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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목)

노아윤

[노아윤 기자의 생각 모으기] 맛집 속에서 끼니때우기

 

미팅을 다니다보면 사무실이 어디냐는 이야기를 으레 하게 된다. 사실은 성미산로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터라 대개 연남동에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주변에 맛집이 많아 좋겠다는 것이다. 


연트럴파크를 중심으로 서울 시내 대표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연남동에는 카페도, 중식당도, 곳곳에 숨은 맛집도 많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연남동맛집 #연남동카페 #연남동핫플 등의 해시태그가 줄을 잇고, 매일같이 많은 사람들이 그 맛집을 인증해보기 위해 연남동 찾는다. 그런데 그렇게나 맛집이 많은 이 동네에서 나는 왜 매일 점심 걱정을 할까?

 

직장인들 점심이야 가까운 곳에서 간단하고 빠르게,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때우는 끼니에 가깝다지만, 풍요 속의 빈곤인지 막상 점심을 먹으러 가기에도, 손님이 방문해 모시고 가기에도 마땅찮은 곳들이 많다. 게다가 사무실 인근에 직장인들이 많아 그나마도 때를 놓치면 10~15분, 기다리기 마련이다. 그래도 어쨌든 일주일에 5번은 돌려서 때워야 하므로 가끔은 마실을 가는데 며칠 전 다녀와 기억에 남는 돈가스집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돈가스와 돈가스집에 별다른 억하심정은 없다).

 

평소 배달로만 접했던 집이라 매장에는 처음 가봤는데 실망을 했다하기에도 뭣하고, 이럴 줄 알았다고 하기에도 뭣한 딱 그 정도의 가게였다. 10평도 안 되는 매장에 테이블이 4인석 2개, 2인석 6개가 있었다. 주방에는 한 사람이 겨우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 공간 이외에는 최소한의 주방기기들로 꽉 차 있었고, 메인 돈가스를 담당하는 요리사(아마도 사장님인 것 같이 보였던)와 조수로 보이는 직원, 그리고 홀 서빙을 보는 직원, 총 3명이 매장에 있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홀 서빙 직원의 차림새였다. 마치 동네에 운동하러 나오다 들른 듯(내 옆자리에 앉았으면 누가 봐도 일행으로 봤을거다) 벨벳 트레이닝 세트에 상의는 크롭탑을 입고 있었고, 신발은 발이 많이 시려웠는지 털신을 신고 있었다. 주방(이랄 것도 없이 홀과 거의 구분이 없었지만)에 있는 직원들도 조리복은커녕, 조리모도, 앞치마도, 조리화도 신지 않은 채 돈가스를 튀기고 있었고, 어제 재미난 일이 있었는지 간밤의 이야기를 쏟아내다, 어정쩡하게 나오고 있던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러다 음식이 나오면(결국 우리보다 늦게 온 테이블에 음식이 먼저 나가는 불상사가 있었다) 듣고 싶지 않았던 사적인 정보보다 작은 목소리로 나의 메뉴에 대해 ‘말’을 하고 사라졌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돈가스가 맛있었다는 것이다(차라리 시장이 반찬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노상 배달시켜먹던 그 맛이 어딜 가겠냐마는 기다린 만큼 주렸던 배를 채우고 나오는데 어딘가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외식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은퇴하면 치킨집이나 차린다는 말이 누구보다 싫었고, 그건 지금도 유효한 생각이다. 물론 돈가스집 사장님도 재미삼아 하는 장사가 아니란 건 안다. 누구보다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테고,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다. 다만 외식산업의 폐업률이 2020년을 기준으로 18.1%, 전 산업 평균에 비해 크게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정부의 창업지원금이든 뭐든 카페가 망해서 나간 자리에 또다시 카페가 들어서는 아이러니는 반복되면 안 된다는 것도 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나오는 길이 우울했다면 나와 같은 공간에 있던 다른 손님들은 크게 불편함 없이 식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5일의 끼니 중 한 끼는 제2, 제3의 돈가스집을 찾아 배회해야하는 상황이 서글퍼서일까. 어째서인지 내가 좋아하는 오래된 가게들은 하나둘 문을 닫는데, 돌아오는 길에 작은 가게들 앞에서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자니 왠지 모르게 씁쓸해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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