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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2 (금)

레스토랑&컬리너리

[Column_ 노혜영 기자의 세상보기] 다이닝, 지속 가능성을 묻다

혹독한 한파가 찾아와 눈만 남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맸다. 칼바람이 스칠까봐 빈틈없이 방어하기 위해 옷장을 활짝 열어젖혀 구스 다운을 꺼내 입었다. 그런데 최근 한 언론 보도에서 구스다운에 사용될 거위의 털 때문에 잔혹하게 학대당하는 거위의 사육 실태를 접하게 됐다. 최소 5번에서 15번까지 산채로 털이 뽑힌다는 그들은 살을 찢겨가며 인간을 위해 죽는 날까지 희생되고 있었다. 추위를 피하려 강제로 동물의 털 코트를 뺏어 입는다고 상상하니 추위에 맨살을 드러내야 하는 거위에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이 때문에 동물의 털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패션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어디 패션계 뿐이겠는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살충제 파동을 일으킨 계란, 항생제 범벅의 육류 때문에 우리 식탁이 불안에 떨지 않았나.  


경제와 산업의 발전은 생태계의 파괴와 교란을 가져왔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이 희생을 강요받아온 데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으로 최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자연에서 얻어지는 자원 뿐 아니라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환경을 미래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며 인류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할 목표이다. 지속가능성은 비단 환경 뿐 아니라 경제, 사회와 연관된 개념으로 인간과 자원의 공생에 대한 고민이 지금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다이닝에서도 친환경 재배법, 동물복지 사육을 비롯해 비건(Vegan) 푸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비건은 육류와 생선 및 해산물 섭취를 거부한 채식주의의 하나로 우유, 유제품, 달걀까지 배제한 완전 채식을 의미한다. 전세계적으로 식품 업계에는 콩 치킨, 현미 스테이크, 소시지, 라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건 푸드가 선보여지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비건 레스토랑까지 등장했다. 오는 1월에는 서울 베지노믹스 페어 비건 페스타가 처음으로 개최될 예정으로 국내에서도 비건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비건에 대한 관심은 거슬러 올라가면 육류, 생선 및 해산물에 대한 불신에 있다. 오염된 환경에서 자란 식재료, 즉 미세플라스틱과 중금속 축적 등으로 위험해진 환경에 대한 반성이자 불안의 표시이기도 하다. 이를 계기로 다이닝 업계에서는 채소 뿐 아니라 육류와 생선, 해산물 등 각종 식재료에 대한 품질 관리, 친환경적인 재배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 또한 지속가능한 요리를 만들기 위한 활동에 셰프들의 관심과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진다. 음식, 재료에 대한 존중과 신뢰. 이를 지켜가는 성숙된 조리인의 마음가짐과 가치소비에서 따뜻한 미래가 느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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