다면 다회용 디스펜서를 대용량이 아닌 기존 어메니티 용량만큼 만들면 되지 않을까?


2019년 최초의 규제에는 숙박업소에 대한 기준도 지정돼 있지 않았다. 현재 국내 숙박업으로 지정돼 있는 숙박시설은 관광숙박업을 포함해 총 16개다. 그런데 환경부의 가이드는 숙박 제공의 목적과 타깃 고객이 엄연히 다른 숙박업을 모두 똑같이 간주했다. 환경부의 가이드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차라리 어메니티의 정의를 호텔이 세워보는 것도 방법일 듯 보인다. 다만 정부가 1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호텔 어메니티에도 반드시 전제돼야 할 것이다. 1회용품 사용규제는 우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당연히 적용돼야 하고, 호텔도 예외 없이 동참해야 한다. 다만 수동적으로 이끌려 다니기보다, 우리가 마땅히 가야할 길임을 이해하고, 앞으로 정부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한 수를 더 둔 호텔만의 하이엔드 서비스로 특화시키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배너
배너

기획

더보기

배너



Hotel&Dining Proposal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