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정부차원에서 도시의 환경개선에 큰 심혈을 기울인다. 또한 깨끗한 환경조성을 위해 식음료를 대중교통 안에서 먹거나 쓰레기나 담배꽁초, 씹던 껌을 버리는 등의 경범죄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깨끗하고 잘 정돈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싱가포르 국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된데에는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으로부터 분리독립된 싱가포르는 자국민의 식수를 걱정할 정도로 말레이시아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았다. 전통적으로 상업에 의존해 발전해온 싱가포르의 분리독립은 산업화의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싱가포르에게 큰 고비였기에 외국의 투자가 절실한 환경이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에게 깨끗한 환경을 보여주는 것은 싱가포르 국민이 뛰어난 능력과 규율을 갖춘 국민임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여겨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었다.
이밖에도 싱가포르 정부는 녹지와 공원 조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싱가포르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울창한 나무를 볼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싱가포르의 기후와 토양에 맞는 수종을 엄선해 계획적으로 조성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싱가포르는 구글의 스트리트 뷰에서 사용하는 Green View Index(GVI) 지수가 약 29%로 전 세계 그린시티로 불리는 여러 도시들을 아주 쉽게 따돌리고 있다. 싱가포르 면적의 약 1/3이 나무와 숲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다. 또한 싱가포르에서는 도시계획 사업의 콘셉트를 이전의 ‘Garden City’에서 ‘City in a Garden’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는데 싱가포르의 도시개발청의 주도 아래 오랜기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계획부터 실행까지 이뤄지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의 호텔산업에서도 도시를 녹지 안에 둔다는 ‘City in a Garden’ 정책의 콘셉트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 콘셉트를 잘 표현한 호텔들로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팬 퍼시픽(Pan Pacific)호텔그룹의 ‘파크로얄 온 피커링(Parkroyal on Pickering)’과 다운타운의 파 이스트 호스피탤리티(Far East Hospitality)그룹의 ‘오아시스 호텔(Oasis Hotel)’이 있다. 두 호텔 모두 도심에 우뚝 선 공중 정원 호텔로 유명하다. 파크로얄 온 피커링의 경우, 계단식논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물결이 흐르는 듯한 곡선미를 살렸으며 호텔 외부 테라스에 풍성한 식물을 배치해 공중정원을 구현했다. 또한 호텔의 외부뿐만 아니라 호텔 입구부터 로비 객실로 가는 복도 사이사이, 그리고 객실 안에서도 마치 정원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오아시스 호텔의 경우 고층빌딩이 빼곡히 들어선 싱가포르의 금융가인 탄종파가 지역에 높게 들어선 건물로 붉은색 외벽에 녹색의 식물이 무성하며 선명한 보색대비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호텔명 그대로 삭막한 오피스지구의 오아시스와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다 싱가포르를 기반으로한 건축설계회사인 WOHA의 작품이다. 특히 파크로얄 온 피커링은 WOHA의 회사 소개 브로셔에서 메인건물로 소개할 만큼 많은 상을 수상한 건물이기도 하다. 호텔은 특이한 디자인뿐만 아니라 환경친화적인 기능 또한 함께 구축했는데 로비 곳곳에 있는 인공연못과 발코니의 식물들의 물공급에 빗물을 재이용하는 방법으로 설계돼 있으며, 살짝 튀어나온 발코니들이 빌딩의 햇빛가리개 역활을 하고, 시티 호텔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개방형 복도를 설계, 자연 환기가 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옥상정원, 발코니녹화 등의 3차 정원을 활용해 도시의 90%를 녹지로 만들겠다는 대단한 포부를 가지고 있다. 특히 새로 생기는 호텔이나 레지던스들은 이런 공중정원의 콘셉트를 사용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앞으로 싱가포르의 도시 정원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또 어떤 색다른 영감을 우리에게 선사할지 기대가 된다.
최경주
팬 퍼시픽 하노이 세일즈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