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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목)

레스토랑&컬리너리

[The Chef] 셰프에 대한 신뢰, 일식의 꽃 오마카세_ 밀레니엄 서울힐튼, 구민술 셰프


청담동 일식당에서 스시로 유명한 구민술 셰프를 이제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일식당 겐지에서 만날 수 있다. 당대 트렌드 제조기라고 불렸던 와라이 뿐 아니라 무라타, 요이치, 갓포난우, 스시현, 스시마리 등 23년 간 한국의 유명 스시 바를 두루 거쳐 쌓은 내공으로 까다로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그다. 셰프의 식재료를 보는 안목은 창작의 중요한 도구다. 그의 손에 들린 다양한 도구가 오마카세 전문 일식당으로 새로운 걸음을 떼는 겐지를 어떻게 물들일지 주목받는 이유다.


청담동에서 꽤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셨는데. 청담동 숍이 아니라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 뵙게 되네요. 특별히 합류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밀레니엄 서울힐튼 대표님의 제안이 있었어요. 과거의 겐지는 데판야끼, 스시 바로 유명했지만 요즘 거리에는 호텔보다 트렌디한 숍들이 넘쳐나지요. 로컬은 산지 뿐 아니라 인맥으로 단단히 네트워킹 돼 있어 변화를 빠르게 흡수하기 때문에 이제 호텔이 로컬과 경쟁하는 게 쉽지 않게 됐어요. 로컬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겐지의 콘셉트를 바꾸려는데 제가 합류하게 된 거죠. 잘 해보고 싶어요. 스시 바를 살려서 산지의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를 선보일 겁니다.


로컬. 그러니까 로드숍을 말씀하시는 거죠? 로컬의 경쟁력은 뭔가요?
네트워킹이 좋다는 거죠. 촘촘한 그물망처럼 선후배로 다 연결이 돼 있어요. 어떤 재료를 서봤는데 그 재료가 좋으면 연락이 와요. 산지에서도 마찬가지죠. 그렇다보니 가격이 바로바로 조정돼 재료를 수급하기 좋은 점이 있어요.


겐지가 오마카세 전문 일식당으로 새로워졌어요. 곧 셰프님의 직관에 맡긴다는 뜻 일텐데, 어떤 요리를 선보이실 계획인가요?
스시입니다. 제 주종목이기도 하고요. 겐지에서는 타 호텔보다 창작 스시를 더 많이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재료의 성격을 활용한 창작 스시를 만들어요. 가령, 옥돔은 사시미로 쓰지 않고 주로 구이로 나가죠?


옥돔은 육질이 부드러운 생선이므로 잘 깨져 손질하기 힘들기 때문이에요. 저는 이 옥돔을 다시마에 절여서 사시미와 스시에 쓰는데 손질하기도 쉽고 다시마로 인해 옥돔의 단맛이 배가 됩니다. 맛도 좋지만 사시미와 스시로 먹는 옥돔은 생소하기 때문에 반응이 좋아요.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요? 
요즘 젊은 요리사들은 아이디어가 참 좋아요. 그들에 못지않게 저도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지요. 누구든 매일 새벽 산지에 나가 재료를 직접 눈으로 보고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서 생생한 이야기도 듣다보면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재료가 숨어있는지 놀랄 겁니다. 재료, 트렌드, 조리법. 경험도 공부도 많이 할 수 밖에요. 같은 책이라도 반복해서 보다보면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해요. 요리사가 생각을 많이 할수록 발전하듯 한 가지 만으로 계속 버틸 수 없어요.     


23년 경력의 베테랑이신데, 본격적으로 일식에 팔을 걷어붙인 계기가 있다면요?
학교 다닐 때 손재주가 있다는 소리를 듣곤 했어요. 90년대 초반에 제가 경험했던 일식은 깔끔하고 제일 멋있게 느껴진 요리였고, 자연스럽게 일식의 길로 들어서게 됐어요. 부산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그 시절 지방의 일식당에서는 한국적인 일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래서 당대 유명한 스시집이 모여 있는 서울, 그 중에서도 신라호텔 출신의 박지수 셰프가 오야붕으로 있는 와라이에서 본격적으로 일식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와라이는 당대 트렌드를 선도하는 곳으로 로컬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곳이었지요. 이후 줄곧 청담동 일대의 일식당에서 일했는데, 돌아보니 23년이 지났네요.



