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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월)

레스토랑&컬리너리

[The Chef] 불꽃같은 열정으로 살다_ 터치더스카이 수석셰프, 조은주




한화그룹을 대표해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63빌딩 터치더스카이의 수석 셰프, 조은주 셰프를 만났다. 조 셰프는 워킹온더클라우드에서 부책임자로 근무하다가 올 6월 터치더스카이의 수석 셰프로 발령받았다. 30년 만에 탄생한 최초의 여성 수석셰프이기에 혹자는 유리천장을 뚫었다고 표현하지만 여성이기 전에 실력으로 자리에 오른 조은주 셰프는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는 천생 셰프이다. 하나에 꽂히면 직진만 한다는 셰프의 성격이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세월을 설명한다. 꼼꼼하고 섬세한 요리에는 팀과 함께 걷고자 하는 리더의 카리스마도 더해졌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조은주 셰프의 열정이 성화의 불꽃만큼이나 특별하다.


터치더스카이로 수석 셰프로 임명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그것도 최초의 여성 셰프라는 점에 의미가 깊네요.
고맙습니다. 어깨가 무겁네요. 이곳까지 올라온 게 다 좋은 선후배들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인복이 좋은 편이죠. 워킹온더클라우드에서 근무하다가 터치더스카이에 발령 난 지는 3개월 됐고요. 앞으로 해 나가야 할 것도 익혀야할 것도 많아요. 차차 익숙해지겠죠.


이곳과의 인연이 깊다고 들었는데 얼마나 되셨어요?
대학 때 현장 실습을 하게 된 곳이 63빌딩의 뷔페레스토랑 분수 프라자. 지금의 파빌리온이었어요. 이후부터 지금까지 19년차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그 당시 유명한 셰프는 63시티의 구본길 대가님이 계셨거든요. 은사님이신 윤숙자 교수님도 그렇고 훌륭하신 선배님들이 각종 매체에 나와서 요리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나도 저런 멋진 셰프가 될 수 있을까 하며 동경했었죠. 호텔 일식당에서 실습을 한 적도 있는데 스시 카운터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게 참 재미있더라고요. 당시 올드보이라는 영화가 상당한 인기를 끌었죠. 강혜정 씨가 연기한 미도가 일식당 보조요리사로 나와 칼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일식에 흠뻑 빠져있을 때였어요. 입사하고 보니 한식에도, 일식에도 자리가 없어 결국 양식당으로 발령을 받아 일을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된 일이죠. 양식은 다양한 분야의 요리를 흡수하는 매력이 있어요.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경력을 더해갈수록 요리 스타일도 변하던데, 셰프님의 요리 스타일은 어떻게 변했나요?
업장에서는 수석 셰프의 영향을 많이 받게 돼요. 향신료의 쓰임이나 소스의 농도와 같은 미세한 차이까지도. 어떤 메뉴를 만들더라도 온전히 내 요리가 아닌 셈이죠. 이제 수석 셰프로 첫 발을 내딛게 되니 어떤 요리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보고 있어요. 저도 어떤 색깔이 나올지 궁금하네요. 개인적으로 상큼한 채소, 허브류, 건강한 식재료를 좋아해요. 원재료의 맛을 살린 복잡하지 않은 요리, 과학적인 조리법과 섬세한 프리젠테이션을 선호하지요. 프리젠테이션에서는 구도와 색감을 중요하게 생각해 꼼꼼하게 챙기는 편이에요. 구도가 흐트러지면 음식이 허술해 보이고 빈틈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가장 먼저 음식의 궁합을 맞춰보고 색감, 구도를 생각해서 요리를 만들어요. 


다른 업장에서 수석 셰프로 발령받아 오는 경우가 흔치 않아요. 그만큼 셰프님의 역량을 믿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요. 수석 셰프 데뷔 무대로서 셰프님이 어떤 선택을 보이실지 궁금합니다.  

제가 있던 워킹온더클라우드는 이탈리안 요리에 아메리칸 스타일이 접목된 캐주얼 레스토랑이에요. 제일 밑바닥부터 시작해 부주방장까지 올라 자그마치 16년 동안 몸에 익은 곳이죠. 하루에 100명, 200명의 스테이크를 구워낼 정도로 매우 바쁘게 돌아가는 곳이기도 하고요. 그에 비해 터치더스카이는 긴 코스의 묵직한 요리를 선보이는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입니다. 단골 VIP 고객이 대부분인데다가 제 요리의 첫 선을 보이는 자리라서 부담감도 커요. 무언가 변화를 줘야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죠. 하지만 단골 고객들이 늘 드시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거예요. 워킹온더클라우드의 프리젠테이션을 모티브로 소스나 프리젠테이션에서부터 시작해 차차 보폭을 넓혀갈 생각이지요. 지금은 터치더스카이의 고객들이 좋아하는 취향을 파악하는 단계로, 워킹온더클라우드의 좋은 점을 터치더스카이에 접목시켰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나오는지 연구하고 메뉴를 테이스팅하며 직원들과 상호작용하고 있어요. 


