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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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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 사케 소믈리에의 All about Sake]봄나들이의 명소, 카미스기 주조(神杉酒造)

▲ 카미스기 주조 17대 가업장인 스기모토씨

 

봄기운이 화창한 날 아침, 나고야에서 보통열차로 갈아탔다. 주말이라 열차 안에는 배낭을 멘 가족동반 여행객들로 붐볐다. 안조역(安城駅)에서 내리긴 했지만 카미스기 주조를 가는 길은 초행길이라서 막막했다. 그런데 같은 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하차했다. 그들 역시 가는 곳이 바로 카미스기 주조였던 것이다. 바짝 따라가 걷다 보니 일행이 점점 늘어났다. 카미스기 주조의 입구에 다달았을 때는 많은 인파가 길게 늘어서게 됐다. 무엇이 한적한 시골마을에 각처 사람들을 구름처럼 불러 모았을까?
쿠라비라키 행사는 3월과 10월 연간 두 번 개최한다. 3월에는 벚꽃이 피어 방문객이 하루에만 3500명 정도 모인다. 10년 전부터 실시하는 쿠라비라키 축제에 참석하는 많은 방문객들이 구입해가는 술의 양은 720㎖ 기준 약 1500병이다. 이 날은 이 술도가에서 생산되는 모든 술을 마음대로 마셔볼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인기 비결. 여기서 술 도가 홍보와 지역 홍보를 겸한다. 안조 시골의 봄은 이렇게 사케와 함께 무르익고 있었다.

 

1805년에 창업한 아이치현(愛知県) 안조시(安城市) 카미스기 주조는 미와산(三輪山)의 미와신사(三輪神社)로부터 이름을 물려받았다. 미와산은 분지로 된 원추형 산이다. 소나무와 삼나무, 노송나무로 덮인 이 산은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책(고사기, 일본서기)에도 신앙의 산으로 등장한다. 특히 삼나무는 <만엽집>을 비롯한 많은 노래 가사에서 칭송된다. 미와의 카미스기(三輪神杉)라해 신성시되는 나무다. 삼나무 잎으로 만든 삼나무 구슬은 주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것을 스기다마(杉玉)라고 부른다. 안조 지역은 사케의 주생산지인 간사이지역의 이타미(伊丹), 이케다(池田), 나다(灘)지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대표 술도가인 카미스기 주조는 양질의 지하수, 우량미, 전통기술을 자랑한다. 매년 히로시마에서 실시하는 사케 품평회의 최고의 상인 ‘다이아몬드 상ʼ을 1971년 수상했다. 나고야 국세청 주최의 신슈 품평회에서 1983년 긴죠슈 수상, 2002년에는 준마이 긴죠슈 수상, 2007년에는 금상 수상 등 총 46회 금상 수상, 2001년 전국 니혼슈 콘테스트에서 준마이 긴죠 스기노마이(杉の舞)가 그랑프리(1위)를 수상했다. 미린 Cremisi사케는 2000년 ‘식품중앙콘테스트ʼ에서 농림수산성 장관상을 받았다. Cremisi는 와인과 비슷한 술인데 짙은 색과 향이 특징으로서 흑미를 재료로 삼았다. 2013년 다이긴죠 도빙도리는 나고야 비슈랑(美酒欄)대회에서 5년 연속 금호상(金鯱賞)을 받은 바 있다.
‘211년의 전통, 마음, 기술과 더불어 신세대의 도전’이 이 도가의 캐치프레이즈다. 요즘은 오우미노(碧海野)스기노마이(杉の舞), 와카미즈호(若水穂), 진세이케키죠(人生劇場) 등 새로운 일본풍의 사케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카미스기 주조의 17대 가업장인 스기모토(杉本多起哉)씨는 학창시절부터 미생물 등 발효균에 관심이 많았다. 협회용 발효균 대신 스스로 개발한 효모균을 쓴다. 대부분의 술도가에서는 사케 전용 쌀로 유명한 효고현의 야마다니시키(山田錦) 쌀을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술 전용 쌀을 외부 정미소에서 구입해 사용하는데 이 방법은 쌀의 재배지역이나 재배환경, 재배시 관리 등에 대해서는 직접 확인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는 ‘떡은 떡집에서ʼ라는 정신으로 신뢰할 수 있는 쌀 농가 9가구를 골라 쌀 재배를 의뢰하고 있다. 스기모토씨는 쌀 재배가 시작되면 종자선택, 논 갈기, 모내기, 병충해관리, 물대기, 수확, 벼 건조 등을 직접 확인, 관리를 하기 때문에 사케를 만드는 시기가 아닌 봄, 여름, 가을이 더 바쁘다고 한다. 쌀의 자체 재배를 통해서 쌀에 대한 리스크 관리, 안전성, 건강 상태 등에 대해 다른 도가보다 경쟁력을 갖는다. 쌀 도정도 외부에 맡기지 않고 도가 안 정미기계로 한다. 스스로 개발했다고 하는 정미기계는 필자가 직접 눈으로 보니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다. 고급 사케를 만들려면 정미율을 높이고 정교하게 깎아야하는 숨은 고민이 있다. 새 사케를 만들면 가장 먼저 쌀 재배 농가에서 그 평가를 받는데, 농가 주인들은 품질 비판을 포함, 솔직한 의견을 제시한다.


쌀 재배기술과 정미기술을 융합시키는 연구의 결과 지금 35%까지 정미가 가능하다. 커다란 옛 솥에 800kg의 쌀을 찌는 작업은 진지하다 못해 장엄하기까지 했다. 또 이 주조는 자동시설을 이용해 만드는 대량 사케와 오랜 시간 지켜 내려오는 재래식 방법으로 만드는 사케,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한다. 자동기계로는 3일간 1500㎏의 술을 빚지만 재래식 수작업으로는 100㎏정도만 가능하다고. 모로미(숙성) 작업을 할 때도 준마이 긴죠슈나 준마이 다이 긴죠슈를 만들 때는 통상 야부다(やぶた)라고 하는 자동압축기를 사용하지 않고 천으로 된 후네(槽)라고 하는 옛부터 사용해오는 술짜기 도구를 사용한다. 수작업은 수작업대로의 운치가 있게 마련이다. 술을 천에 넣고 눌러 짜면 깊은 향기가 배시시 배어나온다. 커다란 탱크에 담으면 향기의 손실이 많지만 입구가 작고 둥근 병에 담으면 향기가 그대로 남아 숙성이 된다. 스기모토씨의 앞으로의 목표는 와카미즈(若水)의 재배기술을 배경으로해서 자체의 노하우로 정미기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안조 지역의 유메긴코(夢吟香) 쌀로 전량의 사케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유메긴코의 고향의 쌀로 Made in 안조(安城)를 이뤄보겠다니 장인의 손, 마이더스의 손이 어디까지 미칠지 한껏 기대된다.

▲ 카미스기주조 입구 풍경

▲ 카미스기 주조의 대표적 고급사케

 

 

 

 

이용숙
니혼슈 키키사케시(사케 소믈리에)
(주)린카이 이용숙 대표는 오랫동안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오사카경제대학 객원교수 및 니혼슈 홍보 한국사무국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사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을 매년 개최, 사케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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