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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홍

[이규홍의 Hotel Design] 뉴트로(New-tro)와 호텔 디자인


‘퀸’의 열풍을 몰고 왔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1900년대부터 1980년대의 그 당시의 감성이 녹아있는 좁은 골목 사이에 현대적 무드의 카페와 주점이 자리 잡은 익선동, 연남동, 을지로의 거리들. 한물간 레코드판,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 오래된 자개장의 부활로 이제 옛것들을 활용한 디자인이 젊은 세대들에게 생소하고 새롭게 다가오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호텔들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신 여관 패키지로 뉴트로 룸을 제공하고 80~90년대 감성의 디스코를 기반으로 한 라이브 공연인 뉴트로 나-잇(Newtro Night)의 특별 프로모션을 마련하고 있으며 사회 전반적으로 대중문화, 패션, 디자인,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뉴트로 열풍이 표출되고 있다.


현대 사회는 5G의 출현, 사물 인터넷(IOT), 인공지능 등 가속의 시대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것들에 사람들이 빠져 따라갈 시간도 없이 세상은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넘쳐나는 디지털 정보 속에 지친 사람들은 물질적 풍요나 감각적 즐거움만으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며 심리적으로 여유롭고 느림의 미학이 있었던 과거 회상을 통해 정신적 상실감을 메우려 한다. 또한 역사적으로 경기 불황일 때마다, 현실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체념으로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한다. 여기에 아날로그적 경험이 없는 디지털 세대들은 오히려 신선한 새로움을 위해 과거의 것들을 뒤적이며 과거의 여유로움, 안정성에 대해 동경한다. 이는 풍요로웠던 시대에 대한 낙관적 향수이자, 과거의 재창조는 곧 신선함이라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으며 과거의 콘텐츠가 담긴 트렌드의 핵심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설렘이기도 하다.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Matthias Horx)는 “현재 존재하고 있는 많은 것들은 오래된 것들의 한 변형일 뿐”이라며 “미래에는 복고 경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번 호는 뉴트로가 세계적 코드로 주목받고 있는 지금, 호텔 디자인에서 뉴트로 트렌드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디지털 세대(Y, Z세대)의 레트로, 뉴트로(New-tro)
레트로(Retro)는 사전적 의미로 리바이벌, 추억, 회상의 뜻인 레트로스펙티브(Retrospective)의 줄임말이다. 이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복고(復古, Revivalism)와 유사하며 과거의 문화, 전통 등을 그리워하며 그 시대의 콘텐츠를 차용하고 과거의 양식과 취향에 대해서 향수를 느껴 과거의 것을 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레트로의 출현은 1970년 중반 프랑스 저널리스트들이 처음 사용했다. 그 후, 음악, 패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의 복고주의적인 경향을 일컫는 대표적인 트렌드 사조가 됐다. 현시대는 이러한 레트로 사조가 뉴트로로 나타나는데, 뉴트로(New-tro)는 새롭다는 의미의 뉴(New)와 복고의 레트로(Retro)가 합성된 말로 과거의 것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외향과 기능을 갖춰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창조한 것을 말한다. 기존의 레트로는 이미 과거를 경험해본 X세대를 중심으로 옛것의 문화와 향수(Nostalgia)를 그리워하며 과거의 콘텐츠를 재소비하는 것이라면, 지금의 ‘뉴트로(New-tro)’는 과거를 경험해보지 못한 Y세대(1981~1995년 출생자)와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인 디지털 세대가 과거의 콘텐츠의 신선함과 새로움에 매력과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며 과거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각 시대별로 좋은 가치, 콘텐츠들을 절충해 현시대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트렌드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뉴트로는 과거의 대한 신뢰, 전통성에 대한 고수, 잊혀져가는 가치에 대한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면서도 과거의 무조건적인 재현이 아니라, 현재의 라이프스타일과 미학적 새로운 감성을 더해, 재현이 아닌 해석이라는 것이 뉴트로의 특징이다. 레트로가 지금의 뉴트로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이제는 지배적인 문화 현상의 메가 트렌드(Mega Trends)가 됐다. 


