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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2 (금)

레스토랑&컬리너리

[Feature Ⅲ] 무엇이 변화를 주도하는가? 레스토랑 아닌 셰프다 -②

- 2. 호텔 다이닝, 또 다른 이름의 직영

어제 [Feature Ⅲ] 무엇이 변화를 주도하는가? 레스토랑 아닌 셰프다 -①에 이어서...


시그니엘서울, 스테이 / 시그니엘서울 식음부문 이용실 팀장
시그니엘서울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메호텔로 콘셉트를 잡았다. 고메호텔을 기획할 당시 한국에는 미쉐린 레스토랑이 없었기 때문에 미쉐린의 잠재 가능성이 있는 레스토랑을 검토해 야닉 알레노 셰프와 손잡게 됐다. 애초에 스테이는 젊고 트렌디한 브라세리가 시그니엘의 모던한 니즈와 부합해 브라세리 형태로 자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픈 시점과 맞물려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 진출 소식을 알렸다. 결국 야닉 알레노 셰프의 의견에 따라 미쉐린의 별을 받기에는 파인다이닝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영업 콘셉트와 메뉴전략을 변경했으며 2019년 미쉐린 가이드에서 1스타를 획득했다. 호텔은 서비스 인력과 운영의 노하우가 강점이다. 여기에 세계적인 공신력을 갖춘 야닉 그룹이 메뉴에 대한부분을 담당해 시너지가 배가될 수 있었다. 미쉐린의 평점은 메뉴에 집중돼 있으므로 오너 셰프레스토랑이 유리하다. 외부의 입김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오로지 셰프에게 권한이 집중돼 정체성이 담긴 요리가 탄생할 수 있다고 본다.



라이즈 호텔, 롱침 / 라이즈 호텔 배준영 컬쳐 리더
롱침은 데이비드 톰슨 셰프의 글로벌 태국 레스토랑이다. 라이즈 호텔이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롱침이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호텔 다이닝에서 이슈가 됐다. 라이즈는 (구)서교호텔을 허물고 새롭게 지은 메리어트 오토그래프 컬렉션 호텔이다. 새로운 콘셉트의 신선한 분위기로 로컬 고객들이 여행하듯 방문할 수 있도록 모든 공간에 의도를 담았다. 특히 식음업장은 호텔이라면 으레 있는 한식, 중식, 일식의 고정관념을 벗어 생기와 신선한 느낌을 주고자 대표, 총지배인, 브랜드 디렉터가 트렌드 조사에 직접 나섰을 정도로 관심이 깊었다. 모든 공간을 채우기까지 3~4년에 걸쳐 꼼꼼하게 이뤄졌고 파트너 선정 기준에 있어서 업장이 호텔 전체 분위기와 어울리는지,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 교감하며 윈윈할 수 있는지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에 중심을 뒀다. 우선 라이즈 호텔은 라이프스타일 호텔이라는 확고한 콘셉트가 있었다. 호텔이 하나의 문화공간이라는 전제 조건 하에 디자인과 공간 구성을 파트너사와 공유했고 함께 고민하며 공간을 완성시켰다. 롱침은 오픈 당시부터 주중·주말 예약을 잡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레스토랑의 인지도를 활용해 호텔을 알리기에 용이한 부분도 있었고, 영업장을 오픈하면 메뉴 개발을 비롯해 신경 쓸 게 많은데 전문가에게 맡겨 이점이 많았다.



