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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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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 사케 소믈리에의 All about Sake] 인형의 눈물이 사케가 된 분라쿠 사케


인간의 삶은 오래 전부터 슬펐나 보다. 인간, 아름답기 때문에 슬프고 슬프기 때문에 아름답다. 연극에서 인간의 애환이 흠뻑 묻어나는 몸짓이나 대사의 효과음을 가슴이 울리도록 쏟아낸다면 관객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관객의 감정을 이리저리 흔들어 대는 작은 연극 인형들이 있다. 서민들의 아픈 삶을 예능이라는 가아제로 닦아주는 분라쿠 인형이다.



일본에서 전통 인형극으로 인정받는 분라쿠
일본의 분라쿠 극장 입구에는 아침부터 인형극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이 줄을 잇는다. 전통 예능의 분라쿠는 기다유(義太夫) 해설과 암송, 샤미센三(味線) 음악과 연주, 인형(人形遣) 조종이라는 삼위일체로 이뤄져 있다. 3인이 1조로 팔과 다리,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인다. 눈과 눈썹, 입술의 움직임을 이용해 인간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한다. 인형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에 관객이 웃고 운다. 분라쿠 인형을 다루는 기술은 오랜 시간 세 사람이 호흡을 맞춰야 가능하다. 그렇기에 일본에서 분라쿠 인형을 다루는 사람은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경우가 많다. 물론 분라쿠 자체도 중요 무형 문화재다.
인형극 하면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공연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들에게는 좀 생소하게 들릴 듯하다. 그러나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분라쿠의 관객은 대부분 연배가 높은 사람들이다. 분라쿠는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줄거리가 재밌어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분라쿠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사케 도가의 이름을 분라쿠라 지은 사케 장인. 그는 사이타마현(埼玉県) 카미오시(上尾市)에 자리 잡은 분라쿠 주조의 창업자 키타니시 카메키치(北西亀吉) 장인이다. 120년 전 분라쿠의 삼위일체와 같이 사케에 쌀, 누룩, 물의 세 가지 정신을 술에 담고 싶었다고 한다. 분라쿠 주조의 힘은 여기서 나왔다. 옛 사케 주조기술 전통을 지켜가면서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에게 사케에 대한 관심을 불어 넣었다. 또한 시장의 변화와 시대의 흐름을 주시하며 선진성을 발휘하기도 했다.



새로운 주법을 도입한 분라쿠 주조
타 주조사들은 옛 것을 고수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있을 때 분라쿠 주조는 과감하게 새로운 주법을 도입했다. 점점 감소하는 사케 시장에 대한 남다른 생존 전략이었으리라. 기존 탁주의 이미지를 깨고 탄산을 주입한 준마이다이긴죠 사케와 신선한 과일과 사케를 혼합해 여성의 기호에 맞춘 ‘샹그리아’도 출시했다. 사케가 미용에도 탁월한 효과를 갖는다는 점을 착안해 일본 목욕 문화와 결합시킨 ‘사케 입욕제’와 ‘핸드크림 시리즈’를 개발했다. 이 새로운 제품을 도쿄의 최고 멋쟁이 거리인 록본기 힐즈 상점가의 ‘TOUCH’를 비롯해 고급 백화점
인 이세탄, 첨단 젊은이들의 인기 쇼핑센터인 ‘LOFT’에도 출시했다. 첨단 마케팅으로 개성 있는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면서 해외 진출도 발 빠르게 시도해 2015년에는 미국에서 와인과 경쟁해 금상을 탔으며 2017년 IWC(International Wine Challenge)에서는 은상을 수상했다.



지금 분라쿠 탁주는 미국, 아시아, 유럽 등 2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건강을 지향하는 외국인들에게 일본 음식(화식)의 인기는 꾸준하고 전통 고급 사케 분라쿠도 해외에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 상승세는 끝이 없다. 눈물과 웃음을 주는 국민적 예능이 분라쿠라면 분라쿠 사케는 그들에게 맛과 향기와 건강을 준다. 이것이 진정한 사케 산업의 4차 혁명이 아닐까?


이용숙
니혼슈 기키사케시(사케 소믈리에)

㈜린카이 이용숙 대표는 오랫동안 사케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간사이국제대학 경영학과 교수 및 니혼슈 홍보 한국사무국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의 사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밤’을 매년 개최, 사케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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