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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 Culinary

[26th Special_ 특별연재 - 성숙한 다이닝 문화를 꿈꾸다 2편] 과도기의 다이닝, 성숙기로 가기 위한 도약 2.이제는 소프드웨어 경쟁 시대

외식업의 경기 침체가 지난해 2분기 연속 하락한데다 부정적인 전망도 이어져 장밋빛 시대는 저문 듯 보인다. 해마다 눈에 띄게 달라지는 외식 트렌드를 따라잡기도 벅차고 자칫 트렌드를 너무 앞서가면 외면받기 일쑤다. 게다가 한 발 늦으면 찬밥에 물 말아 먹는 격이 되는지라, 이처럼 민감한 외식업이 몫만 좋으면 대박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결혼보다 싱글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20~30대 젊은 소비층이 두터워 진데 따라, 고객 포지셔닝도 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호텔의 네이밍만으로 레스토랑이 운영되는 시대는 지나 호텔 다이닝도 저마다 문턱을 낮추고 있다. 신규고객 창출을 위해 클래식한 이미지는 지우고 모던, 컨템포러리, 비스트로, 캐주얼 콘셉트로 옷을 갈아입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외식업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과도기에 몸살을 앓고 있는 외식업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한 수를 둬야 산다. 바로 사람이 경쟁력이다.






외식업 경기전망지수 2분기 연속 하락세, 당분간 이어질 듯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2017년 1분기 외식산업경기전망지수는 65.14로 전년도 동분기(70.55) 대비 5.15p 하락했으며, 2016년 4분기와 비교해서는 0.1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6년 4분기(65.04)에는 전년도 동분기 대비 8.65p 감소하며 2016년 2/4분기 이후 2분기 연속 하락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 4분기에 발생한 청탁 금지법, 조류인플루엔자, 조선업 경기침체 등의 이슈가 외식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래 외식산업경기전망지수는 72.42로 예년정도의 경기수준으로 회복할 것을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지속적인 경기침체와 조류인플루엔자, 중국의 사드 보복 등 국내외적인 이슈로 하락했던 경기지수가 다시 소폭이나마 상승한 것은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소비자심리지수가 세계경제위기의 영향을 받은 2009월 4월 이후 최저치를 보이고 있어 향후 경기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종별 외식산업경기전망지수를 살펴보면 모든 업종의 현재 외식산업경기전망 지수가 2016년 1분기 대비 감소한 가운데 일식과 서양식은 2015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보인 반면 중식은 2015년 3분기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2016년 1분기 경기전망지수와 비교해 5.86p 하락해 가장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식은 소폭 등 하락을 반복하며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한편 모든 업종에서 경기전망지수가 100.00이하를 나타내며 매출액 감소업체가 많아 향후 외식산업경기는 부정적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외식업, 성숙 단계로 향하는 과도기 상태

외식업 경기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결국 이를 버텨내지 못한 레스토랑들이 속출해 또다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건강한 다이닝 시장이 되려면 셰프의 철학과 소신 있는 경영이 뒷받침 될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많아져 장기간 유지돼야 한다. 우리나라 초기 파인다이닝 시장은 그랜드테이블협회를 중심으로 파인다이닝 문화를 선도하고자 뜻있는 오너들에 의해 운영된 1세대 파인다이닝으로 셰프보다는 레스토랑의 이름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현재 국내 다이닝 시장은 자본의 힘에 좌우되는 형국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는 물론, 단일 레스토랑마저 투자자에 의한 경영이 이뤄진다. 특히 셰프의 이름값이 높아지면서 유명 셰프가 이름을 내걸고 투자를 유치 받아 경영하는 형태가 만연하기 시작했다. 결국 장기적으로 봐야 할 외식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투자금을 빠른 시간 내 회수하려다 보니 요리의 방향이나 레스토랑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거나 투자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속출했다.

