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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월)

노아윤

[Column_ 노아윤 기자의 생각 모으기] 우리는 도대체 어디서 잘 수 있나요?



속초에 놀러갔던 청소년들이 잘 곳이 없어 편의점에서 날밤을 샜다고 한다. 우연치 않게 읽게 된 기사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달 기획기사 주제를 청소년 투숙규정으로 잡았다. 취재가 원활하지 않았다. 호텔들에 아무리 연락해 봐도 청소년 투숙과 관련된 내용에 고개를 갸우뚱했기 때문이다. 한참을 헛다리짚었다. ‘유스호스텔’이라는 단어가 번뜩 떠오르기 전까지 말이다. 생각해보니 나도 중·고등학생 시절 수학여행을 유스호스텔로 갔었던 것 같다. 무섭게 혼내기만 했는데도 그 사이 정이 들어 헤어지기 아쉬웠던 교관 선생님들이 청소년 지도사였을까?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국내에 유스호스텔로 등록돼 있는 숙박업소가 총 115개, 그리고 강원도에만 1만 839개 베드(Bed)를 갖추고 있는 12개의 유스호스텔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한마디로 유스호스텔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의 반증이다.


유스호스텔은 독일의 교사였던 ‘리하르트 쉬르만(Richard Schirrmann)’이라는 박사가 아이들과 여행 중 비어있는 학교를 숙박시설로 이용하면서 처음으로 그 개념을 창시했다고 한다. 현재는 전 세계 90개 국가에 약 4000여 개의 유스호스텔이, 남녀가 구분된 도미토리 객실과 1인 혹은 2인실과 가족실을 구비해 세계 청소년과 배낭여행객, 단체 여행객들의 숙소로 제공되고 있다. 그리고 전체 투숙객 중 60%는 청소년으로 채워진다. 청소년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성인의 투숙을 제한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유스호스텔은 몇몇 곳들을 제외하고는 청소년의 안식처가 아닌 성인들의 휴양 리조트로 전락했다.


애초부터 유스호스텔은 비영리의 목적으로 운영되는 숙박업소다. 그러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한국아동청소년 인권실태 2018 총괄보고서」에 따르면 115개 유스호스텔 중 공공시설이 21개인데 비해 민간시설이 94개로 타 청소년수련시설(수련관, 문화의집, 야영장, 수련원)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유스호스텔의 정석으로 불리는 서울올림픽파크텔도 매년 적자 예산을 계획하고 있다는데 우리나라에 이렇게 비영리를 추구하는 민간시설이 많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나라 유스호스텔은 영리기관이 돼버렸다. 유스호스텔의 건립을 두고 숙박업소들이 밥 그릇 싸움을 하고, 숙박업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태생적으로 유스호스텔은 다른 숙박업들과 타깃으로 하는 고객이 명확히 다른데, 위협이 되는 경쟁업체로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리 숙박업소로 유스호스텔이 혜택이 많다고 하더라도 유스호스텔만큼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유스호스텔만큼은 내어주지 말았어야 했다. 어른들의 욕심들로 청소년이 잘 곳을 잃었다.


유스호스텔 담당 부서의 주무관은 ‘맞다, 아니다’ 라고만 대답하면 되는 간단한 질문에도 몇 번씩 전화를 돌려가며 답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답변을 미뤘다. 담당자들도 모르는 가이드, 정확히 정해진 가이드가 없으니 불편한 어른들은 차라리 거부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숙박업소는 어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유스호스텔의 운영만 잘 이뤄진다면 아이들의 안전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문제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취재를 했는데 자세히 알고 나니 오히려 궁금한 것들이 더 쌓이게 됐다. 비단 유스호스텔만의 문제가 아니다. 호텔을 포함한 전체 숙박업의 질서를 다잡기 위해서라도 유스호스텔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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