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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화)

레스토랑&컬리너리

[Milano Report] 밀라노에서 빛나는 한식 문화

2015 밀라노엑스포에서 한국관 인기 매우 높아

한식, 델리지오조!
지난 5월 1일 ‘2015 밀라노엑스포’가 화려하게 개막했다. 전 세계 145개국이 참가한 이 멋진 축제에 한국관은 9번째 큰 규모로 어엿하게 자리잡았다. 이곳에서 나는 한국관 1층에 위치한 한식 레스토랑 ‘비비고(bibigo)’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한국의 맛과 음식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엑스포가 개막한지 한 달 남짓. 한국관에 대한 현지 언론의 호평과 관람객들의 입소문이 이어지면서, 한국관 레스토랑을 일부러 찾아와 한식을 즐기고 있다. 이곳에선 서툰 젓가락질로 우리가 준비한 음식을 맛보며 ‘델리지오조!(delizioso, 맛있다는 뜻의 이탈리아어)’를 연신 언급하는 외국인을 매우 쉽게 만날 수 있다.
지난 5월 14일에는 이탈리아 주요 일간지인 ‘코레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가 이번 밀라노엑스포의 각 부문별 우수한 곳을 선정해 보도했는데 레스토랑 부문에서 한국관을 첫손에 꼽았다.
“토요일 한국관의 레스토랑은 한창 잘 나가는 맥도날드만큼이나 인기를 끌고 있었다. 롬바르디아 주 사람들, 많은 이탈리아인들, 외국인들이 한국의 전통적인 배추 발효음식인 김치를 시식하기 위해 30분간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대답은 ‘예스’다. 한국관은 엑스포의 절대 최고관 중의 하나다.”
이 기사가 보도된 뒤로 짧고도 명료한 이 문장을 매일 아침 읽고서 출근하는 버릇이 생겼다. 한국을 대표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담당자로서 이만한 찬사는 또 없을 것이다. 매일 아침이면 밀라노엑스포가 폐막하는 10월 31일까지 ‘한국관 레스토랑이 절대 최고’라는 평가를 너끈히 지켜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불끈 솟는다.


정찬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한국관
실제 이곳의 다른 레스토랑은 대부분 간편식 위주로 구성돼 있다. 햄버거, 감자튀김, 샌드위치… 등 말이다. 면류도 대부분 컵라면과 유사한 형태다. 단언컨대, 테이블에 앉아 편안한 서비스를 받으며 정찬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은 이 엑스포장 내에 한국관뿐이다.
이 부분에서 한국인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다른 레스토랑이 간편식 위주인 것은 단기간에 준비하면서 가스불도 사용 못하는 현실을 고려해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엑스포장 내 허용되는 것은 인덕션 같은 전열기구 뿐이다. 하지만 한국관은 편한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한 접시 위에 마치 고급 코스요리를 즐기듯 수프, 샐러드, 메인 요리 그리고 누들이나 밥을 담아 내는 테마 메뉴를 개발했다. 모두 지난 수년간 런던, 미국,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 해외에서 한식 브랜드 ‘비비고(bibigo)’를 운영한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에서 함께 온 셰프들은 현지 재료로 정통 한식에 가까운 맛을 냈고, 외국인들이 싫어할 수 있는 냄새는 줄이고, 깔끔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접시에 담았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정성을 많이 들인 음식을 고객이 알아봐주는 것이다.


‘미래 음식의 대안으로서의 한식’ 메뉴 선보여
2015 밀라노엑스포에서 비비고는 ‘조화(Harmony)’, ‘치유(Healing)’, ‘장수(Health)’ 3가지 테마 아래 특별 메뉴를 선보였다. 특히 이번 테마 메뉴는, 한상차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 접시(One-plate) 구성으로, ‘미래 음식의 대안으로서의 한식’이라는 메시지를 선보이는 데에 주력했다. 세 가지 테마 중 ‘조화’ 메뉴는 오방색(청, 적, 황, 백, 흑)을 사용한 전통비빔밥을 중심으로 맛과 영양의 균형을 담았다. ‘치유’ 메뉴는 숙성 간장을 우리의 대표 발효음식 갈비찜에 사용해 한식의 깊은 풍미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장수’ 메뉴는 잡채 등으로 옛부터 장수를 기원하며 먹은 면 요리에 김치를 곁들여 우리 저장 음식의 우수성까지 선보였다. 또한 테마 메뉴 외에 영국 런던, 미국 LA 등 해외 비비고 매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단품 메뉴도 준비했다. 닭강정, 갈비, 잡채, 김치찌개 등이며, 한국관 관람 후 간편하게 한식을 즐기고 싶은 고객을 위해 김밥을 롤 형태로 변형한‘ Korean Roll’, 붕어빵 등의 메뉴도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식사 전후로 즐기는 칵테일과 음료, 디저트도 한식을 테마로 준비했다. 유자차, 대추차 등 다양한 전통 차와 ‘밀라노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주류)’, ‘레몬소주’와 같은 칵테일도 선보인다. 디저트로는 누룽지와 호떡에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누룽지 젤라또’와 ‘호떡 아이스크림’, 서양의 와플과 한국의 붕어빵을 조합해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크로아상의 식감으로 구현한 ‘비비고 붕어빵’이 대표 메뉴다.


