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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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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 사케 소믈리에의 All about Sake] 쿠보타 명주 _ 아사히주조 주식회사

좋은 물이 있는 곳에 좋은 술이 있다

쿠보타 사케를 만드는 회사는 아사히주조이다. 아사히주조는 일본열도 서북쪽에 위치한 니이카현나가오카시 아사히 마을에 있다. 이 고장은 겨울에는 눈(雪)이 많이 오기로 유명하다. 니이가타현(縣)에 눈(目)이 시린 눈(雪)이 많이 내리기에 목을 따뜻하게 녹이는 명주(名酒)도 있어야 할 것이다.
니이가타의 가을과 겨울은 특별하다. 절실히 기다리던 수확의 계절, 니이가타에 가을이 들면 코시지의 논은 황금색 물결로 가득하다. 1년의 땀이 열매로 영그는 순간이다. 논에서는 아사히주조 전 사원이 벼 베기를 함께한다. 모두 참가해 벼농사의 소중함을 몸에 익히려는 것이다. 그리고 또 계절이 바뀌면 니이가타의 겨울, 만물의 생명을 하얗게 물들이는 이때야말로 술 빚기에 가장 알맞다. 양조장에서는 주모(酒母)와 모로미가 하모니를 이루고 술 빚는 노래, 술 익는 향기가 이곳 마을에 가득하다.


쿠보타의 사케 빚기
아사히 주조는 니가타현 나가오카시의 남쪽에 위치하는 코시지 지역에 쿠보타야라는 이름으로 텐보 원년 1830년에 창업했다. 창업 이래 아사히야마나 쿠보타 등 명주를 빚어왔다. 1989년(平成), 이 가업은 더욱 큰 기업으로 성장해 90여년의 맛을 지키고 있다. 특히 아사히주조가 직접 재배하는 벼(稻)에는 매우 진한 정성이 배어 있다. 아사히 주조는 아사히 농업연구소와 함께 쌀 재배 연구를 해 저농약 재배, 계단식 논에서의 환경보전형 농업 등 다양한 친환경 농법을 진행하고 있다. 술에서는 쌀의 성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해 쌀알의 중심에 있는 심백(心白)은 최대화하고 술의 잡맛이 되는 단백질은 최소화하는 품종 개량에 힘써왔다. 아무리 양조 기술이 우수해도 술의 질은 원료의 품질을 초월할 수 없다. 아사히주조에서는 자사 청주의 특징인 담려한 가라구치의 맛을 결정짓는 저(低)단백, 고(高)품질의 술을 빚기 위해 40% 또는 50%의 강도 높은 정미를 해왔다.
아사히주조에서는 술 양조에 사용하는 물도 아주 중요하게 본다. 창업이래 아사히 신사의 경내에 솟아 나오는 보물 물을 사용한다. 라이코지역층이라고 불리는 지층을 통과해 솟아 나오는 물이다. 부드럽고 청아한 이 물은 술을 만드는 데에 이상적이다.
니혼슈 빚기는 쌀을 깎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단정하고 세심한 술을 만들기 위해서 현미가 연마석의 주변을 회전하며 깎여져 나간다. 하얗게 빛이 나도록 정미(精米)된 쌀은 아사히쿠라, 쇼라이쿠라 2개의 증미(蒸米) 스케줄에 맞춰 씻겨진다. 아무리 근대적인 기술을 갖추었다고 해도 장인(匠人)의 숙련된 기술은 양조과정상 절대적 요소다. 장인은 씻은 쌀의 상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쌀을 물에 불리는 시간이 술 맛에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증미기는 제대로 움직이고 있을까? 쌀은 제대로 쪄지고 있을까? 양조장이 분주해진다. 증미기에 넣는 쌀의 양과 작업의 스피드, 증기가 빠지는 정도 등에 술도가의 기술 장인들은 주의를 집중한다. 그리고 누룩실에서 누룩(麹)을 빚기 시작한다. 예로부터 술 빚기는 첫째 누룩, 둘째 주모, 셋째 양조라고 할만큼 누룩 빚기는 양조의 핵심이다. 누룩실은 미묘한 손놀림으로 종국(푸른 곰팡이 씨)을 배양한다. 이틀 밤낮으로 이어지는 작업이다. 겉은 단단하고 속은 부드럽게 고두밥을 지어 누룩균이 안으로 깊이 들어가게 한다. 누룩상태가 바로 술맛을 만들어낸다. 주위환경에 예민한 누룩균 상태를 주의해서 살피고 공을 들여 좋은 누룩으로 배양해야만 한다. 온도계와 손 감촉으로 고슬고슬하면서도 탄
력이 있는 쓰키하제 누룩을 만들어낸다. 다이긴조슈를 빚을 때는 고시키라고 불리우는 큰 찜통에 수작업으로 쌀을 찐다. 전통 솥에 불을 때고 쌀을 찐 다음 자연풍으로 식힌다. 찐 쌀의 양을 재어 운반할 때는 한데 엉키지 않도록 재빨리 밥을 흩어주어야만 한다. 기술자들의 움직임이 술의 질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러한 세심한 과정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모실에서는 밑술 만들기를 한다. 이로써 술의 기본이 되는 준비가 갖추어지는 셈이다. 도봉으로 찐 쌀과 누룩이 잘 섞여지도록 황도를 넣어 노를 100회 정도 젓는다. 이 때쯤이면 땀에 밴 장인들이 부르는 노동가요가 양조장에 울려 퍼진다. 누룩은 완성된 밑술에 소에, 나카, 도메 라는 3단계로 고두밥, 누룩, 물에 덧술을 한다. 어느덧 모로미 탱크 안에서 그윽한 청주의 향과 거품이 하모니를 이룬다. 덧술 공정을 거쳐 양조 공정에 들어간 후에는 모로미를 짠다. 술에서 향기가 배어나도록 천천히 부드럽게 해야 한다. 흔히 술은 그 민족의 문화라고 일컬어지는데 니혼슈는 양조 과정에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의 정교성을 자랑한다. 모로미 속에서 누룩 효소에 의한 전분의 당화작용과 효모가 당을 알코올로 바꾸는 알코올 발효가 이루어진다. 그 밸런스를 잡는 것은 장인의 실력이고 또 바로 이것이 양조장의 기술이며 니혼슈의 매력이다.