현재 국내 외식업이 포화상태임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이뤄야할 과도기적 혼란을 겪는 시기이다. 나아가 레스토랑의 정체성, 요리의 예술성을 논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임은 미식이 발달한 외국의 사례에서 충분히 증명된 일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레스토랑의 정체성과 셰프의 철학에 바탕을 둔 요리를 선보이는 몇몇 파인 다이닝이 있지만 대부분은 트렌드에 편승해 모방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최근 들어 외식업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는 오너 셰프가 많아졌으나 창작의 영역인 요리를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하고 식재료를 탐구할 만한 여유가 없다는 게 현업에 종사하는 셰프들의 말이다.



다양한 경쟁 구도의 로드숍, 인력난 심각

하루의 절반을 주방에서 지내야할 그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일부 밀집된 상권의 임대료 문제를 제외하고는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게 바로 인력문제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열악한 처우와 근무 환경에 이직률은 높고 실력을 갖춘 인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에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지방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A 셰프는 “해외의 경우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 견습생을 도입해 주방 인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면서 “미쉐린의 등장이나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셰프가 늘고 있어 한국 다이닝의 입지가 넓어지긴 했지만 문제는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의 조리과 B 교수는 “조리과 학생들이 졸업해도 취업할 곳이 만만치 않다.”고 한숨을 내쉬며 “호텔에서는 학생인턴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학생 인턴도 잘 뽑지 않아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처우가 열악한 레스토랑이나 프랜차이즈를 전전하다가 결국 해외로 빠져나가는 인재가 많다.”고 꼬집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호텔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C학생은 “4년 동안 힘들게 공부했는데 로드숍은 근무환경과 고용이 불안정하고 호텔은 초봉 2000만 원에도 미치지 않아 학생들이 취업은 꺼리는 편”이라면서 “오히려 처우가 낫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해외 호텔 취업문을 두드리거나 연봉이 그나마 나은 외식업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호텔의 정체된 인력, 수동적 주방 구조로 이어져

로드숍에서 인력난이 문제가 되는 반면, 호텔에서는 인력의 정체 현상으로 내홍을 겪는 경우가 적잖다. 한 특급호텔의 직급 구조를 살펴보면 상반기, 하반기 공채로 프리 인턴을 채용하게 되는데 6개월 단위의 근무 테스트를 거쳐 계약직,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후 꼬미(commis) C, B, A, 데미 셰프 디 파트(demi Chef de Partie), 셰프 디 파트(Chef de Partie), 수 셰프(sous-chef), 이그젝티브 셰프(Exactive Chef)로 나뉜다. 이러한 직급체계는 피라미드 또는 호리병 형태의 구조로 돼 위로 올라갈수록 승진의 기회가 적다. 일단 결원이 생겨야 충원이 있는 만큼, 20~30년 장기근속이 많은 호텔의 경우 승진이 쉽지 않아 숙련된 기술을 갖고 있어도 10년 가까이 말단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구성원의 연령대가 낮은 로드숍과 달리 호텔 주방에서는 연령층이 다양해 세대 간의 격차와 갈등, 상명하복의 경직된 문화 등으로 자신의 실력을 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 분위기가 정체되기 마련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창의성이 발현돼야 할 주방이 수동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생존을 위한 로드숍

파인다이닝의 구조적 지향점에 있어서 호텔과 로드숍의 목표는 조금씩 다르다. 과거 파인다이닝의 주축은 호텔 다이닝 이었지만 수동적이고 정체된 구조적 모순을 벗어나기 위해 호텔을 떠나거나 해외에 나가 경험을 쌓고 돌아온 셰프들에 의해 로드숍이 파인다이닝의 강점을 채워나갔다. 생존과 직결된 로드숍서 그들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트렌드를 신속하게 반영하고 차별화를 강조하며 변화의 중심에 섰다. 특히 프랜차이즈, 패밀리레스토랑 일색에 식상해진 고객들이 신선함에 매료돼 로드숍의 인기는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됐다. 여기에 시기적으로 셰프의 인기가 더해졌고, 대중의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미쉐린 가이드가 호텔이 아닌 로드숍에 별을 쏟아 부으면서 파인다이닝 시장을 로드샵이 이끌고 있음을 증명시켰다. 미쉐린의 별점을 받은 24곳 가운데 호텔은 단 3곳에 불과해 당시 많은 호텔들이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브랜드 이미지 유지가 최우선인 호텔 다이닝

