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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6 (화)

칼럼

[Global Networks_홍콩] 역사와 스토리가 담긴 홍콩의 도어맨


투숙객들을 제일 먼저 맞이하고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호텔리어, 도어맨. 차에서 내리는 순간 문을 열어주고 환한 미소로 “Welcome!”을 외치고, 차 문을 닫으면서 “Have a safe trip! See you next time!”을 외치는 그들. 1세대 호텔리어 중 성공한 지배인들의 스토리를 들어보면 도어맨부터 시작했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만큼 호텔리어 커리어의 첫 발을 디디는 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베테랑 호텔리어들이 배치된 포지션이 바로 도어맨이다.

이러한 도어맨의 상징적인 의미를 존중하며 간직하고 있는 대표적인 두 홍콩 호텔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만다린 오리엔탈과 페닌슐라 호텔. 럭셔리 호텔로서의 역사가 워낙 깊다보니 필자의 기고문에 자주 등장하는 두 호텔이다. 그만큼 여러가지 측면에서 글로벌 리딩 럭셔리 호텔의 가치를 잘 유지, 전달하고 있다.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의 경우에는 빨간 유니폼과 모자를 쓴 도어맨이 인상적이다. 홍콩 역사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는 70년대 The Mandarin 호텔 시절(만다린 오리엔탈 홍콩의 옛 이름) 도어맨의 사진 속 유니폼과 지금의 유니폼은 옷감과 편의성을 위한 수선만 있었을 뿐 그 본질적인 디자인은 비슷하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제 일을 갓 시작한 어린 친구와 청춘을 바쳐 30년 넘게 일한 연륜 넘치는 도어맨들이 앙상블을 이루며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오래 일한 도어맨들은 호텔을 자주 애용하는 외국인 손님뿐만 아니라 홍콩 현지 고객들과도서로 안부를 물을 정도로 아주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예컨대, 필자가 근무하던 시절 고객들이 명절이 되면 특정 직원에게 Lai See(명절 때 마음을 나누는 빨간 돈봉투)를 전달하는 걸 종종 목격했었는데, 진심어린 마음이 느껴지는 인상 깊은 순간이었다.



페닌슐라 호텔의 도어맨 유니폼은 만다린 오리엔탈의 것에 비해 더욱 큰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하얀색 유니폼과 장갑, ‘Peninsula’ 금박 글씨가 박힌 모자를 쓰고 환하게 웃는 앳된 직원의 모습은 페닌슐라 관련 사진을 보면 너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Page Boy’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들은 웹사이트, 지면광고, 영상, 어메니티 등을 통해 항상 등장하며 호텔이 위치한 나라에 상관없이 페닌슐라 고유의 상징이 됐다. Page boy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것이 수동으로 움직이던 시절, 고객의 손과 발이 돼 준다는 의미가 깃들어있다.
그 의미를 호텔 설립 90년이 다 돼 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모습 그대로 간직해 브랜드 정체성으로서 이어가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특이한 점은 그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은 다들 어린 친구들이라는 것.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진정한 호스피탤리티(Hospitality)에 대한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싶다.
사실 50년 이상 그 정체성을 이끌어 온 이 두 호텔의 의미 있는 것들이 요즘 시대에는 다소 걸맞지 않은 ‘촌스러운’ 것일 수도 있지만 이 호텔들이 뚝심을 갖고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지금의 명성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현재 유럽 호텔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호텔업의 역사가 짧은 미국계 호텔 브랜드들이 정형화된 시스템과 브랜드 정체성을 상업적으로 잘 구축해 빠르게 전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그런 흐름과 함께 손님들의 선호도도 모던하고 트렌디한 것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역사와 스토리가 담긴, 사람 손때가 많이 묻은 유럽 호텔들, 그리고 만다린 오리엔탈이나 페닌슐라와 같이 조금은 느리지만 자기만의 색깔, 철학을 가지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호텔들에게 더욱 정이 간다. 한국의 호텔 역사는 아직 짧다. 그리고 지금, 서비스업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성장하는 과도기에 있기 때문에 현재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멀리 내다보고 30년 혹은 50년 뒤에 회자될 수 있는 추억을 선사할 수 있는 그런 호텔들이 많이 생기기를 고대한다.




창훈

그랜드 하얏트 홍콩
시니어 세일즈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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