라벨에도 전통 문화 담아
아사히주조의 특징에는 병(甁)에 붙이는 종이 상표(라벨)도 있다. 라벨 하나에도 전통 문화가 배어있다. 쿠보타 라벨은 자신들의 고장에서 만든 화지만을 사용한다. 화지는 가시와자키시 가도이데 지역과 나가오카시 오구니 지역에서 나오는데(300년 이상될 정도로 유명하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화지 문화가 쇠퇴의 일로를 걷고 있던 중 아사히주조는 전통을 살리는 아이디어를 내어 서로 윈윈하고 있다. 옛 방식의 목재 됫병보다 도자기로 만든 도쿠리의 이미지를 화지로 표현해보려는 연구를 하던 중 화지 농가의 5대째 자손인 고바야시 야스오 씨를 만나게 됐다고 한다. 눈이 많이 오는 가도이데 지역은 화지의 원료 고우조를 재배하면서 겨울철의 부업으로 종이를 뜨는 농가가 많은 곳이다.
화지는 이를 뜨는 일보다 잘 삶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잘 삶는 것보다 좋은 원료이어야만 한다고 화지 장인은 말한다. 사케도 좋은 원료(쌀)를 어떻게 잘 재배하는가와 같은 것이다. 화지 또한 원료의 질(質)을 극복하는 방법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화지 장인 고바야시 씨는 “화지를 만들 때 절실히 느끼는 것인데 역시 최종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은 원료”라고 말한다. 고바야시 씨도 화지의 원료를 스스로 재배하고 눈, 바람 등 설국(雪國) 특유의 제조법을 지켜간다. 앞으로 천 년 후 30세기에도 남을 수 있는 화지생산을 목표로 한다고 포부를 밝힌다. 화지를 뜨는 베, 기타의 도구, 인원의 확보 등 상당한 설비투자가 필요했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는 아사히 주조의 대표에게 10년정도 물량이 나온다면 투자를 할 수도 있다는 아주 실례되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우리 가업에도 리스크가 커서 이 사업을 할지 말지 고민이 많았지만 ‘정도를 걷는다’는 아사히주조의 방침이 우리 가도이데 화지의 기본자세와 같아서 위험을 무릅쓰고 결단했다.”라고 설명한다. 화지 장인은 아사히 주조에 운명을 걸자고 결의를 했다. 아시히주조의 제안과 고바야시씨의 결단이 결실을 맺어 쿠보타의 라벨이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 문제가 좀 생겼다. 고바야시 씨가 뜬 화지는 습기가 많은 날은 부드러워지고 건조한 날은 뻣뻣해지기 때문이었다. 나무로 만든 화지는 살아서 호흡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화지의 상태 때문에 라벨을 병에 붙일 때 자연 재질이 저항을 받아 잘 붙지를 않았다. 일반적 라벨은 수작업(手作業)이 시간적 비용적으로도 간단하지만 아사히주조는 전통적 화지를 사용하기 위한 대책으로서 수작업 대신 기계를 이용한 생산라인을 설치했다. 큰 투자를 감수하며 배려를 해준 아사히주조의 자세가 고마웠다고 고바야시 씨는 회고한다. 협력파트너를 소중히 여긴 기업가 정신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셈이다.


