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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컬리너리

[The Chef] 스와니예, 도우룸, 디어와일드 이준 셰프의 섬세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 셋


어쩌면 성격 탓일까. 차분하게 내려앉은 꼼꼼함은 인터뷰 내내 그대로 이어졌다. 언제나 오롯이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것으로 변화의 선두에 섰던 이준 셰프기에 그가 품고 있는 치열한 고민이 궁금했다. 아무리 끄집어내어도 머릿속에 가득 찬 레스토랑, 요리, 그리고 그의 사람들에 관해 잔잔하지만 끝도 없이 흐를 수 있을 것 같은 이준 셰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준 셰프의 꿈처럼 한국의 요리계에도 셰프의 이름 그대로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그런 명품이 탄생할 수 있길 깊게 바라본다.


최근 더 플라자에 오픈한 디어와일드로 바쁜 일정을 보내신다고요.
더 플라자 2층에 위치한 디어와일드는 6월 20일에 오픈한 유러피언 다이닝이자 저의 세 번째 레스토랑이에요. 요즘 디어와일드와 스와니예, 도우룸을 오가며 하루의 일과 전부를 레스토랑에 쏟아 붓고 있지요.


디어와일드가 앞선 두 브랜드와 어떻게 다른가요?
스와니예는 LAB의 느낌이 강해요. 요리사들의 연구집단이랄까요. 달리 표현하면 장인정신에 빗댈 수 있겠네요. 이것을 캐주얼하게 풀어낸 것이 도우룸이고요. 핸드메이드 즉, 생면을 강조했어요. 앞서 두 이미지와 다른 개념을 도입한 것이 디어와일드입니다. 음식 그 자체에 집중해 순수하게 먹고 즐기는 만찬의 의미를 부각시켰어요.


스와니예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탐구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요. 프렌치, 이노베이티브 코리안 등 수식어가 많은데 정확한 콘셉트가 뭔가요?
단순히 말하자면 저, 이준의 색깔이 담긴 레스토랑이에요. 제 요리의 바탕이기도 한 미국식 프렌치를 한국 사람이 풀어낸 요리지요. 시시때때로 느껴지는 감성의 강약에 따라서 프렌치와 이탈리안, 여기에 한식적인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해요. 정확히 스와니예가 지향하는 바는 서울퀴진이에요. 음식의 장르보다는 서울이라는 상징적인 도시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지요.


서울을 요리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서울은 외국 도시에 비해 독특한 포지션이 있는 것 같아요. 대개 각 나라의 수도는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서울은 한국적인 것이 절묘하게 내제된 현대화의 느낌이 들어요. 가령 뉴욕은 완벽한 현대화와 미래의 느낌이 강하고 도쿄는 서양의 것을 표현하더라도 일본색이 짙어요. 서울의 느낌은 새로운 외국의 문화를 한국식으로 녹여냈다고 보기보다 우리의 방식으로 소비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즉, 즐기는 마인드가 한국식이라는 거죠. 외국의 파인다이닝에서 찾아볼 수 없는 셰어링 문화도 한국의 파인다이닝에서는 자연스럽거든요. 현대적인 빌딩 사이에 어우러진 고궁의 모습처럼 서양의 식재료를 한국사람 마인드로 접근해서 풀어내는 요리, 한국인의 이야기꾼 적인 요소를 된장이나 고추장 등 한식적인 재료에 국한시키지 않고 도시의 느낌으로 풀어서 보여주고 싶어요. 음식 내면의 의도보다는 있는 음식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죠.



그런면에서 스와니예, 도우룸, 디어와일드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네요. 뭔가 이준 셰프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그릇 같은 느낌이요.
‘음식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가?’를 놓고 보면 그렇죠.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내 나름의 옳은 가치관과 방향을 보여주고 싶어요. 미국식 프렌치 베이스를 가지고 한국에 돌아와 주제에 따른 메뉴로 선을 보인 첫 번째 팝업레스토랑이 스와니예의 원형이 됐고, 파스타를 다룬 두 번째 팝업레스토랑이 도우룸으로 이어졌어요. 그리고 디어와일드는 제가 평소 즐기던 홈파티를 모티브로 유러피언 다이닝에 클래식 서비스를 접목시킨 것이지요. 제가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전부 이 안에 들어있어요.