로드숍이 생존을 위한 전략을 구사한다면, 호텔의 다이닝은 호텔 브랜드의 품격을 유지하고 나아가 고객들에게 호텔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존재한다. 국내 호텔등급심사 기준의 식음업장을 살펴보면 2성부터 최소한의 F&B 기능을, 3성은 1개 이상의 레스토랑(임대 또는 직영)과 라운지를, 4성은 2개 이상의 레스토랑(임대 또는 직영), 연회장, 룸서비스(12시간)를, 5성은 3개 이상의 레스토랑(임대 또는 직영), 대형 연회장, 룸서비스(24시간)를 제공하도록 명시 돼있다. 따라서 호텔 다이닝의 기본적인 구성은 고객에게 조식을 제공할 수 있는 올데이 다이닝으로, 고급 호텔일수록 대부분 올데이 다이닝 또는 뷔페, 라운지&바를 공통적으로 갖추고 여기에 일식당, 중식당, 이탈리안, 중식당, 한식당 등을 특성에 맞게 골고루 가져간다. 호텔 다이닝은 호텔 등급 조건에 의한 고객 서비스 시설 중 하나로 호텔의 품격을 유지하는 기본적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호텔 다이닝의 요리와 서비스는 최상급이라는 기대 가치가 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호텔에서는 고가의 식재료와 식기, 숙련된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사실 호텔에서 여러 개의 다이닝을 운영하고 있지만 다이닝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는 인건비와 식재료비만 유지하기에도 벅차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식음업장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면서 “객실이 60%, 연회가 30% 정도의 매출 기여를 하는 반면 식음업장은 10~15%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들이 앞 다퉈 호텔 다이닝에 수십억 원대의 자금을 투자해 리뉴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호텔의 다이닝이 호텔의 브랜드 이미지를 이끌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호텔 객실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많아도 이들이 1년에 한 번은 호텔의 식음업장을 경험한다.”면서 “식음업장에 대한 이용 만족도가 높으면 전반적인 호텔 이미지가 좋아지기 마련이다. 매출의 10%밖에 미치지 못하는 호텔 식음업장이 결국 매출의 나머지 부분을 좌지우지 하게 된다.”고 호텔 다이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호텔 다이닝은 수익창출을 넘어 브랜드 이미지를 이끄는 호텔의 구성요소 중 하나 인 셈이다. 로드숍과 달리 직접적인 수익창출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에 굳이 로드숍과 치열한 경쟁구도를 이룰 이유가 없었다.


호텔의 떠오르는 아이콘 ‘경험’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볼 때, 과거에는 호텔의 파인다이닝이 절대적인 기준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변화한 외식시장에서 호텔 다이닝과 견주어 뒤지지 않을 하드웨어를 내세운 곳이 많아졌다. 각종 레스토랑 안내서나 SNS, 블로거에서 분위기에 맞는 인테리어와, 작가가 빚은 고가의 식기, 훌륭한 재료로 차려진 요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왜 반드시 호텔 다이닝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하드웨어적인 답변으로는 경쟁력을 잃었다. 따라서 이제는 고객의 감성을 터치할만한 소프트웨어로 경쟁하는 시대가 도래 했다. 호텔 다이닝에서 변화를 꾀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호텔을 ‘경험’할 수 있는 요소를 요리나 서비스, 분위기 등으로 만날 수 있도록, 그래서 나만의 특별한 경험을 SNS에 공유하고 그 경험을 떠올렸을 때 호텔에 대한 좋은 이미지로 연결되는 게 바로 경험적 가치를 중시하는 호텔의 전략이다.


