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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0 (수)

레스토랑&컬리너리

[Hot Issue] 미쉐린 가이드, 그늘에 가려진 진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발간된 지 3년이 지났다. 발간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만큼 각종 구설수로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이렇다 할 해명도 없어 의혹을 더욱 키웠다. 이러한 불신은 미쉐린 가이드 2019 명단이 발표된 직후 한 유명 셰프의 SNS글로 분출됐고 그의 의혹에 대한 해명 요구에도 미쉐린 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쉐린의 별을 놓고 컨설팅 명목으로 수 억 원대의 거금 요구가 있었다는 증언과 이를 둘러싼 각종 루머가 연말연시 업계를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미쉐린
이번 미쉐린 가이드 발간에 있어서 가장 먼저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리스토란테 에오의 어윤권 셰프다. 그는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진다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명단을 두고 한 달 전부터 명단 유출이 있었다는 의혹과 공정성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후 소문대로 미쉐린 가이드의 스타 레스토랑 명단이 발표된 데 따라 어 셰프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과의 라이브 요리 대결로 공개적인 검증을 요구했지만 미쉐린에서는 현재까지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윤가명가의 윤경숙 대표는 인터넷 매체인 밥상머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쉐린 가이드가 국내에 첫 발을 들일 때인 2014년부터 접촉이 있었다고 밝히며 미쉐린 3스타를 획득한 라연, 가온과 함께 컨설팅에 응할 것을 제안 받았고 미쉐린 측은 그 댓가로 억대의 비용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의 상황을 전하며 “미쉐린이 서울에 들어온다는 소식이 이미 셰프들 사이에 전해져 기대와 궁금증이 커지고 있었다. 당시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한국 셰프들이 한국으로 유입되던 시기였고 셰프의 명성과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오너 셰프 레스토랑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었다. 여기에 윤가(윤경숙 대표의 친언니가 운영하는 일본의 한식당)가 언급이 된 것은 이미 일본에서 2스타 자리를 유지하며 수차례 검증이 됐기 때문에 한국에 첫발을 내딛는 미쉐린으로서도 부담을 덜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같은 시기에 일본의 윤가 측에서도 한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바쁘게 움직였다.”고 전했다. 사실 미쉐린 가이드를 비롯해 많은 레스토랑 안내서들도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므로 별도로 컨설팅 사업을 하는 것이 공공연한 일이나 이번 경우는 컨설팅의 대가로 별이 오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쉐린 외에도 또 다른 글로벌 업체의 레스토랑 랭킹에서 컨설팅을 내세워 별점 거래가 이뤄진다는 제보가 잇따라 흘러나와 자칫 정당하게 경쟁한 레스토랑까지 왜곡될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쉐린 가이드는 공정성 논란을 피해갈수 없게 됐다.
 
명예의 상징이 된 미쉐린의 별
이번 이슈는 미쉐린의 권위에 앞세운 공정성을 신뢰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이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이를 신뢰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쉐린의 역사가 깊은 외국의 경우라면 논란을 감안하더라도 미쉐린의 권위를 일단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쉐린은 12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며 전 세계 28개 도시에서 발간되고 있어 레스토랑 가이드 가운데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특히 유럽에서는 미쉐린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거세다. 미쉐린 별의 개수에 따라 극단적인 선택까지 할 정도로 미쉐린의 스타는 셰프들에게 명예의 상징이 되고있다. 셰프로서 바친 삶과 열정에 대한 표상인 셈이다. 일단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되고 나면 하루 만에 온라인 검색 수가 수만 건에 이를 정도로 국민적인 관심이 크다. 미쉐린의 본거지인 프랑스에서 미쉐린 레스토랑을 찾아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레스토랑 이름만 대면 아무리 외딴 곳일지라도 어딘지 다 알 정도로 미쉐린 레스토랑에 대해 속속들이 꿰고 있다. 우리나라와 다른 반응과 관심에 놀라울 정도다. 미쉐린의 동력이 바로 식문화 자체에 대한 자부심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한국에 발 들인 미쉐린
이러한 미쉐린 가이드의 권위 때문에 한식세계화 붐이 일던 2008년부터 정부에서는 한식, 더 나아가서는 식문화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끌어올리고 세계 속에 한식을 홍보하는 방법의 하나로 미쉐린 측과 물밑작업을 벌여오며 미쉐린 가이드의 국내 유치에 힘을 쏟았다. 결국 2014년부터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의 발간 징후가 여러 곳에서 포착되며 현지조사와 리스트업 작업이 진행됐다. 2016년부터 서울에서 공식적인 발표를 시작한 미쉐린은 한국관광공사와 발간 계약을 맺어 5년간 20억 원을 지원받고 있다.


