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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8 (금)

레스토랑&컬리너리

[Feature Ⅲ] 무엇이 변화를 주도하는가? 다이닝으로 들어온 호텔 바 -①

- 3. 지루함 벗고 핫스폿이 되다.


“몰디브에서 모히또 한 잔” 2015년에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에서 배우 이병헌의 대사 한 문장이 모히또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칵테일로 만들었다. 칵테일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90년대 초반 TGIF가 한국에 진출하면서부터다. TGIF는 외식 브랜드 최초로 선진화된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함으로써 패밀리 레스토랑 시대를 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칵테일 쇼였다. 바텐더들이 선보이는 플로어 바텐딩은 문전성시를 이뤘을 만큼 흥행에 성공했고 칵테일은 대중적인 음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후 싱글 몰트 위스키의 인기가 더해져 한국 바 시장은 급성장했으며 트렌드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수많은 바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반면 호텔 바는 전형적인 클래식 서비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루한 인상만 남김으로서 아성을 잃었다. 마치 파인다이닝 시장을 독점했던 호텔 레스토랑이 로드 레스토랑에 우위를 빼앗긴 것처럼 호텔 식음업장은 기존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3년 전 호텔 식음업장에 몰아닥친 리뉴얼 붐으로 시장의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제 호텔 바는 단순히 위스키 한 잔 마시러 가는 획일적인 공간이 아닌 술과 미식, 문화가 어우러진 개성 가득한 복합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호텔 바의 기능
호텔 내 모든 식음업장은 투숙객 뿐 아니라 외부 고객을 끌어들이기에 용이한 장소다. 호텔에 투숙하지 않더라도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호텔의 잠재고객을 인큐베이팅 할 수 있으며 호텔의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양에서 바는 한국인에게 선술집과도 같은 친숙한 공간이기에 외국인 고객의 비중이 큰 호텔마다 바를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다. 바는 문화 교류의 장소로서 개방적일 뿐 아니라 호텔의 DNA를 강하게 느낄 수 있어 특별하다. 그렇기에 여느 식음업장과 다르게 트렌드를 앞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브랜드 이미지 걸고 다양한 고객 확보에 박차
물장사가 남는 장사라고 했던가. 하지만 호텔 식음업장에 불기 시작한 지독한 불황은 이마저도 예외로 두지 않았고 고전적인 취향만 고집하던 호텔 바의 전략은 젊은 감각을 끌어들이기에 역부족이었다. 사실 20~30년 전만해도 호텔 식음업장에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기존 고객만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할 정도로 실적이 좋았고 퀄리티를 비교할만한 경쟁 상대도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호텔업계의 고민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중간 고객이 없다’는 것. 현재 호텔업계에는 주 고객층의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받쳐줄 기반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신규고객 확보를 위해 패밀리 고객 및 키즈 고객 타깃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지만 SNS에 강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20~30대 고객을 끌만한 요소는 부족하다. 전형적인 호리병 모양의 고객 분포는 충성고객의 기반을 다져야하는 호텔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굳이 낮은 연령에서부터 호텔에 대한 경험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들이 주소비층이 됐을 때 충성고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 다. 호텔업계가 경험을 중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 문화에서 경험과 재미를 강조하는 추세로 바뀜에 따라 바를 이용하는 연령층은 낮아졌고 술에 대해 전문 지식까지 갖춘 고객도 늘었다. 그만큼 바는 레스토랑과 달리 재미와 차별화된 전문성까지 인정받아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다.     


발길 뚝 긴 한숨 쉬던 호텔 바, 역사의 뒤안길로
호텔 신라의 더 포인트, 더 플라자의 프라자 펍, 조선호텔의 오킴스, 힐튼호텔의 파라오, 롯데호텔의 윈저 바와 바비 런던 등 당대 유명한 바, 펍, 클럽이었지만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호텔 밖에서는 바 문화가 활성화되고 다양하게 변하는데 안에서는 보수적인 틀에 갇혀 역량을 키울만한 환경도 갖추지 못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칵테일에 사용되는 재료 중 다수가 정식 수입되지 못해 호텔에서 맛 볼 수 없는 칵테일도 많았다. 밖에서는 다양한 시도로 바텐더들이 실력을 쌓았지만 정작 호텔에서는 바텐더보다 소믈리에로 비중을 실었다. 정식 허가를 받지 못한 수입재료에 의존하는 칵테일보다 급속히 성장하는 와인 시장의 가능성을 크게 봤기 때문이다. 바텐더에 대한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서버와 동일시한 풍조도 발목을 잡았다.