-호텔의 색에 맞춰 셰프의 역량을 덧입힌 경우
전자에서 셰프의 색이 강조됐다면 후자는 호텔의 색에 맞춰 셰프의 역량을 덧입힌 경우다. 앰배서더 호텔 그룹의 윤화영 셰프,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강민구 셰프가 여기에 속한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셰프의 권한을 넓히고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 셰프를 영입했다는 점이다. 즉 2~3년 전만 해도 호텔에서 해외 스타 셰프를 영입해 갈라디너를 선보이거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면 이제는 그 역할이 국내 셰프들로 채워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에도 실력있는 셰프가 많아져 굳이 큰 비용을 들여 외국인 셰프를 영입하지 않아도 충분히 국내 셰프의 역량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외국인 셰프를 영입했을 때 셰프의 기술을 전수받는 데 수 개월이면 되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데 있어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반면 많은 비용을 들여 해외 셰프를 초청해도 머물 수 있는 기간이 3~4일에 불과해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셰프가 미리 정해놓은 메뉴를 레스토랑 메뉴로 실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즉 셰프를 영입하는 데 있어서 현지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지가 관건이라는 것. 이에 따라 앰배서더 호텔 그룹에서는 7월부터 메르씨엘의 윤화영 셰프를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지역 총괄셰프로 영입해 앰배서더 그룹 내 3개 호텔의 식음업장 디렉팅을 맡겼다. 호텔 관계자는 “앰배서더가 프렌치의 감성을 담고 있는 브랜드인 만큼 프렌치 셰프로서 국내의 사정을 잘 알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한국시장에 녹여낼 수 있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클럽 앤 스파 서울의 페스타 바이 민구는 밍글스의 오너셰프인 강민구 셰프의 컨설팅을 받는다. 지난해 모던 한식으로 리뉴얼을 마친 페스타는 기존에 강레오 셰프의 한식을 선보이던 공간이었지만 강민구 셰프가 영입되면서 셰프의 경험을 풀어낸 유러피언 다이닝으로 새롭게 바뀌었다. 현재 강민구 셰프는 밍글스와 페스타 바이 민구를 오가며 두 레스토랑의 메뉴를 총괄하고 있다.



필요한 것 주고받고 윈윈하는 호텔과 로드 레스토랑
국내 외식업계는 해마다 최악의 상황을 갱신하고 있다. 이 중 파인다이닝은 장사가 잘 되는 곳이 손에 꼽힐 정도로 대부분 적자 난에 허덕이며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에서 파인다이닝을 운영하고 있는 한 오너셰프는 “국내에서 파인다이닝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그야말로 셰프의 자존심으로 연명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관광객의 수요에 의존하기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높지 않은데다가 내국인 경제는 바닥이고 최저임금, 주당 근로시간 등 정책적으로 숨통이 트일만한 구석이 전혀 없다.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효과를 극대화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고민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한편 5년 전 만해도 호텔의 관심도가 호텔-레스토랑-셰프 순이었다면 지금은 셰프-호텔-레스토랑 순으로 강조되고 있다. 셰프들 사이에서 호텔 셰프는 공무원으로 표현된다. 대부분 대기업이 운영하므로 직장이 정년까지 보장되며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고 복지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꿈의 직장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호텔 밖은 치열한 생존 시장이지만 울타리 안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조직은 굴러가게 돼 있다. 게다가 의사결정이 이뤄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돼 선뜻 나서서 할 사람도, 의욕도 없다.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해 겉모습은 달라지더라도 오랜 시간 굳어진 조직의 생태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 호텔은 파인다이닝의 상징적인 공간이며 충성고객과 인력, 하드웨어의 강점은 갖추었지만 스타 셰프가 없다.



최근 업계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이슈와 호텔과 로드레스토랑의 전략적인 제휴는 이러한 니즈를 바탕에 두고 있는 것이다. 


셰프, 운영방식의 변화에 대비해야
전 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력이 자연 감소되는 시점이 되면 호텔 식음업장의 생태계가 변할 것이라는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호텔의 핵심기능을 담당하는 식음업장을 제외하고 직영업장의 비중을 줄여나가면 향후 호텔의 조리인력은 줄어들고 그 자리를 외부전문업체가 대신하게 된다. 앞으로 호텔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은 갈수록 좁아지거나 더 이상 안전지대일 수 없다. 따라서 호텔 조리사들도 이에 대비해 전문성을 높이거나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셰프의 영역이 전문분야로 부각되고 기업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셰프가 곧 브랜드가 되고 레스토랑을 보증하는 상징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호텔은 물론 해외진출까지도 염두에 두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셰프의 명성은 SNS에 올리기 위한 인증적인 요소인 경우가 더 많다. 셰프의 음식에서 철학을 느끼고 셰프의 스타일과 맛을 떠올려 음식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셰프의 명품 브랜드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호텔의 기능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변화할 수밖에 없다. 셰프의 브랜드가 호텔의 식음을 대신하고 호텔의 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되는 현상은 현재도 진행중이며 앞으로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호텔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에 맞게 운영방식 다듬어야
앞서 언급된 다양한 이슈에 의해 호텔 식음업장의 역할을 호텔 내부에서 찾기보다 선택지를 다양하게 두고 다양한 방식의 시도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호텔 내 임대업장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고 직영방식도 더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식음업장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운영방식의 전환이 아닌, 오너십의 철학에 달려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대세에 편승하기보다 나름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다듬어 가는 방향으로 순환의 물꼬가 트여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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