뉴트로가 반영된 호텔 디자인을 살펴보면 도로테 메일리슈종(Dorothée Meilichzon)의 파나시 호텔(The Panache Hotel)을 소개하고 싶다. 이 호텔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그녀가 4번째 디자인한 호텔로 총 7층에 객실 40개로 작은 독립 호텔이다. 파니시 호텔은 고전을 유쾌하게 비틀어서 그녀만의 로맨틱한 감성으로 풀어내는 호텔로, 쉽게 말해 과거 레트로의 감성을 현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뉴트로 호텔이다.



도로테 메일리슈종은 디자인을 항상 과거에서 찾는다. 목수, 석공과 같은 장인들과 밀접하게 작업을 하며 기억을 간직한 물건들을 골라 역사성의 콘텐츠를 담고 그것들을 다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만들어 낸다. 호텔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파리를 대표하는 섬세한 과거, 아르누보(Art Nouveau) 유산이 깔린 1890~1910년 사이 파리가 간직하고 있는 역사에 대한 오마주를 반영했다. 또한 호텔 외부는 뉴욕의 플랫 아이언 빌딩에서(The Flatiron Building)의 보자르 건축 양식의 영감을 받고 여기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뉴트로 디자인을 실현하고 있다. 각 객실마다 도로테 메일리슈종은 벽에 화살표 등 다양한 기하학적 패턴을 모티브를 활용해 쉬운 반복을 거부하고 모든 객실에 다른 컬러와 패턴으로 공간에 리듬감을 표현한다. 게다가 1900년대를 오마주한 조명이라든지, 1931년 전화기 등의 레트로 소품, 1970~1980년대 감성의 패턴 러그, 벽면의 웨인스 코팅 디테일 등이 과거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닌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힌 진화된 스타일로 디자인된 객실은 우아하고 고급스럽다. 또한 코너 벽에 거울을 설치해 공간에서 포인트로 강한 역할을 하며 새롭고 현대적이다. 또한 레스토랑은 과거 초현실주의 콘셉트를 도입해 호텔 투숙객뿐만 아니라, 파리지앵도 즐겨 찾는 비스트로로 모던한 프랑스 요리와 엄선된 와인을 즐길 수 있다. 1층의 레스토랑은 바닥은 어두운 월넛인 호두나무, 벽면은 흰색 대리석 및 황동으로 초현실주의와 아르누보를 결합해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냈다. 파나시 호텔은 주로 흰색, 회색을 바탕으로 틸 그린(Teal Green), 틸 블루(Teal Blue)와 벨벳, 얼씨한(Earthy) 오렌지색 터치로 깊이감 있는 컬러감을 연출했고 카운터 가장자리와 테이블 가장자리에 인레이드해 가구의 디테일감을 높였다. 파니시 호텔은 과거의 유산에서 얻은 영감에 레트로 파리지앵(Parisian)의 감성을 현대의 감각과 결합시켜 과거 한 시대만의 양식을 접목하기보다는 다양한 시대의 감성을 융합해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전혀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 내고 있다는 점에 뉴트로 콘텐츠를 대표할 수 있는 호텔이다.