양식 중에서도 어떤 파트가 마음에 드세요?
저는 거친 듯 역동적인 핫 파트가 좋아요. 요리를 하면서 항상 핫 파트에 가기를 원했는데 소스나 사이드 디쉬에만 배치되고 스테이크를 굽는 핫 파트는 매번 비껴가더라고요. 틈틈이 선배들의 스테이크 굽는 방식을 어깨너머로 배워가며 내심 준비하고 있었어요. 후배가 저보다 먼저 그릴 앞에 섰는데 그 때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던지. 선배가 어느 날, “그래. 너 한번 해 봐. 기회를 줄게.”라고 했는데 얼마나 기다려왔으면 지금까지도 생생해요. 핫 파트는 그림을 넓게 펼쳐 봐야하는 곳이에요. 타이밍이 생명이죠. 고기가 익는 온도도 다 다르고 서빙 돼야 하는 시간, 함께 나갈 요리의 진행상태도 봐야 하니 어찌 보면 섬세함이 더 요구되는 파트이기도 해요. 그래서 핫 파트가 저에게 잘 맞았고 가장 오래 머문 파트가 됐어요.


셰프님의 요리에도 자주 등장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식재료는 무엇인가요?
바질, 처빌, 딜, 펜넬 등의 독특한 향이 있는 허브류예요. 아스파라거스처럼 그냥 먹어도 맛있는 신선한 특수 채소들도 선호하고요. 생선이나 다른 메인 식재료와 어울렸을 때 향미가 풍부해져요.


최연소 조리기능장을 획득한데다가 수상경력까지 화려하시네요. 일하면서 하나하나 챙기는 것이 쉽지 않은데, 자기 관리가 철저한 편인가 봐요. 실제로 일하는 스타일이 어떤가요?
일을 시스템화 시켜서 중간관리자에게 신뢰를 실어줘요. 팀웍이 없이 혼자서는 절대 감당할 수 없어요. 일의 손발이 맞는다고 하죠. 일이 시작되면 전처리부터 마무리까지 척척 돌아가야 해요. 그래서 답답한 것을 못 참는 급한 성격이라고 할까요. 늘 바쁜 업장인 워킹온더클라우드에 오래 있다 보니 일이 늘어지면 답답해요. 직원들에게도 일을 빨리 끝내고 깔끔하게 자기 시간을 즐기라고 말하는 편이에요. 단, 일을 마친 후에 갖는 꿀 같은 자기 시간은 터치하지 않죠.



특별히 조 셰프님은 세계 3대 요리대회라는 FHA Culinary Challenge 2016에서 연달아 금메달 두 개를 획득한 최초의 여성 셰프라는 수식어도 얻으셨어요.
독일, 싱가폴, 룩셈부르크 대회를 세계 3대 요리대회라고 하는데요. 저는 이중에서 싱가폴 대회에 출전하게 됐어요. 사실 저에게까지 기회가 올 줄 몰랐기 때문에 기회를 잡고 나니 이것만 보였어요. 다신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거든요. 며칠 동안 잠도 못자고 준비했는데 대회 당일에 세팅이 무너져버리면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에 대회 당일까지도 스트레스가 극심했어요. 보통 피가 마른다는 표현을 쓰죠. 각국의 대표선수들이 모이는 이 대회에서는 요리가 좋지 않으면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나오지 않을 만큼 실력을 다투는 대회예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한 종목에 전력을 쏟지요. 저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했기 때문에 보험 하나 드는 셈 치고 두 종목에 도전한 거예요. 타파스 앤 핑거푸드와 각기 다른 4가지 메인 요리였죠. 그런데 금메달을 두 개나 목에 걸고 나니 그간의 피로가 싹 씻기는 느낌이랄까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뿌듯했어요. 저의 삶을 통 털어 올인한 단 하나의 순간을 꼽자면 주저 없이 이 대회를 꼽을 겁니다. 


