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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수)

칼럼

[Global Networks_홍콩] 홍콩의 Afternoon Tea 문화

오후에 마시는 티라는 의미의 Afternoon Tea. 19세기 영국 귀족들이 저녁을 늦게 먹으면서 중간에 허기도 달래고 당분도 섭취하기 위해 빵, 버터, 케이크 등을 홍차와 마시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문화이다. 영국 식민지 시대를 겪은 홍콩에도 자연스럽게 이러한 문화가 정착하게 됐고,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먼저 애프터눈 티 문화가 자리 잡았다.


아무래도 애프터눈 티가 귀족 문화이다 보니 여러 호텔을 중심으로 보존돼 왔는데 그중 대표적인 두 곳이 페닌슐라와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이다. 반세기 이상의 역사를 가진 터라 홍콩 거주 영국인들의 아지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사교의 장으로서 애프터눈 티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페닌슐라 호텔 The Lobby는 호텔 분위기만큼이나 클래식한 정통 영국식 애프터눈 티를 제공한다. 외부인들에게는 예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줄을 서야 하는 일이 럭셔리 호텔로서 흠이긴 하지만 여러 나라 관광객들은 이 경험을 위해서 기꺼이 시간을 투자한다. 인증샷을 찍으면 멋진 배경과 함께 영국의 유서 깊은 호텔에 와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안타깝게도 필자는 줄서기를 싫어해서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이와는 다르게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은 미리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홍콩섬 쪽에서 애프터눈 티를 원하는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다린 오리엔탈 홍콩의 Clipper’s Lounge만이 가진 오렌지 빛깔의 데코와 오리엔탈 앤티크의 분위기는 페닌슐라 호텔과는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호텔 로비에서 위로 보이는 Clipper’s Lounge에서 맛볼 수 있는데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따뜻하게 제공하는 스콘이다. 스콘과 함께 만다린 케이크 숍(Mandarin Cake Shop)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장미꽃 잼(Rose Pedal Jam)이 제공되는데 향긋하고 새콤해 맛이 일품이다. 그러나 잼의 꽃 향이 강해 화장품을 먹는 느낌같다고 평가하는 손님도 있어서 호불호는 갈리는 편이다. 호텔 애프터눈 티 세트는 2인 기준으로 대략 7~8만 원정도 하는데, 급여 수준이 아주 높지 않은 홍콩 친구들도(대부분 여자들이기는 하지만) 주말에 지인들과 호텔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두 호텔 외에도 고급 커피, 디저트가게나 TWG와 같은 정통 티 하우스에서도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다. 애프터눈 티 문화가 홍콩 현지식과 만나 또 다른 문화를 만들었다. 홍콩 현지 음식을 파는 식당을 티 하우스 Tea House/Cha Chan Ting라고 지칭한다. 이곳에서는 볶음밥, 카레, 샌드위치와 같은 식사류와 관광객들이 홍콩에 가서 꼭 챙겨먹는 디저트인 에그타르트 및 밀크티, 레몬차 등을 판매한다. 일반적으로 정통 애프터눈 티 타임인 3~6시에는 제한된 아이템으로 원래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음료가 포함된 세트 메뉴로 만나볼 수 있다. 티 하우스는 디저트와 홍차를 함께 마시는 전통적 의미의 세트를 따온 것이지만, 그 시간대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오후 시간을 여유롭게 즐긴다기보다는 점심과 저녁 사이 시간사이에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좋은 옵션의 의미를 가진다. 회사에 기념할 일이 있거나, 부서장이 사기 증진을 위해 한턱 쏠 때, 식사를 함께하는 대신 이러한 티 하우스의 에그 타르트나 치킨 파이 등 애프터눈 티 아이템을 팀원들에게 돌리는 것이 홍콩의 기업 문화이기도 하다.


귀족 문화에서 파생된 애프터눈 티는 아직 아시아인들에게는 부유층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여유로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는 듯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 또 다른 문화로 자리 잡을 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송창훈
그랜드 하얏트 홍콩
시니어 세일즈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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