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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5 (월)

칼럼

[Global Networks_ 미국] 변화하는 서비스와 고객들의 기대치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호텔리어라는 직업을 동경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필자는 그 동경이 꿈이 됐고, 지금은 삶의 전부가 됐다. 


특급호텔에 대한 경험도 지식도 매우 부족했지만, 세계적인 호텔리어가 되리라는 큰 꿈의 여정을 시작한지 벌써 10년이 지나가고 있다. 나는 미국 고등학교를 졸업 후, 미국 대학의 호텔학과로 진학할까 정말 많이도 고민했었다. 하지만 “호텔의 시작은 결국 스위스에서다.”라는 많은 호텔리어의 추천에 따라 호텔 사관학교라고도 불리는 스위스의 Les Roches International School of Hotel Management로 진학하게 됐다. 학교를 다니면서, 스위스 여러 호텔들에서 인턴십을 하며, 나는 세계적인 호텔리어로써의 모습을 꿈꿔왔고 그 목표를 향해 하얏트 호텔(Hyatt Hotels Corporation)의 일원으로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워싱턴 파크하얏트 호텔(Park Hyatt Washington, D.C.)은 대사관과 공관들이 근처에 위치해 있고, 백악관까지 도보 이용이 가능한 거리라 각국 정상들이나 귀빈들이 자주 투숙한다. 호텔의 모든 손님을 각 국 정상처럼 대우하기를 강조하는 아일랜드 출신 총지배인의 철학에 맞게, 전 직원은 하루하루 모든 손님에게 가장 미국적인 럭셔리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힘쓰고 있다. 객실이 220개인 중소형 급의 호텔이지만, 근무하고 있는 직원은 250명이 넘는 점을 보더라도 얼마나 개인적이고 집중적인 서비스를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사실 필자는 워싱턴 DC로 옮기기 전에는 서울 그랜드 하얏트(Grand Hyatt Seoul)에서 근무했다. 남산 중턱에 위치한 서울 그랜드 하얏트는 한국 호텔 시장에서 이미 상징적인 존재이자 세계 각 국의 정상들과 귀빈들이 방한할 때 가장 선호하는 호텔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호텔리어인 나에게 그곳은 한 마디로 조금은 차가워 보일 수도 있는 서양적인 인테리어의 호텔에 따뜻한 한국식 서비스를 잘 접목한 호텔이었다. 품위 있고 격식 있지만,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정’이 가득한 호텔이라고 할까?


필자는 운이 좋게 두 나라의 수도에 위치한 이 상징적인 호텔들에서 근무하며, 비슷하지만 약간은 다른 호텔문화를 경험했고, 그 중 한 가지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한국과 미국의 개인적인 서비스의 차이
미국식 개인적인 서비스와 한국식 개인적인 서비스는 정말 한끗 차이이다. 하지만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말 다른 두 문화에서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먼저, 현재 미국에서는 격식보다는 가족 같이 편안한 서비스를 더 강조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과도 웃으면서 “How are you today?”라고 안부를 묻는 사회 문화를 바탕으로 최근 호텔업계에서는 가족같이 친밀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사실, 처음 워싱턴 DC로 이직했을 때, 필자는 2년간 한국에서 국빈과 각국 대사들을 담당하며 배운 ‘선을 넘지 않는 절도 있고 격식 있는 서비스’를 그대로 제공하기 위해 매일 힘썼다. 결과는 참담했다. 특급호텔 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손님들이 ‘Sir’나 ‘Madam’이라는 호칭에 대해 부담스러움을 표현했고, 딱딱하고 격식 있어 부담스럽다는 피드백까지 받았다. 더욱 나를 놀라게 했던 점은 내 기준에서는 격식도 떨어지고 너무 캐주얼하게 고객을 대하는 동료에게는 거의 매주 찬사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미국 서비스 문화는 격식보다는 편안함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호텔의 교육부서나 회사의 많은 리더들이 항상 고객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친근한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고,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들 또한, 직원과 개인적으로 알아가며 사람 냄새나는 서비스를 원한다. 


재미있는 점은, 덜 형식적이지만 더 개인적인 서비스를 강조하는 미국에 반해, 한국에서는 아직 덜 개인적이지만 더 형식적인 서비스를 선호한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과거보다는 개인적인 서비스 그리고 더 친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위기로 많이 바뀌어 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고객들과의 거리가 중요하고, 개인적인 질문이나 농담 등을 나누며 친분을 쌓아가는 분위기의 미국보다는 각 업장과 호텔 전반적으로 풍기는 서비스의 품질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


가장 큰 예로, 워싱턴 DC에서 함께 근무하던 레스토랑 직원이 다른 호텔로 이직했는데, 그 직원의 단골 고객들이 다른 호텔로 함께 옮겨간 경우가 있었다. 그 직원의 단골 고객들에게는 호텔의 분위기나 레스토랑의 메뉴보다는 그 직원과의 관계와 그 직원만이 줄 수 있는 개인적인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그에 반해, 한국은 아직 OO호텔 OO직원의 서비스보다는 호텔 전체의 분위기나 서비스 품질이 중요시되고 있다. 또한 처음 보는 손님들과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재미난 농담을 하거나 너무 편안하게 접근을 한다면,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더 높다.


지금 돌아보면, 호텔이 위치한 도시의 문화나 특성을 먼저 이해하기보다 단지 같은 호텔사의 비슷한 급의 호텔이라 당연히 고객들의 기대치도 비슷할 것이라는 오류를 범한 스스로가 부끄럽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호텔업계는 고객들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수 년 전에 묵었던 호텔들에서는 집에 없는 좋은 전자기기, 더 푹신한 침구류와 식기류 등의 하드웨어적인 면이 더 기억에 남았다면, 최근 묵었던 호텔들에서는 체크인 때 매우 친절했던 직원이나, 레스토랑에서 재미있는 와인스토리를 공유해준 소믈리에 등 소프트웨어 적인 면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리더들의 마켓 이해도가 중요해졌다. 과연 지금 일하는 호텔에서 필요한 서비스가 직원 개개인이 제공하는 가족같이 친근하고 편안한 서비스인지, 팀 전체가 하나돼 제공하는 품격있고 격조있는 서비스인지가 이 시대에 맞춰 나가야 할 큰 숙제 중 하나가 됐다.


이번 호부터 <호텔앤레스토랑>의 해외 기고자로 합류하게 된 필자는 어릴 때부터 <호텔앤레스토랑>을 보고 배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필자는 한국과 미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두 나라 서비스 업계의 차이와 현실, 그리고 현장에서 느끼는 정보들을 <호텔엔레스토랑> 독자들과, 또 오늘 하루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노력하고 있는 많은 호텔리어들과 나누고자 한다.


Kyle Cho

파크하얏트 워싱턴

Senior Food and Beverage Manager

레로쉬 국제 호텔경영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 뉴욕, 서울 등을 거쳐 현재 파크하얏트 워싱턴 DC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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