주방에서 굳이 성비를 따져보면 남자가 월등히 많아요.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이것은 비단 주방에만 국한 된 일은 아니라고 봐요. 제가 있는 곳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전체의 10%정도로 남성이 많은 게 사실이에요. 주방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뒷받침돼야 버틸 수 있는 곳이에요. 처음 들어오면 설거지나 물건 받아오기 등 허드렛일부터 시작하지요. 주말, 밤낮 할 것 없이 하루 종일 8~9시간을 서 있어야 하고요. 가장 먼저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되죠. 여기에서 버티지 못하면 2~3년 안에 그만두고 말아요. 한 고비를 넘고 5~6년쯤 지나 이제야 적응할 만하면 이번엔 출산과 육아의 벽에 부딪히게 되는데, 저는 이 부분이 가장 큰 산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이 시기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지요. 저도 처음에는 선배들이 제 손목을 보고 이런 손으로 무슨 요리를 하겠냐. 다시 한 번 생각해봐라. 어렵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강철 체력인데다가 무엇보다도 요리가 적성에 맞았어요. 극복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어요.


셰프님도 결혼과 출산, 육아까지 경험하셨잖아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선배로서 조언을 하신다면요?
저는 9살짜리 딸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부지런해지려고 노력해요. 제가 함께하지 못한 시간과 공간을 채워주려고 아이와 함께 있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 아이에게 집중하죠. 다행히 아침시간은 여유가 있어서 함께 식사를 해요. 퇴근하고 나서 숙제도 봐주고 자기 전에 하루 일과에 대해 이야기하지요. 쉬는 날이면 아이들을 동반하고 엄마들끼리 모여 정보도 공유하고 아이와 함께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아이가 “우리 엄마도 다른 엄마들처럼 집에 빨리 퇴근했으면 좋겠어.”라고 하는데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다행히 남편이 육아를 많이 도와주고 근처에 친정식구들이 모여 살아서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어요. 지금은 결혼 적령도 늦어지고 사회적 인식이나 육아환경, 시스템화 된 주방 환경 등 이전과 비교해 많이 나아졌잖아요. 앞으로는 주방에 여성 셰프도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고비가 있게 마련인데요. 조 셰프님에게도 고비가 있었을까요?
물론 있었어요. 누구나 고민했을 육아와 출산 때문에요. 병원에서 아기가 위험하다면서 아이와 일 중에 하나를 포기하라는 선택의 순간이 있었어요. 그 때 저는 할 수 있을 거야. 딱 한 달만 쉬어보자고 생각했죠. 아이가 이런 저의 마음을 알았는지 다행히 무사했었고 저는 회사에 복귀할 수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제 일생에 병가는 딱 이 때 뿐 이네요. 아이를 낳고 나니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었어요. 일을 놓을까도 생각했지만 답답해서 집에만 못 있겠더라고요. 내 인생이 너무 허무해지는 것 같아 자아를 포기하는 쪽보다 실현하는 쪽을 선택해 3개월 만에 주방으로 돌아왔어요. 복귀하고 나니 그제야 그릴을 맡겨주시더라고요. 이후부터는 좋은 일만 있었어요. 요리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도 내고 인정도 받아 부주방장까지 승진했으니 만약 그 때 포기했다면 지금의 저는 여기 없을 거예요.


한 번은 퍼스트 쿡(1급 조리사)을 달았을 때 선배에게 더 이상 소원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제가 입사할 때만해도 세컨 쿡(2급 조리사)이 최고 선배였거든요. 그랬더니 대뜸 선배가 “너 정말 실망이다. 꿈이 왜 그것밖에 안되니?”라고 말하더라고요. 워킹온더클라우드의 수석 셰프로 있는 김태규 셰프님이죠. 그 때 느꼈어요. 아 나는 꿈이 작았구나. 나는 더 이룰 수 있는 사람이구나. 저를 믿어주고 응원해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저는 더 큰 꿈에 다가설 수 있었어요.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성화봉송 주자로 발탁되셨는데 어떻게 기회를 얻게 되셨나요?
여성을 대표할 특별한 사례를 찾다보니 운이 좋게 제가 발탁된 것 같아요. 한화그룹 전체에서 총 8명을 추천했는데 호텔부문에서만 2명이 선발됐고 그 중 한 명이 저예요. 정말 특별한 기회인데 회사를 대표해야 한다는 긴장감에 너무 많은 것을 생각 하느라 정신없이 뛰기만 한 것 같아요.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옆에서 뛰어준 가족과 함께 의미를 나누고 싶어요.  


‘FHA 컬리너리 챌린지(이하 FCC 2016)’ 수상 메뉴
•주요 메뉴 : 아뮤즈 부쉬, 포르치니 버섯 크림수프, 바닷가재와 진공저온 양갈비 등
•메뉴 구성
Amuse Bouche
Abalone Salad with Citron Dressing & Celeriac Puree & Basil oil
Porcini Mushroom Cream Soup
Grilled Lobster & Scallop with blandard & Bisque Cream Sauce
Chargrilled Lamb Steak & Organic Cono sur Wine Sauce
Aronia Ice Souffle with Assorted Dess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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