사회적 책임기업으로 다양한 활동 펼쳐
아사히주조는 사케 제조 이외에 사회적 책임기업(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으로서 문화 활동이나 자연환경보호 활동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본사 사옥의 메인 홀에서 매월 개최하는 콘서트다. 본사 입구 메인 홀에는 그랜드 피아노와 클래식 오르간이 설치돼 다양한 음악 이벤트에 이용되고 있다. 편안한 기분으로 음악을 즐기면 양조장에서 문화의 꽃이 핀다.
또, 일본 전통 화(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매년 수 차례 다도회를 개최하고 있다. 매년 5월 개최하는 아사히 다도회도 10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이 다도회 때 다카라 미즈(寶物水)로 끓이는 차는 사람의 마음을 온화하게 한다. 본사 사옥에 인접해 있는 쇼라이카쿠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화사한 봄의 한낮을 즐긴다. 쇼라이카쿠는 전통적인 일본 가옥에 아르데코 양식을 받아들인 건물로 국가 등록 유형문화재이다. 이 쇼라이카쿠에서는 다도회 이외에도 일본의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09년 7월 개최한 분라쿠 연주회는 크게 호평을 받았다.
자연환경보호 활동의 하나인 ‘반딧불의 마을 만들기’도 주목할 만한 이벤트다. 아사히주조에서는 반딧불이 깨끗한 공기와 물 환경의 지표라고 인식해 반딧불이 서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어린이부터 어른에게 전파돼 매년 6월 반딧불이 축제가 열린다. 연한 반딧불 빛을 바라보노라면 세파에 시달린 마음은 어느덧 위로를 받는다. 고시지 지역에 있는 도모에가오카에 있는 단풍원은 100년 이상 된 정원이다. 1989년 아사히주조가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건물을 복원했다. 다양한 종류의 단풍이 춘하추동 변화하는 계절에 따라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낸다.
술에 대한 스토리를 갖는 것을 목표로 아사히주조 주식회사 호소다 야스시 대표이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술을 마시며술에 대한 스토리를 갖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조자로서의 메이커와 고객의 관계를, 매매관계를 넘어서는 관계로 만들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 비단 술 뿐만 아니라 요리, 또는 다른 취미에 관련된 이야기, 여러가지 전문가 집단이 갖는 특징을 갖춰야 한다. 계승이라고 하는 것은 그저 선조, 선배들이 해 온 것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과거의 규칙을 소중히 한다는 것만이 아니다. 자신들이 새로운 상품들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야말로 계승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음 세대의 쿠보타가 연이어 탄생할 수 있도록 해야 진정한 계승이다. 양조장의 주인으로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물건 만들기의 정신’, ‘인재를 키우는 마음’, 그리고 ‘지역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는 정신’이다.”

<2015년 5월 게재>



이용숙
니혼슈 키키사케시(사케 소믈리에)
(주)린카이 이용숙 대표는 오랫동안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니혼슈 홍보 한국사무국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사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을 매년 개최, 사케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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