호텔 다이닝, 능동적으로 변해

철옹성 같던 호텔의 다이닝들도 점차 능동적으로 바뀌고 있다. 고가의, 클래식한 이미지를 벗고 트렌디하고 모던한 감각으로 리뉴얼하는 곳이 늘어났다. 시그니엘 서울(신규), 비스타(신규), 르 메르디앙(신규 예정),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아시안 라이브), 파크 하얏트 서울(더 라운지),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델마르도), 반얀트리(페스타), 조선호텔(조선 델리. 라운지&바(5월 중순 오픈 예정), 나인스 게이트(미정)) 등에서 최근 레스토랑을 신규 오픈하거나 리뉴얼했으며 더 플라자의 세븐 스퀘어는 올해 리뉴얼할 예정이다. 호텔들이 저마다 새 단장하는 이유는 노후화에 따른 설비 재정비의 이유도 있지만 신규 고객 창출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의 충성고객은 대부분 50대이며 이들은 과거에서부터 호텔을 이용해온 고객이다. 결국 10년 후를 내다 봤을 때 차세대 잠재고객은 20~40대의 고객이 주 타깃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호텔마다 문턱을 낮춰 새로운 소비층을 공략하거나 식음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가격대를 낮춘 비스트로 스타일의 세컨 브랜드를 론칭해 호텔 경험을 심어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굳이 호텔이 변화하지 않아도 고객이 찾아왔던 과거와 다르게 호텔이 능동적으로 고객에게 다가서는 형국이다.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외식업

소프트웨어에 강수를 두는 로드숍도 많아졌다. 식재료나 조리 기법의 특색을 살려 스토리를 만들어 내거나 도예가, 미술가, 디자이너 등 예술가와 협업해 메뉴를 완성하고, 셰프의 철학과 역사적 고증에 기반을 둔 인문적인 요소를 요리에 반영하기도 한다. 가령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수원 화성행궁 중 봉수당에서 연 회갑잔치 과정을 스토리화한다거나 여기에 셰프의 창의력을 더해 현대적인 요리로 재탄생시키는 요리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외식업의 큰 포션을 차지하는 대기업에서도 기존의 다브랜드 전략을 하나의 공간에 집약해 새로운 식문화를 제공하는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최근 복합몰의 인기에 편승해 단순히 외식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닌 음악, 전시, 키즈카페, 쇼핑 등 다양한 경험을 함께 제공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CJ푸드빌 ‘CJ푸드월드’, 풀무원 ECMD ‘마크할레’ 아워홈 ‘푸드 엠파이어’, 이랜드 ‘외식복합관’, 이마트 ‘피코크 키친’ 등이 있다.


다이닝, 인재를 중시하는 풍토 마련돼야

이처럼 고객의 경험을 중시하고 감성을 터치하는 소프트웨어의 기능이 강화되는 가운데, 이를 실현케 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어 인재를 모으는 선 순환고리를 만들기 위해 근무환경개선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지난 2월 2017년 외식산업진흥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지자체 및 관련 단체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국내 외식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없어 아쉽다. 국내 조리과에서 해마다 수많은 인재가 배출돼도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근본적으로 외식업 토질 개선 없이 국내 다이닝 업계의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다이닝의 성숙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접어들었다. 포션을 넓히는 것이 아닌 내실 다지기, 소프트웨어를 창출 할 수 있는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


인건비에 대한 부담, 근무 질 높여 턴오버 해소해야

“사람 쓰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말처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인건비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인건비가 오른다고 매출도 오르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파트타이머를 채용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경우 턴오버가 심하고 직무에 대한 책임감이 떨어져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관리상 손이 더 많이 가게 돼 인력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직원의 대부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 SG다인힐에서도 한 때 인건비 절감을 위해 홀에서 파트타이머를 기용한 적 있다. 하지만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관리의 효율성이 떨어져 기존 방식으로 전환했다. 대신 두당 인건비를 높여 기능 있는 직원을 채용해 효율성을 높였다. SG다인힐의 박영식 부사장은 “국내 소규모 레스토랑에서 근무시간, 휴무, 연차, 퇴직금 등 법적 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면서 “수익창출이 우선시 되는 풍토를 바꾸고 최소한 법적 기준에라도 맞춘 근무환경을 실현하는 오너십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토론이 가능한 수평적 관계로 선회해야

