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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9 (금)

[이용숙 사케 소믈리에의 All about Sake] 한국은 강남스타일, 일본은 긴자스타일 - 지방에서 도시로 간 하쿠쯔루 주조(白鶴 酒造) 성공 이야기



한국에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말이 있다. 일본에는 ‘사케는 도쿄의 긴자로!’ 라는 말이 생겨야 할 듯하다. 2006년 긴자 가부키좌(銀座 歌舞伎座) 건너편에 백학주조(白鶴酒造; 하쿠쯔루주조) 건물이 세워졌다. 이곳에서 ‘하쿠쯔루(白鶴)는 긴자스타일’이란 이름으로 사케 팬들에게 선보였다. 사케라 하면 일본의 추운지방이나 자연환경이 조성된 농경지역에서 빚음이 일반적인데, 첨단패션과 도쿄 멋쟁이들이 가득한 긴자에서 판을 벌이다니! 이 발상에 대해 사케 팬들은 상상을 초월한 폭발적인 반응으로 답했다. 하루쯔루에는 방문객이 넘쳐났고, 정원 입장제를 실시할 정도로 긴자 스타일의 마케팅은 대성공을 기록했다.


도시로 간 사케의 성공스토리
하쿠쯔루 주조(白鶴 酒造)는 272년(1743년 창업)의 역사를 가진 도가로, 롯코 산 고베시 나다지역(神戸市灘五郷), 일본 제일의 출하량을 자랑하는 초대형 주조장이다. 하쿠쯔루 주조는 1952년 일본 최초로 철근 콘크리트 주조장을 준공하고 1964년에는 사계절 주조가능한 주조장을 완성해 종업원 433명, 연간 매출 342억 엔의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6년에는 사케로 화장품 사업부를 개설했고, 2011년에는 일본 최초로 플라스틱 병 용기에 사케를 담아 판매하기 시작했다. 1982년에는 이미 고베 지진으로 폐쇄됐던 주조 자료관을 개관해 사케 빚는 과정이나 역사 등 옛 주조 과정을 재현한 시설을 마련했다. 이 자료관은 많은 관광객의 호평으로 지난해 방문객이 14만 명에 달했으며, 영어, 한국어, 중국어 등의 팸플릿도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 방문객이 4만 명을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자료관 방문객은 사케 뿐만 아니라 사케를 응용한 사케 식혜, 사케 아이스크림 등을 시식하고 사케 의상(法被、前掛け)을 입고 사진촬영도 한다. 2014년 일본에서 실시한 ‘공장 현장 견학, 사회과 견학’ 콘테스트 부문에서 전국 16위를 차지, 저성장 분야인 사케 산업에 파란불을 밝히고 있다.

2015년 하쿠쯔루 긴자스타일의 포인트
1. 긴자에서 태어나 긴자에서 자란 니혼슈로 건배하기(이는 일본 유행가 가사에서 따온 느낌)
이곳에서 여는 세미나는 첫째 날 천공농원을 소개하며 사케 주조공정을 긴자 시험 주조장에서 알기 쉽게 설명한다. 발효과정을 보여준 후 그 자리에서 사케와 음식을 즐긴다. 둘째 날에는 사케의 발효과정을 지켜보며 ‘사케 여과(술거르기)’를 체험한다. 긴자 중심가에서 이게 웬 말인가?


2. 제철 식재료의 음식과 멋진 최고급 리델(RIEDEL) 와인 잔으로 즐기는 사케
일반적으로 사케를 마시는 잔은 도쿠리(徳利)라 해 자기나 도기로 만든 전통적인 잔을 사용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명문 와인 잔으로 유명한 리델 사에서 전문 강사를 초빙해 같은 술이라도 잔에 따라서 어떻게 맛이나 향이 다른지를느끼게 한다. 와인 잔에 담으면 라이스 와인이라는 이름이 딱 어울린다.


3. 겨울에는 몸과 마음을 데우는 술(お燗) 이야기
아주 추운 겨울에 개최하는 세미나답게 같은 사케라도 데우는 온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깊은 이치를 보여준다.
여기서 데워 마시는 사케의 온도 종류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① 도비키리캉(飛切燗)은 아주 펄쩍 뛸 정도로 뜨거운 55℃ 이상을 말한다.
② 아쓰캉(熱燗)은 뜨겁다고 느낄 50℃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아쓰캉’이라고 하면 이 온도를 말한다.
③ 죠캉(上燗) 45℃ 정도의 온도를 말한다. 이는 술이 입술에 닿을 때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온도다.
④ 누루캉(温燗) 40℃ 정도로, 따뜻하다고 느낄 정도의 온도다. 고급술은 이정도의 온도로 데우는 것이 적당하다.
⑤ 히토하다캉(人肌燗) 35℃ 정도의 온도로 사람의 체온과 비슷하다. 히토하다캉의 경우 어원이 기가 막힌데, 일본의 옛 여성들이 남편들에게 순종적이었다는 반증 내용이 사케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편이 일터에 나갔다가 저녁 무렵에 귀가하면 부인은 정성스럽게 목욕물을 데워 놓고 남편이 목욕을 하고 나오면 저녁 식사와 함께 따뜻한 사케를 상에 올린다. 이때 남편이 목욕을 하는 동안 사케 도쿠리를 부인의 가슴 속에 꼭 끌어안고 체온으로 데워 남편에게 정성껏 올린다 해 ‘히토하다캉’이라 붙였다고 한다. 히토하다캉은 일본어로 ‘체온’이라는 뜻이다. 남자들이 데운 사케 중 히토하다캉을 좋아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제는 시대가 바뀌어 남성 ‘히토하다캉 사케 마케팅’을 한다면 여성 고객을 잡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또한 여성 사케 팬들은 미백 효과를 즐기고 사케 화장품세미나 후의 팁까지 챙긴다.


4. 전국 사케 품평회에서 입상한 사케 즐기기
일본 히로시마에서 매년 한 번씩 열리는 ‘전국 신슈(新酒) 품평회’에서는 금상을 수상한 사케에 대한 설명 후, 입상은 했지만 아직 시판되지 않은 사케와 함께 식사를 제공한다. 이 품평회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데, 헝거 마케팅(가질 수 없는 물건에 대한 갈망을 이용한 마케팅)이 제대로 먹힌 셈이다.


※ 천공 농원(天空農園) : 2007년 긴자의 빌딩 옥상의 천공 농원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쌀 ‘하쿠쯔루니시키(白鶴錦)’ 재배에 성공해 국내외 매스컴에 화제가 됐다. 도심지 건물 옥상에서 쌀을 재배하고 술을 빚는 최초의 도전은 오래된 사케 역사와 경험으로 노하우를 쌓은 하쿠쯔루만의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2016년 1월 게재>




이용숙
니혼슈 키키사케시(사케 소믈리에)
(주)린카이 이용숙 대표는 오랫동안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오사카경제대학 객원교수 및 니혼슈 홍보 한국사무국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사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을 매년 개최, 사케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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