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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월)

노아윤

[Column_ 노아윤 기자의 생각 모으기] 호텔등급과 미쉐린, 두 개의 별이 가야할 길



개취존중’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자는 말로, 이전과는 다르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체재들이 많아지면서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졌음을 표현해주는 단어다. 게다가 요즘 소비자들은 경험한 것들을 남과 공유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특별한 기준을 선택의 잣대로 세우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살아온 배경도, 경험도, 중요시 여기는 가치도 다른 이들에 가이드를 제시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올 하반기, 호텔등급심사와 미쉐린의 등급 부여과정에 대한 공정성이 화두에 올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차이가 있지만 주 골자는 심사위원 자격의 문제로, 등급을 심사하는 이들의 부정청탁과 갑질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아직 정확히 밝혀진 사실이 없기 때문에 가타부타 옳고 그름을 이야기할 수 없지만, 호텔등급제도의 실효성에 관련된 기사를 쓰며 미쉐린 가이드 이슈도 주의 깊게 지켜봤던 터라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가이드란 무엇일까?


정황이 어떻든 간에 두 가이드가 의혹만으로 업계와 소비자들의 빈축을 샀다.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평소 호텔과 미쉐린의 별에 대해 괴리감을 느껴왔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의혹에 대한 속 시원한 해명도 없이 “담당자가 규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관계자들과는 관련 없는 일이다.”는 알맹이 빠진 답변은 계속해서 오해만 부풀리고 있다. 호텔과 레스토랑에 별이 매겨지는 이유는 경험이 많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호텔과 레스토랑에 대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주고, 반대로 별을 달아주며 그동안 소비자들이 몰라서 경험하지 못했던 곳들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심사위원과 심사대상자 사이에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이 된 것일까?


문득 “감히 가르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던 한 레스토랑 가이드 플랫폼 대표의 신조가 떠오른다. 가이드는 소비자가 미식을 즐기는 데 선택을 도와줄 수 있는 도구 정도일 뿐이라 강조했던 그. 때문에 그의 가이드에서는 레스토랑에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고 했다. 어쩌면 “5성급이라더니…”, “스타 레스토랑이라더니…”하는 이야기는 서비스의 품질 제고는 커녕 호텔과 레스토랑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의 취향과 입맛을 맞출 순 없다. 물론 등급을 나누고 점수를 매기기 위해 수많은 연구를 끝에 보편성과 객관성을 갖췄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토대로 객관적인 잣대를 세우고 있다 하더라도, 자격이 의심되는 몇몇 심사위원에 의해 부여되는 별이 가이드로서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경희대학교 한진수 교수는 호텔등급은 호텔의 호적등본이 아니라고 했다. 가이드가 절대적이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현재 위치가 어찌됐건 많은 이들의 노력과 시간이 투자된 별이 호텔과 소비자, 레스토랑과 소비자 사이의 신뢰를 무너트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소비자의 신뢰가 무너지면 가이드는 실효성을 잃게 되고, 그렇게 공신력을 잃으면 존재의 가치가 사라진다. 미쉐린은 한국에 들여오기 위해 무려 20억 원이나 들였다. 소비자의 경험을 위한 가이드가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의 별이 제자리에서 빛나기 위해 가야할 방향은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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