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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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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 사케 소믈리에의 All about Sake] 고치현의 쓰카사보탄(司牡丹)주조

사카모토 료마, 유신 영웅 호걸의 사케를 아시나요?


일본은 4개의 커다란 섬과 3000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다. (대한민국보다 2.5배 큰 나라인 일본을 섬이라 표현하는 것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일단 섬으로 표기한다.) 4곳의 큰 섬은 동경을 중심으로 한 관동지역과 필자가 살고 있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관서지역이 본토, 북쪽 지방에는 북해도, 서남쪽으로 규수 지역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남쪽으로 시코쿠 지역이 있다. 시코쿠 지역에는 4개의 현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한 곳이 코치현(高知県)이다. 코치현의 옛 지명이 토사(土佐)인데 그곳의 명견을 토사견이라 부른다. 고치현에는 시만토 가와(四万十川)라는 맑고 깨끗한 강이 있는데 이 덕인지 술 또한 유명하다.
코치현은 일본 근세의 가장 유명한 역사인물, 사카모토 료마의 고향이다. 한국인에게도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는 꽤 알려져 있다. 한·일 근대사를 연구하는 사람치고 메이지유신을 주목하지 않는 사람은 없고, 메이지 유신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사카모토 료마이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을 이야기할 때 이순신 장군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대의 비극적 풍운아로 알려진 료마는 제자백가시대라 불러도 좋을 메이지유신 당시 군웅할거의 대표주자다. 료마의 이야기는 일본의 문화, 영화, TV, 만화, 애니메이션 등 문화 전반에 걸쳐 등장한다. 료마는 일본 역사상 최초로 결혼을 기념해 신혼여행을 떠난, 시대를 앞서간 신식 남성이기도 하다.
시바 료타로라는 작가는 <료마가 간다>라는 료마가 주인공인 8부짜리 장편 역사 소설을 써서 1억 2000권을 판매했다. 시바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고서점에서 트럭 한 대분, 1억 5000만 원 상당의 책을 사서 읽었다고 한다. 이처럼 료마는 1970년대 일본이 고도 성장기에 들어서고 자신감을 회복하던 시기에 등장한 신(新) 일본인 캐릭터인 셈이다. 료마는 일본인들에게 노부나가, 히데요시, 이에야쓰 등 3대 장군에 버금가는 캐릭터로, 역사적 인기스타이다.




쿠로가네야와 사이타니야
고치현에 위치한 쓰카사보탄(司牡丹)주조 타케무라(竹村) 가문은 쿠로가네야(黒金屋)라는 상호를 사용해 1603년 (佐川)의 지역에서 사케 주조를 시작했다. 일본 전국시대의 유명한 세키가하라(関ヶ原)전투에서 승리한 공로로 타케무라(竹村)가문은 토쿠가와 이에야쓰로부터 사가와 본가는 1만 석을 하사 받았다.
또한 사카모토 료마의 본가에서도 사이타니야(才谷屋)라는 상호를 사용하며 사케 주조를 시작했다. 쿠로가네야와 사이타니야는 사케 주조장으로서 품질, 주조 관련 물품 매매 등 빈번한 교류를 했다. 쿠로가네야의 딸이 사이타이야 집안의 며느리로 들어가면서 양측은 사돈이 된다. 이들은 고치현 출신인 하마쿠치(浜口) 전 총리대신으로부터 자필서명을, 다나카 백작(田中)으로부터 쓰카사보탄을 찬사하는 친서를 받을 정도로 유서 깊은 사케 도가임에 틀림없다.


쓰카사보탄 사케 주조의 특징
쓰카사보탄은 첫째 누룩, 둘째 밑술, 셋째 주모(술밑) 세 가지를 중시한다. 효고현에서 생산되는 야마타니시기 술 전용 쌀을 사용하고 나가타 농법(永田農法)을 활용한다. 나카타 농법이란 농약은 물론 물과 비료도 거의 주지 않고 식물이 갖고 있는 본래의 생명력을 이끌어내 환경에도 부하를 주지 않는 자연 농법이다. 나가타 농법으로 재배한 작물은 일반 재배 작물보다 영양분이 많고 땅속 유기물이 적기에 병충해 피해도 적다. 쌀은 당도가 높아 향을 발하며, 술을 빚을 때 잡냄새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 적다. 또한 심백의 크기와 경도가 양조에 적합하다. 쓰카사보탄은 재배가 힘들고 손이 많이 가더라도 나카타 농법을 고집한다.

쓰카사보탄 주조는 니요도가와수계(仁淀川水系)약수를 사용한다. 시코쿠 산맥의 연봉을 따라 태평양으로 흐르는 니요도가와는 시코쿠 최고의 청류로 유명한 시만토 가와를 능가할 정도로 물의 투명도를 자랑한다. 신에게 바치기 위한 술을 만든다고 해서 신하(神河라)고도 불린다.


쓰카사보탄의 사케 기술개발 노력
쓰카사보탄 주조사장의 증조부인 타케무라(竹村)씨는 철저한 품질 지상주의자였다고 한다. 품질 향상을 위해 전국 유명 양조 지역을 모두 돌아봤는데, 그 시간이 5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1932년에는 히로시마의 제1인자 니시카와(西川 )사케 장인을 초빙, 비법을 전수받고 1938년에는 전국 사케 품평회에서 시코쿠 최초로 명예상을 받았다. 니시카와 장인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기술과 전통이 이어져 전국 신슈 품평회의 톱클래스로 약 50년 동안 25회나 수상했다고 한다. 시코쿠 사케 품평회에서는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전국 품평회에서 전대 미문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2005년 30년간 히로시마 기술 장인으로 대를 이어 활약하던 카토씨는 세상을 떠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술을 빚는 것은 아이를 기르는 것과 같다. 자신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생활에 맞춰 술을 빚어야 한다. 아이가 울면 밤이든 낮이든 아기에게 젖을 주거나 기저귀를 갈아주듯 아무 망설임 없이 무한의 사랑을 내려준다. 특히 고급 술(긴조슈)을 빚을 때는 양날의 칼처럼 향과 맛의 밸런스를 맞추기 어려우나, 공들여 돌보는 귀여운 아기에게처럼 한없이 내리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무한한 사랑으로 아기를 돌보는 부모의 마음으로 404년간 전통을 지키는 쓰카사보탄 장인의 사케를 마시며 잠시 행복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용숙
니혼슈 키키사케시(사케 소믈리에)
㈜린카이 이용숙 대표는 오랫동안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간사이국제대학 경영학과 교수 및 니혼슈 홍보 한국사무국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사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을 매년 개최, 사케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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