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는 전통적으로 매년 4월부터 9월까지 비수기로 간주하며 특히 날씨가 습하고 더운 6월부터 8월까지는 극비수기 기간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호텔들은 이 시기를 미리 홈쇼핑과 연계해 굉장히 싼 가격으로 객실을 공급하거나 여름 특가를 진행하는 등 고객 확보를 위해 여러 가지 프로모션에 박차를 가한다. 그러나 2017년의 경우 하노이 호텔업계에서는 성수기 비수기를 찾아볼 수 없고 연일 만실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 지난 7월호에 ‘하노이 호텔 산업 동향’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하노이는 현재 한국의 S전자 관련의 출장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노이의 5성 호텔 중에서 S전자의 고객으로 30% 이상을 넘지 않은 호텔로는 일본 호텔인 닛코호텔뿐이며 몇몇의 호텔들은 70% 이상이 S전자의 고객들로 꽉 채우고 있기도 하다. 각 하노이 호텔들은 S전자라는 맛있게 준비돼 있는 파이에서 좀 더 많이 자신의 몫을 챙길 수 있도록 저마다 매력적인 혜택을 선보이고 있다. 호텔이 한 마켓에만 집중해 치중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눈앞에 빤히 보이는 이익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팬 퍼시픽 하노이의 리브랜딩 전인 소피텔 플라자 하노이 시절에는 아코르 그룹으로 인해 프랑스와 유럽 마켓층이 두터웠는데, 리브랜딩으로 아코르 그룹에서 빠지게 되면서 이 마켓층을 많이 잃게 됐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마켓이 바로 하노이의 대세인 한국 마켓의 S전자였다. 팬 퍼시픽 하노이는 이 경쟁의 후발주자였지만 목표시장(한국 마켓)과 목표 고객(S전자)에 대한 고객 관계의 집중화와 특성에 맞게 펼친 마케팅 활동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먼저 마켓 리서치를 통해 지리적으로 같은 위치, 호텔 클래스 또한 흡사한 두 개의 경쟁 호텔의 경우 거의 5배가 넘는 숙박 수를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허나 브랜드 인지도가 경쟁 호텔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호텔을 선택하는데 있어 브랜드와 멤버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S전자 고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의 의구심을 없애고 멤버십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적극 추천하기 위해서 익숙하지 않은 팬 퍼시픽 브랜드를 홍보하기보다는 같은 글로벌 호텔 얼라이언스(GHA)의 디스커버리 멤버십을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브랜드 호텔(S전자의 출장자들이 중국 출장 중 자주 사용하는 K호텔, 매년 인기의 가족 휴양지 괌에서 가장 좋은 장소에 위치하고 있는 O호텔, 젊은 커플들이 좋아하는 발리의 A호텔 브랜드 등)들을 한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장소 및 호텔들을 선택해 알리면서 브랜드에 친근감을 형성했다. 또한 호텔의 기존 고객에게 더 열정적으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 마케팅을 하면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먼저 리브랜딩 이전부터 호텔을 이용했던 고객들에게 특전을 제공(멤버십레벨 매칭, 스위트 객실로의 업그레이드 개런티 등)함으로써 기존 고객들의 로열티를 유지할 수 있었으며, 모든 인하우스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월별 프로모션(매주 수요일 무료 맥주 제공, 무료 미니바 등)은 사소하지만 출장 중 조그마한 기쁨을 선사했다.
특히 정기적으로 S전자의 고객만을 위한 감사 파티가 진행되는데, 매번 색다른 테마를 정해 식음료 및 경품 추첨 행사를 준비해 인하우스 손님과 함께 다른 호텔에 숙박하고 있는 동료들과 함께 참석할 수 있도록 기존 고객의 준거집단(Reference Group)에게 팬퍼시픽 하노이를 홍보하고, 고객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S전자라는 이름이 들어간 호텔 파티라면 손님들은 절대 참석하지 않는다는 몇몇 고객들의 피드백과 다른 호텔들의 실패 사례도 있었지만 고객의 특성 및 취향을 분석하고 매번 진행될 때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며 참석자 수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감사 파티는 어느덧 시그니처 이벤트로 거듭날 수 있게 됐으며 회를 거듭할수록 행사의 참석자 수도 늘고 숙박 수 또한 시작 때 보다 10배에 가까운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
기업이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기 위해서 5라는 마케팅 비용을 투자를 해야 한다면 CRM을 통한 마케팅은 1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만큼 CRM 마케팅이 비용 면에서 그리고 고객만족 면에서도 훌륭한 마케팅 전략임에 틀림없다. 앞으로도 고객을 분석하고 행동을 예측해서 이를 다양한 마케팅 채널과 연계한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최경주
팬 퍼시픽 하노이 세일즈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