현지 및 고객 반응 좋아
현장에서 나와 함께 근무하는 동료는 총 80여 명으로 이탈리아 현지 인력이 약 60여 명에 이른다. 직원을 채용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미식의 도시답게 우수한 인력이 많이 모여 깜짝 놀랐다.
우리가 내세운 가장 중요한 조건은 ‘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실제로도 한국 및 한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직원을 우선 채용했다. 동료들은 대부분 한국음식을 배우며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문화를 알게 돼 뿌듯하다는 평이었다.
고객은 더 호의적이다. 매일 마감 후 고객의 코멘트를 정리하는데 “한국 음식이 본래 이렇게 고급스럽고 맛있었나?”, “미국 마이애미에서 왔는데 그곳에 ‘비비고’ 매장을 오픈해달라”, “한국 음식을 맛보고 한국을 다시 보게 됐다.”는 이야기를 매일 수차례 직접 듣고 있다.
인허가부터 채용, 교육, 식재료 구입, 메뉴구현 등을 챙기며 오픈을 준비하던 일, 그 후에도 불안정한 물류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는 밤을 새워 털어놔도 부족하지만 이젠 “그쯤이야”하고 넘긴다.


2015 밀라노엑스포는 열렬한 호응 속에서 한식 그리고 한국 식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있다. 이제 첫걸음이지만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펼친 6개월간의 이 도전을 통해 한식에 대해 널리 알리고 한국 식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데 일조한다면 그보다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식의 건강한 맛에 대한 자부심과 우리의 문화를 알린다는 책임감을 담은 우리의 열정 어린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2015 밀라노엑스포 & 한국관
2015 밀라노엑스포는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를 주제로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6개월(184일)간 이탈리아 밀라노시 외곽에서 열리는 등록박람회다. 등록박람회는 공인된 주류박람회로 5년마다 열리며 인류 발전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주제를 선택해 개최된다. 우리나라는 이번 엑스포에 참가국 145개국 중 9번째로 큰 규모의 한국관을 설치해 참가한다. 한국은 이번 엑스포를 통해 한식의 철학과 음식문화를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 한국관은 ‘한식, 미래를 향한 제안: 음식이 곧 생명이다’를 주제로 우리 전통의 달항아리를 형상화해 건축했다. 총 2층 규모로 전시관인 2층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조화와 발효, 저장 등 한식에 담긴 지혜를 첨단 미디어 예술을 활용해 관람객들에게 펼쳐 보인다.
2015 밀라노엑스포에서 한국관이 가장 주력하는 것은 발효식품이다. 한국은 ‘발효 과학을 담은 한국 전통 음식이 바로 미래의 음식’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펼친다. 한국관의 건물 역시 젓갈, 장을 담그는 한국 고유의 그릇 ‘달항아리’를 형상화해 건물 전체가 순백색에 동글동글한 모양새다. 전시관 내에는 365개 옹기 모형이 설치돼 있고, 옹기 뚜껑 위로 김치나 된장 같은 발효 음식이 영상으로 소개된다. 또 거대한 옹기 모형 안쪽에서는 발효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2015 밀라노엑스포는 열렬한 호응 속에서 한식 그리고 한국 식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이제 첫걸음이지만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펼친 6개월간의 이 도전을 통해한식에 대해 널리 알리고 한국 식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데 일조한다면 그보다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식의 건강한 맛에 대한 자부심과 우리의 문화를 알린다는 책임감을 담은 우리의 열정 어린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2015년 7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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