앞서 디어와일드의 모티브를 홈파티라고 하셨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우리나라에서는 프렌치도 이탈리안도 편협하게 보는 시각이 있지만 사실은 굉장히 다양하지요. 과거 유럽음식의 특징은 홈파티에 가까워요. 우리는 이것을 잔치, 만찬이라고 부르죠. 모든 요리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해요. 게리동 서비스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손님들이 요리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한 테이블에서 비슷한 생각을 나누고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 유러피언 퀴진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서양에서 당연한 식문화인 홈파티가 한국에서는 굳이 명절에나 있을법한 일이 됐어요. 현대 한국인의 밥상문화는 혼자 먹거나 두세 명이 먹는 정도죠. 하지만 과거에 가족이 한상에 둘러 앉아 먹던 익숙한 경험을 되짚어 홈파티의 친숙함을 느꼈으면 해요.


특별히 이제는 호텔에서 자취를 감춘 게리동 서비스를 다시 끄집어 낸 것도 독특한데요.
기존에 카운터는 일식당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스와니예가 다이닝에 카운터를 도입했고, 주제에 따라 메뉴가 바뀌는 것도 시도했죠. 도우룸은 캐주얼 다이닝이지만 파인다이닝처럼 접근해 핸드메이드 국수요리를 만들고 있어요. 이제는 잊혀진 게리동 서비스를 디어와일드에 선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우선, 자리에 앉아서 ‘내 음식이 오고 있구나. 먹고 싶다’는 설레임과 기대감을 주고 싶어요. 그리고 호텔이라는 입지적인 부분에서 상징이 될 만한 것으로 게리동 서비스를 떠올렸어요. 20년 전만해도 게리동 서비스는 호텔 다이닝의 상징적인 부분이었죠. 비용과 노동력을 이유로 이제는 사라졌지만 호텔이야말로 이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디어와일드가 입점하는 데 있어서 단순히 공간적인 의미만 부여하면 이곳은 호텔이라기보다 도심 속 건물 중 하나일 뿐이죠. 호텔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저의 입장에서 이용하고 호텔의 충성고객들이 이질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게 바로 게리동 서비스예요.    



지금의 이준 셰프를 만든 인생의 부분을 떠올린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과학 상자, 토마스 켈러, 홈파티요. 우선 어렸을 때 과학 상자를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자잘한 것부터 큰 것을 만드는 과정에 익숙했지요.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겉이 아닌 속부터 꿰뚫어보는 기본을 쌓았어요. 두 번째로 토마스 켈러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지금 저의 큰 부분이 만들어졌다고 봐요. 요리에서 완성도 높은, 만족할만한 디테일을 경험했고 내 기준의 디테일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많이 배웠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어릴 적부터 즐겨온 홈파티를 꼽을 수 있어요.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코스요리를 만들어 함께 나누는 것을 좋아했는데 파티를 준비하는 과정을 꼼꼼하게 챙기는 게 즐거웠어요. 이 모든 것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요리들로 표현되는 것 같아요.


이런 꼼꼼한 성격이라면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도 느낄 수 있겠어요.
저의 머릿속에는 단순히 ‘손님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어’가 아니라 레스토랑에 들어오기 전부터 주방, 홀 구석구석을 거치면서 부족한 것들이 눈에 들어와 끊임없이 생각을 던져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부족한 점을 보지 못하게 되면 일하는 재미가 없어질 것 같아요. 저에게 셰프라는 직업은 이런 스트레스를 받아야 고객들이 좋아해주는 업이에요. 음식점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도 사소한 부분 하나로 실망할 수 있잖아요. 가령 화장실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화장실은 왜 문 밖으로 나가야 할까? 화장실이 레스토랑 안에 있으면 안될까?’ 생각해볼 수 있어요. 레스토랑 안에 화장실을 두지 않는 이유는 공간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저의 기준으로는 레스토랑 안에 청결한 화장실을 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파인다이닝이라고 할지라도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사람들에게 진실된 면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 사람은 뭘 하든 퀄리티의 기준이 있구나.’ 그래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부분에도 디테일을 살리고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해요. 이런 디테일한 면을 봐주시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계속 노력하고 도전하게 되는 것이지요.    




오너셰프로서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요?
오히려 타협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힘든 자리 아닐까요. 저나 직원들이나 서로 비슷한 고민을 하지만 다른 무게의 책임감과,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서의 정직함은 언제나 중요하게 생각해요.