다음은 밀라노에 있는 스페인 건축가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Patricia Urquiola)가 디자인한 룸메이트 줄리아(Room Mate Giulia Hotel) 호텔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태리 밀라노는 나에게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도시이다. 이태리 유학 시절, 매일 도전이 연속이었던 시간, 무심코 지나칠 일상의 사소함도 매우 소중했던 시절로 당시 일상 속, 꼭 했던 일 중 하나가 밀라노의 모든 뮤지엄, 갤러리, 호텔을 방문해 기록하는 것이었다. 특히 밀라노에 많은 호텔들이 있지만, 그중 강력한 콘셉트와 이태리 감성이 물신 풍기는 룸메이트 줄리아 호텔의 뉴트로 감성에 매료됐다. 19세기 후반의 유서 깊은 건물에 인테리어는 현대적 감각이 접목돼 기분 좋은 뉴트로 디자인을 선사한다. 호텔 내부에는 지역의 예술가, 사진작가, 삽화가들이 작품으로 벽을 장식하고 로비는 밀라노 두오모(Duomo) 성당에 사용된 분홍색 대리석으로 마감해 밀라노 과거의 헤리티지(Heritage)를 현재까지 마감재로 연결하고 밀라노에서 친숙한 재료인 테라코타 벽돌로 마감돼있다. 전체적으로 룸메이트 줄리아 호텔은 공간 디자인을 표현함에 있어 공간감보다는 벽지, 커튼, 카펫에서 느껴지는 평면적이고 심플한 2D 그래픽적 요소를 다수 활용, 기하학 패턴을 반복적으로 디자인했으며 색감은 1980년대 멤피스 디자인(Memphis) 그룹에서 영향을 받아 틸 블루(Teal Blue), 틸 그린(Teal Green)과 핑크가 강하게 대조돼 조화를 이루는 원색적이고 볼드한 칼라 블로킹(Color Blocking)을 사용했다. 또한 테라조, 다양한 패턴의 타일을 활용한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이곳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컬러와 패턴들 이태리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이미지 언어가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며 그야말로 유행을 타지 않고 시간을 초월하는 공간 디자인으로 뉴트로 감성의 전형적인 이태리 디자인을 선사한다. 룸메이트 줄리아 호텔의 뉴트로 감성은 현대의 세련됨까지 갖추고 있어 모던하거나 아방가르드한 공간에도 이질감이 오히려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가 디자인한 룸메이트 줄리아만의 맞춤 가구, 카르텔(Kartell)과 모로소(Moroso)의 암체어 등이 인상적이다.



룸메이트 줄리아 호텔은 밀라노의 뉴트로 디자인의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한 다양한 시대의 타임리스 공간들을 선보이며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진지하고 심각한 관점보다는 과거의 콘텐츠를 유쾌한 비틀기와 약간의 과장을 통해 새로운 미학의 공간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곳은 그녀만의 새로운 미학의 공간, 가구, 마감의 세심한 디테일 무엇보다 감동이며 이 호텔을 머무는 내내 한국에도 이런 뉴트로의 감성이 묻어나는 한국의 콘텐츠가 반영된 호텔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도로테 메일리슈종 등 최근 주목받는 디자이너들의 공간은 한결같이 이러한 비포(Before) 디자인 경향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처럼 과거의 유산이 동시대 재능 있는 디자이너의 상상력과 만났을 때 예상치 못한 뉴트로의 멋진 디자인이 실현된다.


더 늦기 전에 과거의 헤리티지를 아카이빙하자
트렌드는 항상 돌아온다. 하지만 그 순환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 맞춰 변화된다. 이는 트렌드가 다시 돌아왔다고 장롱 속 옛날 옷을 다시 꺼내 입기 어려운 이유다. 뉴트로 디자인은 무의미한 재현이 아니라, 동시대의 미학적 감성에 의한 의미있는 재해석에 맞춰서 스토리를 강조할 것인지, 디자인을 부각시킬 것인지 등 디자이너의 해석의 범위와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뉴트로 디자인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또 서로 다른 세대 간에 하나의 공감대까지 형성시켜 이는 디자인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곧, 트렌드를 넘어 과거의 의미 있는 콘텐츠들을 아카이빙해 잘 활용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과거의 헤리티지, 즉 전통성을 발굴,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며 독창적인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창조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헤리티지는 돈으로 환산하기 가장 힘든 가치다. 역사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고 헤리티지는 쌓아지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디자이너가 아카이빙 해놓은 헤리티지라는 강한 아우라로 완성되며 디자인의 미래를 과거에서 찾는 관점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규홍

ASC Studio 대표
지난 13년 동안 LG하우시스에서 공간디자인 컨설팅 등 책임연구원을 맡아오다 올 4월 독립해 ASC Studio를 설립하고 현재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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