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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6 (화)

칼럼

[윤기석의 Independent Hotel] 독립호텔 분투기


내가 몸담고 있는 호텔은 독립호텔이다. 대학가에서 관광학도나 호텔지망생들이 처음으로 접하는 호텔환경에 법칙처럼 정해진 영역표시 내에 아무런 계열사도 없고 체인이나 프랜차이즈에도 속하지 못하는 호텔군이다. 수도권이나 지방에 소재한 많은 중소형호텔들이 이 계열에 속해 있다.


지금의 호텔은 예전과 달리 관광호텔뿐아니라 분양형호텔, 생활숙박형호텔 등 다양하게 세분화돼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역사와 생활양식이 그래왔듯 그룹에 속하면 안심을 느끼는, 더욱이 대기업이고 잘 알려진 브랜드(Well kKown Chain Hotel)면 그 깊이나 성숙도에 관계없이 소비자 혹은 방문객들은 주저 없이 선택한다. 심지어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조차도 계보를 파악한 후 갈 길을 정한다. 그래서 우리와 같은 중소형 독립호텔들은 험한 길을 예측해가며 분투한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호텔공화국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서 값비싼 로열티나 각양각색의 제한을 무릅쓰고 브랜드 속에 둥지를 틀려고 한다. 


물론 그것은 안정적인 호텔 운영을 할 수 있다는 나름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릴 결정일 터이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호텔은 바닷가를 품은 지방의 중소형 독립호텔이다. 2017년대까지만 해도 동해안권에 단독으로 우뚝 선 범접불가의 독립호텔이었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대한민국 굴지의 호텔 체인이 통보를 하듯이 밀려들어왔다. 마케팅의 고전에도 있고, 경영학에서도 상식으로 일컬어지는 환경. 공급이 밀리면 가격심화, 매출하락 그리고 청산의 길을 걷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마케팅의 정석으로 하나씩 하나씩 대응해나가고 이뤄가면서 큰 충격없이 견뎌왔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고객에게 명확히 전달될 수 있는 우리의 환영의지, 슬로건 제작
대형호텔군은 자체가 브랜드며 존재가 마케팅이기 때문에 전 세계 체인호텔(메리어트, 힐튼, 아코르계열 등)을 제외하곤 홍보, 마케팅에 큰 비용을 투자하지 않는다(타 업종 대비).  그러나 독립호텔은 예산도 그렇고 마땅한 마케팅 툴 또한 보잘 것 없다. 그래서 마케팅의 원론을 들추기로 했다.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에 충실하게 역내 혹은 우리호텔을 방문하는 계층을 대상으로 한 시장세분화(Segmentation)를 실시했다. 지역별, 연령대별, 직업군별, 계층별 그리고 방문목적별 등으로 조각조각 세밀히 분석했다.

기본 자료는 지자체 관련 기관에서 데이터를 받았고, 우리 호텔과 연관될 만한 자료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집했다. 예를 들면 연령대나 방문객 구성은 프론트 근무자가 눈대중으로 연령대, 커플, 가족 등을 매일매일 기록해 나갔다. ‘왜’ 방문을 하는가에 가장 큰 초점을 뒀는데 그들의 이동 동선을 확인해보면 대략 알 수 있었다. ‘바다내음’, ‘힐링’, ‘회’ 등이 전면에 대두됐다.

호텔 브랜드 슬로건, 대포항의 보석



여기서 호텔의 브랜드 슬로건이 제작됐다. 앞서 언급했지만 인터내셔널호텔 체인은 자체가 마케팅이고 자체가 고객 선택지의 기준이다. 이러한 부분은 독립호텔이 생존하기 어려운 결정타이기도 하다. 물론 전통방식을 주장하는 한옥호텔이나 선상호텔 등은 선명한 주제의식이 있기에 독과점 품목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명확히 전달될 수 있는 우리의 환영의지가 필요하다.

흔히들 브랜드 슬로건은 대기업이나 탄탄한 중소제조업체의 시장점유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전략의 기본이다. 그만큼 효과도 대단하다. 하지만 슬로건에는 남들보다는 차별화되고 인상적이어야하며 확인 가능해야 한다. 그래서 어렵고 망설여지는 대목이다. 슬로건은 Iconic Advantage기에 우리는 과감하게 ‘대포항의 보석’이라는 문구를 차입했다. 많은 이의 방문목적에는 대포항의 향수가 그 어느 욕구를 밀치고 전면에 드러나 있었다. 실제로 우리는 대포항과 지척을 유지하고 있다(차로 2분, 걸어서 13분). MOT(Moment Of Truth)가 발생하는 모든 공간과 접촉면에 ‘대포항의 보석’을 배치했다. 대포항은 우리가 부여받은 지리적 특혜환경이기에 큰 고민이 없었지만 ‘보석’이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건물 내 인테리어 요소로 ‘조명과 빛’을 많이 부여했다.