유독 식재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으신 것 같아요.
식재료에 욕심이 많아요. 젊었을 때는 식재료를 찾아 동해에서 서해까지 직접 다 돌아다녔어요. ‘딩동’ 새벽 2시만 되면 현지로부터 문자가 오죠. 부산, 제주까지 안 다녀 본 곳이 없어요. 산지에서도 좋은 물건은 다 서울로 모이지만 산지에서는 산지만의 분위기가 있어서 정보를 얻기에 좋아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식재료는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식재료입니다. 계절마다 다른데, 그 중에서도 보리멸을 가장 좋아해요. 손질하기 힘들어 대부분 튀김으로 사용하곤 하지요. 가시를 뽑고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나면 손가락 마디 만해져요. 이것을 소금에 절여 수분을 빼고 다시 다시마에 절이면 무른 생선이 단단해지는데 절이는 시간은 셰프마다, 생선의 종류마다 달라요. 스시도 마찬가지예요. 스시의 밥알이 보통 180알인데, 재료에 따라 밥 양도 달라지게 마련이지요. 어떻게 맞출 수 있냐고요? 많이 쥐어 보면 느낌이 와요. 빠졌다. 됐다. 숙련될 수밖에요.       


요즘은 유학파 셰프들이 참 많아요. 해외경험 없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조언을 부탁해요.
해외 나가서 견문을 넓히는 것은 참 좋죠. 하지만 여건이 안 된다면 본인이 스스로 노력할 수밖에 없어요. 자신이 노력한 것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겁니다. 시장도 많이 다녀봐야 하고 어떤 재료가 있고 쓰임과 특징은 어떤지 몸으로 느껴야 해요. 업장에만 있으면 시키는 일만 하게 돼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힘들어요. 저는 쉬는 날도 거의 없이 새벽 3시부터 일어나서 부지런히 움직였어요. 지금도 하루 12시간씩 일을 해요. 자는 시간을 빼면 나머지는 모두 일하는데 전념하지요.     



일식의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고 있나요?
3년 주기로 항상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빨라지고 있어요. 식재료나 음식이 나가는 것을 보면 오히려 일본보다 변화가 잦다고 느껴져요. 일본에서는 자국의 음식으로 정형화된 맛이란 게 있잖아요. 한국에서는 이전에 비해 미식가 고객들이 많아졌어요. 요리하는 사람들보다 빨리 변화를 체감할 정도로요. 오히려 고객에게 조언을 듣기도 하지요. 그런 고객들의 입맛을 충족시키려면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지금 트렌드는 덴뿌라예요. 덴뿌라가 다시 돌아오고 있어요. 채소는 물론, 육해공 모든 재료가 덴뿌라의 재료가 됩니다. 예전에는 덴뿌라가 코스의 일부였다면 지금은 사시미나 스시처럼 독립적인 코스로 덴뿌라 바가 등장하고 있어요. 겐지에서는 덴뿌라 오마카세 전용 카운터를 호텔업계 최초로 도입했지요.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셰프로서 자신의 삶을 지탱한 단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구민술 제 이름 석자요. 다른 유명한 셰프들처럼 구민술 이름 하나에 믿고 따라와 주시는 고객들이 있다는 것은 영광이지요. 그런 목적을 가지고 지금껏 달려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고객들의 코멘트 중 단소리, 쓴소리는 무엇인가요?
‘맛있다’ 한 마디죠. 좋은 재료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줄 때도 뿌듯하고요. 대놓고 쓴소리를 하시는 고객도 기억에 남아요.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으니 충고도 해주시지요. 저는 고객의 충고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편입니다. 시도가 괜찮으면 메뉴가 바뀌기도 하고요. 



돌이켜보면 셰프의 고충도 클텐데요.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가정에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있어요. 가족여행 한 번도 못 갔을 정도로 함께 시간을 나누지 못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죠. 주말, 휴일, 휴가철. 남들 놀 때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게 셰프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제가 이곳에 온 목적은 겐지를 활성화시키는 것입니다. 겐지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창의적인 스시를 맛볼 수 있는 곳이지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오마카세 전문 일식당으로 겐지의 변화를 이끄는 것, 스시를 강조하되 신개념의 덴뿌라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이 지금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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