바텐더는 단순히 매니저로 승진하기 위한 코스에 불과할 뿐 인재양성에 대한 관심도, 레시피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았다. 반면 로드 바에서는 핸드 캐리어로 들어오는 용품들로 다양한 칵테일이 시도됐으며 영국, 싱가포르,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현장경험과 지식을 쌓고 돌아온 바텐더들에 의해 호텔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빠르게 바 문화를 형성해 나갔다. 시그니엘 서울의 이용실 식음팀장은 호텔 바가 외면 받았던 현실에 대해 “호텔 밖에서는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데 호텔 내에서는 바텐더를 키우는데 인색했다. 인건비, 재료비가 비싸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심각한 인력정체로 충원할 여력이 없어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문성 갖춘 호텔의 아성 무너뜨린 로드숍 바
국내 바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무르익게 만든 것은 캐주얼 다이닝 TGIF가 시초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칵테일>의 배경으로도 등장은 TGIF는 1967년 뉴욕에서 싱글 바로 시작해 미국 전역에 체인을 거느리며 큰 인기를 얻었고 1992년 서울 양재동 1호점을 발판삼아 한국에 진출했다. 특히 TGIF가 한국에 들어온 지 1년 만에 ‘월드 데일리 세일즈 레코드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TGIF가 한국의 초기 시장에서 급성장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 칵테일 쇼다. 당시에 바는 대중적인 공간이 아니라 일부 호텔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서 유일하게 바 공간을 갖춘 TGIF의 등장은 획기적이고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국적인 바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플로어 바텐딩의 전형을 보였던 TGIF의 등장이 국내 칵테일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후 TGIF에서 일하던 바텐더들이 로드숍으로 나와 개인 업장을 열면서 국내 바 문화가 다양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변화에 요동하지 않던 호텔 바에 회의를 느낀 바텐더들이 로드숍으로 진출하면서 질적인 성장도 이뤘다. 2013년 들어서는 싱글몰트 위스키와 전문 칵테일 시장이 커지기 시작해 현재 바 시장은 청담동과 한남동을 중심으로 캐주얼 바, 라운지 바, 스피크이지 바, 화이트 스피릿 바, 몰트 바 등으로 세분화됐고 바를 즐기는 연령층도 20대 초반~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특히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바텐더 대회인 디아지오 월드클래스에 한국 대표가 출전하게 되면서 세계적인 기량의 바텐더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며 이 대회를 통해 한국에 해외 유명 바텐더를 초청하는 마스터 클래스가 개최되는 등 굵직한 변화가 생겼다. 로드 바는 화려한 대회 경력을 자랑하는 바텐더들에 의해 퀄리티 높은 주류는 물론 재미와 스킬까지 갖춰 나갔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라운지 & 바의 김대욱 헤드 바텐더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통해 바 문화가 들어오면서 전성기를 열었다. 이전의 바는 호텔에만 집중돼 있었고 재력가의 사교 모임이나 비즈니스의 장소로서 호텔 바에 앉아 위스키 한 잔 하는 것을 멋으로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후 호텔 바들은 외부의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오히려 배척했으며 미래의 변화에 대해 준비하지 않은 결과로 진부한 이미지만 남게 됐다.”면서 “내부의 격조 높은 서비스만 강조하기보다 외부의 변화를 새롭게 받아들여 업그레이드 시켰다면 호텔 바가 퇴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호텔 바, 서비스 질은 높이고 다양성 수용
하지만 지나간 과거를 뒤로하고 호텔 리뉴얼이 가속화된 2~3년 사이에 호텔 바가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외형적인 변화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호텔과 로드숍의 경쟁구도에서 조금씩 역전 현상을 불러오고 있을 정도로 호텔 바는 이전의 명성을 찾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과거에 호텔 바가 재미도 없고 비싸다는 인식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경쟁력 있는 가격에 훌륭한 서비스와 스킬, 맛있는 요리까지 갖췄다. 호텔 시그니처를 명료하게 담아낸 콘셉트와 훌륭한 음향시설, 분위기, 높은 층고가 주는 전망은 호텔 바의 매력 중의 하나다. 계절의 제한을 받기는 하지만 탁 트인 공간에서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루프트탑도 호텔 바의 인기를 견인했다. 특히 호텔 레스토랑과 로드 레스토랑의 컬래버레이션이 인기를 얻은 것처럼 호텔 바에도 국내 유명 바텐더를 초청하는 게스트 바텐딩이 활발해졌다. 또한 전반적으로 음식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면서 바 앤 다이닝의 콘셉트를 시도하는 곳이 많아졌다. 이 경우 호텔에서 바가 라운지의 역할을 커버하기도 해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고 낮과 밤의 색다른 경험도 자아낸다. 김 대욱 헤드 바텐더는 “음식과 와인을 마리아주 하듯 음식에 어울리는 칵테일을 추천받고 싶어 하는 손님도 많아졌다. 바텐더는 술을 다루는 전문가로서 리큐르, 와인 등 주류는 물론 음식에 이르도록 다방면에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내일 이어서 [Feature Ⅲ] 무엇이 변화를 주도하는가? 다이닝으로 들어온 호텔 바 -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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