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팬에 오렌지 빛으로 구워진 새우가 동그랗게 허리를 구부리고 그의 눈과 영혼을 탐하고 있었다. 말초신경에는 사루비아 꿀 같은 갈릭 즙이 나오고 풍성한 언어의 마술을 부르게 하는 버터 향이 새우에 사랑의 옷을 입혀줬다. 약간 탄 듯한 브라운의 색감은 완숙한 맛을 만들어주고 주변의 흩어진 양념은 풍요로움을 느끼게 했다.
새우를 입에 넣으면 따뜻한 온기가 온 입안을 가득 채워 눈이 스르르 절로 감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탐닉하는 그 남자는 몇 가닥의 흰머리와 웃으면 잡히는 눈가의 잔주름으로 완숙한 중년의 기품을 가졌다. 세련된 감색 양복 속의 옐로셔츠, 세련된 매너와 말투는 균형감 있는 남자로 느껴졌고 뜨겁게 한순간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신뢰감으로 곁에 오래 두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 같아 보였다. ‘혹시 그에게 오랜 시간 곁에 있는 연인이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와인을 마셨다.
다행히 그는 “손을 놓은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이 그리워 혼자”라고 했다.
오바드 향에 이끌려 입술이 내 이마를 지나 미끄러지듯 코를 타고 내려와 했던 그와의 첫 키스를 기억한다. 그 향에 취해 첫 만남에서 키스를 하고 그 열렬함으로 매일 밤 세레나데를 불러줬던 시간을 지나 그 남자의 오바드 노래로 하루를 시작하게 됐다.
날씨가 선선해진 어느 가을날, 몸의 생체기능이 점점 가을을 지나 겨울로 향해 가는데 가끔 나이를 잊고 혼돈스런 욕심이 생기고 뜨거운 밤을 맞으며 그는 그녀에게 “오~ 나의 오바드”라고 외쳤다.
누구나 인연 따라 사랑을 하고 인연 따라 헤어지기도 하지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앉아 있는 순간에도 머릿속엔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뇌를 짓누르며 훑고 지나가 눈앞이 혼미해지고 눈꺼풀이 감겨온다. 그동안 그녀를 만나며 누렸던 행복이 한바탕 꿈이었나 보다.
그 꿈이라는 말 속에 행복과 평온이 있고, 인생의 허망함이 있으니 어느덧 가을녘에 서면 인생이 더 새롭고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만 원 지폐 두 장을 내밀었다.
긴 세월이 지나 혼자 남겨질 그녀를 위해 처음 함께 먹었던 갈릭 버터 쉬림프가 그리운 것이다.
어제는 그 남자가 세레나데를 불렀다.
“그녀 곁을 떠나는 날엔 나 아닌 자네가 그 인연의 귀한 끈을 이어 그녀에게 오바드를 불러주오. 나 아닌 자네는 어디 있는가? 자네는 누구인가? 자네에게 그녀의 손을 잡아보게 하겠네.” 허밍에 가까운 노래였다.
김성옥
동원대학교 호텔조리과 교수
김성옥 교수는 식품기술사. 조리기능장.
영양사 등 식품, 조리에 관련한 자격증 국내 최다 보유자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