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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1 (수)

칼럼

[이재술의 Wine in Art] 전 세계 와인애호가들을 흠뻑 취하게 만든 사이드웨이

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개봉 영화 중에서 와인을 주제로 한 것은 많지 않습니다. 2005년 골든 글로브에서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로 로드무비 형태의 <사이드웨이>가 개봉된 지도 벌써 만 10년 전입니다. 그 때 영화관에서 봤던 광활한 와이너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전 아직도 와인 마실 때 가끔 이 영화를 보곤 합니다. 영화 <어바웃 슈미트>의 감독, 알렉산더 페인이 만든 <사이드웨이>는 날카로운 기지를 통해 미국 중산층의 교양과 도덕성을 파헤치면서도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특히 와인에 관해 심도있는 내용과 함께 스토리에서 완성도가 높아 좋은 평을 얻었습니다.
영화 <사이드웨이>는 요령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고민 투성이의 마일즈(폴 지아매티)와 성욕이 지나치게 큰 매력덩어리 잭(토마스 헤이든처치)의 우정과 일탈에 관한 내용입니다. 잭의 결혼을 앞두고 마일즈는 화끈한 총각파티가 아닌 생뚱맞은 와인기행을 선물합니다. 처음부터 취향이 너무나 다른 이 두 사람의 여행이 순탄할 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지 않은 반전을 맞으며 두 사람은 짜릿하고 달콤쌉싸름한 일탈로 향하게 됩니다. 관객들은 두 남자의 엉뚱한 실수와 해프닝에 실없는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그 속에 진지한 인간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캘리포니아 포도밭의 풍경을 아름답게 그렸으며, 와인 영화 중에서도 스토리가 꽤 인간적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와인이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기도 했으며 유명 와인들이 여러 개 등장합니다. 처량한 이혼남이 망연자실해 애지중지 아껴 온 샤토 슈발 블랑 1961 빈티지를 결국 개봉해 버리고 말지만, 그 장소는 공교롭게도 와인과 음식의 조화라는 찬란한 궁합에 걸맞지 않는 후미진 곳이었습니다. 샤토 슈발 블랑 1961을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개봉했으며 그것도 콜라 잔에 따르고 말았습니다. 그 장면은 두고두고 여운이 남습니다. 메를로보다는 피노 누와의 매력을 한껏 드높였는데 영화에서 메를로보다는 피노 누와가 더 맛있다는 주장이 반복되는 바람에이후 와인 소비 패턴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알려졌습니다. 영화를 계기로 피노 누와의 매출이 상당히 증가한 반면 메를로의 매출은 감소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최고의 피노 누와는 리슈부르입니다. 셀러 안의 다른 와인은 다 손대도 좋으나 리슈부르만은 놔두라는 부탁을 하는 장면 때문입니다. 리슈부르는 부르고뉴 최고의 포도밭 중 하나이며 뛰어난 질감과 방향의 레드 와인입니다.
한적한 밤, 와인을 준비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와인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엄청난 빈티지 와인을 가장 맛없는 음식과 함께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마시는 것을 본다는 것은 안타까울 뿐입니다. 단순히 와인이 아까울 뿐 아니라, 특별한 그때를 위해 준비해 놓은 와인이 그렇게 버려(?)진다는 것이 어쩌면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것이 아닐까요?
와인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봐도 될 좋을 영화 <사이드웨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라면 덤으로 <사이드웨이>의 촬영지 ‘산타바바라’를 간접 여행하며 그 곳의 향깊은 와인 한잔을 음미하는 착각에 빠져봐도 좋을 일입니다. 역시 좋은 와인,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와인이란 어떤 와인을 마시느냐가 보다는 어떤 사람과 마시느냐가 중요합니다.


<사이드웨이>에 나온 와인 리스트

1. 2001 Hitching Post Pinot Noir
2. 1998 Dominique Laurent Pommard
3. 2002 Melville Vineyards Pinot Noir
4. 1988 Tenuta San Guido Sassicaia
5. 2002 Tantara Pinot Noir
6. 2002 Sea Smoke Cellars Botella Pinot Noir
7. 2002 Andrew Murray Cellars Syrah
8. 1995 Opus One
9. 2002 Talley Pinot Noir Estate
10. Richebourg (Domaine de la Romanee-Conti)


이재술
서원밸리컨트리클럽 와인엔터테이너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 안양베네스트골프클럽에서 와인소믈리에로 근무했으며 경기대학교 관광전문대학원에서 <계층 간 소비태도가 와인구매행동에 미치는 영향 연구>로 관광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또한 중앙대학교 국제경영대학원 와인소믈리에 1년 과정, 프랑스 보르도 샤토마뇰 와인전문가 과정(Connaisseur)을 수료했다. 2004~2006년 안양베네스트골프클럽 근무때는 안양베네스트가 18홀임을 감안해 1865와인의 ‘18홀에 65타 치기’ 스토리텔링을 처음으로 만들어서 와인문화를 보급하는데 앞장서기도 했으며, 현재는 서원밸리컨트리클럽에서 와인으로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와인소믈리에이다.


<2016년 4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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