슬로건은 우리가 만들어서 고객에게 주입하지만 전달은 고객의 판단에 의해 이뤄져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고객들의 입에서 ‘대포항의 보석’이라는 공론화가 마련돼야 브랜드 슬로건의 제 역할이 보여지는 셈이다. 우리는 많은 제품이나 회사명에서 브랜드 슬로건을 접해왔다. ‘SHEER DRIVING PLEASURE - BMW’, ‘I SEOUL YOU - 서울시’, ‘Think Different - Apple’ 등. 그러나 호텔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다.

호텔 마케팅 슬로건, WE DO THE R&D FOR BETTER SERVICE
우리는 왜소하고 우리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진 않겠지만 마케팅 슬로건, ‘WE DO THE R&D FOR BETTER SERVICE(우리는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 R&D를 한다)’를 별도로 완성했다. 브랜드 슬로건이건 마케팅 슬로건이건 확실한 것은 정직하고 투명해야함을 그 바탕에 두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한다지만 그 이면에는 매우 중요한 규약이 따른다. 첫째는 그것에 따른 고객이 수긍할 만한 정책이나 전략 혹은 차별화가 수반돼야하며 둘째로는 임직원들도 그 내용과 목적을 충분히 인지하고 같은 방향을 보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R&D Ⅰ. 깨끗한 침구 or 린넨류
소문만 요란한 상품은 자칫하면 고객으로부터 돌이킬 수 없는 실망감을 줄 수 있다. 우리는 슬로건을 내세움과 아울러 핵심가치(주력 아이템)를 설정했다. 우선은 고객의 관점에서 호텔에 투숙할 때 가장 집착하는 부분 그리고 그 결정을 마음 속에 담는 과정(Positioning)을 조목조목 분석해보니 결론은 ‘깨끗한 침구 or 린넨류’, ‘조식’이었다.

이론의 여지없이 고객이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은 1. Location  2. Price  3. Facility 4. Service Quality 등일 것이다. 이러한 기본조건에서 열악하거나 경쟁자체가 어려울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것으로 침구류나 린넨류의 완벽한 청결함이나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자체 세탁시스템을 가동하는 것과 통상 2번하는 헹굼을 4번 이상으로 설정해 완벽하진 않더라도 청결과 편안함이라는 목표에 부합할 정도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었다.

물론 대다수의 호텔은 원가절감이 절체절명이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차별화(Differentation)’와 ‘신뢰’라는 명제 하에 중요한 결정이었다.

R&D Ⅱ. 조식
특히 조식을 위해 많은 호텔들이 기물이나 아이템, 인테리어 등에 투자와 공을 들인다. 호캉스에는 어김없이 호텔조식의 평가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20~30년 전에는 호텔이 럭셔리의 화두였기에 조식이 언급되기보다는 어느 호텔에서 묵었다는 것 자체가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소득수준이 많이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서울이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호텔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기에 ‘호텔 조식’ 또한 고객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이템이 됐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우리의 장점은 우리가 알리기보다는 남으로부터 확인되고 전파되는 것이 그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우리가 만든다가 아니고 “고객으로부터 이곳 음식이 맛있다는 인정을 받자.”는 것부터 출발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아침식사, 뷔페, 휴양지나 관광지에서 먹고 싶은 음식 등을 분석하고 연구하고 토론했다. 그 결과 ‘나물난장(8가지 나물과 4가지 사찰음식)’이라는 유니크한 코너를 자체 개발했다. 통상 호텔에서는 삼색나물(도라지, 고사리, 시금치)을 기본으로 해서 호텔의 위치나 정책에 따라 4~6가지를 아침식사에 배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물난장(Namul Nanjang)’은 국민들이 나물을 선호하는 배경에서 출발했지만 앞서 언급했던 시장세분화(Segmentation)와 소비자욕구(Consumer needs)를 통해 도출했던 부분과 설악산, 절, 세계 3대 건강푸드(사찰음식) 등을 브랜드 전략에 융합시켜 나온 결과다.