책도 쓰시고 유튜버로도 활동하시는데 방송활동은 자제하는 편이신가요?
요리도 마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과 같아서 글 쓰고 생각하고 말로 표현하는 모든 창작과정을 좋아해요. 물론 기회가 된다면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좋지요. 다만 제가 레스토랑을 비우면 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누군가는 쉬는 날 나와야 하기 때문에 개인 일정으로 가게를 빠지는 일은 없도록 해요. 레스토랑이 잘되려면 셰프가 유명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직원들이 잘되는 게 레스토랑 전체를 볼 때 더 발전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셰프로서 사람을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애정과 열정이죠. 열심히 하는 게 왜 중요한지 생각할 수조차 없을 만큼 그저 그것이 당연한 환경에서 일을 했어요. 저와 같은 것을 느끼고, 믿고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의 열정이 있어서 지금 여기까지 올수 있었던 거죠.


앞으로의 큰 그림은 무엇일지 궁금해요.
한 업장에서 수 셰프는 자신의 역량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수 셰프가 헤드가 되는 방법은 오너셰프가 바쁘거나 업장이 많아지는 것이에요. 이런 이유로 저는 회사가 성장해 기업이 돼서 직원들에게 가능한 많은 기회와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단순히 몸집이 큰 회사가 아닌, 각 매장을 외식시장의 씨앗으로 만들고 싶은 꿈이죠. 다이닝 카운터, 팝업 레스토랑을 처음으로 시도했고, 요리에 이야기를 담아 선보였던 것처럼 다양하고 신선한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토마스 켈러 레스토랑 그룹처럼 셰프의 레스토랑이라는 명성만으로도 그 퀄리티가 보장되는, 말 그대로 명품인 셈이죠.



말하자면 이준 셰프의 레스토랑이 라인업 되는 거네요. 확고한 자신만의 분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죠?
저도 다른 레스토랑의 요리를 인용해 연구하고 따라해 보기도 해요. 하지만 따라할 거면 자신의 방식대로 재창조해야 합니다. 기존에 없는 것이라면 더욱 디테일하게 만들어 낼 수도 있고요. 이 과정을 쭉 이어가다보면 내 영역이 만들어져요. 가령 라멘집을 오픈한다고 가정해보죠. 기존에 라멘집이 가지고 있는 틀이 있다면 굳이 이것을 선택하지는 않을 거예요. ‘나라면 어떤 가게에 가고 싶을까? 이 음식을 통해 어떤 것을 전달할까?’ 질문하며 끊임없이 생각을 다듬어보죠. 고민이 깊을수록 디테일은 선명해지고 전체 이미지가 완성됩니다. 


개인 업장이 호텔에 들어가면 호텔의 이미지도 가져가기 마련인데 기존에 해오던 그대로의 방식을 고수하면 큰 의미가 없어요.
호텔만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죠. 호텔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벗어날 새로운 음식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양갈비
드라이 에이징 한 양갈비를 팬에 구운 뒤 파슬리와 오레가노 등 다양한 허브를 함께 갈아 만든 빵가루를 덮어 오븐에 구워내 육즙을 그대로 살린 통 양갈비 로스트. 가니시로는 새송이와 가지를 얇게 썰어 라자냐처럼 켜켜히 쌓은 뒤 특제 된장 소스를 발라 구워 만들었다.




비프 웰링턴
비프 웰링턴은 영국의 전통요리로 24시간 저온조리한 소갈비살을 뒥셀이라 불리는 볶은 버섯과 세라노 햄으로 감싸고 마지막으로 직접 반죽한 페이스트리 도우로 감싸 바삭하게 구워냈다. 바삭하게 부서지는 페이스트리 도우와 촉촉한 갈비살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며 곁들여지는 와인소스와 바베큐로 구워낸 갈빗살 가니쉬는 메인요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어뮤즈 3종
디어와일드 코스의 시작은 3가지 스낵이다. 첫번째로 디어와일드의 로고를 본따서 만든 허브파우더를 올린 레몬쿠키가 있고, 찹쌀가루를 이용해 바삭한 맛이 살아있는 아란치니, 그리고 매콤한 맛을 느낄 수 있는 허브 다쿠아즈 샌드가 있다.




마세도니아 샐러드
10여가지 다양한 야채와 과일을 헤이즐넛 아스파라거스 소스와 토마토 마요네즈과 매칭시켜 가장 전통적이지만 가장 현대적인 식감의 조합과 신선한 야채의 맛의 향연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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