호텔에 입사하고도 보장되지 않은 정규직 자리를 바라보고 박봉과 고된 노동 강도를 견뎌야 하는 조리사들도 많다. 장기알바로 시작한 D조리사는 4년 만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와 함께 일하던 많은 경쟁자들은 중도 포기하거나 아예 직업을 전환하는 사람도 생겼다. 일단 정규직이 되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고 그룹 내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므로 정규직이 되기 전까지 부당한 대우가 있어도 별도의 해소 창구가 없어 감내하는 게 대부분이다. 더욱이 새롭게 등장하는 신규 호텔에서는 조합이 없는 경우가 많아 권리를 보장받기 힘든 경우도 생긴다. 힘들게 정규직으로 전환되고도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는 적고 제시한 아이디어를 반영하기에도 절차가 복잡하다. 또한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될 만한 업무를 매일 반복하다보면 회의가 느껴지기 마련이다. 한국의 호텔에서 근무하다가 중국 북경에서 한식 셰프로 활약하고 있는 안현민 셰프는 “호텔에서 근무할 때는 적정근로시간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셰프라는 직업은 기술습득에 의해 실력이 평가받고 성장할 수 있다. 내가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느냐에 성패가 갈린다.”면서 그는 호텔의 제한적 환경을 언급했다. 한 때 호텔의 노조 대의원을 맡기도 한 안 셰프는 계약직으로 입사해 조리사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해진 근무시간 외에도 호텔에 남아 다른 주방을 오가며 기술을 배웠다. 관건은 이러한 열정을 북돋워주는 환경 조성에 있다.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있어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분위기나 여건 형성이 되지 않는다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직급위주의 수직관계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 교환이 가능한 수평적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성숙한 다이닝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점차 인공지능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요리사가 유망직종으로 떠올랐다. 인공지능 셰프 왓슨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단순 레시피의 조합으로 이뤄진 요리와 창조적 영역인 요리에는 확실한 온도 차가 존재한다. 휴머니즘은 요리에서도 점차 강조될 것이며 경험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이닝에서 이를 실현하는 사람의 역할은 성숙한 다이닝 문화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따라서 음식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음식을 어떻게 제공하고 표현하는지 서비스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 질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가성비는 다이닝을 판가름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고, 셰프들이 트렌드에 연연하는 행태도 지양돼야 한다. 트렌드라는 명목으로 획일화되는 요리들은 다이닝의 본질을 흐리는 국내 다이닝 시장의 민낯이다. 지난 2월 농식품부에서는 국내 외식문화의 선진화를 위한 캠페인 공모전을 추진했다. 수상작 가운데 ‘식당도 공공장소이므로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창작곡과 영상으로 담은 ‘서로서로가 존중해 봐요’, ‘각자내기, 모두를 위한 배려입니다.’ ‘다인多人캠페인: 다인이 행복해지는 다섯 가지 외식에티켓’, ‘계산도 맛있게 나누어 드세요’ 등 외식 에티켓과 누리님, 도움님 등과 같은 외식업 종사자 호칭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아졌다. 농식품부는 이번 수상작을 3개 시리즈로 나눠 온/오프상에 배포할 예정으로 향후 건전한 외식문화 조성에 기대하고 있다.

성숙한 다이닝 문화는 어느 한쪽이 나서서 만들어지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고객과 종사자와 오너 모두가 소통하며 일궈야할 우리의 몫이다. 지난해 개최된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한국-프랑스 식문화 비교 국제 세미나에서 한 연사가 의미 있는 말을 했다. “문화는 존중받아야 한다. 한국의 식문화를 미식의 경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전통과 교류하며 많은 연구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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