우리 호텔의 조식 레스토랑에는 “호텔 마레몬스는 음식의 모든 것을 R&D합니다.”라는 사이니지가 우뚝 서있다. 성실하게 연구하고 책임감 있게 제작하는 모든 음식의 퀄리티와 내용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호텔은 예전의 일부 계층만이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더 이상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호텔 = 럭셔리 = 제한적’라는 공식에서 ‘Out of the Box’하는 것이 새로운 고객창출 및 수익창출에 매우 중요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R&D Ⅲ. 객실패키지

 

우리는 객실패키지 상품에도 어김없이 R&D로 새롭게 재단을 해봤다. 요새는 OTA 주도로 시장이 재편되고 상품 또한 그들의 명석한 아이템으로 인해서 만들어지고 팔리고 있기도 한다. 이에 따른 순기능은 숙박업체로서는 별다른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혹은 상품개발이 없어도 겉으로 드러나는 영업현황이나 매출의 흐름도를 보면 큰 문제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호텔의 색깔이 무뎌지는 즉 덩치 큰 모텔 혹은 ‘One of them’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생애주기 패키지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출시했다. 생애주기 상품은 전자제품, 보험상품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아이템 개발 기법으로 알고 있다. 즉 유아기, 청소년기, 청년기, 중장년기 등으로 세분화해 상품을 출시, 한번 그 브랜드의 상품을 접하게 되면 일생을 같이할 수 있게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SOLO(싱글용), MY LOVE(커플용), HAPPY FAMILY(가족), WOW HONEYMOON(신혼여행), 끼리끼리(친구, 인척), LEADING NEW GENERATION(시니어) 상품에 SECONDARY상품으로 BUSINESS MAN(출장자), CEO LOUNGE(대표 및 CEO) 등의 상품을 출시하고 우리의 R&D가 패키지 아이템 내부 깊숙이 스며들게 했다. SOLO(SOLO IS FREE)는 1인 1실 + 조식뷔페 + 휘트니 + 맥주한잔(스카이라운지) 등으로 구성해 호캉스를 즐길수 있는 기본 아이템이 담겨있다. 이 상품은 매출에 주력을 하기 위한 아이템이라기보다 SNS 혹은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의 PR을 염두에 둔 상품이다. 혼자 즐기는 여정이다 보니 블로그의 내용도 서정적이고 아름답고 때로는 한편의 여행일지를 읽는 듯하기도 하다. 이러한 감성이 물씬 담겨있는 블로그는 ‘대포항의 보석’을 그 어느 비용을 들인 광고보다도 강력하지만 소프트하게 고객의 마음속에 잘 안착시키고 있으며 이보다 나은 사례는 없다고 본다. 이 상품은 또한 2019년 4월 고성, 속초 산불시 객실점유율을 45%대로 리드하는 효자 상품이 되기도 했다(당시 타 호텔 점유율은 10~15%대였다).

MY LOVE(커플패키지)는 우리 호텔에서 걸어가기에는 심리적으로 먼(걸어서 14분정도) 대포항이 또 택시를 타고 가기에 가까워 비용이 아까울 수 있는 상황에서 가볍게 데이트를 즐길 수 있게끔 Bridge Money(왕복 택시비 1만 원)를 제공하고 있다. 비용에 대한 보전이라는 구태의연한 생각이 아닌 새로운 스토리텔링(커플간 혹은 커플과 호텔간)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아이템이었다.

호텔업계, 성공과 실패의 경험 공유해야 발전해
‘R&D’라는 메시지는 직원들에게도 정적인 책임감을 부여했다. 특별한 서비스 교육은 필요치 않았다. 단지 거기에는 “우리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위해 R&D를 한다.”는 자부심과 의무만이 존재했다.

탁월한 서비스는 아니더라도 고객과의 간격을 보다 가깝게 하려 하면 R&D 대상이 보인다. 우리는 그것을 R&D라는 잣대로 세분화해 나갔다. 아이와 함께 방문하는 가족단위 고객에게 대화를 하면서 안부를 물으면 즐거워하는 것을 발견했다(기존 우리의 일반화는 대화를 걸면 불편해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지금 지역적인 그리고 환경적인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예년과 비슷한 영업실적을 거두고 있다. 필자는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고 어려움에 처한 동종업계 호텔리어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위한 틈새를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해 자청해서 이 글을 쓰게 됐다. 우리의 선배나 동료 그리고 후배들 또한 다양한 성공과 실패의 스토리를 안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그 경험을 공유하고 나누다보면 그 어떤 환경에서도 그 구조와 조건에 맞는 새로운 생존의 논리가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기석
호텔 마레몬스 사장
aimw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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