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극심한 어려움이 있을 때 흔히 듣는 말이다. 이 말은 일본 사케의 진화에도 딱 맞는다. 니혼슈의 ‘고품질의 사케 개발’은 사케의 역사에서 “사케의 몸부림치는 반란”으로 여겨진다. 고품질의 사케는 ‘술의 명품화’다.
손때 묻은 기술과 시간을 담아낸 장인의 고뇌와 눈물과 한탄이 명품을 만들어낸다.

전통방식으로 경쟁력 키운 사와다주조(澤田酒造)
이번에 소개하는 아이치현 토코나메시(愛知県 常滑市) 사와다주조(澤田酒造)가 바로 그 중 하나다. 사와다주조의 명품주 개발은 운명적이었다. 16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와다주조지만 도가의 역사만큼 위기와 고난이 많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득권과 대자본 도가에 눌렸고 열악한 상황에서 고배를 마시며 위기에 처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대형 주조기업들은 제조 공정을 세분화, 손이 많이 가는 공정은 자동화 설비를 갖춰 비용을 낮췄다. 하지만 사와다주조가 대형 주조 기업들과 같은 방식으로 하다가는 자본력, 마케팅과 영업력에서 도저히 따라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역발상!’ 모든 공정을 옛 전통방식에 따르는 길을 선택했다. 7인의 도지씨(기술장인)는 수작업 생산에 운명을 걸었다. 10월부터 다음해 3월, 술 빚는 기간 꼬박 6개월 간을 술도가에서 먹고 잤다.
사케가 절정을 구가했던 1970년대 중반, 일본 전국에 3000개의 주조장이 있었으나 그 이후 경쟁력 없는 곳은 도태됐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1988년 기회를 만들어냈다. 바로 전통방식 술빚기 과정을 일반 공개하는 이벤트 코스였다. 기계화 방식의 주조장은 일반인이 견학을 와도 볼거리가 많지 않다. 술 빚는 기간도 짧아 특별히 보여줄 것이 없는 것이다. 전통방식은 술 빚는 도구, 장인들의 작업동선 등 보여줄 게 많아진다. 결과적으로 일반 고객의 인기를 모으는데 대성공했다. 공개 당시에는 하루에 100여 명으로 시작했다. 많을 때는 6000명까지도 모여들었다. 사와다 주조가 명품 생산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비결은 원료부터 출하까지 모든 공정을 공유한 지역주민들과의 연계성이라고 한다.

전통방식의 명품
사와다 주조의 대표적인 명품 술은 ‘백노(白老)’라는 술이다. 이름 그대로 하얀 노인의 은빛 머리결 같은 느낌을 준다. 관록과 암묵적 경험이 듬뿍 담겼다. 올해는 창업 160주년 기념으로 백노의 신제품이 선을 보였다. 최고의 인기다. 세련된 노신사의 신작이라고나 할까?
또한 사와다 주조는 매실을 원료로 ‘백노매(白老梅)’라는 명품 매실주를 만들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일본 대명사(매실과 사케, 그리고 장인)를 엑기스만 쏙 뽑았다는 느낌이다.
공정 하나 하나, 장인들의 손끝 하나하나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부글부글 발효 중인 다루 나무통에서 사케 온천이라도 하고싶다는 유혹을 느낀다. 나만의 기분일까?

1. 모내기, 벼 베기 등 사케전용 쌀 생산을 위해 마을사람들과 협동재배하고 있다.
2. 사케전용 쌀 검사와 도정 검사를 하고 있으며, 오른쪽 아래는 발효용 주모와 모로미 발효과정이다.
3. 재래식 도구와 방법으로 술을 빚고 있다.
4. 재래식 쌀찌기 공정, 술밥 찌기 준비 등 사케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5. 일반인 대상 주조당 공개 및 시음회 현장
6. 먼저 지은 술밥을 신에게 바치기 위한 준비와 말리는 과정이다.
7. 술통을 만들고 있다.
8. 술 전용 쌀 정미 상태와 옛도구, 술상표 모습
9. (왼쪽부터) 하쿠로(백로) 토쿠베스준마이슈, 하쿠로(백로) 나마사케, 하쿠로우메 준마이다이긴죠슈

<2015년 11월 게재>

이용숙 니혼슈 키키사케시(사케 소믈리에)
(주)린카이 이용숙 대표는 오랫동안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오사카경제대학 객원교수 및 니혼슈 홍보 한국사무국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사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을 매년 개최, 사케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