심사의 공정성에 의문 던지는 업계
미쉐린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내걸고 도전하는 셰프들이 많지만 여전히 리스트 업이 어떻게 짜여 지는지 조차 알 수 없고 스타 레스토랑이 심사되는 과정과 내용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적잖다. 우선 미쉐린의 눈에 들어야 스타 자리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레스토랑에서는 미쉐린의 사전 리스트에 오르려고 갖은 라인을 동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쉐린의 명예는 인맥이나 수단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오롯이 셰프의 실력으로 얻어진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100년이 넘도록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이유로 미쉐린 측에서도 암행평가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미쉐린이 발간되고 나면 이권 개입과 청탁 등 금품거래에 대한 루머가 업계에 떠도는 데에는 암행평가의 맹점이 악용되고 있다. 즉 암행평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그늘에 가려진 리스트업의 근거와 평가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기반이 단단하지 못해 오히려 부작용 키워
해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는 미쉐린이지만 사실은 이마저도 대중적인 이슈로 보기는 어렵다. 미쉐린 자체도 결국 다이닝 문화를 즐기고 향유하는 특정 소비층이나 업계 사람들에게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슈일 뿐 국내에서 미쉐린이 공유되는 무대는 사실상 넓지 않다. 따라서 그들만의 리그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다이닝 문화를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미쉐린을 품고 있는 국내 다이닝 문화는 얼마나 성숙해 있을까? 우리나라 식문화 수준이 이전에 비해 발전한 것은 맞지만 아직 미식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현직 셰프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미식이란, 가스트로노미(Gastronomy)로서 음식과 문화의 관계를 말하며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식(食)이 아닌 요리에 가치를 더한 개념이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되는 것만으로도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유럽에서는 요리사가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어떨까?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된 한 레스토랑 오너 셰프는 “미쉐린에 선정됐다고 해서 매출에 크게 영향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이 늘었을 뿐이지 내국인 고객의 증가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는 여전히 식비를 소비하는데 있어서 가치보다는 가성비를 더 내세우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미쉐린의 평가가 있기 전에 과연 우리의 식문화가 이를 받아들일 만한 준비가 돼 있는지 그 토대가 확립될 필요가 있다. 국내 셰프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븟의 배건웅 대표는 이를 국내 외식산업이 압축 성장해온 부작용으로 보고 “식문화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으면 트렌드에 휩쓸리는 경향이 짙다. 결국 트렌드를 좇는 행위 자체가 성취하지 못한 것에 대한 갈급함으로 표현되는 것이며 트렌드가 가지고 있는 정신을 깊이 있게 바라보지 못하고 현상에 그치는 게 문제다. 그런 면에서 국내 식문화의 초점이 소비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단히 다져진 식문화의 토대 위에 평가서의 권위가 세워져야지 미쉐린 자체가 트렌드가 돼버린다면 결국 미쉐린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소리 없이 관심에서 멀어지게 될 뿐이다. 훌륭한 음식이 있더라도 그것을 고객이 찾지 않으면 레스토랑은 오래 갈 수 없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그것을 찾는 사람들이 서로 지탱해 나가는 구조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누구라도 문제에 대해 손을 들어 질문하지 않으면, 도전하지 않으면 미쉐린 역시 하나의 트렌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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